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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스타샤>는 이제는 불분명하고 희미해진 나의 유년시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애니매이션이었다. 애니매이션이 무엇인지 영화관이 무엇인제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그 시절, 나는 어느 명절날 TV에서 해주던 이 애니매이션을 그 다음해 겨울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보기 전까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로 꼽았었다.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았느냐 하면,
첫째, 나는 아직도 여자라면 누구나 왕실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믿는다. 어릴 적부터 나는 희극보다 비극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때문에 이질적인 눈의 나라 러시아, 그리고 그곳의 몰락해버린 황통, 그리고 극적인 생존자라는 설정이 그저 설레었었다.
둘째, 나는 아냐가 그저 착해빠지고 수동적인 아가씨가 아닌 것이 좋았다. 나는 그녀의 소녀적인 감수성과 뚜렷한 자기 주장을 좋아했다.
셋째, 나는 특히 아냐가 낡은 궁전에서 경험하는 환상의 무도회와 드리트리와 길을 떠난 후 불렀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던 그 노래를 매우 아꼈다.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다. 그 두 곡의 노래는 내가 <아냐스타샤>를 통틀어 가장 사랑하는 노래이다.
넷째, 나는 라스퓨틴의 기괴함이 좋았다. 그는 아냐를 괴롭히는 악당이기도 했지만 분명한 코믹전담 캐릭터이기도 했다. 연옥에서 그가 락스타 처럼 노래를 부르면 신체분리술을 펼치는 장면 역시 나는 매우 사랑한다.
다섯째, 아냐 일행이 파리에서 소피를 만나 쇼핑을 하는 장면이 어린 기억에도, 그리고 지금도 매우 아름답다. 새뜻하고 분명한 인물들과는 달리 파리 시내 곳곳이 유화로 그려진 듯한 느낌이 신선했다.
그리고 마지막, 지금이야 그것이 어색함임을 알고 그를 수줍게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등장인물과 사뭇 동떨어져 어딘가 붕-떠보이는 그 컴퓨터 그래픽이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래서 <아냐스타샤>는 나에게 설레이는 이름이자, 겨울이면 생각나는 동화이기도 하다. 비록 그녀의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는 희대의 사기극이자 비극이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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