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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이 아래 가와구치 호수로 빠져들 것처럼 비탈이 심한 산기슭 경사면의 광대한 대지에 저택이 서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금어전이라 부르는데 높다랗게 둘러쳐진 담 안쪽으로 우뚝 솟은 일본식 가옥의 지붕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샤치호코가 주위를 노려보고 있다. 열두 개나 되는 방이 천장부터 실내 장식까지 모두 금으로 입혀져 있다고 하니 입이 떠억 벌어질 수밖에 ~
저택의 주인은 와타나베 쓰네조로 주식회사 와타나메 토건의 사장. 와타나베의 탐욕스러움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지만 외동딸 '와타나베 미카'에 대한 사랑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전처가 낳은 외동아들은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를 모두 떠맡기고, 자신의 골프장에서 평사원으로 부리며 본체만체 하면서 미카는 돈을 써서 키웠다 말할 정도. 예쁜 옷으로 치장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골프장에 데려가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에 동석 시키고, 미카가 사립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에 설비나 비품 일체를 기부해 미카를 위한 골프부를 만들 정도. 그렇게 불면 날아갈까, 만지만 깨질까 애지중지 키운 미카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어전은 발칵 뒤집히고 만다. 범인의 목적은 몸값 1억 엔. 돈보다 소중한 미카이기에 가짜가 아닌 '진짜 돈'을 준비하지만 그 돈은 결국 경찰 지시에 따라 전달되지 못하고 분노한 쓰네조는 딸을 되돌려 받지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미카의 목숨이 당신 목숨이라는 각오로 자신의 딸을 반드시 찾아내라며 현경 본부장, 모리타를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설마설마했던 작은 희망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결국 사체로 발견되는 미카. 분노한 쓰네조는 딸이 살해된 시각이 몸값 수수 실패 이전인지 이후인지 집착하는데 ~
한편 유류품인 미카의 가방에서 채취한 지문을 토대로 고바야시 쇼지라는 무고한 청년이 체포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자백을 받아내면서 쇼지는 사형에 처할 위험에 이른다.
진범의 정체는? 과연 고바야시 쇼지는 이대로 유죄가 확정되고 마는걸까?
이 책을 읽지 않고 일생을 마쳐서는 안 된다 일본 유명 현직 변호사가 쓴 범죄 수사물의 걸작, 사쿠 다쓰키의 '사망 추정시각'
읽어보고 싶단 생각은 많았는데 다른책 읽느라 내내 잊고 지내다 광복절 연휴 카페 출석체크 미션 이벤트에 당첨되 소담출판사의 책을 한권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다 맞아 이 책이 있었지 ? 하면서 냉큼 골라 재미나게 읽은 책 <사망 추정시각>. 뒤늦게라도 이렇게 읽어볼 기회가 생겨서 어찌나 즐겁던지 +_+ 읽는내내 너무 흥미진진한 내용에 이 책을 선택하길 잘했다며 혼자 뿌듯해했다.
몸값 1억 엔을 목적으로 유괴되었던 소녀가 사체로 발견되고,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무고한 청년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으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되기까지를 그린 1부와 사건의 진실을 밝혀 고바야시 쇼지를 사형으로부터 구하려는 변호사 가와이의 고군분투를 그린 2부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사건 발생, 수사,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법제도의 실태와 부조리를 낱낱이 그려낸 이 작품은 너무도 드라마틱한 내용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다. 누군가를 죽인 사실이 없음에도 이렇게 쉽게 법의 심판을 받게 되다니 ;; 정녕 이것이 내가 그토록 믿고 있었던 <법>, <정의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싶을정도 ~~
좋은 판결을 받으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재판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안되고, 경찰과 검찰이 수집하는 정보는 유죄 판결을 얻기 위한 것이지 결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의가 아닌 조직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서 이런 사람들이 그 조직의 리더가 된다면 그 앞날 역시 불보듯 뻔할거라는 충격. 돈과 권력앞에 너무나도 무방비한 사람들. 불합리한 방법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면서 너무나 태연한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랄까? 그 충격이 생각외로 컸던 것 같다.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런지 ~
"원죄사건을 다룰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말이 있어. '인생의 화(禍)와 복(福)은 마치 꼬아놓은 새끼줄 같다.'는 말."
