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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 홈즈, 잘 지냈나?
홈즈 : 어, 이 친구...자네야말로 잘 지냈나? 잠깐, 오늘 자네 출근 안 했나? 평일 오전에 이렇게 불쑥 무슨 일인가?
왓슨 : 걱정말게 병원 문은 열려있고 나 말고도 의사는 있으니까.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서 짧게라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어제, 오늘 이틀 휴가중이네. 오직 나를 위한 휴가지.
홈즈 : 나하고 같구먼. 나도 요즘 휴가중이니까. 물론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하하.
왓슨 : 이유야 어떻든 평일 휴가는 특별히 계획하지 않으면 혼자 집에 남게 되지.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아내는 여러 사회단체 모임으로 바쁘고. 자연스럽게 혼자가 됐네. 여행을 떠나기엔 이틀은 너무 짧고 해서 어제는 책을 읽었네. 읽고 나니까 이것 저것 생각이 많이 떠오르더군. 어디가서 좀 떠들어야 겠는데 평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줄 친구는 자네밖에 없더군. 하하.
홈즈 : 좋아 좋아, 왓슨. 책과 친구는 인생의 좋은 휴식처지. 나도 요즘엔 아주 책에 빠져 사니까 말이야. 자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 책이 뭔가? 여기 앉아서 마음껏 이야기 해보게.
왓슨 : 고맙네, 홈즈. 난 짧지만 값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셈이군 그래. 하여간 내가 읽은 건 <석주명>이라는 인물에 관한 책이야. '열정의 나비박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네.
홈즈 : 석주명? 열정? 나비박사?
왓슨 : 그래, 홈즈. 자네도 생소한 이름일걸세. 요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석주명을 배우는 모양이야.
홈즈 : 언제적 사람인가?
왓슨 : 1908년에 태어나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10월에 죽었으니 인생의 대부분을 일제 강점기에 보냈지.
홈즈 : 그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 한국에 나비박사가 있었다고?
왓슨 : 그렇다네, 홈즈. 나는 석주명의 빛과 그림자 둘 다를 이야기 하고 싶네. 빛은 그가 이룩한 위대한 학문적 업적이지. 그림자는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오점이라네.
홈즈 : 음... 석주명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는지 들어볼까, 왓슨.
왓슨 : 석주명이 처음부터 나비에 천착했던건 아니네. 송도 고보 재학중이던 석주명은 덴마크의 황무지를 기름진 풀밭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달가스에게 큰 감명을 받고 조선의 농촌을 살찌우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 농학과에 입학한다네.
주명은 특히 덴마크의 낙농업에 관한 이야기에서 감명을 받았다. 국토가 좁은 데다 버려진 땅까지 많았던 덴마크. 북해 연안에 바닷바람을 막을 나무를 심어 쓸모없던 황무지를 기름진 풀밭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달가스. 그 땅에 젖소를 키워 세계 제일의 낙농업을 일으킨 덴마크 국민들. 주명은 낙농업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보았다. 주명이 농업학교를 택한 까닭은 바로 낙농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조선의 달가스가 되자!' 조국의 농촌을 살찌우겠다는 생각에 가슴에 한껏 품은 열여덟 살 청년은 1926년 3월 바다를 건넜다. <석주명> 44p
하지만 농학과의 축산 교수가 가르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석주명은 2학년이 되면서 뛰어난 2명의 교수가 있던 박물과로 옮기고 전공을 농생물학으로 바꾸었지.
홈즈 : 누가 가르치느냐가 참 중요하지. 지금처럼 엘리트 학교 교육시스템이 구축된 환경에서는 좋은 선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학교를 찾지. 하지만 지금도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교육시스템이 아니라 여전히 좋은 스승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하네.
왓슨 : 물론이지, 홈즈. 석주명이 나비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그를 아끼던 스승 오카지마 긴지 교수의 권유 때문이었네.
"자네 집에 돈 좀 있나? 살림에 여유가 있다면 학자로 나아가는 게 어떤가?" "학자라뇨? 대학 교수 자리가 어디 조선 사람한테까지 차례가 오겠습니까. 공연히 헛심만 쓰다가 말 텐데요." "이것 보게. 꼬 대학 교수만이 학자인가? 교수가 아닌 학자도 많아. 그리고 학자의 진정한 명예는 그 사람이 남긴 학문 업적에서 나오는 걸세. 학벌이나 교수라는 직함이 명예를 가져다 주는 게 아니란 말이야." "..." "자네 말처럼 조선인이 교수 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학문을 연구하는 일은 자유로이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학문에서 업적이란 것은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네." (중략) "자네, 조선 나비를 한번 연구해 보게." "조선 나비요?" "그렇다네. 조선 나비는 아직도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으니, 이제부터 거기에만 매달린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자네같이 성실하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 거야." (중략) "글쎄요, 너무나 갑작스런 말씀이라서..." "자네는 조선 사람 아닌가. 마땅히 남이 손대기 전에 자네 힘으로 조선 나비를 연구하는 게 옳지 않겠나. 내가 장담하건대, 십 년만 한 우물을 파면 틀림없이 자네는 조선 나비에 관한 한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 있을 걸세. 십 년만 투자하게." <석주명> 48~50p
물론 10년이 지난 후 석주명은 정말로 세계적인 나비 학자가 되었지. 그때가 1929년 봄이었으니 석주명의 나이 겨우 스물 한 살 청년이었네.
