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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로 나와 마땅한, 장쾌한 스펙터클과 아름다운 풍광의 피처를 모두 갖춘 007 태초의 원형이다. 이후 20여 편이 넘은 속편이 제작될 수 있었던 힘은 전적으로 이 맏형의 엄청난 박력과 매혹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이 첫째 편은 차라리 이후 모든 속편의 예고편이자 압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언 플레밍의 원작 완성도를 (장르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압도하는, 촬영, 연기, 재치있는 대사, 음악, 모든 면에서 엔터테인먼트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웅변하는, 예술가의 부자연스러운 인상씀과 당치 않은 속물적 오만함 따위를 찾아 볼 수 없는, 재능과 센스 그 자체의 시원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종합 예술의 완벽한 가능성을 펼쳐 보인 예라고 생각한다. 냉전 체제의 사생아니 뭐니 하는 판에 박인 주술 같은 엉터리 주석도 근거 없는 것이다. 이 영화만 하더라도, 스파이 영화가 맞나 싶을 만큼 적국 소련애 대해 정중한 예의를 베풀고 있고, 오히려 세계 평화를 위해 공동의 적(시빌라이즈된 나치의 은유)을 손잡고 퇴치하자는, 극우의 시선에서 보자면 낯간지러운 sham peace를 선창하는 면마저 있다. 오락은 오락으로서 보면 츙분하고, 적용 범위도 넓지 않은 구시대의 (유사종교적) 도그마를 억지로 갖다 끼워 맞춰 봐야 현실과 지각 사이의 괴리에서 올 만한 정신병 증세밖에 얻을 것이 없다. 좋지도 않은 머리에 잔뜩 틀어박힌 선입견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원색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참맛을, 인간에게 부여된 오감으로 정직하게 향유하다가 갈 작정을 해도 시간은 부족한 법이다. 제임스 본드 역시 국가에 충성하는 캐릭터가 아닌, 인생 그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유형 아니었던가(엄청 교훈적인 영화였군 이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