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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 정말 Modern하다. 도시인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독과 소외의 심연을 모던 록을 통해서, 그리고 가장 도시적인 악기를 통해, 비애감 있는 목소리를 통해 형상화한다. 그래서 이 앨범은 과거란 거울을 통해 오늘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서있는 인간의 넉두리를 들려준다. 누군가 그랬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현재에서의 고단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행복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상향을 꿈꾸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과거를 아름답게 형상화하면서 과거의 그 때로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과거도 어딘지 모를 비애가 있는 듯 하다. [Intro]에서의 어딘지 모를 비애감은 그렇게 느껴졌다. 비를 무척 좋아한다. 비올 때, 종종 상념에 젖는 시간은 과거의 그때를 추억하게도 한다. 그래서 [다시 비가 오네]에서의 과거의 추억은 무척 일상적이면서도 매우 특별하다. 나의 현재 속에서 과거를 추억하며, 다시 모든 것들을 반추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현실과의 대비되는 과거는 어쩌면 현실의 나를 가장 고달프게 하는지 모른다. 빗소리를 통해 듣게 되는 자신의 고달픈 이야기들은 시간의 그윽한 향내 속에 자신을 내맡기며, 비애와 고독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는 가족도 소외시키나 보다. [Fat Boy], 사회에서 열등한 자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뚱뚱한 아이, 그것은 대유일 것이다. 고독의 심연엔 나와 함께 아무도 있지 않는다라기 보단 아무도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다라는 외면받는 심정이 있는 것이다. '문(door)'은 소통의 시작인데 그곳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Let me in'을 소리쳐보지만 결코 허락받을 수 없는 열등한 자의 소외감은 절규하는 듯한 보컬의 목소리를 틍홰 절실히 전달된다. 참 슬픈 노래다. 참 반어적인 노래다. [꽃순이 이야기]란 노래 말이다. 꿈만 꿀 것 같은 어린 소녀가 '문이 열리고 햇빛이 비치는 밖으로 나왔을 때 / 할머니가 되었네'란 가사는 좀 당황스런 내용이다. 하지만 꿈꾸는 그 동안은 어쩌면 인간의 허욕이 될수도, 그리고 진실한 꿈이 될 수도 있는 기긴이지만, 꿈이란 어휘는 언제나 결코 이루어지지 않다라는 의미를 담는다. 인간은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잃어버린 어릴 때의 꿈은 정말 꿈일 뿐이다. 실상을 알면서부터 느끼는 허망함, 그리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우는 참된 지식일 것이다. 참 이 음반, 모던 록이면서도 이젠 포크적인 것까지 노래한다. 그래도 어딘지 냉소적이면서도 또한 어딘지 모를 소원이 담겨 있고, 낭만적이면서도 너무 현실적이다. '아마도 엄마의 첫사랑은 아빠는 아니었겠지'는 어쩌면 엄마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다. 가사가 담은 인간의 한계의식을 느껴서일까? 아빠는 현실이고 과거의 남자는 이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가 느껴진다. 인간은 어쩌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라고 후렴을 하지만 결국 '나 좀 부탁해' 하는 넉두리처럼 들린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가장 이미지적인 노래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벌어지는 사랑이나 헤어지는 이별을 그리는 기법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회상, 정말 간단하면서도 인상적이다. Melodian의 음색은 무척 구슬프기만 하다. [Fades away],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모더니즘적인 내용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을 다시 보게 한다. 도시는 동화 속의 수풀도, 바다도 아닌, 바로 우리가 어렵게 살고 있는, 그리고 삶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받는 공간이다. 자동차 불빛도, 텅빈 거리도 바로 내 옆에 있는 것들이다. 'Fades away, everything around me fade away'란 가사는 그래서 사실이고 슬프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도시가 인간의 비애를 자극하는 공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색스폰 소리는 가장 도시적이다. 그리고 기억만을 남길 뿐, 그 무엇도 황폐화시키는 도시의 잔인함을 이 노래를 통해 너무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만 같다. [숙취 2010], 이제 다 지나가는 시간인 2010년의 노래란다. 환상적인 음악들이 흘러내리면서 라이 쿠더의 기타 소리를 연상시키는 기타의 소리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어제의 내가 난 기억이 나질 않네'라는 말, 차라리 이 말처럼 됐으면 좋겠다. '술잔 속에 비치던 어여쁜 너의 미소'는 확실히 과거형으로 행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재한 그것, 이것에 집착할 수록 현실은 가혹한 괴물로 화한다. 그래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 외면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과거와 공존하는 시간이며, 실패 이후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시간인 것이다. 정말 인간,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슬픈 인생을 지닌 존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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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홍대앞 상상마당에서였다. [ㄱ]이란 가수를 만난 건. 가수,라는 말보단 '아름답게 노래하는 해맑은 젊은이'라 해야 할까. 가수,라는 통칭은 그를 말하기엔 결코 적절하지 않으니까.
