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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잘못 든 속인의 외로움..
"길 잘못 든 속인의 외로움.." 내용보기
사람은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비슷한 성장 단계를 밟게 되어 있다. 어떤 극점(極點)을 경험해야만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사건 때문에, 어떤 인물 때문에, 전쟁과 체제 아래서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 육체적 성숙 속에서 정신적 확장을 다루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독일의 위대한 문호인 『마의 산』
"길 잘못 든 속인의 외로움.." 내용보기
사람은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비슷한 성장 단계를 밟게 되어 있다. 어떤 극점(極點)을 경험해야만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사건 때문에, 어떤 인물 때문에, 전쟁과 체제 아래서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 육체적 성숙 속에서 정신적 확장을 다루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독일의 위대한 문호인 『마의 산』의 저자 토마스 만의 중편 소설 「토니오 크뢰거」를 읽다보면 한 인간의 정신적 성숙과 세상에 대한 눈뜸이 어떤 경로를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겨질 수 있을까를 생각케 한다.

 

토니오는 독일 북부 지방의 명망 있는 집안에 태어나 십대 시절 한스 한젠이라는 동급생에게 진한 우정과 함께 어렴풋한 동성애(?)를 느낀다. 더불어 아름다운 금발의 학교 동급생 잉에보르크 홀름도 무척 좋아하며 짝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토니오의 아버지가 죽고 가문이 몰락하면서 그는 그곳을 떠나 먼 남쪽 지방으로 가게 되고 그들과는 헤어지게 된다. 독일 남부의 뭰헨에서 작가적 성공을 일부 거둔 토니오는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라는 러시아 태생의 여류화가와 진실한 우정을 맺는다.

 

예술과 인간내면에 대한 뜨거운 설전을 주고받던(일방적인 토니오의 내면 표현이지만…….) 중에 리자베타는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은 길을 잘못 든 세속인이라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세속인이라고……. 어느 가을 토니오는 독일 북부를 거쳐 덴마크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고향에 들른 그는 경찰에 체포 될 뻔하기도 하고 덴마크의 해안에서는 그렇게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던 한스와 잉에보르크를 만나기도 한다.

 

댄스파티에서 그 둘은 토니오를 알아보지 못하고 실망한 토니오는 쓸쓸히 자기 방으로 돌아오며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의 언어는 나의 언어와는 다르다고……. 예술과 문학이라는 난해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칼춤을 추면서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우울한 모순을 망각해서도 안되는 토니오는 침대 시트를 적시며 눈물을 흘린다. 스스로를 책망하며 회한과 향수에 젖어…….

 

이 외에도 나쟈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변화없는 지루한 일상과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시켜 성장통의 아픔을 겪어나가는 안톤 체홉의 「약혼녀」,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겨 버리고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그린 프랭크 오코너의 「나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짝사랑하는 소녀의 성의 없는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덜 여문 소년의 소중한 체험을 그린 제임스 조이스의 「애러비」, 그 외 헤르만 헤세의 「시인」에서부터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순직한 영혼」까지 섬광같은 미려(美麗)로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족; 나는 한때 이문열의 소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었다. 소설에 눈 뜨고 문학적 열망에 들떠 있던 시기 작가가 쓴 거의 대부분의 소설과 그에 관한 비평과 평론까지 나는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 다 버렸지만…….) 본문에 있는 토니오 크뢰거의 “길 잘못 든 세속인의 이야기”는 작가가 자주 인용하는 충실한 문장인데 그 만큼 토마스 만의 소설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후기에서 밝힌바 있다. (서울대 김윤식 교수가 쓴 「길 잘못 든 속인의 사상 비판」이란 평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