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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름이 생각나는 일본 작가가 10여 명이 넘는 것을 보면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나도 참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책들을 접해본 것 같다. 그중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작가를 하나 꼽아본다면 누굴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이다. 그의 작품은 <칼에 지다>,<사고루 기담>,<철도원>,<슬프고 무섭고 아련한>등 네 편을 읽어 봤는데 모두 다 읽고 나서도 쉽게 가시지 않은 여운에 책을 바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의 글은 솔직히 편하게 읽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 그의 책을 펼쳐 들면 책 첫머리부터 가슴이 아려오는 것이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한 자리에서 꼼짝없이 벌을 서야 하고, 다 읽고 나서도 조용히 물들어 오는 아련한 슬픔에 한 참을 멍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나에게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그런 작가이기도 한 것 같다. 이번에 만난 그의 단편집 <저녁놀 천사(원제 夕映え天使/노블마인/2010년 5월)>도 이 책을 읽으면 분명히 가슴 아플 것을 알기에 받고 서도 한참을 책장에 꼽아두고 몇 번을 꺼냈다 다시 꼽아두게 되었던, 결국 망설임 끝에 읽고 나서는 역시나 가슴이 아파오고 멍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 그런 책이었다.
책에는 아사다 지로 아니면 누가 과연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까 싶은, "아사다 지로 다운"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저녁놀 천사>는 쇠락해가는 도쿄 뒷 골목 시장 작은 라면집에 찾아온 어느 여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팔십 세가 넘는 노인과 중년의 아들 “이치로”, 두 홀아비가 운영하는 작은 라면집 “쇼와 식당”에 재작년 여름 초라한 행색의 한 여인인 “준코”가 찾아와 의탁하게 된다. 아버지는 그녀를 홀로 사는 아들의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하고, 아들 또한 가슴 한 켠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지만 그녀는 6개월 지난 새해 벽두에 쪽지 한 장 남겨놓지 않고 잘 있으라는 인사 한마디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그로부터 일년 후 왠지 헛헛한 정월 연휴를 보내던 중 아들은 지난해 11월 30일 발견한 신원불명자의 시체에서 쇼와 식당의 성냥이 발견되었으니 경찰서로 와서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경찰이 들려주는 인상착의가 바로 사라지기 전 “준코”의 모습임을 알게 된 아들은 아버지께는 고등학교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져 병문안 간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고 경찰서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를 아는 또 다른 남자를 만난다.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함께 타고 돌아가던 이치로와 그 남자는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놀을 보면서 마치 천사같았던 그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마치 최민식 주연의 영화 "파이란"의 원작소설이었던 <러브레터>가 오버랩되는 이 단편으로 인해 누워서 읽기 시작했던 자세가 어느새 똑바로 앉게 되고, 그러고 두 시간 넘게 화장실 한번 가지 못하고 나머지 단편, 즉 부모가 이혼한 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히로시의 이야기인 <차표>, 정년을 맞이한 회사원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담은 <특별한 하루>, 역시 정년을 앞두고 강제 휴가를 떠나 여기저기 여행하는 노년의 형사 이야기인 <호박(琥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던 하얀 집의 소녀와 자신의 친구와의 만남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언덕 위의 하얀 집>, 훈련 중 깊은 한속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나무바다의 사람>을 내처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 여운에 앉은 자세를 풀지 못하고 멍하니 책 표지와 안의 페이지들을 들여다 보다가 발끝이 저려오는 걸 느끼고서야 그만 자세를 풀게 되었다. 한 편 한 편이 참 잘 쓴 글들이라 딱히 어느 것이 뛰어나다를 말할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녁놀 천사>와 <차표>가 가장 좋았고, <특별한 하루>의 반전도 왠지 그답지는 않지만 꽤나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자전적 소설이라는 <나무바다의 사람>은 괴이하기까지 한 이야기로 결말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역시 그다운 글솜씨를 맛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아사다 지로가 벌써 머리가 반 이상 빠지고 귀밑머리가 하얗게 새버린 60세의 노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니 그런 분이 이렇게 가슴 한 켠이 뻐근해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의 마음을 여느 여성작가나 젊은 작가 이상으로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지 영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가 요미우리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그런 변화는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겠죠. 왈칵 감동하는 작품이 아니라 독자에게 ‘왠지 문득문득 떠오르는 은근한 소설’이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처럼 이 책에 실려 있는 여섯 편의 단편은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들지는 않지만 다 읽고 나서 쉽사리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책을 다시금 처음부터 열어보게 만드는, 그리고 앞으로 이 작품을 문득문득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아파오는 기분을 저절로 느끼게 되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사다 지로, 내가 아는 일본 작가들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평가는 이 작품 때문에라도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 같다. 마음이 불편해질까봐 읽지 않았던 그의 다른 작품들을 하나 하나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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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 데뷔를 한 아사다 지로는 여느 일본작가들처럼 무척이나 다작을 한 편이다. 특히, 아사다 지로의 경우엔 단편도 꾸준하게 집필했기 때문에, 단순히 책의 권수만으로 그의 작품세계의 스펙트럼을 가늠할 수 없다.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해서였을까? 아사다 지로는 초기작들부터 담담하게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듯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의 작품세계를 통틀어, 가장 명징한 주제의식을 담고있는 인물은 주로 '아버지' 이다. 아버지나, 할아버지. 다시 말해서,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부성애' 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철도원' 부터 엄청난 두께감의 볼륨을 자랑하는 장편인 '칼에 지다' 까지, 그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뤄진다.
