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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일제식민지시대와 관련한 책을 읽고 있는데, 몇권 읽다보니 후유증이 생겼다.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계속 확인하게 되다보니 분노조절이 잘 안되고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워지는 거였다. 그래서 기분 전환도 할 겸, 답답함도 덜어낼 겸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영화로 일제를 살필 수 있는 작품, '도라 도라 도라!'로. 이 영화는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일본이 진주만의 미 태평양 함대를 전격 기습공격하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렇다고 전쟁 영화는 아니다. 극적 요소를 빼버린 기록영화에 가까웠다. 미국,일본 공동 제작에, 미국감독 1인 일본 감독 2인, 이렇게 공동감독 체제로 만들어졌고, 마틴 발삼 같은 인지도있는 배우가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허구성이 없고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자막으로 고지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드라마를 기대하지 말라고, 처음부터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도라 도라 도라!'는 일장기와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함선에 일본 수병들이 도열하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신임 총사령관인 야마모토 중장이 등장하고. 당시 해군 중장 야마모토는 미군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반면, 도조 히데키를 위시한 육군에서는 독일, 이탈리아와 동맹을 맺고 미국과의 전쟁을 추진하는 입장 즉 주전파였다. 어느 나라건 전쟁을 앞두고는 이렇게 매파와 비둘기파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결국 강경파인 육군의 주장대로 미국과의 전쟁을 불사하게 됐다는 것.
반면 미국은 일본이 기습할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탐지하고 있었음에도 경계에 실패하면서 막을 수 있는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정보부처에서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를 수시로 올리고, 또 진주만 근처를 정찰하던 병사가 전투가 편대가 몰려오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묵살하고 만 것이다. 군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안이한 판단으로 미국 함대가 폭격당하는 사상 유례없는 공습을 당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2차대전에 본격 참전하게 된다.
이미 아는 사실을 중심으로 진행된 작품이라, 특별히 새롭거나 감명깊다거나하는 감상보다는 배우가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 전쟁에서 천황의 역할에 늘 의문이 들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에서도 천황에 대해서만큼은 옹호하는 입장이라서. 천황은 전쟁에 반대했는데 어디까지나 도조 히데키를 위시한 강경파 육군이 주도한 전쟁이라고 대놓고 보여준다. 최대한 전쟁의 책임을 부인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일본이 시종일관 보여주는 입장이고, 그것은 여기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일본이 진주만 기습에 성공하고 난 뒤에 야먀모도 중장의 반응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승리에 취하기보다는 잠자는 사자를 깨운 셈이라고 걱정했다. 애초에 미국과의 전쟁을 반대했던 그, 하지만 전쟁은 그가 예견한 대로 흘러갔다. 1~2년이야 일본이 승리를 거두겠지만 그 뒤로는 승산이 희박하다고 했던 그의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그는 진주만의 항공모함을 공격해야 한다고 작전을 세웠지만, 진주만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없었다. 그래서 항공모함은 화를 면할 수 있었고 미드웨이 해전이후 전세가 역전됐다. 일본의 패전이 짙어지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의 정점은 당연히 진주만이 폭격당하는 장면이다. 일본의 뇌격기가 저공비행하면서 폭격하는 장면, 일본 전투기가 등장해도 처음에는 아군전투기려니 아무 의심없던 미군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다 담당자리로 뛰어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감명있게 봤던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의 공습장면이며 부대에 복귀하기 위해 뛰어가던 몽고메리 크리프트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고.
이 작품을 보면서 전쟁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무기에 관해서였다. 20세기 이후 벌어진 전쟁은 대량살상이 벌어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과학기술의 결실이 전투기, 무기의 발달로 바로 이어지게 되었다. 진주만 공격만 해도 근접전은 별 의미가 없고 공습 위주가 된 것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이 영화에서 민간인 희생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공습이 민간인 지역에서 벌어졌다면.... 그런데 그나마 진주만까지는 핵폭탄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그뒤 미국은 원자폭탄 개발에 실적을 거두면서, 더 이상 재래식무기가 아닌 핵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가 등장했다. 이제는 인류 공멸사태까지 이를 수 있는 가공할 무기들이 숱하게 개발된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 문제때문에 남북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흘러서 그런지, 폭격 장면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대체 그 살상 무기들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우리도 핵무장해야 한다는 소리가 더 커질지 않을지, 군비 경쟁, 핵개발 경쟁을 하면서 서로에게 핵무기를 겨누게 되는 세상이 되지 않을지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보전 역시나 직접 총구를 겨누며 싸우는 전쟁보다 더 살벌하고 치열하다는 것. 미국이 일본에 이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정설이다. 일본의 정보를 앞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었으니. 요즘에는 정교한 첩보위성이 등장해서, 정보전 또한 기술력이 강력한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의 정보전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고전적이라,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대부분 군인이었는데, 이중 야마모토 중장하고 도조 히데키 정도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참모총장, 대장, 장관,사령관, 제독 등 직함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아무래도 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지휘체계를 몰라 헷갈렸다. 누가 더 상관이고, 책임자인건지 지휘권을 갖고 있는건지. 작품을 다 보고 나서 몇몇 사람을 검색해봤다. 진주만 기습이나, 2차대전 종전후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도조 히데키는 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뒤에도 어마어마한 사연이 있었다. 그의 시체 일부를 일본인이 빼돌려 그를 신사에 합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극우세력들이 그를 여전히 추앙하고 있다는 것이고. 일제에선 그나마 선견지명이 있었던 전쟁 반대파 야마모토 중장은 2차 대전 중 미국 전투기에 요격당해서 사망했다고 한다. 일본의 암호문을 해독한 미군이 그가 타고 있던 전투기를 격추한 것이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공격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습을 허용하게 만든 책임자, 두 사람을 직무 유기로 처벌했다고 한다. 진주만이 기습당하던 장면을 망연자실 바라보던,,그 사령관의 표정이 떠오른다. 자신의 병사가 폭격에 희생되고 함대가 침몰하는 모습을 넋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을테니, 자고로 경계에 실패한 장군은 할말도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통하는 말이다.
