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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전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아이들은 '밥이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 숙소 시설이 너무 낡았다, 별로 볼 것도 없다.'는 불평을 쏟아내었고 갯벌체험 시간에는 춥고 머리도 아프다며 그냥 바깥에서 구경만 하면 안되냐고 하는 아이들이 반이 넘었다. 3일째 되는 날 아침에는 '오늘 집에 가는 날이니 빨리 가자'며 여행 코스도 제대로 둘러 보려고 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고, 머리야!
여행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오니 우리반 학급문고용으로 주문해둔 책이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그 중에서 '태진이의 좌충우돌 자전거 여행'이란 책이 제일 먼저 눈에 뜨인다. 막 수학여행을 다녀온 참이기도 했고, 겉표지에 빨간 글씨로 '단돈 3만원, 건빵 두 상자로 24일간 우리 땅 누비기'라고 인쇄된 구절이 '진짜 여행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실래요?'하고 말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송태진이란 녀석이 누군지는 몰라도 대단한 걸' 하는 마음으로 표지 안쪽을 보니 작가 소개란에 사진 한 장이 보인다. 건빵 한 상자를 실은 자전거를 옆에 세우고 한 소년이 검게 그을린 얼굴로 서 있는데 얼굴에 장난기가 그득하다.
이 글은 한비야의 여행서를 읽고 언젠가 꼭 한 번 비슷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는 고등학교 2학년생인 태진이가 쓴 책이다. 평소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의 생활은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목적으로만 존재할 뿐, 공부에 방해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으니까.
그러나 어디를 가도 꼭 보통사람의 규칙과 상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모든 규칙은 있으나 마나한 교통 안전법 같은 것이다. 60킬로로 가야 하는 곳이라고 정해 놓고 막상 60킬로로 운전을 하면 모두가 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교통안전법 말이다. 지키지 않아도 될 것을 괜히 성가시고 귀찮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해놓았지만 뭐 꼭 남 하는대로만 해야 하남 하며 샛길로 빠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태진이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여름방학에 꼭 보충수업이라는 걸 받아야하나? 난 여행을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과감하면서도 신속하게 건빵 60봉지를 사서 20일간의 식량으로 삼기로 작정하고 가족들 모르게 새벽에 집을 나와 버린다. 보통 아이라면 돈 떨어질 때까지 3-4일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집 떠나면 고생이군. 역시 내집이 최고야'하는 깨달음을 얻고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을 쓴 태진이라는 아이는 끝내 24일 동안 자전거 페달을 밟고 밟아 남원에서 통일 전망대를 거쳐 다시 땅끝 마을까지 내려가 결국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간 (그것도 아쉬움 속에!) 아주 무서운 아이다.
그리하여 태진이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선풍기바람 쐬며 보충수업을 듣는 동안 혼자서 숨을 헐떡이며 지리산 자락을 넘기도 하고, 비를 맞아 팬티 속까지 홀딱 젖은 상태로 힘겹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대고, 편안하게 잘 만한 곳을 찾아 기차역이며 병원 응급실 주변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도 하고, 삼겹살 먹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건빵 고추장쌈을 먹어가며 끼니를 대신하며 그렇게 정말 말 그대로 좌충우돌 자전거로 우리땅을 누비고 다녔다.
옛말에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시키랬는데, 그 말 뜻인즉 여행을 하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게 되고 그 일에 대해서 이러저러하게 대처를 하다 보면 모진 바람에 점점 뿌리가 튼튼해지는 나무처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렷다.