아사다 지로의 최근작인 소설집 [저녁놀 천사] 는 기존의 그의 작품들에 비해 보다 경쾌하고 즐거운 느낌이다. 소설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저녁놀 천사' 부터 기존의 아사다 지로의 작품치고는 뭔가 미스테리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원래 인생이 미스테리한거거든!" 이라고 말한다면 반박할 말은 없지만, 작품이 한 편 한 편 넘어갈 수록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특히 작품집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호박' 을 시작으로, '언덕 위의 하얀 집' 은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와 '퓨전' 을 한 느낌까지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좀 더 원숙해져서, 문장안에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담을 수 있게 되면, 그런 작품이 나올 것만 같다고나 할까?? 이야기 전체를 뒤덮는 따뜻한 시선속에,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반전으로 가벼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나무바다의 사람' 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를 연상케 하는 관념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있다. 역시, 아사다 지로만의 따뜻한 문장들 속에서 몽환적인 느낌들이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느낌을 안겨준다.
내가 '일본 문학' 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가들이 몇 명 있다. 나쓰메 소세키와 아사다 지로, 가 그 둘이고, 온다리쿠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 다음 둘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스러운 담백하고 절제된 감정을 다루는 문장에 익숙하다면, 아사다 지로는 역시 담백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문장이 매력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건조하고 딱딱하며 기계적인 묘사에 강하다면, 온다리쿠는 아사다 지로와 비슷하게 감성이 풍부한 문장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아사다 지로도 어느덧 환갑을 넘어섰다. 그래서인지, 그의 문장들은 더더욱 담백해졌지만, 그의 문장들은 더욱 절절해졌다. 거칠 것 없이 감성을 쏟아낸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들이 단어마다, 묘사마다 듬뿍듬뿍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하는 듯 해 보여서 괜히 기분이 좋다. 왠지, 작품을 통해 "인생은 60부터!" 라고 외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언제나 나이도 더 먹고, 경험도 더 풍부해졌을때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난 고작 20살때 '철도원''백중맞이' 같은 작품을 보면서 기찻길의 정경과 가난한 탄광촌의 장면들을 읽으며 아련한 향수를 느꼈지만 말이다. (그래, 솔직히 난 아주 조숙한 편이었다.ㅋㅋㅋ) 하지만, 이 작품집이라면 보다 어린 독자들에게도 쉬이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너무 잔잔해서 좀 지루해.'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 하다.
젊은 작가가 나와 함께 성장하면서 보다 뚜렷한 색채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읽는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작가가 늙어가면서도 보다 부드럽고 유연해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정확히 두 부류로 나뉜다. 보다 편협해지고 완고해지던지, 보다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진다. '아사다 지로' 라는 사람의 인격이나 됨됨이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확실히 보다 부드럽고 유연해졌음은 확실하다. 지금부터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문학세계가 더욱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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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추억 - 『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사람들은 가끔씩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긴다. 그러한 추억 속에는 즐겁고 따뜻했던 경험들도 있지만, 아프고 슬픈 경험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픔마저 회상하게 되는 이유는, 한 사람의 인생은 다양한 기억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인생은 기억의 집합체다. 살아온 순간순간이 모여서 삶의 모습을 형성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은 과거의 자신들이 모여서 남긴 잔상이다. 추억이 소중한 이유는 그 속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녁놀 천사』는 그러한 추억 속에 남아있는 인생의 참된 모습들에 대한 짙은 회상으로 가득한 작품집이다.