"꼬아놓은 새끼줄?"
"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동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얽히고설켜, 그것이 어떨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그걸 항상 통감해." <P.523>
사건 정황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며 쇼지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와이 변호사. 그렇기에 쇼지가 누명을 벗을거라는 것이 너무도 확실해보여 통쾌하기까지 했는데 생각처럼 만만치않게 흘러가는 재판 과정을 보며 내가 쇼지였다면?? 억욱하게 누명을 쓰는것도 부족해 사형을 당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사회에서 생매장 당하게 된다면 어찌 해야할지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사형된 후에 무죄가 입증된다면 ? 모든게 끝난 후라도 무죄 입증된 것에 감사해야 하는걸까 ? 그 책임은 누구에게 떠남길 수 있는걸까 ?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오지만 우리 모두 잠재적 고바야시 쇼지 이기에 꼭 한번 이런 것들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신문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강력범죄, 특히나 살인, 유괴, 강간 등의 사건이 보도될때마다 저런 사람들은 살 가치가 없다고, 다 죽여야 한다고 단정짓곤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나에게 다시한번 묻는다. 니가 보고 들은게 진실이라고 확신하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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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추리소설을 읽었다. 현직 변호사가 쓴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법적인 요소가 가득했지만 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독자 또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눠어진다. 첫 번째는 와타나베 토건의 외동딸 미카가 유괴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범인이 제시한 금액을 들고 경찰과 함께 그의 지시를 따르며 긴박하게 흘러가는 추리의 시작이다. 그러나 경찰의 실수로 범인이 제시한 조건에 따르지 못하게 되자 딸 미카는 이틀 후 싸늘한 시체로 발견이 된다. 여기서 와타나베 쓰네조와 그의 부인은 경찰에게 철저한 사망원인과 사망시간을 알려달라 하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고바야시 쇼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모든 상황을 거기에 끼워마추기 시작한다. 산에서 발견 된 미카의 가방에서 발견된 지문을 근거로 절도 3범인 쇼지는 범인이 되어가고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쇼지의 국선변호사 가와이 도모아키가 등장하면서 이 책의 두 번째 단락을 시작된다.
쇼지의 증언과 사망추정시간 그리고 쇼지를 취조한 내용을 보면서 쇼지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지만 그 사실을 밝힌기란 쉽지않다. 이 부분의 내용을 읽을면서 작가가 독자에게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숨겨져있다. 소설의 주제인 유괴는 다소 파격적이지만 범죄의 죄질이 무거운 만큼 모든 정황을 놓고 신중해야할 법이 단지 권력으로 인해 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놓고 모든 것을 끼워맞추기 식으로 몰고가면서 이 사회가 절대 법치국가가 아니며 법은 평등하다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 정도이다. 이 책은 다른 추리소설과는 조금 차별화 되어진다. 작가 또한 이 책을 완전 픽션이 아닌 다큐먼터리라고 불리고 싶다고 했듯이 책은 굉장히 사실적이면서 법앞에 무력한 한 개인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니며 권력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얼마나 강력하고 natjdns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전한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이 책은 참 어려운 법과 추리의 시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마치 제3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말해주듯이 말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책과 함께 현재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결코 재미로만 읽을 수 없었던 이유는 고바야시 쇼지처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억울한 죄명을 쓰는 사람이 없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고 작가 또한 이 부분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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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일본 현직 변호사가 직접쓴 법정소설이라는 그 한 분장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다른 일본 소설들도 이런 류의 법정소설을 다룬 경우가 많지만, 현직변호사라는 사람이 이 책을 썼기에 법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매우 유감이고 분노와 추함 그리고 그 그늘에 드리워진 음모와 더러움 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완전한 범죄를 저지른 자, 잘못된 범인을 자신들의 이기심과 성공을 위해 마녀 사냥대로 몰고 가는 짜 맞추기식의 수사. 그 안에 숨겨진 권력자들의 그들만의 리그(추악스런 부패)...