이 영화를 본지 하루가 지난 지금, 함선에서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던 첫 장면이 아직까지 잔상으로 남아있다. 삼일절을 앞두고 그걸 보는 게 기분 좋을리는 없지만, 군국주의 일본이 어떻게 패망했는지를 떠올리며 넘어갔다. 참..제목인 '도라 도라 도라!'는 진주만을 폭격한다는 일본의 암호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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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라 도라 도라! Tora! Tora! Tora!> 1941년 일본군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함으로써 일어난 태평양 전쟁을 다룬 작품으로, 1970년에 리처드 플래셔 감독이 만들었다. 영화 이름은 기습 작전이 성공했다는 암호다.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오후 1시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영화로 꾸몄으며, 일본과 미국의 입장을 고루 살펴 놓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으므로 편하게 볼 수 있다. 이제봐도 전투기와 폭격기의 전투 장면이나 항공모함의 모습은 볼만 하다.
2. 일본 안에서 육군이 힘이 더 세다보니 해군은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육군은 먼저 인도차이나를 치고 들어가서 미국을 건드린다. 일본 임금인 텐노오도 이젠 육군 장교들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 곧 미국이 일본에 맞서는 공격을 할테니, 미리 해군이 나서서 미국의 기세를 꺾어 놓자는 뜻에서 미국의 태평양 함대(킴멜 제독, 마틴 발삼)의 주력을 부수기로 한다. 그러자면 항공모함이 비행기를 싣고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 가까이까지 가야 하고, 거기서 비행기들이 진주만에 있는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과 순양함 따위의 배들과 하와이 공군기지에 있는 미국 전투기들을 부수어야 한다.
이런 일을 미국이 알지 못하게 소리없이 처리해야 하는데, 일이 잘 되려니 미국쪽에서 실수만 자꾸 일어난다. 레이다 기지에서 진주만으로 다가오는 비행기 무리를 알아채지만, 그 때 미국 비행기 비-17이 오고 있어 위에서는 우리 편일 거라며 잘라 버린다.
일본군의 통신을 몰래 엿듣고 곧 미국을 공격할 것으로 알아채지만 누구도 그런 일이 참으로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곳곳에서 일본이 쳐들어는 것이 들켰지만, 아무도 막지 않으니 일본군은 그냥 들어간다.
3. 비행기 한대도 띄우지 않고 대공포 한방도 쏘지 않은채 일본군 비행기를 맞았으니 진주만은 그야말로 쑥밭이 될 수밖에 없다. 적이 코 앞에 올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니 실컷 두들겨 맞아도 싸다. 그나마 주력 항공모함은 다른 곳에 가있는 바람에 화를 피했다.
"미국과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미국 함대를 미리 쳐부술 수밖에 없다"며 이 작전을 편 일본 해군함대의 총사령관 야마모토 중장(야마무라 쇼)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다"며 곧 미국이 반격을 해올 것으로 걱정을 한다.
처음 싸움에서는 이겼으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는 일본함대 총사령관과 함대의 제독...미국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까?
싸움에서 이기려면 먼저 적이 알기 전에 쳐들어가야 하고, 치명타를 입혀야 한다. 거꾸로 적을 막으려면 적의 움직임을 잘 알아채야 하는데, 미국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니 바다 속을 뚫고 달려온 일본군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쪽에서는 육군과 해군이 다투고 텐노오가 군부를 이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미국쪽에서는 수많은 정보를 알고도 그에 맞는 대응을 하지 못해 태평양 전쟁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여 이겼으나, 나중에는 미드웨이에서 크게 지고 끝내는 일본 본토로 쫓겨간다.
4. 미국쪽 사람들보다 일본쪽 배우들이 눈에 더 들어온다. 기습작전에 나선 나구모 제독이나 야마모토 총사령관의 모습은 비장감이 넘치고 앞날을 그려보아 가슴에 와닿는다.
디브이디 화면은 세월이 흘렀지만 깨끗하다. 소리도 좋아 전쟁 영화 다운 맛을 보여준다. 그런데 보너스로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우리말로 옮기지 않아 그림의 떡이다. 어찌 이렇게 만들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