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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는 몇 년 전에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북스피어, 2014)」로 처음 접했다. 지인 중에 고등학생 때 필립 말로 시리즈를 읽고 팬이 되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그 시절의 나는 챈들러뿐 아니라 필립 말로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던 작가다. 챈들러와의 첫 만남에서 나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내 감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간 어디쯤에 멈춰 서 있었는데, 만약 에세이를 읽었을 당시 살짝이라도 호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면 필립 말로 시리즈를 지금보다 일찍 시작했을 게 분명하다. 알베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조르주 심농’을 사랑했듯이 작가의 사랑을 받는 챈들러의 작품이 궁금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필립 말로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작품 『빅 슬립(북하우스, 2004)』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어딘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읽는 도중에 멈칫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누구를 찾으라는 건지 찾지 말라는 건지 혹은 알고 있다는 건지 모른다는 건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봐도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전개되는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책장을 넘길 수 없었고 대신 두루뭉술하게, 그런가보다 하는 식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게 돼서 뒤죽박죽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개연성이 전혀 없는 이상한 이야기란 의미는 아니다. 완벽하게 몰입하게 되지는 않지만 마지막까지 손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좋은 작품들이 대부분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진실이나 정황을 알게 되듯이 『빅 슬립』도 마찬가지다.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이야기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스턴우드 장군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가이거란 남자를 장군으로부터 떼어 내는 일을 맡았다. 말로는 가이거를 손쉽게 처리한다. 가이거를 뒤쫓다가 살인사건 현장과 맞닥뜨리는데 가이거는 죽어있었고 약에 취한 채 죽은 남자 옆에 있는 스턴우드 장군의 둘째 딸 카멘을 발견한다. 가이거가 장군 주위에 얼씬하지 못하도록 쫓아내는 게 말로의 일이었으니 사건은 시시하게 종료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장군의 딸 비비안과 카멘과 얽히면서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말로는 장군의 두 딸의 난잡한 사생활 속으로 들어가는데 위험을 자처하는 행동도 망설이지 않는다. 결국 필립 말로가 알아낸 사건의 실체는 스턴우드 집안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었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좋아지려면 필립 말로가 먼저 좋아져야할 텐데 아직은 별 감흥이 없다. 나는 정 많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캐릭터에게 끌리는데 필립 말로가 그런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 읽게 될 시리즈에서 내가 좋아하는 특징이 드러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마지막에 말로가 비비안에게 전하는 충고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필립 말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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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월의 두 번째
하드보일드의 음유시인 레이먼드 첸들러의 시리즈 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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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님의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책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슬립> 이 책이 언급 및 추천되었기에 한 번 구매해서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탐정인 '필립 말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하드보일드 탐정의 전형이 된 '필립 말로'의 매력은 책을 다 읽은 후 덮은 후에도 거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네요. 필립 말로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