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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뷰에서 간간히 말을 했었지만 내 아이는 음악을 전공하고 있다. 사실 주변에 음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생뚱맞은 전공이기에, 나도 남편도 맨땅에 머리를 박으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것과 같다. 이쯤되면 슬그머니 미안해지는데, 남편의 집안은 예술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집안이지만 우리집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펼칠 기회가 없었지만 다분히 '끼'로 장착된 집안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본 바로는 그 '끼'라는 것은 제대로 발산을 하면 좋은 예술적 재능으로 쓸 수 있지만 그런 기회가 박탈되고 나면 정말로 형편없는 끼쟁이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내 부모님 역시 비슷했는데, 아버지는 술자리 좋아하고 노래 춤을 좋아하는 형태로, 어머니는 상황과 나이에 맞지않게 화려한 것을 탐하시고 허영심이 넘치는 형태로 남은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내 아버지는 꽤 꼼꼼하고 미술적인 재능이 있으셨고, 어머니는 창의력이 매우 좋으셔서 뭔가를 뚝딱 만들어내시곤 했다. 나역시 음악과 미술쪽에 어려서부터 재능을 보였고, 여러차례 학교 선생님들이 전공을 하도록 설득하셨다. 하지만 내 부모님의 격한 반대로 인해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고, 그냥 잡재주가 능한 주부로 형편없는 마무리를 하게 된 듯하다. 그러한 삶의 흐름들을 본 이후로, 나는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을 보게되면 그 부모들을 설득하곤 했다. 예술적인 재능을 꺾어놓으면 그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꺾인 상태로 이상하게 자라나게 되기때문에. 예를들면 '세상에 이런일이'에나 나올법한 낮에는 시계공 밤에는 춤꾼이라든지 낮에는 미용사 밤에는 미술가 이런식으로 자신의 끼를 주체못하고 어떻게든 발산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말은 정말로 100% 무시당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친구중에 유난히 미술쪽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있었는데, 그 부모를 아무리 설득해도 그 부모는 끄떡도 하지않고 아이를 공부시키겠노라 단언했었다. 결국 그 아이는 내 아이에게 연락을 해왔는데, 올해 고등학교를 입학할때 제 고집대로 디자인고에 진학했노라 하고 카톡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고 공부를 시키겠노라 장담을 했었다. 맞벌이까지 해가며 아이가 대학을 갈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간 디자인고는 실업계 고등학교이고, 졸업이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 그 부모의 뜻과는 상당히 다르고 멀어진 듯하다. 그래도 아이가 부모를 설득한 것을 보면 아이의 결심도 대단했던 듯 하다. 이렇듯 자신의 뜻을 곧게 가버리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나처럼 꺾인채 스러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 주변에 예술전공을 하는 사람이 우리 아이뿐이다보니 초등때 친구였던 아이들이 이러한 결정이나 고민이 있을때 아이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해오는 모양이다. 심지어 친하지않고 아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조차도 머뭇머뭇 물어오곤 한다고 하니 사실 아이들의 목마름에 부모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는 듯하다.
어쨌거나, 이러한 나의 경험들이 쌓여서 나는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건 응원하려고 했다. 그것이 아름답지 않더라도, 훌륭하지 않더라도 나의 뜻대로 아이를 끌고가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하지만 아이는 어려서부터 좀 이상했기때문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기까지 뜻밖에 오랜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의 독특한 특성이 강한탓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 어떤 재능이건 빨기 발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적 재능이라고 한다. 음악적 재능은 아주 어려서 발견하지않으면(보통 4세전후) 그 이후로 소멸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아이는 너무 울고 자주 아프고 의사소통이 안되던 탓에 그 시기를 그냥 넘겨버렸다. 혹여 재능이 있는걸 알았다고 해도 교육이 불가능한 시기였기때문에(가르치는 것을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배우는 것이 전혀 불가능했다) 오히려 모르고 넘어간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아이의 음악재능이 발견이 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간뒤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부터이다. 우리 아이의 피아노 진도가 먼저 다니던 친구들보다 너무 빨라서 우리아이만 진도를 빨리 빼준다고 학원에 항의까지 했다고 하니말이다. 하지만 곧 봄에 있었던 피아노 발표회에서 그 논란은 종식되었다. 우리 아이는 확실히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배웠고 무대에서 여유도 있어서 곧 선생님들이 콩쿨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뭐 대단한 재능같지만 사실은 콩쿨에서 꼴랑 두번 상받은게 다일 뿐인 초라한 재능이다. 그래도 겨우 친구들보다는 빠르게 배울 정도는 되는 재능이었을 뿐이라도 차이는 분명 있었다.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음악재능은 일찍 발견하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어째서 뒤늦게라도 저런 초라한 재능이 남아있었던걸까? 하는 점이다. 고민을 하던 나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가 아기때부터 늘 좋아하던 비디오는 죄다 음악이 아주 좋은 비디오들이고, 나는 미친듯이 해외구매까지 불사하며 구해줬던 것이다.(나중에 또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당시 국내 육아비디오의 질과 수준이 너무 형편없었다. 나는 늘 목말랐었다) 당시에도 유명한 유아비디오가 있었지만, 입소문과 달리 아이가 선호하는 것은 일반적인것과 달랐다. 그래서 나는 전집을 사본적이 없다. 예를들면 블루스 클루스 비디오중에도 '생일파티' '음악놀이'만 좋아했고, 전체 노래인 위글스를 보았고, 샐리중에도 첫번째 에피소드만 보곤했다. 세서미 스트리트중에선 엘모스월드만 보았고, 베이비 모짜르트를 아주 좋아했다. 또한 남편과 내가 클래식을 좋아해서 낮에는 늘 클래식을 틀어놓고 배경음처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네살인데도 클래식 공연을 데리고 갔는데, 우리는 장담을 하면서 '이 아이는 공연 관람이 가능합니다'하고 데리고 들어갔는데 정말로 울보떼쟁이인 아이는 두시간을 꼼짝도 하지않고 그 공연을 낑소리한번 없이 아주 잘 관람을 했다. 아이에게 특별한 교육이 없었더라도, 우리 집안의 분위기는 늘 클래식했던 것이다. 지방에 살고 가난했던 우리는 비싼 공연은 본적이 없지만, 시민을 상대로하는 저렴한 공연은 꼭 가곤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바지에 오줌을 쌀 정도로 어렸던 나이에 보았던 '파리 나무십자가'공연은 아이에게 격한 감동을 주었었나보다. 그 이후로 거의 반년을 우리는 파리 나무십자가의 노래를 들려줘야했다.