정의와 법 앞에 늘 앞장서야 된다고 배우고 그런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꼭 그 법을 이용하고 남을 지배한다. 우리 나라 영화 에서도 살인의 추억에서의 송강호가 백강호를 범인으로 잡기 위해서 증거를 모으는 행위 등... 법정영화를 통해 도대체 정말로 법이 법 앞에 평등한가를 다시 느낀다.
이런 책을 접한 때마다 법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부끄럽다. 하지만, 실무를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법의 소송 등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일본 현직 변호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 법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야한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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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누명을 쓰고 남의 죄 값을 대신 치르는 무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형 집행 중 무죄가 판명되어 석방되는 억울한 사연을 뉴스를 통해 들을때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몇사람의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하루 아침에 피해자로 신세가 뒤바뀌면서 한 인간의 삶이 무너지는데도 반성조차 안하는 인간의 또 다른 면을 볼때마다 화가 치민다. 정의를 외치는 그들에게 우리의 양심을 믿고 맡겨도 되는 것인지..
[사망 추정 시각]은 우리가 접하기 힘든 경찰의 수사법과 법정을 고발하는 형식을 취한 추리소설이다. 아니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법정 다큐멘터리라고 보는게 옳을 것 같다. 저자의 약력이 현직 변호사인 만큼 전문용어로 가득하지만 읽고 해석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새로운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외동딸 미카의 늦은 귀가에 불안해 하고 있던 어머니 와타나베 미키코에게 딸을 데리고 있다면 1억엔을 요구하는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 온다. 남편 와타나베 쓰네조는 친분이 있는 모리타 현경본부장에게 알리고 1억엔을 주며 딸을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범인의 지시를 무시한 경찰에 의해 1억엔은 범인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미카는 이틀 후 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의 과실로 딸이 살해되었다고 생각하는 와타나베 쓰네조는 범인을 찾아달라는 부탁보다 딸의 정확한 사망 추정 시각을 알려달라고 감식반에 요구한다. 경찰은 미카의 가방에서 발견된 지문만으로 전과 3범의 26세 고바야시 쇼지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체포한다.
'사망 추정 시각'에 강한 집착을 보여 준 미카 아버지의 한마디에 경찰은 그때부터 자신들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간다. 경찰이 만든 시나리오안에 용의자의 행적을 끼워 맞춰가는 경찰 앞에 무력하기만 한 고바야시 쇼지와 경찰과 한 배를 타고 움직이는 검찰, 그리고 피해자의 변호인의 무성의함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말처럼 큐멘터리 형식이 더 어울린다. 도대체 경찰과 검찰 그리고 변호사란 직업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는 직업에 대한 윤리조차 남아있지 않았고 오로지 그 자리와 명성을 움켜쥐기 위한 욕망만 가득했다. 2부에서 정의감과 의욕에 가득찬 변호사를 만났을때는 그래도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렸는데 역시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의로워지는데는 아직도 먼 길인것 같다. 진실이 은폐되고 거짓이 만연하는 사회에 대한 실망감에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법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무관심해서 당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전문분야이고 내 일이 아니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억울한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 아닌가..언제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기본 절차만 알고 있어도 억울한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절대~ 무고한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老변호사가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인생의 화(禍)와 복(福)은 마치 꼬아놓은 새끼줄 같다' '인생은 화(禍)와 복(福),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 두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마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 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 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뒤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활동이 얽히고 설켜, 그것이 어떨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그걸 항상 통감해. -52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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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없다 - 『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법은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가? 인류의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사회에서 법률이 만들어져왔다. 표면적으로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평범한 국민들을 지배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 법만큼 무서운 존재도 없다. 대개의 경우, 법은 약자를 배려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법제도에 있어서는 그러한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사망 추정 시각』은 잘못된 사법제도에 의한 가장 극단적인 어둠을 그린 작품이다.
『사망 추정 시각』은 억울하게 살인자로 낙인찍히는 청년과 그를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스터리적인 구성과 설정을 담은 작품이지만, 사법제도 그 자체의 모순과 문제점을 표현하는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작품에 묘사된 경찰들의 행태는 매우 경악스럽다.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존재하지 않는 살인범을 조작하여 만들어내는 형사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놀라운 사항은 그러한 묘사와 표현이 지극히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마치, 실제로 발생되었던 사건처럼 생각될 정도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뛰어나다. 사회고발적인 미스터리로서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했다는 생각이다.