홈즈 : 석주명이 정말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는 증거를 좀 들려주겠나, 왓슨. 학계는 어지간한 연구 성과로는 세계적인 명성과 인정을 얻기 힘들지. 적어도 수년 간의 누적된 연구 결과가 있어야 하고 그 연구 결과가 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파장을 일으킬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잖나. 또한 학자가 속한 나라의 국력도 여전히 무시하지 못하고 말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
왓슨 : 알겠네, 홈즈. 하지만 먼저 석주명이 학문을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를 알면 그가 어떻게 그토록 지속적으로 연구에 미친 사람처럼 매진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걸세. 석주명은 학문이란 신에게서 받은 소명이라고 여겼네. 소명이라는 말에서 벌써 경건함과 비장함이 느껴지지 않나?
학문이란 신에게서 받은 소명(召命)이라고 여겼던 석주명. 학문에 대해 이처럼 경건한 자세로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소명을 완수하려했던 그의 영역. 이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석주명은 1931년부터 1950년 그가 죽은 해까지 20년 동안 수없이 많은 나날을 산과 들에서 보내며 나비들의 뒤를 쫓았다. <석주명> 77p
석주명은 새벽 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 적이 없으며 나비를 쫓아 국내외 합쳐 수십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여행을 했네. 웬만한 오지 여행가도 힘든 그 엄청난 여정을 그는 해냈네. 남북으로 나뉘기 전이었으니 그는 한반도 전역을 샅샅이 훓을 수 있었지. 몇 군데 살펴볼까. 한반도에서 철도가 지나는 곳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인 북계수, 한반도의 북극이라는 온성군 풍서동, 함경북도 러시아 접경에 맞닿아 있는 등대섬 난도, 한반도 최고봉 백두산, 두번째로 높은 관모봉, 원산, 묘향산, 개성, 서울, 덕적 군도, 금강산, 태백산, 토함산, 지리산, 한반도 가장 남쪽 마을 갈두, 흑산군도, 최남단 마라도, 한라산, 만주의 끝이자 시베리아의 시작점 만주리, 만주의 용정 지방, 흥안령, 홋카이도, 사할린, 타이완까지. 어떤가? 입이 딱 벌어지지 않나?
석주명이 변이 곡선 이론을 주창한 논문 <조선산 배추흰나비의 변이 연구>에는 1942년 발표한 세 번째 논문까지 합하여 물경 16만7천847 마리에 달하는 배추흰나비가 자료로 쓰였다. 석주명은 그 많은 배추흰나비를 일일이 자로 재어 앞날개 길이를 조사했다. 그는 언제인가 "나는 논문 한 줄을 쓰려고 3만 마리가 넘는 나비를 만졌다"라고 한 말이 조금도 허풍이 아니었다. <석주명> 116p
석주명이 <조선산 접류 연구>를 쓰면서 조사한 나비도 모두 20만1천367마리에 이른다. 그는 그 많은 나비를 한 마리도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아무리 불구인 나비일지라도 그것이 날 때부터 기형인지, 아니면 채집할 때 잘못해서 상하게 했는지를 잘 판별했다. 그리하여 날 때부터 잘못된 것만 따로 모아 기형 나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도 꽤 많다. <석주명> 124p
소명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홈즈.
홈즈 : 일에 몰입하는 건 나와 비슷하군. 다만 내 경우에는 소명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네만...
