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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클라비어 변주곡 중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작품이 있다. 원곡 하나와 30개의 변주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두개의 건반을 가진 챔발로로 혹은 피아노의 전신단계인 하프시코드로 연주되어야 하는 곡으로 변주 하나하나가 같은듯 다른 느낌을 가진 대작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가장 멋진 연주가는 바로 기인으로 불렸던 글렌 굴드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계의 영원한 수수께끼" "고독과 광기를 예술로 승화한 음악가"로 불리우는 글렌 굴드는 피아노 역사에서 큰 자취를 남기었는데 특히나 시간에 쫓기듯 단거리 경주를 하듯 연주하는 속사포와 같은 빠른 템포의 연주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곡 해석을 통해 분산화음으로 처리한다거나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뒤집어 연주한다거나 하는 등 자신만의 세계가 상당히 확고한 연주자였고, 그런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가 바로 바흐의 클라비아 변주곡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서준환 작가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글렌 굴드가 나오면서 또 길렌 골드문트가 나온다. 길렌 골드문트는 피아노를 어떻게 하면 피아노답지 않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어떻게 하면 하프시코드의 음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래서 완성된 악기라 평가받는 피아노의 해체를 고민하는 괴짜 피아니스트다. 이런 그는 음악을 독특하게 해석하는데 바로 글로써 음악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글이 바로 음악의 악보가 될 수 있는다고 믿는다. 그런 그가 주목하는 작품이 바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길렌 골드버그는 이 30개의 변주를 15개의 쌍으로 만들고 이것을 자신을 포함해 15명의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해석(다시 말하자면 해체)를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사람들은 바로 골란 골드버그, 글렘 고든, 글렌다 주드, 뮬렌 구드, 글리오 골리에시아스, 괴란 골드 등이다. 작품에 나오는 이들 15명의 해석자들의 이름 자체가 바로 글렌 굴드라는 이름의 변주이다. 해체를 통해 하지만 변주곡의 특성상 하나의 주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 곡을 각각의 특성에 따라 각각의 취향에 따라 각각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자 모인 사람들.
하지만 소설은 여기서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마치 정신분열자의 일기를 보듯 대화에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으며 대화의 상대방은 있으나 화자도 청자도 없는 대화들의 나열이 시작된다. 게다가 몽환적인 느낌을 내는 그 도시에서 환각처럼 나타나는 집시들과 그들의 환청들. 이름을 알리없는 집시들이 그를 불러 이야기하고 연고없는 초로가 그에게 조언을 한다. 그리고 어느 샌가 길렌 골드문트는 글렌 굴드가 되어있고, 글렘 고든이 되어버리며 골란 골드버그가 되어버린다. 존재하는 그러나 존재할리 없는 도시에서 존재하는 그러나 존재할리 없는 사람들이 각자의 변주를 각자의 느낌으로 해체하고 재정비하는 이 작업은 골드베르크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가면서도 변주라는 각자의 발걸음을 재촉하며 모여졌다 헤어지고 분산하며 해체한다.
음악을 글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의 느낌이나 주제가 아니라 음표 하나하나 음 하나하나를 문자로 그것도 자신만의 의미를 가진 하지만 음악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했다고 본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 정신분열증을 가진 사람의 자기 독백을 보는 듯한 소설은 읽는 내내 상당히 어려움을 주었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고 받아적고 인터뷰를 하는데 상대방은 갑자기 존재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라던가, 그가 몽환적인 연못가에서 집시들과 하는 대화라던가 이러한 곳곳의 장치가 너무 많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일정한 분량에 모두 쏟아넣고자 했던 욕심이 매우 컸던 것일까. 끝까지 읽으면서 마지막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결국 결말은 내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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