저자인 사쿠 다쓰키는 일본에서 유명한 형사사건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작가이다. 필명을 사용하여 실체를 가린 그의 의도는 작품을 통하여 명확히 드러난다. 일본의 사법제도를 근본적인 측면에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증거조작, 허위자백강요, 기득권의 수호 등을 여과하지 않고 묘사한다. 비리와 흑막으로 더렵혀진 경찰 권력의 허구성을 강렬하게 비판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실질적인 의미에서 고발문학의 목적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사망 추정 시각』은 일본의 현실을 묘사한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시사하고 있는 점이 많다. 실제로 일반인들의 상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하여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현대 사법제도의 모순이 단지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범죄수사에 있어, 자백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찰수사는 오히려 일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위험을 안고 있다. 물론, 공권력이 외국에 비해 매우 미약한 상태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일본의 경우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본적인 맥락에서의 유사성은 분명하다. 법이 진실과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이 정의를 수호하고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 물론, 법의 기능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법을 적용시키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경찰이나 검사, 재판관 등의 사법구성원들이 잘못된 판단들을 내리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사망 추정 시각』은 매우 뛰어난 사회파 미스터리다. 사회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면서도,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재미도 잃지 않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파 미스터리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앞으로도 사쿠 다쓰키의 현실적인 사회파 미스터리가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그 힘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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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추리 소설 중에 가장 집중을 하고 읽은 책이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마지막을 예측 할 수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던 책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추리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소녀의 사라짐과 함께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평소 늘 귀가 시간이 같았던 미카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 하던 중 어머니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돈 1억엔을 내놓으라는 것. 미카의 아버지는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경찰들에게 연락하고 사건은 금방 해결 될 듯했다. 그러나 경찰의 지시로 인해 몸 값 전달에 실패하게 되고 미카는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미카는 누구에게 유괴되었으며 왜 죽어야 했을까? 이상이 1부의 내용이다. 사건의 시작과 함께 안타까운 결말이 담겨 있었다. 1부의 끝까지도 범인은 그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딸아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부모와 그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하는 경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미카의 부모님은 사건 직후 자신만의 감옥을 만든 듯 싶었다. 지킬 수 있었다는 마음, 그러나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 죄책감으로 만들어진 감옥은 워낙 심성이 약했던 어머니의 숨통을 졸랐고 늘 남 앞에서 당당했던 아버지의 자신감을 빼앗았다.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미카의 일이, 미카 가족의 일이 단지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씁쓸했었다. 물론 모든 경찰들이 그러지는 않겠지만. 미카의 시체가 발견 되고 경찰은 그녀의 사망 추정 시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어쩌면 몸 값을 주지 못하게 한 경찰 때문에 그녀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이 미카의 시체를 발견하기 전에 그녀를 발견한 자가 있었다. 고바야시 쇼지. 전과 3범에 무직의 청년. 그는 나물 채취를 위해 갔던 산에서 미카의 가방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몇 푼의 돈을 챙긴다. 그리고 그녀의 시체를 본 후 놀라 도망친다. 그러나 가방에 남겨져 있던 지문 때문에 구속되게 되고 미카 유괴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다. 과연 쇼지는 자신의 무죄를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이상이 2부의 내용이다. 정확히는 고바야시 쇼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한 변호인과 쇼지의 유죄를 믿는 경찰 측의 치밀한 싸움을 다루고 있다. 이또한 참으로 씁쓸한 내용이었다. 특히 쇼지의 가정사는 무거운 마움에 돌 한 바가지를 더 얹어주는 듯 했다. 범죄 현장을 흐뜨려놓고,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현장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 건 쇼지의 분명한 잘못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형 선고를 받을 만큼은 아닌 것이다. 누구도 쇼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쇼지의 말을 들으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가 정직하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혹은 그가 경찰에서 귀담아 들어줄 만큼의 힘을 가지지 못해서 일까. 1부와 2부가 한 사건을 두고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전개 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쇼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었다. 사건은 어린 여학생을 유괴 하고 살인하는 잔인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졌고,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미카를 살해한 사람. 그 사람에게도 왠지 모르게 서글픔이 느껴졌다. 참 슬프고도 묘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또한 책을 쓰신 작가분이 현직 형사변호사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덕분에 이야기 곳곳에 낯선 단어들 혹은 낯선 상황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다. 이는 다른 추리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무척 신선했고, 그간 알고 있던 잘못된 상식(?)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어서 흐뭇했다. 때문에 여러 모로 참 눈길이 가는 책이었다. 작가분께서 이후에 또 다른 책을 출판하게 된다면 아마 또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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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와 결탁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돈에 있어서는 인정사정없는 와타나베 토건의 와타나베 쓰네조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딸이 하나있었다.