24일동안 태진이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참으로 긴 거리의 길을 지났으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다. 역에서 자려고 하다가 역무원에게 쫓겨나기도 했고, 혼자 맛있는 피자 한 판을 온전히 다 먹으려고 방구 소리, 트림 소리, 큰일 보는 소리가 난무하는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 피자를 먹기도 하고, 삼겹살 파티하는 사람들 옆에서 고추장 건빵쌈믈 먹어가며 이게 더 맛있다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도 하고 채팅과 메일로만 사귀던 여자친구 집에서 잠을 얻어 자기도 하는 등 재미있고 엽기적인 여행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책 앞부분을 읽을 때에는 '얘가 잠은 어디서 자려고 이러나? 집에서 찾는다고 난리가 날텐데, 가출하면 이상한 어른들이 데려다가 나쁜 짓 시키고 그런다는데 어쩔려구 이러나?'와 같은 생각이 끊이지 않았는데, 책을 읽는 사이 금방 태진이의 무대뽀적인 단순함과 특유의 낙천성에 전염이 되어 버렸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우리반 아이들에게 신이 나서 태진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는 것이 어떠냐고 릴레이 독서를 제안했더니 서로 읽겠다고 난리였다. 할 수 없이 가위 바위 보를 시켰는데 아무래도 몇 권 더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이 많이 많이 팔려서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편하고 좋은 잠자리와 맛있는 먹을 거리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버리고 진짜 몸으로 느끼는 여행을 해보게 되기를 바란다. [인상깊은구절]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고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어려운 길을 지난 것도, 건빵으로 끼니를 때운 것도, 빗속을 고장난 자전거로 헤맨 것도, 몇 번이나 죽다 살아난 것도 모두 나의 고생이 아닌 경험, 그리고 얻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여행이 좋은데. 고개를 하나 넘었다가 내리막을 내려올 때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했어? 울퉁불퉁한 갓길에서 널찍한 길로 들어설 때는 얼마나 안심이 되고 마음이 놓였냐고. 지금 겪는 일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일이 아닌, 멈추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벗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아니까 여행 중에 겪는 고생이 때로는 즐겁기까지 했는데, 힘들수록 나중에 더 크게 웃고 더 즐겁게 노래하지 않았나?' |
| 정말 젊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고 실감나게 하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다른 아이들은 입시 준비로 열을 올리고 있는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며 만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고 있다 솔직하면서도 쓴소리 단소리를 써 낼줄 아는 고듷학생의 모습이 정말 당차 보인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지도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모조리 남겨 놓고 온 주인공이 참 부럽다 태진이가 나에게 준 메시지 중에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돈이 없이 출발 하였기 때문에 겪게 되었던 이야기들을 잘 풀어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땅끝 마을에서 남도의 아픔을 함께 생각하면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이들도 이렇게 용기있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지혜를 내가 주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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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로 사촌 동생들에게 살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평범한 아이의 전국 일주라는 내용에 마음이 끌려 몇 페이지 읽다가 푹 빠져버렸다.
여행에 관한 책들이 대체로 화려한 화보에 좋은 종이로 그곳으로 떠나보라고 유혹하는 반면, 이 책은 그런 것 하나 없이 거친 종이에 재미있는 그림이 어우러져 특이하다.
태진이라는 아이, 뭐랄까, 엽기적이라고 하기에는 순진하고 튄다기 보다는 밝고 순수해 보인다. 물론 하루에 건빵만 세 봉지 먹고 자전거로 전국을 돌아보겠다는 발상은 순간 아연해지게 했지만.
거창하게 애국심을 키워보겠다는 것도, 극기의 목적도 아닌,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집을 나선 것 같았는데, 20여 일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아이 참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한 것 같다.
공부에, 시험에 스트레스 많을 나이이지만, 쉽게 방황하고 지쳐버릴 때이지만 그래도 씩씩한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흐뭇해졌다.
친누나가 그렸다는 그림도 세련되지는 않지만 친근하고 맛깔스럽게 써내려간 이야기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낯선 아이를 재워주고 따뜻하게 대해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이 여행이 더욱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보였다.
나이가 많아도, 돈이 많아도 의외로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만큼 부담스럽고 생각이 많기 때문에 재는 것도 많아진다. 나 역시 이 아이처럼 대책없이 여행은 떠나지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강원도 어느 국도를 달리게 되는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지금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한 '학생으로서의 목표'는 없다. 지금 목표는 오직 통일전망대. 그리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 잠시나마 공부며 학교, 수능 같은 걸 잊고 오직 앞만 보면서 신나게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여행, 정말 떠나길 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