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기 당시 영구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더 넓게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신랄하고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풍자 소설이다. 주인공 걸리버는 처음 소인국 릴리퍼트에서 거인국 브롭딩나그, 하늘을 나는 섬 라푸타, 마지막으로 인간을 야만적이고 미개한 종족 야후와 동시시되게 시각을 바꾼 후이님의 나라까지 여행을 하게 된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소인국 릴리퍼트는 소인국 내 왕실에 벌어지는 배신과 결투 그리고 권력에 대한 욕구를 당시 영국 사회를 빚대어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히 대하다가도 뒤에선 온갖 권모술수와 음모를 꾸미는 그들의 이중성은 결국 소인들이 행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로 전락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거인국에서는 걸리버의 시각에서 볼 때 그들의 세세한 부분을 가까이서 바라보자면 역겹고 냄새나는 종족이다. 하늘을 나는 섬나라 라푸타 사람들은 오직 수학과 으악 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 어느 것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이곳은 모두 엉터리 투성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푸타는 바로 이 하늘을 나는 점의 이름에서 빌려왔다. 걸리버가 마지막으로 여행하게 되는 곳은 고귀한 준마 후이님들을 사는 곳이다. 스위프트는 이제 더 이상 빗대는 풍자가 아닌 거의 직설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한다. 이 곳에선 말과 인간의 모습이 거꾸로 되어 있다. 말이 차를 타고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지만 이성은 전혀 없고 오직 탐욕과 본능만 가지고 있는 '야후'라는 짐승이 그 차를 끈다. 마차(馬車)가 아니라 인차(人車)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야후가 비 이성적인 짐승과 같다면 후이님들은 고귀할 정도로 이성적이다. 심지어 후이님들의 언어에는 전쟁, 처벌, 권력, 정부 등의 단어라는 것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왜 걸리버가 살던 야후들의 세계에선 무슨 이유로 범죄와 욕망 때문에 서로에 대해 피해를 입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걸리버가 후이님들에게 자신이 살던 세계를 설명하면서 얼마나 그 곳이 더러운 세계였던가를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고 이 곳에서 천한 야후들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과 피가 섞여있다는 사실조차 너무 역겨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위프트는 이렇게 소설 내내 인간에 대해 지나치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풍자했다. 이런 특징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무도 세세히 묘사된 그 상상의 세계들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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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내용이 집에 있던 다른 책에는 없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그 책에 이미 서평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책을 살 생각을 하였었고, 이 책을 본 다음 혹시 하는 마음에 사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이 삽화를 예로 들면서 초판본이 아님을 공박한 바 있지만 넘어갑시다.
집에 있던 것은 대교출판의 눈높이 클래식입니다. 어린이 용이므로 당연히 전편이 아닌 발췌본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걸리버 여행기는 신기한 나라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신랄한 풍자를 하기 위해 이야기로 가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충격적입니다.
저자는 특히 마지막 말의 나라에서 인간 세계를 호되게 비판합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구조(?)한 사람들에게 애원할 정도입니다. 그 전에 다른 여행기에서는 그렇지 않았죠.
무기와 법 등 제도를 비판하는 것이 목적인 이 책은 의도와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이유는 책이란 쓰여진 다음에는 지은이의 책이 아니라 읽는이의 책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 책은 일단 제가 원했던 '완역본'인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내용이 대부분(기억에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읽으면서 되돌아왔기 때문이죠) 수록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흠을 들자면 책이 좀 작습니다. 그래서 25줄에 줄당 28자 정도밖에 수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570여 페이지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판형을 더 키웠더라면 450여 페이지로 줄었을 것입니다. 그림 때문에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삽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60년대 책들도 이런 유의 삽화가 풍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판매대에 꽂혀 있는 이 책에 괜스레 마음이 끌려 사게 되었다. 어린 시절 동화를 두꺼운 책으로 다시 읽는 다는 건 내가 미처 다 탐험하지 못 했던 세계에 다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내게 걸리버 여행기는 그저 소인국에 표류한 거인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해, 그 존재에 대해 신랄한 풍자와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한 작가의 내면인 것이다. 이 책이 오랜시간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애독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신랄한 인간 매도(罵倒)의 정신뿐만 아니라 책을 가득 매우고 있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기반한 온갖 기이하며, 신비롭기 그지없는 세계들 때문일 것이다. 거인국, 소인국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섬이며, 말들의 나라와 야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책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