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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를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도 있으나, 솔직히 나는 그렇게 재밌게 읽지는 못하였다. 학교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던 것이다. 열하일기는 다 알다시피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를 돌아보면서 느낀 점을 적은 기행문이다. 박지원은 당시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주장한 북학파의 거두였다. 따라서 그의 기행문은 단순히 경치에 대한 감상 따위가 아니라, 그 당시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제도 등의 편리한 점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서 우리 나라도 그런 좋은 제도들을 하루 속히 받아들일 것을 희망하고 있다.
원래 열하일기는 판본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대략 26권으로 된 방대한 책이다. '솔'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그 중에서 맨 첫 1, 2, 3권인 '압록강을 건너며(渡江錄)', '성경잡지(盛京雜識)', '역마를 달리며 적은 수필(馹迅隨筆)' 3권만 수록하고 있다.
책이 조그마해서 들고 다니며 틈틈이 보기 좋고, 문장도 군더더기가 없다. 읽다보면 백성들이 좀더 편리한 생활을 하도록 작은 것이라도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적은 박지원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6월 24일, 보슬비가 온종일 뿌리다 말다하다. 오후에 압록강을 건너 30리를 가 구련성에서 하룻밤 지내다. 밤에 소나기가 퍼붓더니 이내 개다. 앞서 의주에서 묵은 지 열흘만에 방물도 다 들어왔고 떠날 날짜가 매우 촉박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장마가 저 강물이 불어나 물살은 더욱 거세어 나무와 돌이 함께 굴러 내리고, 탁한 물결이 하늘과 맞닿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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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린비가 내놓은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에서 고미숙이 지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란 책을 읽으면서 가볍게 비교하면서 읽으려고 산 것이다. 고미숙의 책은 본문을 저자가 인용한 내용만 나오기 때문이었다.
사실 열하일기가 그토록 긴 책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299쪽에 지나지 않는 이 책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내용을 더 알고 싶어 지금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북한학자 리상호가 번역한 보리출판사의 전 3권짜리 열하일기 세트를 사서 읽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압록강을 건너며, 성경잡지, 역마를 달리며 적은 수필의 3부로 나뉘어 있다. 백탑을 앞에 두고 어떤 장소에서 저자가 “아, 참 좋은 울음터로다. 한번 울 만 하구나.”(103쪽) 하는 이론을 펼치는 것을 보면 비록 박지원의 생각을 읽기는 어렵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박지원은 특이하고도 천재적인 인격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중략) 곧 인생이란 신성한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가 한결같이 끝내는 죽어야만 하고, 또 그 사이에는 모든 근심 걱정을 골고루 겪어야 하기에, 이 아기가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울음보를 터뜨려서 스스로를 애도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갓난아이의 본정이란 결코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무릇 아기가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 좁은 곳에서 막히고 캄캄하여 갑갑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넓고 훤한 곳에 빠져나와 손과 발을 폈을 적엔 그 마음이 시원할 것이니 어찌 한마디 참된 소리를 내어 마음껏 외쳐보지 않겠습니까. (중략)”(105쪽)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섬세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벽돌의 사용이나, 수레를 관찰하는 것을 보면 예사로운 눈을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천하를 위하여 일하는 자는 진실로 인민에게 이롭고 나라에 도움이 될 일이라면, 비록 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온 것일지라도 이를 취하여 본받는 것(224쪽)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배짱도 두둑한 것 같다. 물론 박지원도 (스스로의 검열정신 때문인지는 몰라도) 쓰던 글을 찢어버리는 아픔을 당하기도 했지만 당시에 이런 말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배짱일 것이다.