『저녁놀 천사』는 『철도원』으로 유명한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작품집에 담긴 6편의 소설들에는 추억 속에 남겨져 있는 사람들과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들이 담겨있다. 늙은 아버지와 중년의 아들이 운영하는 변두리 라면집에 나타나 그리운 추억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여자, 차표 뒷면에 립스틱으로 쓴 전화번호만을 남기고 가버린 엄마, 특별한 하루를 일상처럼 보내기로 마음먹은 정년의 남자, 공소시효 일주일을 남긴 범인과 그를 찾아온 정년퇴직 전의 형사, 꿈처럼 다가오는 어린 시절 하얀 집 소녀의 추억을 간직한 남자, 존경하던 작가의 자살 때문에 군에 입대했던 청년이 훈련 중에 마주쳤던 의문의 남자. 6편의 소설 속에는 한 사람의 인생 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추억들로 가득하다.
아사다 지로는 출간하는 작품마다 크게 인기를 모으는 대중적인 작가이다. 그가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받는 이유는 특유의 문학적인 색깔에 있다.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문학을 지향하기보다는 대중들이 공감하기 쉬운 주제와 문체로 친근감이 있게 다가선다. 게다가 특정한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문학을 보여준다. 감성적인 소설은 물론이고, 역사소설이나 괴담문학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폭넓은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다. 『저녁놀 천사』는 그중에서도 작가의 가장 중심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철도원』으로부터 이어지는 감성적인 소설의 절정을 보여준다.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절제된 감정과 문체로 따뜻하고 뭉클하게 표현한다.
『저녁놀 천사』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그림자로 가득하다. 「나무바다의 사람」에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만, 다른 작품들에도 그러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저녁놀 천사』는 작가의 문학적인 회상을 담은 작품집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나, 혹은 자신의 인생이었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단면들이 소중하게 갈무리되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 작품집이 단순히 추억에 대한 회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별한 하루」같은 작품에는 의외의 반전이 담겨있기도 하고, 「나무바다의 사람」은 괴담이나 환상 문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 작품집이 그저 추억이라는 주제가 담긴 소설집으로 머무르게 만들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통하여 다층적인 가치를 부여하려 시도한다.
문학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추억과 만나는 통로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저녁놀 천사』는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통로의 끝에는 기쁨만이 아닌 슬픔도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인생은 그러한 다양한 감정들과 기억들이 만나 이루어진다. 『저녁놀 천사』는 독자들에게 인생과 추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소중한 문학적 체험으로 남으리라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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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는 '몰락한 명문가의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읽히는 단편 '나무바다의 사람'의 내용에 존경하는 작가(아마도 '미시마 유키오'인 듯)의 자살을 계기로 자위대로 입대한 사연이라든지 군대용 노트를 '달달한' 연애소설로 채웠다는 일화를 보면 그는 운명처럼 작가를 꿈꾸어 왔음에 틀림없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평판답게 그의 소설은 서사가 풍부하여 지루하지 않다. 비록, 통속적인 '신파 정서'가 다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는 참으로 다채롭다. 심지어 야쿠자 노릇까지 했을 정도로 남다른 젊은 시절을 보낸 그의 인생 경험이 이에 어느 정도 일조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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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지로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로도 만든 <철도원><러브 레터>의 원작가로 더 유명하다. 나 또한 영화로만 그의 작품을 봤고 아사다 지로 그의 작품은 <가스미초 이야기> 다음으로 두번째 읽은 책이 <저녁놀 천사>다. 스릴넘치는 이야기 또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어도 잔잔한 글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글을 쓰는 작가 아사다 지로 일본작가로는 아사다 지로가 호수처럼 잔잔한 글을 쓰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아닐까 한다.