다시 초등시기로 돌아봐서 아이는 두가지의 악기를 배우게 되었다. 아이 작은엄마가 안쓴다고 준 플룻이 그중 하나였고, 하나는 내가 못배워서 한이 된 피아노가 그것이었다. 플룻은 동네 문화센터에서 20명씩 배우는 배우기도 힘든 곳을 다녔었다. 선생님이 일이 있으셔서 그만두시면서 우리 아이는 절대 그만두지말고 계속 배우라고 전화를 하셨다. 이제 떴다 떴다 비행기 간신히 부는 아이보고 이게 뭔말씀이세요?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 이후로도 나는 몇년을 동네 싸구려 배움터로 아이를 돌리며 시간낭비를 했다. 보다못한 친구아이엄마가 그렇게 가르치지말고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나보라고 충고를 해서 고학년이 되어서야 개인레슨을 받게되었는데, 피아노도 플룻도 동시에 전공제의를 받게되었다. 사실 남편도 나도 아이의 재능에 심한 의문이 있었기때문에 우리는 격하게 싸우게 되었다. 나는 내가 못해서 꺾어진 나의 재능을 생각해서 아이를 하고싶은대로 밀어주자고 주장했고 남편은 우리의 어려운 형편을 말하며 반대를 했다. 사실 우린 누구도 서로의 뜻을 꺾을만큼 확신이없었고 상대의 말에 일리가 있어 수긍을 한터라 이 싸움은 지리멸렬하고 몇년간 끝이 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거의 3년만에 합의를 보게된것은 아이의 피아노 선생님의 공이 크다. 아이 피아노 선생님은 아이를 하루만 빌려달라고 하고 아이를 데리고 자신의 스승님께 아이를 선보였다. 이 아이는 아주 뛰어난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평범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즉, 미미하게나마 전공을 할 정도는 된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사실 아이의 재능을 매우 작게 평가했기에 '전공'이라고 하는 거대한 것은 생각도 하지못했다. 하지만 전공을 할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해 이러한 전문가의 평을 듣고 우리는 다시 생각을 했다. 아이가 재능이 크던 작던간에, 아이의 선택과 행복을 우선해주기로 한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재능도 안되는데 그 길을 보내면 늘 괴로울 것에대한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갈 정도는 된다고하니, 잘하고 못하고는 제가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그저 마음으로 돈(?)으로 응원해주면 되니 말이다. 아이는 사실 너무 어려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우리는 예중에 시험을 쳐보자고 했다. 그 이유는 사실 초등학교때 아이가 매년 심하게 왕따를 당한게 컸다. 그 아이들과 동시에 중학교를 가다니 너무 끔찍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예비소집일에 다녀오더니 눈빛이 변해있었고, 간절함이 생겨있었다. 꼭 합격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너무 착하더란다. 그 아이들과 꼭 친구하고 싶단다. 그리고 아이는 예중생이 되었다. 소위 국내 최고의 학교는 아니었지만, 아이는 그보다 행복한 얼굴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바로 집안 형편을 알리고, 형편이 허락하는 내에서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아이는 아무래도 좋은 얼굴로 씩씩하게 학교를 제발로 걸어갔다. 그리고 3년후 아이는 장학금을 받아왔다. 여전히 얼빵한 우리아이지만, 아이는 행복해졌다.
아이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클래식에 대한 지식은 또래보다 상당히 풍부하다. 사실 나를 넘어선지는 오래되었고, 클래식 로봇인 남편과 자웅을 겨룰 정도는 되었다. 시창이나 청음도 매우 뛰어나서 피아노를 그만둔지 오래인데도 가장 높은 반을 유지하고 있다. (피아노를 제외한 악기는 항상 조율해서 음을 맞춰야하기때문에 음의 높낮이가 미세하게 변한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이 안정적인 음을 늘 듣기떄문에 청음에 강할 수 밖에 없다) 간혹 티비에서 음하나 쳐주고 맞추는 것이 대단한것처럼 나오지만, 예중 예고에는 이런 아이들은 넘쳐난다. 우리 아이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이 카테고리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풀어내려고 한다. 포스트가 사실 어울리겠지만 리뷰도 간간히 올릴 것이기에 이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내 아이가 썩 잘하는 편은 아니라서 사실 대학을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이다. 특히나 플룻은 너무 적은 인원을 뽑고있고, 아이는 상위클래스가 아니기때문이다. 그래서 플룻을 전공하려는 사람은 모두 말리는 것이다. 밀려있는 적체 인원도 너무 많고, 오케스트라에 편성인원은 너무 적어서 취업도 어렵다. 희귀한 악기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임을 팁으로 알려드리며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