그런 미카가 어느날 집에 돌아오지않았고 1억엔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다.
딸의 몸값 1억엔을 가방에 넣고 납치범이 요구한대로 아내가 집을 나섰지만 납치범은 생각보다 더 영리했을 뿐 아니라 경찰을 따돌릴수 있을 정도로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잘 아는듯 보였고 결국 납치범에게 돈을 건네주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범인은 처음부터 딱 한번의 기회라고 말을 했었고 불길한 예감대로 미카는 쓰네조의 골프장 근처 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이때부터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경찰팀들
현경의 본부장 역시 평소 쓰네조의 돈을 받고 있었던 자로 이번 납치사건 해결에 앞장 선 인물이지만 그는 쓰네조가 돈에는 부모자식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돈을 건네주기로 했던 날 작전실패로 여차하면 1억엔을 날릴 위기의 순간, 냉정하게 인질의 안전보다 돈을 지키는 편에 섰었던 것인데 쓰네조에게 미카의 존재란 1억엔따위보다 더 귀한..무엇과도 바꿀수없는 존재였다는 것이 그녀의 죽음으로 밝혀지면서 여차하면 자신의 지위뿐 아니라 모든것을 잃고 감옥에 갈수도 있는 처지가 되면서 벼랑끝에 서게 된다.
이때 그녀의 주검을 보고 겁이 나서 달아났던 26세의 청년 쇼지가 경찰들의 레이더망에 걸리게 되고 모든 악몽이 시작된다.
하필 그는 미카를 발견하기전 그녀의 지갑을 먼저 보게되고 그 안에 남아있던 돈을 훔쳤을 뿐 아니라 동종의 전과가 몇번이나 있었던 전적이 있었기에 모든 증거는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소심한 그는 몇번의 거짓말로 돌이킬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한 사람이 억울한 무고의 죄를 뒤집어 쓰고는 그의 무죄를 밝히기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야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망추정시각`은 죄를 뒤집어 쓰는게 얼마나 단순한 일에서부터 시작될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그리고있다.
단순 전과지만 전과가 있고 지금 현재 뚜렷한 직업이 없으며 늘 빈둥빈둥거리며 살아가는 20대의 청년이 살인사건 현장에서 지문을 비롯해 몇가지 증거를 남겼다면...그는 과연 그 덫에서 무사히 빠져나갈수 있을까?
그는 그의 알리바이를 밝히기도 전에 이미 그를 조사하던 조사관...그것도 오랜 경력을 가진 경찰관임에도 몇가지 정황증거에다 선입견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단순 목격자에서 일시에 천하에 둘도없는 악질 살인범의 죄목을 뒤집어쓴다.
