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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시절에 꼭 읽고 싶었던 책이 세 권 있었다. 그것은 김내성의 <쌍무지개 뜨는 언덕>, 최요안의 <남궁동자>, 김광주의 <소년 선인전>이었다. 당시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던 벽지의 중학교였던 모교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교장실 앞 복도에 책장이 있었고, 그 속에 몇 백 권 정도의 책이 있었다. 그 책들은 대부분 어렵거나 표지가 우중충하여 큰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책들이 있었으니 바로 100권의 학원문학전집이었다. 그 책들은 당시 유일한 학생잡지였던 학원사에서 펴낸 소설이나 동화집으로 되어 있었다.
학원문학전집 중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이었다. 이 책들은 점심시간에만 대출을 해주었는데, 그야말로 쟁탈전을 벌이다시피 하였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은 물론 라디오마저 사치품에 속하던 당시인지라 당시 학생들의 대표적인 취미가 독서였던 듯하다. 그 유명한 <얄개전>을 중학 시절에 읽었으니 나도 얄개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보기 위해 점심까지 굶으면서 도서함 앞으로 달려갔지만 3년간 읽지 못한 책이 위의 세 권이었다. 3년간 차례가 오지 않았다기보다 많은 학생들이 읽다 보니 책이 파손되거나 분실되었던 듯하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저 책들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갔다. 소년기를 벗어나기도 했을 뿐더러 다른 할 일도 많았던 지라 소년소설을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 아련한 향수같이 저 책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 나는 저 책들을 모두 구할 수 있었다. 이웃의 누군가가 이사를 가면서 버리는 짐 중에 발견했던 것이다. 물론 학창 시절에 읽고 싶었던 학원문학전집들은 아니었다. 학원사의 판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서, 그 책들은 절판이 되었다. 그 뒤 금성출판사에서 1990년대에 '소년소녀 한국문학전집'이란 이름으로 학원문학전집 대부분을 복간한 것이다. 이사를 가는 이웃은 금성출판사의 전집 50여권을 버렸는데, 그 속에 위 세 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쌍무지개 뜨는 언덕>, <남궁동자>, <소년 선인전> 등의 제목을 보면서 몇 십 년만에 동창회에 가서 어린 시절의 동무들을 만나는 듯 가슴이 설레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 얼마 동안은 생경했다. 학창 시절에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라도 지금 보면 말투나 화면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딘가 현실감이 떨어졌다. 이제 보니 사건마다 우연성이 심한 듯도 하고, 내용이 신파적으로 과장되게도 느껴진다.
현 시점에서 보면 현장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입학식 일정이 3월이 아니고 4월이었으며, 무시험이 아니라 입시를 치르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전차가 다니고, 초등학생과 중학생 또래의 소년과 소녀들이 신문을 팔거나 구두를 닦았다. 아마 지금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고전소설을 대하는 듯 힘겨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감동적으로 읽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마을에는 가끔 유랑극단이 찾아 왔다. 그들은 <홍도야 우지마라>, <원한의 육혈포> 등의 신파극을 공연했는데 입장료는 무료였다. 대신 막이 끝날 때마다 만병통치약 같은 것을 팔곤 했다. 약이 어느 정도 팔려야 다음 막이 올라가기때문인지 약을 사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 때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극속의 악당을 보면서 흥분을 하면서 두 주먹을 흔드는 어른들을 자주 보았다. 그 시절에는 그런 어른들이 우습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든 탓일까? 이 책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맺혔으니….
이 책은 지금 초등학교나 중고교에 다니는 소년과 소녀들보다는 과거에 중학입시를 치른 장년 세대에게 더 공감이 갈 듯하다. 가요무대를 보면서 향수에 잠기거나 눈물이 맺히듯 그런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읽은 책은 <맑은 책>에서 펴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용은 같을 것이고, 편집이나 장정은 더 세련되었을 테니 더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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