그의 낯빛만큼이나 맑은 그의 목소리에 눈과 귀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를 대면하여 코 앞에 앉아 노래를 들을 때, 영혼이 잠시 내 몸을 떠났다 느릿느릿 돌아왔다.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리의 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좋은 음향장비의 덕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 특별함이 있었다. 장조와 단조의 선율이 절묘하게 뒤섞여있다고 해야 할까. 그냥 보통말을 하는 목소리에조차.
목소리가 공기중으로 퍼져나가면 미세한 떨림이 내 솜털을 건드리고 솜털의 미동은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닿는데 그러면 출처가 불분명한 슬프고 따뜻한 기억이 피어난다.
음반은 실제 그의 목소리를 다 담지 못했다. (어쩌면 내 낡은 시디플레이어의 문제인지도!) 그래도 이 음반, 뛰어나다.
들어보자, 차근차근. 엮어보자, 두루두루.
[꽃순이이야기]는 참 밝은 노래다. 헤드뱅잉 살짝 해주며 듣는 게 좋다. 꽃순이는 꽃순이'들'의 노래이다. 아픈 역사를 담은. 노래의 말미에 할머니가 추임새를 넣었다. 백미이다.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책 <꽃할머니>를 읽으며 들으면 좋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좌절하게 만들지 않는다, 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뛰어넘는 감동이 있다. 소설이 슬픈 기운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면 노래는 밝은 기운으로 엄마의 존재를, 엄마와의 관계를 보게 한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를 엄마라..."라는 노랫말은 흥겨워 엄마의 생일날 약간 개사해 부르면 참 좋겠다. 한번 들으면 노랫말과 가락이 바로 귀에 들러붙는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목소리가 섬세한 곡이다. 특히, 새 담배에 불을 붙이는 동안... 이라는 노랫말. 누군가를 오래오래 떠올리며 더 오래오래 놓지 못한 사람이라면 담배에 붉은 불을 붙이는 그 짧은 순간이 그 누군가와의 숱한 기억을 한꺼번에 호명하는 세월임을 알 것이다. 이 곡은 혼자 있을 때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면 좋다.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커피를 준비해 머그잔에 담고 하얗게 피어나는 김에 코를 갖다댄 후 손으로 뜨거운 잔을 쥐고 반시계방향으로 돌려가며 혀가 안도할 정도의 온기로 식히는 그 시간 동안. 함께 들으면 잘 어울린다.
[fades away]는 이 음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다시 비가 내리네]가 메인타이틀이지만) 곡을 들으며 <인간실격>의 요조, 젊음을 무기력하게 탕진하는, 죽는 일이 힘겹고 서러운,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고 소설 말미에 말한, 아직 스물일곱인 요조가 어른어른거렸다. fades away everything around me fades away 이 노랫말이 메아리의 잔향처럼 귓가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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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을 뒤늦게 알게 되어 참 미안하다.
낄낄대며 웃지만 그냥 웃을 수 없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마치 찰리 채플린처럼.
그런 뛰어난 음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