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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여행 안내서중 하나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동안 책을 통해 내가 만난 하창수의 이야기라면 좀 더 그럴듯한 여행 길잡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펴 들었다. 비록, 그가 곳간에 쌀이 바닥나서 쓴 것일지라도...
사람, 그리고 본질이라는 것에 침잠해 온 소설가 하창수의 여행은 역시 그런 것이었다.
마치 우화나 고사 한토막처럼, 신화를 읽듯이, 산사의 선문답을 풀어놓은 듯 그의 여행 이야기에는 일상과 관념을 한꺼풀 벗겨내는 신랄함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버지의 그림, 백이숙제의 고사에 다름아닌 무결선생의 무결점,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아버지의 꽃 등등. 눈시울이 뜨거워지거나 가슴 한켠 울컥 뭉쳐지는 부끄러움, 혹은 미안함을 발견하면서 어느새 나는 이야기꾼 하창수의 세상으로 끌려들어가버렸다. 거기다 세상을 떠받칠 기둥을 깍겠다며 허풍을 치다가 하나뿐인 도끼(?)를 얻어 결국 설총을 낳았다는 원효의 이야기가 떠오른 '쥐의 나라'에 이르러서는 1300년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자유롭게 꿈꿀 수 없는 현실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여행이란 일상 밖의 세상을 거니는 것이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 배경, 현실에 놓인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숨막히는 일상, 관념밖을 경험하고, 상상이나 공상, 때로는 망상일지라도 신선한 바람과 만난다. 하여 조금 뻥을 치자면 면벽의 자세로 표상의 장막 뒷편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과 자아를 깨닫고자 하는 손쉬운, 즐거운 방법이다.
그러면서도, 여행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잘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유와 여건, 핑계에 꽁꽁 밖묶여 사는 사람들에게 하창수의 이야기 책 '여행'은 간편하면서도 색다른, 아니면 유익한 '떠남'의 기회를 베풀어준다.
책을 읽으며 내내 그가 책머리에 담아놓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길을 떠나는 사람, 길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화두'의 해답을 구하려 하였다. 감히 이르노니 '정확한 눈금을 가진 자(尺)'를 가지지 않은 자(者), 누구든 길을 떠나라. 내 밖으로.
책을 덮으며 다시 내게 돌아온 내 머리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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