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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소설은 오랫동안 '청춘'의 대명사였다. 그것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이 아니라 눈물 나게 고달픈 청춘. 새벽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애인과 갈 곳이 없어서 허름한 모텔을 전전하고, 장마철 반지하 월세방에 들어찬 물을 열심히 퍼나르는 청춘을 김애란만큼 성실하게 글로 옮긴 작가는 없었다.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김애란은 이제 청춘이 아닌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즉 '청춘 그 후'에 주목한다. 새벽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은 아침마다 출근 전철에 몸을 싣는 직장인이 되었다. 애인과 모텔을 전전하던 남자는 자기 명의의 집에서 아내와 잠을 잔다. 반지하 월세방을 전전하던 여자는 자식에게 먹일 생선을 굽는다. 인생이 사계절이라면 어느덧 파란 봄[靑春]을 지나 무더운 여름에 접어든 사람들. 우연인지 필연인지 소설집의 제목도 <바깥은 여름>이다. 인생의 봄을 지나 여름에 들어선 사람들의 최대 고민이자 위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작가의 답은 '상실'인 것 같다. <입동>에서 그토록 바라던 첫 집을 마련한 젊은 부부는 다섯 살도 채 안 된 아들을 사고로 잃는다. <건너편>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아내는 남편과 헤어질 준비를 한다. <풍경의 쓸모>에서 시간 강사를 전전하는 남자는 교수 임용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거짓말을 한다. <가리는 손>에서 혼자 몸으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아들이 노인 학대 가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믿지 않으려 한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남편을 사고로 잃은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비밀로 한 채 남편의 옛 친구를 만난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하나같이 뭔가를 잃거나 버린다. <노찬성과 에반>과 <침묵의 미래>는 청춘 그 후를 그린 작품은 아니지만 상실에 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맥락이 통한다. <노찬성과 에반>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 찬성은 유일한 동무인 반려견 에반을 잃는다. <침묵의 미래>는 사라져가는 언어의 마지막 화자들을 데려다가 소수 언어 박물관을 만든다는 설정의 관념적인 우화다. 소수 언어의 유일한 화자이기 때문에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이들은 박물관의 방침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자식까지 잃는다. 청춘 그 후에 오는 것이 상실이라니. 젊음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면 인격이 성숙하고 지혜가 생긴다던 뭇 어른들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작가의 서늘한 고백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은 언제나 인간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예비하고 있으며, 아등바등 산다 한들 결과가 늘 해피엔딩일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품의 전개와 결말에 새삼 놀랐다. 이제 더 이상 김애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새파란 이십 대도 아니고 고시원이나 편의점에 머물지도 않겠지만, 시선은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고정되어 있고, 여전히 예리하고 정확해 마음이 놓인다. 다음엔 어떤 소설로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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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노련하게 쓴다 어려움 없이 문장을 뛰어다니고 강약을 쉽게 쥐었다가 편다 능숙한 쉐프가 망설임없이 주방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그런 편안한 안정감이 글 속에 배어 있다 쉽게 말을 걸어오고 가볍게 낮은 흐름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단어를 불러다놓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일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뭔가를 오랫동안 붙들고 있을 것 같은 작가의 시선이 떠오른다 *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오십이 개월. 봄이랄까 여름이란 걸, 가을 또는 겨울이란 걸 다섯 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가끔은 열불이 날 만큼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웠지만 딱 그 또래만큼 그랬던,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 제 부모를 안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이제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였다. 무슨 수를 쓴들 두 번 다시 야단칠 수도, 먹일 수도, 재울 수도, 달랠 수도, 입맞출 수도 없는 아이였다. 화장터에서 영우를 보내며 아내는 '잘 가'라 않고 '잘 자'라 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양 손으로 사진을 매만지며 그랬다. * 이곳 사람들은 '혼자'라는 단어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고 또 만졌다. 몸에 좋은 독이라도 먹듯 날마다 조금씩 비관을 맛 봤다. *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날 말. 시끄럽고 쓸데없는 말. 유혹하고, 속이고, 농담하고, 화내고, 다독이고, 비난하고, 변명하고, 호소하는 그런 말들- 그는 언제고 자유롭게 나를 부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내 이름의 메아리와 그 메아리의 메아리가 만들어내는 오목한 자장 안에 우뚝 서고 싶어했다. 단지 그 소박한 바람 때문에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소리를 표현하고, 맛을 그리고, 색을 분별하며 감정을 가리키는 그 풍부한 어휘들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 거라고, 그는 죽으면서 생각했다. * 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이 답답하고 지루한 소도시에서 나부터가 그 합리성에 꽤 목말라 있으면서 그랬다. * 어지러운 거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당신이 늘 눕던 자리 쪽으로 몸을 틀어, 당신 머리 자국이 오복하게 남아 있는 베개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 고요하고 어둑한 안방에서 '우리집 냄새'가 났다. 당신과 같이 만든 냄새였다. * 당신이 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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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님 전작을 읽고 작가이름만으로 선택했고, 그리고 제목을 보고 또 선택했습니다ㅎㅎ 이 후덥지근한 계절에 어울리는 제목과 시원한 표지. 예약판매라 기다림이 있었지만 역시 보람이 있었어요! >< 입동 _007 노찬성과 에반 _039 건너편 _083 침묵의 미래 _121 풍경의 쓸모 _147 가리는 손 _185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_223 이렇게 총 7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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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님은 항상 초판 사요. 그래야 사인본이 나오거든요. ㅎㅎㅎ 옆에 달력도 예쁘게 잘 썼어요 ^^ 눈물 펑펑 흘리기도 하고... 참 좋은 책이예요. 보고 싶었던 책이고 또 기대하던 작가님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요. 계속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 기회에 보게 되어서 좋습니다. 지금 책 읽을 시간이 갑자기 생겨서 문득 집에 있다가 생각이 나서 이북리더기로 다운 받았는데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무난하게 술술 잘 읽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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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때부터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녀의 덤덤하면서 인상 깊은 필체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사물과 일상을 관조하는 시선이 항상 날카로우면서 애정이 가득하다 그런 그녀의 글이 참 좋다 담백하다 이십대 중반에는 주제의식이 선명한 글을 썼다면 삼십대 후반이 된 그녀는 끝없이 읊조리고 쓰다듬는 글로서 위로해준다 그녀의 작품활동이 조금 더 간격이 짧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독자의 욕심이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