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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마음은 어떨까? 물가에 내어놓은 듯 늘 마음이 조마조마 할까? 아니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을까?
샘 멘데스 감독이 2002년에 만든 <로드 투 퍼디션 Road to Perdition>은 만화를 바탕으로 삼아 마피아를 다룬 영화라지만, 오히려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엮은 영화로 보인다.
칠칠치 못한 젊은 아들을 바라보는 늙은 아버지 존 루니(폴 뉴먼)와 어린 아들이 저를 빼닮아 걱정인 젊은 아버지 마이클 설리번(톰 행크스)을 같이 보여준다.
2. 작은 고을이지만 뒷골목을 잡고 있는 루니는 하나뿐인 아들 코너(다니엘 크레이그)가 미덥지 못하다. 루니가 나이가 든 탓에 코너가 일을 물려 받아야 하지만, 생각없이 사람을 죽이는 탓에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침착하게 일을 풀어가는 설리번이 더 마음에 든다. 게다가 설리번은 어버이를 잃고 제 밑에서 커서 아들과 다름없다.
피아노를 설리번과 같이 치고, 큰 일이 생기면 같이 풀어가는 그런 아버지를 볼 때면, 코너는 아버지가 밉기도 하고 설리번이 부러우면서도 싫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은 몹시 아프다.
내 아버지이면서도 나보다 같이 자란 설리번을 더 챙긴다면 그 아버지가 어떻게 느껴질까? 제가 못난 탓이긴 하지만, 설리반이 없었더라면 아버지는 나만 사랑했을텐데...이런 생각을 하면서 산다. (007 제임스 본드로 나와 온 세상을 주름잡고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떡주무르듯 하던 다니엘 크레이그가 여기선 코찔질이로 나오다니...이거 너무 한 것 아냐?)
3. 열두 살 짜리인 마이클 설리번 주니어(타일러 호클린)가 보기엔, 아버지 설리번은 집에서 아우인 피터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아우는 가끔 안아주기도 하고 따뜻하게 말을 해주면서 마이클한테는 차갑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세상의 맏이들은 다 아버지가 멀게 느껴지는 걸까? 야무지게 키우려고 사랑을 잘 나타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사랑하는 탓일까?
제 못난 탓은 하지 않고,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 간 잘난 설리번을 시샘하는 코너. 끝내 간이 큰 짓을 벌인다. 설리반을 죽이기로 한 것이다. 시샘은 사내든 계집이든 눈을 멀게 한다.
대공황이 휩쓸던 1931년의 미국이니 마피아 똘마니가 누굴 죽인들 어쩌랴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찌질이가 일을 깔끔하게 할 리가 없다. 게다가 코너가 루니의 아들만 아니었어도 벌써 루니의 일을 이어받았을 설리번이므로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코너의 시샘은 설리번의 아내와 막내 아들 피터의 목숨을 앗아간다. 마이클은 배움터에서 싸운 탓에 벌을 서다 늦게 집에 돌아와 목숨을 건졌다.
4. 말을 듣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는 무리 속에서 우두머리인 루니의 오른팔 노릇을 하던 설리번. 이제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앙갚음 하는 일만 남았다. 살아남은 아들 마이클을 지켜야 하고... 마이클을 숨기려고 제 이모가 사는 '퍼디션으로 가는 길'은 고달프다.
"망할 자식, 너란 놈은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미친 짓을 한 코너를 루니는 때리며 나무라지만 이미 엎지르진 물이다. 그렇다고 하나뿐인 아들 코너를 설리번이 죽이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 핏줄을 나눈 아들과 마음을 나눈 아들. 둘 다 없으면 안 되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핏줄을 고를 수밖에.
시카고의 마피아 본부에선 집안 싸움을 어떻게든 잘 풀어야 하는데, 오랜동안 무리에 몸바친 루니를 더 챙기기로 하여 코너를 살리기로 한다. 설리반은 죽이고... 그래서 기자라 둘러대고는 주검을 사진찍는 사람 사냥꾼 맥과이어(주드 로)를 보내 없애기로 한다.
이제껏 아버지와 아들처럼 지냈던 루니와 코너, 설리반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마이클은 집을 떠나 아버지 설리반을 따라 다니며 안 볼 것과 못 볼 것도 보아야 하고.
5. 누구보다도 더 사랑받고 싶은데, 아버지는 아우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두 아들. 한 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다니면서 못난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 마음을 알게 되지만, 다른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 아버지 목숨을 오락가락하게 만든다.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가? 아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밥도 먹어야 하지만.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은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어도 힘이 넘친다.
그러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다 가져도 늘 가슴이 비어있다. 가슴 속을 휑하니 바람만 지나간다. 따뜻한 마음은 간 곳이 없고, 오로지 사랑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래서 온갖 사람들과 바람을 피우게 되고, 조금만 마음을 주면 간과 쓸개를 다 빼주려 한다. 사랑이 고픈 탓이다. 어릴 때 사랑에 굶주렸던 사람은 다시 채우기가 어렵다.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린 코너와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에 오래 남는 영화다.
디브이디는 좋다. 아카데미에서 열번이나 후보에 올라 세번이나 촬영상을 받은 콘랏드 엘 힐이 찍었으니 화면은 더 없이 깨끗하고 소리도 좋다.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과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독과 배우들이 나와 말하고, 잘라낸 장면도 보여주므로 보너스는 마음에 든다. 그러나 예고편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