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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꽤 생겼다. 옷빨도 받는다. 꽉 끼는 청바지에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다니면 연예인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땅한 직업이 없다. 스스로는 전업투자가라고 말하지만 주식 시세 곡선에 몸달아하는 백수다. 어쩌면 빨래 개키는 것을 누구보다 잘 하지만 그것 이외에는 딱히 잘 하는 게 없는 불량 주부, 아니 불량 아빠다. 아내는 없지만 그에겐 찬우라는 아들이 있다. 찬우는 공부를 잘 한다. 달리기도 1등이다. 학급에서 회장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모범 아들인 셈이다. 엄마가 없어도 구김살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밝은 아이가 아빠와 갈등을 빗기 시작하는데, 첫 번째 사건은 운동회에서 벌어진다. 얼떨결에 학부모 달리기 대회에 출전한 아빠가 꼴등을 한 것이다. 게다가 자빠지는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도. 운동회에 잔뜩 멋을 부리고 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찬우가 롤모델로 삼고 그린 아빠 그림에 경수가 ‘불량 아빠’라고 낙서는 아빠와의 화해를 이끌어가는 계기를 마련하며 갈등은 해소된다. 아빠는 누구보다 끔찍이 아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다. 아들과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아빠라 친구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학교 급식 도우미나 녹색 어머니회 교통안전 봉사도 결국은 아들 때문에 하게 된 거였다. 아내에게는 불량 남편이었고 할머니에게는 불량 아들인 아빠가 아들의 근심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고 아들을 살뜰히 아끼며 아들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을 겹치게 할 줄 아는 아빠라면 감히 불량 아빠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경수 아빠처럼 명문대 졸업하고 돈을 잘 벌어서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대신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없다시피하는 아빠가 결코 좋은 아빠일 수 없듯이. 흡사 만화와도 같은 소복이의 그림도 동화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찬우와 경수의 경쟁 심리를 링 위에 선 아빠로 묘사한 부분에서는 폭소를 멈출 수가 없다. 두 아빠와 아빠를 코치하는 두 아들이라니! 김경옥의 동화는 아동에게 하여금 보편적인 가족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며, 사회가 정한 잣대가 아닌,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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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이나 차림새가 불량아빠라고 마음도 불량아빠는 아니다. 불량아빠가 되고 싶은 아빠는 이 세상에 없다. 어쩌다보니 불량아빠가 된 것뿐이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못지 않고, 아이에게만큼은 멋진 아빠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찬우의 아빠는 잘사는 부모를 만난 덕분에, 자신의 꿈을 위해 멀리 떠나버린 아내에게 버림받고 어쩔수없이 찬우를 키우고 살아가지만, 찬우에게만큼은 친구같은 아빠이다. 잘난아빠에 돈도 많이 버는데 잘놀아주지 않는 아빠가 좋을까? 비록 불량아빠처럼 돈도 잘 못벌고 잘난 건 없지만 친구처럼 잘 놀아주고 아이를 이해해주는 아빠가 좋을까? 아이들에게 직접 묻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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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가을 운동회가 있던 날, 의외로 함께 온 아빠들이 많았다. 지금은 집에서 재충전하고 있는 아빠들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현재 실업상태인 아빠들이 많다. 큰 회사에서 일하다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아빠들. 그들은 이 책의 찬우 아빠와는 다른 입장일까? 찬우 아빠는 남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아빠다. 아들에게 '엄마는 아빠가 싫어서 떠난 거'라는 말을 듣는 조금은 불쌍한.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웃음이 났다. 너무도 건강하게 자라는 찬우를 보면서도,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씩씩한 아빠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우리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어 놓은 틀대로 움직일 것이다. 때론 일탈을 꿈꾸며 다른 삶을 시도하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래도 모두 그렇게 사니까 '하는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은 희망적이다. 자기를 사랑할 줄 알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결국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하니까. 그리고,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거라는 걸 믿게 하는 힘을 주니까. 이 세상을 살기 위해 어깨가 무거운 아빠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자아자!!! 하쿠나마타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