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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선옥 # 한강 10명이 넘는 작가가 자신들의 글을 실었습니다. 그를 소개하는 짧은 글은 평론가나 동료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데, 이 글조차 좋습니다. 한 문장으로 누군가를 설명하는데 그게 그 사람의 글쓰는 모습 혹은 글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읽은 글은 공선옥 작가였습니다. 왜 그녀의 글이 생명력 가득한가, 왜 그렇게 방향성이 정확한가. 어쩌면, 삶의 모든 순간 뭔지 모르지만 그것에서 자유롭되 좋은 방향으로 이끈 모든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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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소설 3[지은이 박상우 외, 펴낸 곳 ㈜도서출판 강, 360쪽]을 읽고
자전소설. 자기의 생애나 생활 체험을 소재로 하여 쓴 소설이다. 소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작가의 의도대로 꾸며서 기술하며, 삼인칭을 사용하여도 무방 하다는 점에서 자서전과 다르다. 이 책, 자전소설 모음집 3권은 2010년 11월에 출간되었다. 구독 이유를 말하라면 다들 알다시피 한강이 그 이유다. 가장 먼저 목차를 살펴보게 된다.
박상우 우주의 다리를 건너 함정임 문어(文魚)에게 물어봐 공선옥 멋진 한세상 김도연 이별전후사의 재인식-그녀와 그의 연평해전, 그리고 즐거운 트위스트 한강 아홉 개의 이야기 박성원 분열 정영문 파괴적인 충동 김현영 옆방의 옆방은 옆방 권지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이기호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천운영 모퉁이
그중에서 박상우, 김도연, 한강, 이기호 작가의 글을 중심으로 읽어 나갔다. 먼저 박상우를 만나보자. 1958년 여름에 세상에 태어났으니, 나는 별다른 감회가 없으되, 세상 사람들은 으레 “아, 오팔 년 개띠!”라며 새삼스런 눈빛으로, 아니 수상쩍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무슨 저주의 마술이라도 걸렸다는 말인가? 듣는 사람들은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섯 살 때 첫사랑을 경험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내내 한 여자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죽음이라는 버거운 관념을 부둥켜안고, 청춘이라는 관념을 부둥켜 안고, 인생이라는 관념을 부둥켜안고 충혈된 눈으로 앉아 있어야 했다. 잠들지 않는 열아홉,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온전하게 내 것이 되지 않던 무렵이었다. 나는 대학에서도 사 년 내내 시를 전공했다. 80년 5월, 나는 교생 실습생이 되었다. 58년 개띠들의 운명은 언제나 갈림길 이었다. 시위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체제 실습도 할 수 없었다. 이듬해 나는 군에 입대했다. 그때 나는 소설을 쓰기로 작심했다. 학교를 휴직하고 나는 일 년 동안 경의선 열차가 지나다니는 철로 변의 백마라는 시골 마을에서 소설을 썼다. 1988년 10월 26일, 시해당해 세상을 떠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삿날, 소설 당선 통지서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나는 십 년 동안 작가적 갱신을 위한 충전의 세월을 보냈다. 소설은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내야 하는 지난한 마라톤이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인간과 인생에 대해 탐구하고 고심한다. 이 세상의 모든 소설이 그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생을 다루지 않는 소설은 없다. 이렇게 박상우는 소설가로 살아왔다. 소설을 쓰며 살아왔다.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어, ’이제 나는 문학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은 인간과 인생을 캐는 한 자루의 호미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한강의 ’아홉 개의 이야기‘를 듣는다. 첫사랑 많이 아파? 아니 많이 아프면 아프다고 그래. 조금밖에 안 아파. 바람 아직 어두울 때 그녀는 떠났다. 그녀는 계속해서 걸어갔다. 흰 입김이 불꽃 처럼 너울거렸다. 낡은 스카프가 바람에 쓸려갔다. 외투가, 여윈 몸뚱이가 바람 속으로 풀어졌다. 점점이, 흔적 없이 흩어졌다. 푸른 산 이따금 그녀는 같은 꿈을 꾸었다. 꿈뿐 아니라 생시에서도 그녀는 이따금 그 산을 보았다. 운무에 가려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푸른 산. 달빛 여자는 허리를 수그렸다. 남자가 잠결에 쓸쓸해질까 봐. 어깨뼈 기억나?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순간. 자유 새벽녘 꿈에 여자는 낯선 밤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여자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그 낯선 꿈의 서늘함이 아니라, 별 환한 그 길 위에서 자신이 느꼈던 자유였다.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가 깊은 밤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 같다는 말을 남자는 하지 않았다. 서쪽의 숲 숲은 서쪽으로 펼쳐져, 무성한 나무들의 잎사귀들이 저녁 역광을 받으며 이리저리 몸을 뒤집었다. 들큼한 열매의 즙을 삼키는 동안, 그들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세월 돌아가자. 팔을 풀며 그가 말한다. 그녀는 묻는다. 돌아가는 길을 모르잖아? 그래, 몰라. 그럼 돌아갈 수 없는 거잖아. 이렇게 한강의 ’아홉 개의 이야기‘를 읽고 김도연의 작품을 또 펼친다. 굳이 ‘자전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작품을 쓰는 일이 작가의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겠다. 작가에게 맨얼굴을 드러내라고, 작가의 실체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니 그렇겠다.
[뒷이야기] 문예지 문학동네에서 ‘젊은작가 특집’의 일환으로 기획된 ‘자전소설’은 자전소설 1―축구도 잘해요, 자전소설 2―오, 아버지, 자전소설 3―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자전소설 4―20세기 이력서이다. 김사과, 정한아, 윤이형 등 신인 작가부터 하성란, 김연수, 박민규 등을 비롯하여, 이혜경, 성석제, 방현석 등 중견작가까지 지금 한국소설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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