저녁놀 천사 제목이 참으로 고운 책이다. 내용 또한 저녁놀을 닮았다. 저녁놀 천사는 나이들어 찾아온 사랑 이야기를 , <차표>는 엄마의 그리움과 윗층 아줌마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 <특별한 하루>에서는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정년퇴직한이의 이야기를 <호박>은 경찰 생활중에서 가장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 경찰의 이야기를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한 젊은이의 지독한 청춘의 이야기를 <바다나무의 사람>은 젊은 날을 그리워 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비록 6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어쩜 우리 주변에 한두명쯤은 있을 법한 사람들의 가슴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번만 읽으면 진정한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적어도 3번 정도는 읽어야 작가가 하고자 하는 뜻 그리고 이 책의 참 맛을 알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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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애정해마지않는 지로 아저씨의 신작입니다
[저녁놀 천사]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입니다. 저는 단편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지로 아저씨의 작품이라면 단편도 상관없이 모두 읽어요
표제작 <저녁놀 천사>는 자신의 가게에서 잠깐 일하다 사라진 여자를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결혼으로 심한 상처를 받고 그 아픔을 잊을 수 없어 50이 넘는 나이까지 아버지와 둘이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이 남자의 가게에, 준코라는 여자가 잠시만 머물게 해달라며 통사정을 하죠. 처음에는 마뜩찮았던 남자지만 어느 새 그녀는 남자의 가슴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준코. 그녀가 떠나고 일년 반 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남자는 잊은 듯 살았던 그녀를, 자신이 얼마나 사랑했는 지 깨닫게 됩니다. 나이도 자실만큼 자신 어르신이 그 사실을 깨닫고 훌쩍훌쩍 우는 장면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모든 감정은 강렬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죠.
<저녁놀 천사>의 감성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뒤의 이야기들이 모두 주옥같습니다. <차표>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작품의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차표>에 등장하는 소년이 우리나라의 <소나기>를 연상시킬만큼 착하고 순수하다면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소년은 이제 반항기에 접어든 아이에요. 둘 다 성장하기 위해 한 계단을 밟는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계단이 어떤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성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신다면 절로 '캬~'소리가 나올 겁니다.
<호박>은 공소시효를 일주일 남겨둔 남자와 우연히 그를 찾아낸 형사의 이야기가, <나무바다의 사람>은 작가의 자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이 여섯 작품 중에 가장 강한 '캬~'를 연발하게 만든 이야기는 바로 <특별한 하루>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고, 뒤통수를 탁 얻어맞은 느낌으로 연달아 세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추리소설같은 기발한 설정과 가슴으로 깊이 전해져오는 감동에 환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한순간이라는 척도를 영원으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저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아낌없이 별 다섯을 칠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쪼콤 아쉬움을 느끼게 한 것은 단 하나의 번역이었습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정사'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문맥에 따르면 이 '정사'는 므흣한 그것이 아니라 情死 즉, 心中(신쥬)의 의미에요.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자살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한자가 나와있지 않아서 몇 초간 '아니 뜬금없이 이게 왜?'라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내용 이해에 약간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듯 해요.
감성 가득한 작품들이라 한꺼번에 읽는 것보다는 한 편 한 편 음미하면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감성에 치이면 이 작품도 저 작품 같고 저 작품도 이 작품 같아서 그 매력을 100% 느낄 수 없게 될 때가 있거든요. 온전히, 이 작품집의 매력을 느끼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가을에 더없이 읽기 좋은 이야기들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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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아사다 지로의 【저녁놀 천사】를 읽었다. 영화〈파이란〉의 원작소설인 [러브 레터]와 역시 영화화되었던 [철도원]이 함께 실린 단편집【철도원】을 시작으로 그의 소설들을 만났다. 요즘은 읽을 책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자주 머뭇거린다. 읽고 싶다가도 막상 주문 버튼을 누르려면 마음이 변덕을 부린다. 눈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책에 머물면서 머리는 계절도 쓸쓸한데 책까지 쓸쓸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사다의 지로의 소설【저녁놀 천사】를 읽은 이유는 짧았던 가을과 제대로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품을 계절로 표현한다면 그동안 만난 아사다 지로의 소설들은 모두 가을이었다.
