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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장소인 골목길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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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인간적인'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효율적인 수송이 목적인 자동차 위주의 대로와 비교된다. 저자는 이렇게 '인간적인' 길인 골목길에 주목하여 이 책을 썼다. 광주, 담양, 나주 등의 도시와 촌락의 여러 골목길을 답사하면서, 골목길의 여러 경관 속에서 묻어나는 인간생활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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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인간적인'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효율적인 수송이 목적인 자동차 위주의 대로와 비교된다. 저자는 이렇게 '인간적인' 길인 골목길에 주목하여 이 책을 썼다. 광주, 담양, 나주 등의 도시와 촌락의 여러 골목길을 답사하면서, 골목길의 여러 경관 속에서 묻어나는 인간생활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특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저자의 골목길에 대한 관찰은 직접적인 답사에 기반하여서, 매우 세밀하다. 말바우시장에서 골목 노점상들의 입지와 배열을 관찰하여, 시장 골목의 초입에 주로 입지하고 시장 점포상인들과의 일정한 완충지대를 유지하기도 하는 모습을 포착한다(p.48). 그리고 도내기시장을 세 구역으로 나누어, 기능, 경관, 역사 등에 따라 각각 다양한 골목길의 모습에 주목한다(p.53). 담주리 주택 골목의 다양한 대문을 분류하여 관찰하기도 한다(p.104). 대방리 골목길의 돌담이 세 단계를 거쳐서 진화한다는 대목(p.164)을 볼때는, 저자의 관찰력에 정말 놀랬다. 이 책이 단순히 골목 모습에 대한 심미적 관찰 혹은 연민에서 쓰인 것이 아니라, 골목길이라는 장소를 직접 답사하면서 심층적으로 관찰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골목길에서 만나는, 그리고 골목 경관에 묻어나는 주민들의 생활모습에 주목한다. 주민들의 생활모습을 관찰하고 그것이 경관에 묻어나는 것을 포착하려 하였고, 직접적인 주민면담 등을 통해 여러 경관을 분석하였다. 과거 남광주 역사를 바라보면서 광주로 유학오던 학생, 봇짐을 들고 물건을 팔러 온 사람, 시골을 떠나 먹고 살기 위해 도회지로 나오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p.26). 말바우시장의 여러 상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거칠면서도 절박한 모습에 주목한다(p.43). 담주리 골목의 담장의 유리병 조각이나 담장 높이, 사자머리 손잡이 장식을 보면서 주인의 심리상태를 추론하기도 한다(p.106~110). 한편, 공구상 베어링 가게의 쇠구슬 및 쇠못(p.74), 담주 2길의 끝에서 바라본 이발소의 모습(p.108) 등에서는 저자의 어릴 때 기억에 빗대어 관찰하는 모습이 보인다. 


셋째, 저자는 지리학의 몇 가지 개념을 적용하여 경관을 분석한다. 병무청 안길의 여인숙 거리는 서로 모여서 '집적 이익'을 남기려고 하고, 서로 집적하여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면 사람들이 모여 그 지역의 '장소성'이 된다(p.32). 조선대학교 앞 통닭집을 관찰하면서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을 설명한다(p.62). (한편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은 고객이 중심지로 기꺼이 찾아오는 것을 이론의 가정으로 삼았기 때문에, 배달하는 통닭집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알고 있다.) 영산포 반대쪽의 하천수심은 '퇴적사면'으로 앝아서 조선시대에 선창이 형성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보다 큰 배들이 들어오면서 수심이 깊은 '공격사면'인 영산포 쪽으로 선창이 이동하였다(p.86). 풍수지리상 담양은 배 모양의 땅으로, 배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사공의 키를 걸어두는 곳이 필요하여 '비보풍수'가 나타난다(p.115). 이렇게 일상적인 경관에서 지리적인 의미를 포착해 내는 저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 에피소드는 지리학의 이론이 그저 추상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만나는 현상을 분석하고 일반화한 데서 비롯하였다는 것을 시사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러한 골목길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도시에서는 재개발이, 그리고 농어촌에서는 인구감소라는 요인이 골목을 사라지게 하는 주범이다(p.170). '인간적인' 장소인 골목이 사라지게 되는 원인 또한 인간이다.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구불구불하여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골목길과 그 주변경관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격자형 대로, 백화점 및 대형 마트의 모습을 정상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기억 속에는, 작고 번잡하며 구불구불한 골목길의 모습은 옛것으로 비춰질 뿐이다. 이 책에서 실려 있는 골목길도 어느새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골목길이 절대적으로 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골목길을 해체하고 재개발하는 대로 경관이 더 '비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느끼는 것에서 드는 아쉬움이다. 






YES마니아 : 골드 r*****0 2012.01.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