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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구백구십이번째.-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도서기록장 구백구십이번째.-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내용보기
생각해보면 나는 꽤 책 이름을 오인했던 적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바흐친과 문학 이론은 바흐친의 문학 이론과 꽤 비슷해보인다. 그처럼 이 책의 이름도 '번쩍하는'이란 대목에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번쩍하는과 '번쩍였던'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보인다. 각각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니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슬슬 꼰대가 되어 과거가 좋았더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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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나는 꽤 책 이름을 오인했던 적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바흐친과 문학 이론은 바흐친의 문학 이론과 꽤 비슷해보인다. 그처럼 이 책의 이름도 '번쩍하는'이란 대목에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번쩍하는과 '번쩍였던'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보인다. 각각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니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슬슬 꼰대가 되어 과거가 좋았더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약간 겁이 났다. 그래서 명문장을 달 때 제목을 헷갈리지 않도록 상당히 조심했다. 그런데 이번에 명문장을 달 때 테마로 삼으려 했던 게 정치와 술인데, 최소 10장당 한번씩은 꼭 등장하는 주제였다. 자동으로(?) 현재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이번 소설은 뺑덕 어멈이 등장하는 판소리를 방불케 하는 긴 넋두리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산문시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주제도 뭔가 모나고 못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쁜 사람들임을 알면서도 가끔 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거나, 심지어 귀엽다고 생각되는 건 어째서일까.

내가 사는 동네에서 진행했던 성석제 작가의 토크쇼에 대해서 에피소드를 하나 더 이야기 하겠다. 진행자가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알차게 묘사한 어느 작가가 있다고 하며 그녀를 극찬한 대목이 있었다. 성석제 작가는 대뜸 자신도 복숭아에 대해서 소설을 썼으며 그 외에 딸기와 자두 등 다양한 과일을 취급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읽어보니 복숭아를 먹는 장면을 감각적으로 썼다기보단, 언어유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신 듯하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 뒤늦게 발견되어 '아재 유머'라는 이름이 붙여졌기에 망정이지, 예전에 언어유희를 즐겨 하는 사람들은 더 심한 천대를 받았었다. 그래서 더욱 귀한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교관은 궁리 끝에 후보생들의 옷을 모두 벗게 한 다음, 비 오는 연병장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각각 자기 앞사람의 성기를 잡고 줄을 지어 달리게 했다. ('군대는 줄이다'라는 관용어도 있다.) 그것은 하늘이 사람을 지상에 살게 한 이후 처음 나타난 기묘한 광경이었다.
그때부터 'X 잡고 반성한다'는 말이 생겼다.

 

그래서 원래 그 ㅈ은 남의 ㅈ이라는군. 역시 군대는 BL소설 쓰기 좋은 무대야.

 

 진짜 동성애자가 지은 반실화라는 소설에도 나오고 이미 영화도 나왔지만... "그게. . .어떻게? 뒷사람이면 좀 나은데. . .앞사람걸 잡고 가려면 간격이 . . .??"라는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근데 성석제 씨는 소설에서 그랬듯이 하면 된다, 라고 대답하실 듯하다.

 

12월 24일. 나는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제주도에 있었다. (하긴 지금도 무엇 때문에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혼자였고 전날 마신 술로 머리가 띵한 상태였다. (...) 하긴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돈을 주고 표를 사서 산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무슨 수를 쓰든 악착같이 개구멍으로 산으로 들어가곤 했다. 지리산 국립공원, 설악산 국립공원이 나한테 수없이 당했다.

 

술은 역시 혼술.
등산길은 역시 동물길.

 

두 사람은 취해 있다. 아니 취하고는 배기지 못하리. 관동팔경 죽서루 난간 위.

 

나는 누각에서 술을 마시는 노인분들을 보진 못했지만 이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버스에서 술을 얼큰히 마신 듯한 노인들은 본 적이 있다. 청춘남녀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가 카페나 술집인 게 별다른 이유가 있겠나. 관동팔경은 인생 멋대로 사시는 노인분들이 즐기시고 계신다. 가끔 떨어지고 싶은 듯이 벼랑을 쳐다보며.