【저녁놀 천사】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저녁놀 천사], [특별한 하루], [호박]은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정년을 맞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인생의 페이지에서 만났던 잊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불우했던 혹은 불량했던 혹은 꿈을 잃어 혼란스러웠던 소년시절 혹은 청년시절([차표], [언덕 위의 하얀 집], [나무바다의 사람])에 대한 회상이 담겨 있다. 그 동안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아픈 과거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만났던 아픈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이 실려 있다. [저녁놀 천사]의 여든 세 살의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쉰 살의 이치로는 준코로 인해 재미있는 순간을 맞았고 행복한 꿈을 꾸었다. 비록 꿈의 유효기간은 짧았지만. [차표]에서 부모의 이혼과 재혼을 겪고 할아버지와 사는 히로시는 함께 하고 싶은 야치오 아줌마가 ‘안녕’이란 말 한 마디 남기고 떠나버리는 경험을 한다. 히로시는 아줌마와의 이별을 통해 이별과 선택을 배운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오자와처럼 친구를 위한 일이 친구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한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 희생이지만 감춰진 꽃말은 잔인함이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의 삶을 살았던 유리(百合)의 이기심엔 화가 난다. 당시 그녀가 어렸다, 할지라도. 그 누구도 타인의 목숨을 함부로 할 자격은 없다. 게다가 ‘희생’ 당한 소년은 ‘한결같이 제 영역을 지켜온’ 소년이 아니던가. 인생을 살다보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희의 말처럼 ‘갈지자로 엉망이 된 발자국 속에서 처음에 어디로 가고자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일도 겪는다. [나무바다의 사람]의 ‘존경하던 소설가의 죽음’이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가야할 길을 잃기도 하고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꿈을 꾸기도 한다. [호박]의 정년퇴임을 앞둔 형사 요네다처럼 나 역시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그’의 지난날의 과오쯤은 덮어주고 싶기도 한다. [특별한 하루]의 정년퇴임을 한 마사야처럼 대상에 대한 오랜 오해가 풀리고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을 맞기도 한다. 물론 그런 순간을 맞는 것은 요네다다 마사야처럼 인생의 황혼기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이 세상은 ‘한없이 상상이 태어나고 자라고 묻혀가는, 지독히 난잡하게 보이나 묘하게 청정한 기운이 가득한 이야기의 나무바다’(278쪽)다.
![]() Homebound Cat, Phet Cash 아사다 지로의 나이를 보니 올해 예순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저녁놀의 시간을 살고 있다. 어둠이 오기 전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자꾸 발이 멎고 뒤를 보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신 그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사다 지로의 나이가 되고 주인공들의 시간을 살다보면 담담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봄이나 여름에 이 책을 읽으면 담담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쓸쓸함이 버겁다. 요즘 쓸쓸한 이야기들을 많이 읽은 것도 한 이유다. 아직은 낮 시간을 걸어가고 싶다. 가야할 길을 몰라 갈지자로 헤맬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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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의 첫만남 <지하철>에서 가슴속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여운이 <저녁놀 천사>에서도 느껴진다. 보통 단편 모음집을 읽으면 그중에서 한두편만이 인상적으로 남게 되는데 이 책안에 담긴 총 6편의 단편은 모두 마음에 쏘옥 들었다. 해가 뉘엿 뉘엿 질 무렵, 고요한 시간속에 파고드는 그리움과 고독함은 잔잔하게 파고들어 코 끝을 찡하게 만든다.
아버지와 단둘이 시골에서 작은 식당을 꾸려가는 두 홀아비에게 다가온 구세주 같은 여인 준코, 어느날 홀연히 그들 곁을 떠나 추억의 존재로 나타난다. 준코를 회상하며 자전거 폐달을 밝고 집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감춰진 절제된 슬픔은 가슴을 오글라 들게 만든다. <저녁놀 천사>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에게는 립스틱으로 적은 전화번호가 적힌 차표 한장만을 남기고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러한 그리움이 윗집 아주머니를 보내는 기차역에서 분출해 독자의 가슴속을 쿡쿡 찌른다.<차표>
가난했던 어린시절 꿈과 같던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살던 소녀와의 얽힌 추억, 그 안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살았던 한 친구가 존재한다. 전혀 예측지 못한 한순간의 선택으로 자신이 아닌 친구가 죽음의 주인공이 된다. 영영 돌아킬 수 없는 현실앞에 언덕위의 하얀 집은 평생 묻고 가야할 아픈 추억일 것이다. <언덕 위의 하얀 집>소설가 지망생인 한 청년은 존경하던 작가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군대에 입대한다. 군대 훈련도중 인적이 드문곳에서 만난 한 남자를 회상하며 그 남자의 뒷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나무 바다의 사람>
이렇게 총 여섯편에서 잔잔하게 퍼지는 고독함이 인생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 하다. 누군가를 향한 아련한 그리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고독함, 누구나 다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뭣보다 그러한 느낌을 축축 쳐지지 않게 표현한 절제된 느낌의 참 좋았던 것 같다. 특별히 더 좋았던 단편은 <저녁놀 천사>와<언덕 위의 하얀 집>이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배꼽 빠지는 웃음을 주었던 단편은 마지막<나무 바다의 사람>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아사다 지로님의 다른 저서도 찾아보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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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라는 작가를 처음만난것은 ' 철도원’이란 작품을 통해서였다. 지금도 내 기억속에 '철도원'은 흰 눈으로 뒤덮힌 오래된 역사 앞에서 수기를 들고 서 있는 늙은 역장의 모습이었다. 꽤나 오래된기억이었지만 그 인상은 아직까지도 하얗게 바래어 남아 있는 것을 느끼면 그 장면이 주는 인상이 깊은 것이었던것 같다. 그후 시간이 한참 지난후에야 그가 일본 문단에서 '가장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평가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가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책 '저녁놀 천사'는 '아사다 지로'의 최근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저녁놀 천사'를 비롯해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버지와 아들 두 홀아비가 꾸려가는 도쿄 변두리의 한 작은 식당에 어느 날 천사처럼 나타났다가 덧없는 추억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여자 준코에 대한 회상을 통해 중년의 안타까운 사랑과 추억을 담고 있는 표제작 '저녁놀 천사', 부모와 헤어지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의 이야기로 차표 뒷면에 립스틱으로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꼭 전화하라고 했던,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그렇게 영영 가버린 엄마를 그리는 '차표', 공소시효 만료를 일주일 앞둔 남자를 찾아온, 정년퇴직을 앞둔 고독한 형사이야기를 다룬 '호박' 등 마치 저녁놀같은 풍경의 느낌이 전해지는 소설들이다.