층계를 매개로 하여 벼슬살이를 비교하고 있는 경우도 의미심장하다. 나도 울산바위를 올라갈 때에는 잘 몰랐는데 내려올 때에 아래를 보니 까마득하기만 했다. 이걸 벼슬자리와 비교하는 박지원. 얼마 전인가 유럽에서 장관을 하다가 그만 두고 나서 자살을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이유가 권력 후유증이 아닐까 한다. 마약도 이와 비슷하리라. 권력은 마약과 같은 것인데도 누구든 쫓아가려는 것이 현실이다. 벌이 꿀이 든 독의 겉에서 꿀을 취하면 문제가 없지만 꿀 독 안으로 들어가면 죽게 되는 것이다. 권력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으려면 아무래도 이 책보다는 북한학자 리상호가 번역한 보리출판사의 전 3권짜리 열하일기 세트를 읽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만 열하일기가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은 정도라면 보리출판사의 상권만을 사든가 이 책을 사서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대개 오를 때에는 앞만 보고 층계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갔기 때문에 그 위험함을 몰랐는데, 내려오려고 밑을 내려다보자 저절로 현기증이 일어나니, 그 허물은 눈에 있는 것이다. 벼슬살이도 이와 같아서 한창 위로 올라갈 때에는 한 계급, 반 계급이라도 행여나 남에게 뒤떨어질세라 남을 밀어젖히면서 앞을 다툰다. 그러다가 마침내 몸이 높은 곳에 이르면 그제야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외롭고 위태로워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길이 없고, 뒤로는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이어서 다시 올라갈 의욕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내려오려고 해도 되지 않는 법이다. 이는 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그렇다(29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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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그에게 본받아야 하는 것.
처음 <열하일기>를 접했을 때는 고등학교 문학시간이었다. 그 당시에는 기행문학이라는 점과 박지원이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춰 공부했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 <열하일기>를 다시 읽기 전까진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얕은 지식이 전부였는데 지금 와서 읽어보니 연암에게 본받아야 할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연암에게서 본받아야 할 점은 아래와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정리해 보았다. 그는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서 욕구 또한 강한 것 같다. 또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갸륵하다. 삼류하를 건넜는데 산모롱이에 가려서 백탑이 보이지 않자 "이 역시 한바탕 울 만한 곳이 아니겠소." 라고 말한다. "저 갓난아기의 꾸밈없는 소리를 본받아서 저 비로봉 산마루에 올라가 동해를 바라보며 한바탕 울어볼 만하고, 장연의 바닷가 금모래밭을 거닐면서 한바탕 울어볼 만도 하고…" 이 울어본다는 대목에서는 좋은 경치를 본 것에 대한 가슴 벅참이 나타나있기도 하지만 그는 단순하게 구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의 원리를 파악해서 우리나라에 받아들여 백성을 편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나타나있는 것 같다. 그는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중국의 문화가 조선의 문화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중국의 음식이나 변비(邊備), 학문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중국의 문화를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비록 다른 나라의 문화이지만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암 박지원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는 우리나라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뛰어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암은 "우리나라가 비록 바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았으나, 역시 네 가지 좋은 점이 있답니다." 라고 말하며 유교를 숭상함, 땅에 황하처럼 큰 물질이 없음, 고기와 소금을 다른 나라에서 빌지 않음, 여자가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아니함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좋은 문화는 받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다는 점을 본받아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연암은 좋은 경치를 보고도 자신에 눈에 담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닌 백성들을 위한 생각을 먼저 했으며, 우리 것이 최고라는 자부심만을 갖게 될 수도 있는데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다는 점은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넘어서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했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던 것 같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 더욱 놀라웠던 것이 아닐까. 또 자부심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이러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오지는 않았기에 그의 자부심을 느끼며 반성을 하였다. 이 외에도 연암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며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수정을 하기도 하는 등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 <열하일기>를 공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행문이라는 단순한 사실에만 초점을 맞췄던 그 때와는 달리 내가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책을 읽었다는 것이 좋았고, <열하일기>는 단순한 기행문이 아닌 가는 곳마다 나름의 교훈과 감상이 있는 깊이 있는 책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이 너무 길고, 오래 된 책으로 읽은 탓에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단점이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모든 부분을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에서 연암 박지원에게 본받아야 할 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만족할만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찾은 부분 이외에도 그에게 본받을 점은 많은 것이며, 그 점을 찾아보며 독서를 해보는 것도 이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추천 받은 곳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중, <열하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