거기다 쓰네조로부터 경찰들이 그의 명령대로 돈을 건넸더라면 딸은 살아 돌아올수 있지않았을까 하는 강한 의문과 원망을 피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현경의 본부장에게 제대로 변호사를 대주고 그의 무죄를 주장할만한 가족이 없는 쇼지는 그야말로 안성마춤의 동앗줄과도 같은 존재...이제 모두가 힘을 합쳐 쇼지를 진짜 범인으로 몰아간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죄를 뒤집어쓸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미 그를 범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조사관의 선입견에다 얼른 범인을 잡아 자신의 실수를 덮고자 했던 경찰고위층의 압력이 더해지고 그를 위해 변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변호사의 태만이 더해져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한가족의 인생을 말아먹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사망추정시각`은 새삼스럽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그저 허울좋은 말임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모든 증거와 진술서가 쇼지가 범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재심을 요구한 변호사의 말을 귀담아 듣기만 해도 알수 있는 사실임에도 한번 내린 판결을 스스로 뒤집기 싫어하는 검찰과 재판정의 견고하기 그지없는 그들만의 철옹성과 사법제도의 부조리함에 새삼 화가 치밀어 오르고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두터운 벽인지를 깨닫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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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 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위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얽히고 설켜, 그것이 어떨 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그걸 항상 통감해.” -p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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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형사변호사가 사쿠 다쓰키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사망 추정 시각>은, 몸값 1억 엔을 목적으로 유괴되었던 소녀가 사체로 발견되고,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무고한 청년(고바야시 쇼지)이 범인으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되기까지를 그린 1부와 사건의 진실을 밝혀 고바야시를 사형으로부터 구하려는 변호사 가와이의 고군분투를 그린 2부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사건 발생, 수사,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법제도의 실태와 부조리를 낱낱이 그려냈다. "언제 죽었는지, 정확히 조사해주게.” 경찰의 지시로 유괴범에게 몸값은 전달되지 않고, 결국 미카는 사체로 발견된다. 분노한 미카의 아버지 쓰네조는 미카가 죽은 것이 몸값 수수 실패 전인지 후인지에 집착한다. 그를 두려워한 경찰은 무고한 청년을 체포해 거짓 자백을 받아내고, 미카의 사망 추정 시각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고바야시 쇼지는 경찰이 두려워 목격현장에서 도피한다. 그녀의 지갑속에 들어 있던 4천엔을 훔친 채 도망가다 덜미가 잡혀버린다. 이걸 읽으면서 경찰들의 비리와 함께 출세를 위한 무언강요를 볼 수 있었다. 일본의 경찰공무원 세계를 그린 비하하는 장면도 있지만 나는 일본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일본의 경찰사회나 우리나라의 경찰의 무자비한 수사 방식에 혀를 내두를 때가 간혹 있다. 뉴스에서 나온 우리나라의 경찰들의 사건은폐로 이슈가 된 적도 있고 잘못된 수사로 무구한 사람이 용의자로 몰린 적이 있기도 하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립된 소재를 활용해 어디에도 없는 세계와 사건, 사람들을 정말로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놀랄 만하며, 사망 추정 시각과 진범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독자의 마음을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물들일 것이다. 이걸 읽으며 올해로 20주년이 된 한 시사프로가 생각이 났었다. 그 프로그램의 20주년을 축하로 역대 진행자들과 함께 프로듀서까지 총 출동했다. 억울한 죽음, 유괴사건, 소재가 까다로웠던 실제 사건을 추적해 가면서 끝까지 지켜 본 그들의 모습이 지금의 그 프로를 장수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빠졌다. 이 책도 한 다큐처럼 억울한 한 청년의 누명과 한 부잣집 고명딸이 유괴되어서 시체가 되어 돌아온 모습에 부모의 심정과 형사들의 비합리한 판단으로 인한 사건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로 소재를 찾으려 하다가 형사소송법공부에 빠져들어서 형사소송법 공부를 하게 된 케이스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메시지는 입법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국민을 위하여 라고 말하는 입법은 본인의 필요로만 저장되고 실제로 적용이 안 되고 있는 현실에 비하하는 글로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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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정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수선' 이란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정재계의 비자금과 각종 비리사건, 대포폰으로 대변되는 민간인 사찰 사건, 대통령 영부인이 모 기업 사장 연입로비의 몸통이라는 둥, 또 G20 서울 정상회의와 관련한 낙서 사건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과 새로운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의 정권 감싸기와 야당 죽이기, 정치권의 끈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 배춧값에 신음하던 서민들의 한숨 소리만 더욱 커져간다. 싸늘한 날씨보다 더 냉냉한 11월의 한파가 지금 한반도에 휘몰아치고 있다.