 

P.S 왠지 이 명문장이 나온 소설의 주제와 비슷할 거 같아서 올려본 강릉 바다부채길 리뷰.
1. 길 좁으니까 사진찍지 마라.
2. 길 좁으니까 양산펴지 마라. 양산으로 때릴 것이다.
3. 여기서까지 술쳐먹고 들어오지 마라.
4. 총 맞기 전에 울타리 넘어서 바다 들어가서 낚시하지 마라.
5. 고소공포증 있으면 오지 마라. 바닥 비치는 곳 많음.
6. 우산 펴지 말라고 시뻘들아!!!!!!
7. 왜 바다에서 술판이야! 김정은 오빠!! 오디계세여!! 쟤네에요!!!!!

v*******5 2017.08.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불편한 사회의 진실을 웃음으로 비판한다!
"불편한 사회의 진실을 웃음으로 비판한다!" 내용보기
작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쓴 책은 처음이다. 첫 장부터 배꼽잡고 웃었다. 군대 이야기다. 군대에서 줄을 서면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번호를 부친다. 하나, 둘.... 그런데 경상도가 고향인가보다. 여덟번째에 위치한 한 훈련병이 자기 차례가 되면 꼭 이렇게 대답한다. '야닯'. 박력있게 제 딴에는 신중하게 번호를 외치지만 바로 뒤에 있는 서울 출신인 훈련병에게는 아
"불편한 사회의 진실을 웃음으로 비판한다!" 내용보기

작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쓴 책은 처음이다. 첫 장부터 배꼽잡고 웃었다. 군대 이야기다. 군대에서 줄을 서면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번호를 부친다. 하나, 둘.... 그런데 경상도가 고향인가보다. 여덟번째에 위치한 한 훈련병이 자기 차례가 되면 꼭 이렇게 대답한다. '야닯'. 박력있게 제 딴에는 신중하게 번호를 외치지만 바로 뒤에 있는 서울 출신인 훈련병에게는 아주 웃긴 일이었나보다. 무서운 교관이 엄포를 놓지만 경상도 발음으로 외친 '야닯'이라는 말에 매번 웃게 되고 결국 얼차려를 받게 되는 이야기로 책의 포문을 연다.

 

작가 성석제는 심각한 주제도 아주 재미나게 이야기로 펼쳐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새치기 하는 얄미운 사람들을 '샥족'이라고 칭한다. 새치기 할 때 '샥' 소리나는 것을 생각하여 이름을 지어낸 것 같다. 글 곳곳에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여과없이 표현한다. 도시나 농촌이나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아 부모와 자녀가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똑같나 보다. 선행학습을 주제로 펼쳐낸 이야기는 작은 농촌에서도 자녀를 좀 더 좋은 학원으로 보내기 위한 경쟁을 아주 실감나게 나타내고 있다. 아주 고상한 이야기도 성석제가 풀어내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딸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도 한 것도 눈에 띈다. 다른 과일보다도 짓무르기 쉬운 것이 딸기라서 새벽부터 딸기를 따야지만 장사꾼에게 단단한 과육 그대로 넘길 수 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가 되면 과육이 물러지고 결국 상품성이 떨어져 제 값도 받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씁씁한 농가의 현실이다. 근데 왠걸. 과학영농재배를 하는 한 농가에서는 단단한 육질을 오래동안 보존하는 놀라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멀리 떨어진 곳으로도 출하하여 안정적인 값을 받는다고 한다. 과연 그 기술이 무엇일까? 살펴보았더니 딸기가 빨갛게 익기 전에 푸르스름한 상태에서 표면에 농약을 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오랜 시간 동안 단단한 육질을 유지해 장사꾼들에게 엄청 인기라고 한다. 선진농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작가는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다른 이와는 다른 형태의 소설을 구사하는 작가 성석제, 짧은 단편의 글 모임집인 <번쩍이는 황홀한 순간>에는 해학을 통한 작가의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가 담겨 있다. 

c*******9 2017.08.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