왓슨 : 그렇긴 하네. 자네도 탐정이 천직이지. 100년이 넘도록 전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까. 나는 탐정이 아닌 셜록 홈즈를 상상해 본 적이 없어, 하하. 하여간 석주명은 그 소명을 좇은 결과 스물아홉이 되던 1937년까지 나비 연구를 시작한 지 7년동안 자그마치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다네. 석주명은 자신이 주창한 나비 연구의 핵심인 '변이 곡선' 이론에 따라 1936년과 1937년 <조선산 배추흰나비의 변이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개체 변이의 범위를 정확하게 밝혀냈지. 뿐만 아니라 '수놈 한 마리를 그 종의 본보기로 삼자는 국제 명명규약은 잘못되었으니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개체의 평균치를 내어 그 종의 본보기로 삼자'는 석주명의 주장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지지를 얻었으며 오늘에 이르러서는 상식이 되었네. 그리고 마침내 나비 연구 10년만에 석주명의 이름을 세계에 드높인 <조선산 접류 총목록>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나비를 250종으로 확정하는 엄청난 일을 이루었다네. 그 이전까지 외국 학자들이 마구잡이로 붙여놓았던 한국 나비에 대한 동종이명을 석주명은 무려 844개나 없앴다네. <조선산 접류 총목록>은 지금도 한국산 나비를 연구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할 고전이요 교과서가 되었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석주명은 당시 세계에서 30여명 밖에 되지 않았던 만국 인시류(鱗翅類, 나비와 나방)학회 정회원이 되었네. 서른 두살의 조선 중학교 교사 석주명이 백발이 성성한 서양과 일본의 대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인 학자로 올라선 것이지.
홈즈 : 왓슨, 정말 한 인간이 삶 전체를 던져서 빛나지 않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래. 석주명이 그 작은 나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져 넣어 이룩한 것을 보면 말이야. 그야말로 나비효과로구만.
왓슨 : 그렇지? 홈즈. 석주명은 나비연구 말고도 제주도 연구에 심취하여 제주도의 인구, 문헌, 사투리, 곤충, 민속을 조사한 <제주도 총서> 6권을 써내 제주도 박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네. 또 만국공통어인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열렬한 전도사였지. 이렇게 유능하고 촉망받던 나비박사가 1950년 10월 6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립과학관 재건 회의에 참석하려고 가던 중 술을 마시던 청년 패거리들에게 인민군으로 몰려 총탄을 맞고 유명을 달리했다네.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지.
홈즈 : 정말 어처구니 없군. 말이 나오지 않으이...
왓슨 : 홈즈, 이제 석주명의 빛을 봤으니 그림자를 볼 차례네.
홈즈 : 그래, 자네가 일과 가족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했지.
왓슨 : 그렇네. 자네도 말했듯이 한 인간이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한 가지에 쏟아넣는다면 이룩하지 못할 일은 없지. 하나의 학문분야에 천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과 열정, 경제적인 여유, 시간의 자유가 아니겠나. 석주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네.
첫째 이런 연구가 제대로 되려면 자유로운 시간과 넉넉한 경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자연과학계는 예술과 달라서 천재적인 자질보다 꾸준한 노력이 성공의 어머니라고 믿습니다. 노력, 경제적 여유, 시간의 자유라는 세 가지 조건을 삼위일체로 갖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 1937년 3월 27일자 조선일보 석주명 인터뷰 기사 중에서 <석주명> 131p
그런네 말이야 홈즈, 석주명은 가족이 있었네. 석주명의 어머니는 황소를 팔아서 영문타자기를 사줄만큼 아들을 위해 헌신적이었네. 그건 어머니이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석주명이 학자로서의 성취라는 빛을 받는 동안 그 그림자는 아내에게 길게 드리워져 있어지. 석주명은 학자로서 세계적인 업적을 이루었을지는 몰라도 남편과 아버지로서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고 말았네. 학문에 최고의 가치를 둔 석주명이 나비에 미쳐 한반도의 산과 섬을 구석구석 쫓아다니고 밤늦게 연구실에서 돌아왔으니 정상적인 가정 생활이 됐겠나? 부인 김윤옥이 가계를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느라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와 현실적인 고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이혼은 당시 사회 정서상 지금보다 훨씬 힘든 것이었겠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종착역이었지.