<사망 추정 시각>을 시작하면서 이런 국내 정세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아마도 이 소설의 내용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과 그림자에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법을 지켜라' 하고 외치면서도 정작 입법하시는 국회의원님들은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고, 휘황찬란한 금배지와 정권창출?에 여념이 없으시다. 법을 집행하시는 검찰, 경찰 여러분들은 참 열심히 하시기는 하지만 뭔가 짜맞춘 듯한 느낌으로 언제나 국민들에게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긴다. 법 위에 군림하시는 대통령님은 힘겨운 서민의 낙서 그림 한장에 노발대발 하시며 구속하라고 호통을 치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도대체 어느나라의 법이란 말인가?
와타나베 쓰네조. 어느날 주식회사 와타나베 토건의 사장인 그의 외동딸 미카가 유괴를 당한다. 범인은 몸값으로 1억엔을 요구한다. 지역 유력인사인 쓰네조 집안의 사건인만큼 경찰은 즉각 현경본부와 사건 발생 지역인 후지요시다 경찰서에 합동 조사 본부를 설치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세가지 사실, 하나는 쓰네조가 범인의 목소리를 알지도 모른다는 사실, 두번째는 범인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점,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는 '경찰서에 신고하면 딸의 목숨을 없다'라는 흔한 대사가 빠졌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쓰네조는 돈을 준비하지만 경찰의 과실로 몸값을 건네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고바야시 쇼지. 26살의 백수, 절도 3범의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으로 체포된다. 죽은 미카의 가방에서 발견된 그의 지문이 그를 범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쇼지는 범인이 아니다. 작가는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단순히 산에서 미카의 가방을 발견하고 돈만 꺼내어 갔을 뿐이다. 미카의 아버지 와타나베 쓰네조는 외동딸의 '사망 추정 시각'에 촛점을 맞추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고, 쇼지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취조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경찰과 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계된 모든 관리들은 쇼지를 범인으로 만들어버리고 1심에서 사형을 언도하기에 이른다.
가와이 도모아키. 국선 변호사인 그가 고바야시 쇼지의 항소심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쇼지에 대한 취조과정과 재판에서의 의문점들을 발견한 도모야키는 쇼지가 누명을 쓰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다. 물증을 찾아내기 위해 도모아키는 사망 추정 시각이 조작 되었음을 밝혀내게 되지만 그의 노력처럼 무고한 청년 쇼지의 결백을 밝혀내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쇼지와 도모아키, 권력과 거대 조직 간의 치열한 사투가 그렇게 계속된다.
유괴와 살인,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억울한 누명에 촛점을 맞춘다. 전과 3범, 피해자의 가방에서 찾아낸 지문,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으로 확정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범인이 아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그 무자비한 잔인성을 작가는 낱낱히 고발한다.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그렇다!로 단정짓는 우리 사회, 법치 국가가 가진 허울과 무자비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쿠 다쓰키. <사망 추정 시각>은 현직 변호사인 사쿠 다쓰키의 작품이다. 그는 소설가 지망생이었지만 소설 집필을 위해 읽던 '형사 소송법'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현직 변호사라는 장점은 이 작품속에서 드러나듯 사건의 수사, 취조, 재판 등에서 실감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 작가든 작품을 쓰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조사하고 공부하지만 현직 변호사만큼의 사실성과 전문성을 소설속에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을 '픽션'이라 부를 것인가? 나로서는 '다큐멘터리' 혹은 '리포트'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픽션'보다는 '다큐멘터리', '리포트'라고 부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픽션'이 더 어울릴듯 싶다. 아니 어쩌면 '논픽션' 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비춰지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의 존재를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 사건의 보다 깊숙한 모습과 억울한 누명의 과정을 듣게 된다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끊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논픽션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과 치밀함을 보여준 이 작품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 작품이 '픽션'으로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위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얽히고 설켜, 그것이 어떨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 P. 523 -
1, 2부로 나누어 짧은 단락으로 구성된 <사망 추정 시각>은 참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현직 변호사인 작가의 이력이 고스란히 작품속에 녹아있어 전문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우리 사회가 저지르고 있는, 권력과 조직의 공공연한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는 이들은 없는지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주변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렇게 '꼬인 새끼줄'이 한올 한올 풀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희망해본다. 원죄도 없고 거대 권력의 횡포로 무고한 이들이 아픔을 겪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본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한민국이 민주 공화국이며 법치국가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