작가가 1951년 생으로 어느덧 60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다. 서른 여섯의 늦은 나이로 데뷔한 작가는 데뷰전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험난한 청춘시기를 보냈지만 항상 습작 노트를 품고 다녔다고 한다. 문학청년의 이미지 보다는 웬지 그는 그시절 분명히 절박하게 글을 썼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그가 젊은 시절 어두운 야쿠자 생활을 했다는 선입견이었을까? 이제 곧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설것이라는 계절감을 느끼며 읽은탓에 적당히 따듯한 안락감이 그리워졌다. 마치 볼일을 마치고 서산에 기우는 해를 쳐다보며 수확이 끝난 논길을 가로지르는 느낌이랄까? 온기가 그립게 만드는 느낌들이 밀려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사랑은 아픔을 동반한 기다림'이란걸 전하고 싶었을까? 결국 인생의 후반부는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해 내고 또 그것의 달콤했던 기억을 다시 찾아보려 시도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것을 알기에 작가는 인생의 황혼에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작품을 집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축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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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본 티비 오락프로그램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퀴즈', 이름하야 <세바퀴>라는 프로그램에 아이돌 그룹 '슈퍼 주니어'의 한 멤버가 출연하면서 색소폰을 들고 나왔다. 한 중견 기업의 대표이사라는 그의 아버지가 취미생활로 색소폰을 불어보고 싶다고 해서 자신이 선물해 드렸다는 것. 그것을 방송출연을 위해 빌려나왔다고 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개그우먼 '조혜련'이, "우리 아버지는 색소폰 대신에 병나발을 부셨다"는 조크를 던진다. 웃자고한 이야기였고, 실제로 모든 출연자들이 이 한마디에 자지러질듯 웃어댔다. 그런데 한동안 같이 웃던 조혜련이 갑자기,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실때까지 병나발 불고 계셨다면서 감정이 북받혔는지 정말로 울기 시작한 것이다.
"목구멍까지 치미는 또다른 말을 행여 한마디라도 입밖에 냈다가는 울어버릴게 틀림없다. 그래서 히로시는 여름방학이 끝나던 날 에비스 역 개표구에서 했던 대로 계속 "안녕"이라는 말만 했다." -두번째 단편, <차표> 중.
* 절묘하게 배치된 저녁놀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표지. 좋은 소설을 읽었다. 말못할 사연이 있는 듯한 수수께끼의 아가씨가, 일하던 식당에서 어느날 훌쩍 사라지는 표제작을 시작으로,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게 된 '히로시'가 친한 이웃 누나와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차표> 등,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눈물 나는 이야기의 대명사인 '아사다 지로'인 만큼 이번에도 같은 노선이다. 그시절 그무렵의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도 포함해서 대체로 궁핍하던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작품이 많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어느 한장면을 '아사다 지로'가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가슴이 짠하다. 그것 뿐인데 눈물이 날 것 같다. 아사다 지로는 장편도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짧은 이야기 안에 인생의 깊이가 농축되어 있는 단편도 놓치기 아까운 주옥같은 것들이 많다. 그러고보면 유명한 <철도원>도 단편이었다.
쉴세없이 변화하는 세상이지만,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저녁놀은 그때 그 벅찬 광경 그대로다.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그 감정만은 붉게 물든 저녁놀처럼 너무나 보편적이고 친숙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리움이든, 기어코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야 만다.
언제고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다시 살아가라는 격려가 되어준다. 이것이야말로 소설의 묘미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