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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접하곤 분노했던 소식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입국은 힘들고, 그렇다고 전쟁 등이 발발한 제 나라로 돌아가지도 못한 외국인들이 좁은 공간에서 벌써 여러 날 버거만으로 끼니를 떼우며 있다는 소식이었다. 민주보다 독재의 기억을 길게 지닌 국가여서? 이야말로 국제적 망신이라는 생각이 절로 일었다. “적법하게”를 외치는 많은 이들도 만약 같은 조건 하에 놓인다면 참기 힘들 것이다. 인간이라면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인류의 역사에서 포성이 멎은 날은 몇 안 된다고 들었다. 뭐 그리도 싸울 일이 많은지, 과거 같았으면 총칼을 손에 쥐고 쳐들어갔다면 이제는 적이 보이질 않는다. 뉴스 등에선 연일 폐허가 된 세상의 모습을 비춘다. 한 때 화려했던 장소에 남은 것은 몇 없다. 너무도 이질적이고도 몽환적이어서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일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시리아에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탈출을 감행하고 있단 소식에도 그런가보다 고개를 끄덕일 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을 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차마 먼 대한민국에 들어왔으리라곤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긴 힘들다. 일상에서 난민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불안정한 지위는 다른 종류의 이민자들과는 달라서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결코 한 데 모여 사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난민의 지위는 복잡하다. 정식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지만 현재의 시국이 가라앉을 때까지만 체류 가능한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불법도 있다. 자국의 안정 문제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은 난민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제 강제 추방될지 모르므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지금 당장도 버거우니 내일에 대해선 생각을 않는 것이다. 그들도 문제지만 그들이 한국에 머물며 낳은 자녀의 지위는 더하다. 부모 중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이가 아무도 없기에 그들은 무국적자로 남는다. 온갖 위협에 시달리다 본국을 탈출한 이들에겐 대한민국 내 자국의 대사관을 찾아가는 것조차도 무섭다. 겨우 사정사정해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들어갔으면 그때부턴 차별과 만나게 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지워지지 아니 할 상처가 새겨진다. 저마다 털어놓은 사연은 기구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난민이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터인데 지금 그들은 난민이 되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신분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운 좋게 취업을 한 경우에도 저임금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들 중엔 고학력자도 꽤 있었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요구하는 자격증 등의 취득을 위해서는 한국어부터 배워야 했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경험은 그렇게 없는 것만 못한 걸로 취급받았다. 가장 안쓰러웠던 건 내면화된 불안의 발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폭행을 택했다. 남편은 아내를 때렸고, 엄마는 아이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가정 내에서 가장 약한 힘을 지닌 아이는 자신이 믿고 의지해야 할 유일한 사람인 부모가 폭력을 행사하기에 혼돈에 빠졌다. 학대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으로 그들을 구속할 수 있을까. 손발을 묶어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놓고는 성인군자처럼 굴길 바라는 것이야말로 폭력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사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이곳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폭격으로 하루아침에 집안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없을 것이므로, 여성 할례를 강요하며 쳐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등이 그 이유라곤 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들의 말이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결코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힘줘 말한 것이리라.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지만 ‘절망’이란 단어를 입에 담으면 정말 절망하게 될까봐 차라리 침묵하는 법을 택한 것과 그들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저자는 난민, 그 중에서도 여성의 삶에 귀 기울였다. 마이너리티 중에서도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그들의 삶을 나는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힘을 내 주길 바란다 등의 말은 아니 하련다. 대신, 그들이 살고 있는 삶 또한 내 삶처럼 가치 있는 무언가라는 사실을 기억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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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때문에 난민 관련 프로젝트를 써야 하는 관계로 주말동안 난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책 "우리 곁의 난민"을 읽었다. 첫번째 책인 김현미 교수님의 책과는 좀 다르게, 오로지 난민들의 이야기만 담겨 있어서 나의 독서 목적에 더 맞았다.
저자는 난민들이 우선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을 단지 우리의 동정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지 말고, 우리와 동등한 인격으로, 자신의 위험한 상황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헤쳐나와서 자신의 살 길을 직접 찾아가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동정의 눈길이나 혐오나 무시의 눈길이 아니라, 환대와 연대의 손길을 보내자고 말한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난민 여성 7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국적이 다른 만큼 그들이 왜 난민이 됐는지의 이야기도 다 다르며, 어떻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지도 다 다르다. 그들의 이야기에 속이 상하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하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주민에 관한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 큰 숙제라 할 수 있다.
불쌍해서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 주기 위하여, 그들도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난민에 대한 이해가 아주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인각적인 품격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잘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난민들이 공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난민 지원하는 민간 단체들이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요즘 들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난민신청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난민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난민 인정자(그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는 난민 신청자의 3프로만 난민 자격을 획득한다. 물론 난민 자격을 획득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더 이상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난민 신청자(이들은 계속해서 체류 연장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난민신청을 받을 지 못 받을 지 모르는 상황이 수년간 지속된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현재 시리아 난민들은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지위에 있단다. 내전 같은 일시적인 상황 동안은 우리나라에 체류할 수 있으나, 그러한 위기 상황이 지나가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들이다.).
현재 상황을 봐서는 그 수가 점점 늘어날 것 같다. 국제상황은 계속해서 안 좋아지고,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안 좋아져서 상대적으로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면서 한국행을 택하는 난민신청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무 준비없이 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나라이고, 삼면이 바다, 그나마 다른 한면은 북한으로 둘러 싸여서 국가간 통행이 단절되어 있고, 요즘 들어 해외 여행을 많이 하고 있지만, 주로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다 보니 다른 나라의 상황에 좀 어두운 면이 있는 것 같다. 나부터도 우리나라에 난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앞으로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를 할 지 국가적으로, 또 민간인의 측면에서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그러한 스텝의 첫 걸음을 떼는 데에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