식구와 한가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지내는 것도 그에게는 아껴야 할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결혼을 하고서도 그는 집에 있는 시간을 자기 서재에서 보내려고 희한한 수단을 생각해냈다. 서재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안방과 연결하는 벨을 달았다. 그 벨은 그가 볼일이 있어 아내에게 무엇을 요구할 때만 쓰이는 일방통행식 연락수단이었다. 남편이 물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면 부인이 물그릇을 서재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가 방문을 열고 그것을 가져다 마시고 방문 밖에 내어놓는다. 식사도 마찬가지. 툭하면 식사 시간을 잊고 연구에 빠져든 남편을 부인은 절대 재촉해서는 안 되었다. 그저 조용히 방문 밖에 밥상을 차려다 놓을 뿐이다. 남편은 하던 일을 일단락 짓고 시장기를 느꼈을 때 비로소 밥상을 안으로 들여다가 혼자 먹었다. <석주명> 145-146p
석주명은 아내란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학문을 가정보다 윗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고등 교육을 받은 아내는 좀 더 가정적이고 사교적인 남편을 원했다. 게다가 석주명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는데도 나비 채집에 돈을 쓰느라 늘 쪼들렸다. 아내는 하루 이틀이 아니고 10년 넘게 계속된 그러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을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가정을 돌볼 줄 모르는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탓했다. 석주명은 부인을 학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돈타령만하는 속물이라고 몰아붙였다. <석주명> 205p
홈즈, 자네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다면 자네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홈즈 : 물론이네. 나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닐세. 나는 어느 정도 이기적이고 아주 합리적인 사람이라네. 내가 가족을 꾸렸다면 현재 누리고 있는 세계적인 명성은 물 건너 갔을 걸세. 하지만 나는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네. 내가 남편과 아버지로서 얻지 못하는 행복과 기쁨을 나는 내 일을 통해 마음껏 누리고 있다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석주명이 내게 일과 결혼에 대해 물어 왔다면 나는 그의 결혼을 적극 반대했을 걸세. 하지만 당시의 한국 사회의 문화에 비추어 석주명이 결혼을 하지 않기란 어려웠을 걸세.
왓슨 : 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군. 석주명이 아주 조금의 시간을 내어 나비가 가진 본래 가치를 가족들과 함께 나누었더라면 아내와 이혼에 이르는 파국은 면했을텐데 하는.
홈즈 : 그게 무슨 말인가?
왓슨 : 홈즈 자네 뭔가 수집해 본 적이 있나?
홈즈 : 내가 수집하는 거라고는 범죄관련 사건들이지. 하하
왓슨 : 나는 말이야. 중학교를 다니던 3년간 우표를 수집한 적이 있다네. 기념우표가 발행되는 날이면 우체국에 가서 길게 줄을 서서 사기도 했지. 그렇게 얻게된 우표를 우표첩에 고이 넣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며칠 동안 아침 저녁으로 그걸 꺼내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곤했다네. 그런데 말이야 홈즈, 그렇게 우표첩으로 들어간 그 우표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다네. 우표는 본래 편지나 엽서에 붙여 사용하지. 우편요금을 지불했다는 표로 말이야. 하지만 우표수집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게. 우표첩에 수집된 우표를 편지나 엽서에 붙이는지 말이야. 수집된 우표는 컬렉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그건 우표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전시·관람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기도 하고 보존· 전수를 통해 역사적 가치가 부여되기도 한다네.
홈즈 : 왓슨, 자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내가 말해 볼까?
왓슨 : 그걸 짐작했단 말인가..
홈즈 : 하하, 추리하는 것이 내 직업아니던가.
왓슨 : 말해 보게.
홈즈 : 자네는 본래 가치와 재창조된 가치를 말하고 싶은 거야. 그렇지 않나? 석주명은 평생 수십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하고 표본으로 만들었겠지. 채집된 나비를 분류하고 정리함으로써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경이적인 업적을 이뤄냈고 말이야. 석주명의 업적은 본래 가치가 배재된 나비들로 재창조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네. 그렇다면 나비가 가진 본래 가치는 무엇일까? 그건 말이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꽃가루를 옮기는 것, 우아한 날개짓으로 사람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 아이들의 가슴에 무한한 꿈을 심어 주는 것이지. 가까운 곳으로 나비 채집을 갈때 아내와 딸을 데리고 가서 한두 시간 정도만 도란도란 나비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라면, 집 가까이 날아든 나비를 딸에게 살갑게 가르쳐 주었더라면, 아름다운 꽃이 피면 나비의 수분을 이야기하며 모든 꽃들에게 나비는 희망이라고 얘기하는 나비박사였더라면 석주명은 나비의 본래 가치와 재창조된 가치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
왓슨 : 빙고. 홈즈, 역시 대단하네. 아,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군.
홈즈 : <석주명> 이야기는 실컷 했나보이. 배고픈 게 느껴지는 걸 보니 말야. 어서 가서 가족들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가지게. 5월에는 함평 나비 대축제에 가족들과 함께 가보도록 하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거야. 이제 난 즐거운 혼자 만의 시간을 즐겨야 겠네.
왓슨 : 오늘 정말 즐거웠네. 속이 후련하군. 책을 읽고 나면 자네가 내게 늘 브리핑하는 이유를 오늘에야 알았네. 고맙네,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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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명, 열정의 나비박사
3. 석주명의 삶과 우리나라
4. 우리나라 지도에서 평양, 개성, 서울이 어디인지 찾아볼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