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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덕후의 힘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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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비평가 피에르 바야르는 ‘추리비평’의 창시자다. 90년대 후반 그의 추리비평이 나오기 위한 첫 번째 요소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다. 오이디푸스의 라이오스 살해에 대한 전통적 버전에 의혹을 품은 미국 비평가들의 작업이 영감을 주었다. 즉 그리스 영웅 오이디푸스가 무죄라는 것이다. 가령 쇼샤나 펠먼은 1983년 논문 「소포클레스에서 (프로이트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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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비평가 피에르 바야르는 ‘추리비평’의 창시자다. 90년대 후반 그의 추리비평이 나오기 위한 첫 번째 요소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다. 오이디푸스의 라이오스 살해에 대한 전통적 버전에 의혹을 품은 미국 비평가들의 작업이 영감을 주었다. 즉 그리스 영웅 오이디푸스가 무죄라는 것이다. 가령 쇼샤나 펠먼은 1983년 논문 「소포클레스에서 (프로이트를 거쳐) 자프리소까지, 또는 왜 추리소설인가?」에서 오이디푸스가 결국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오이디푸스의 자백과는 달리, 살인의 유일한 증인인 라이오스 왕의 시종은 왕이 여러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시종의 증언은 줄곧 무시된다. 바야르는 1998년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여름언덕,2009)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 대한 추리비평을 시도한 바 있다.

 

"추리비평은 문학작품 속 탐정들과 작가들보다 훨씬 엄정하고자 애쓰며 정신을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74쪽)

 

바야르는 일반적인 문학평론과는 다른 추리비평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독서행위의 적극적인 개입주의다. 일반적인 리뷰가 대개 수동적으로 텍스트를 해설하는 데 그치는 데 반해, 추리비평은 저자의 헛점을 발견하기 위해 매우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독서를 지향한다. 가령 텍스트의 약점을 끄집어내고 작가에 의해 설정된 범죄자가 아니라 진짜 진범을 발견함으로써 저자와 명탐정의 헛점을 끄집어낸다. 추리비평의 힘은 소설 세계에서 제시된 수많은 살인사건의 범인들이 사실은 무고하다는 전제에 있다.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도 예외가 아니다. 홈즈의 추리와 가설이 오류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중대한 단서나 사건의 열쇠가 되는 세부 사실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홈즈가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도 존재한다.

 

바야르는 이 책『셜록 홈즈가 틀렸다』(여름언덕, 2010)를 통해서 코난 도일의 소설 『바스커빌가의 개』에 대한 추리비평의 진수를 보여준다. 홈즈는 진범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진범이 완전범죄를 이루도록 이용당했으며 그 와중에 벌어진 사고로 위장된 또 하나의 살인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못했다.

 

"우리가 흔히 믿는 것처럼 등장인물은 원고 속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피조물이다. 이들은 자율적 삶을 책 속에서 영유하고 가끔은 저자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 독립성을 생각하지 못한 코난 도일은 인물 중 하나가 그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탐정을 과오로 유인하는 걸 즐겼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19쪽)

 

자, 먼저 홈즈 추리법의 개괄적인 사항을 살펴보자. 일단 홈즈의 추리법은 관찰, 단서찾기, 역추론이라는 세 가지 유형이다. 첫째, 홈즈의 단서 찾기는 일종의 창조적 행위다. 무한한 기호의 장에서 단서는 먼저 선별되어야 하고 가능한 다양한 의미 가운데에서 하나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홈즈에 의해 단서로 선언되는 것은 선택과 명명이라는 두 행위의 결과다. 가령 수사관들이 소홀히 한 기호인 거대한 '개의 발자국'처럼 말이다. 둘째, 홈즈 수사법은 과학적 법칙과 통계학적 보편성 사이의 미묘한 혼동과 관계된다. 셋째, 홈즈는 사실관계를 규명할 때 사건 용의자들의 심리적 요인을 제거한다. 홈즈는 처음부터 단서의 선택과 해석에서 경제적 이득이라는 한 가지 동기에 집착한다. 

 

문학 텍스트가 낳는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다. 문학세계는 구조적 결함에 기인한 '구멍 난 세계'다. 텍스트의 구조적 불완전성, 가령 묘사와 서술의 불완전성, 등장인물의 자율성과 관계된 불완전성에 의해, 독자들의 해석에 있어서 일부 가능성은 닫히지만 오히려 많은 가능성이 활짝 열리게 된다. 모든 이야기는 이처럼 열린 공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문학세계의 불완전성은 독자의 개입으로 축소된다. 독자는 텍스트의 결핍을 부분적으로 채운다. 이런 독자들의 주관적인 해석 프리즘에 의한 보완작업이 바로 '주관적 닫힘'이다. '한 텍스트에는 한정된 수의 진술이 담겨 있다'는 텍스트의 닫힘은 물질적 담힘과 주관적 닫힘으로 구분된다.

 

실제 세계와 허구 세계의 경계 문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 세계와 허구 세계가 상호 분리 혹은 상호 단절되어 있다는 '분리주의자'의 입장이 있고, 반대로 실제 세계와 픽션의 세계가 잠재적 통로로 서로 이어져 있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통합주의자' 입장이 있다. 분리주의자와 통합주의자는 토마 파벨이 『픽션의 세계』(1988)라는 책에서 제기한 용어다. 분리주의자는 허구 텍스트의 내용을 진실의 가치를 전혀 갖지 않는 순수한 상상의 산물로 규정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대표적인 고전적인 분리주의자다. 반면에, 통합주의자는 실재계와 허구 세계에 진정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허구의 인물들에게 일정한 형태의 실존을 인정한다. 토마 파벨과 피에르 바야르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바야르는 일반적인 통합주의자보다 더 급진적인 통합주의자다. 바야르는 실재 세계와 허구 세계 사이의 높은 투과성을 확신할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가진 고유의 '실존성'과 '자율성'까지 주장한다. 허구의 인물들이 물질적 실재성은 없지만 무의식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실재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문학작품의 인물들이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오가는 데도 어떤 자율성을 누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마치 현실에서 유령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사실 죽은 자들은 정말 죽은 게 아니다. 실재에서도 그렇고 허구에서도 그들은 특별한 형태의 실존을 갖고서 산 자들 곁에 계속 살고 있다. 우리와 똑같은 힘과 견고성을 갖고서 산자들의 결정에 관여하고 그들의 말과 생각을 일러주며 자신들을 알아봐주고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기를 강압적인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이다."(220쪽)

 

이처럼 실재 인물과 가상 인물들간의 상호영향은 물론, 가상 인물의 실존성을 강조하고 있기에 바야르는 급진적인 통합주의자에 해당한다. 

 

z***a 2013.10.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