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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을 보내다 보면 금새 지루함을 느낀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누군가를 바라보아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사람과 장소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자꾸 떠나고 싶어한다. 떠났다가도 금새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낯선 풍경들이 있기에 그 시간들을 견딘다. 견디는 힘을 얻는다고 해야할까. 낯선 장소에서의 나는 자유롭다. 어떠한 행동을 하든, 어떠한 말을 하든 그저 나 자신만 있을 뿐이다. 낯선 풍경들 속에서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한다. 평소에는 각자의 생활로 대화가 뜸해지지만,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는 서로에게 진심을 터놓을 수 있다. 건네는 말들 또한 다정하다. 여행은 이처럼 나 자신과 마주하는 사유의 시간이다.
여행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 일요일과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아마 이런 감정들 때문에 제목 또한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지 않았을까. 이국의 풍경과 사유가 깃들어 있는 에세이다. 그리스의 장소들과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녀의 글들이 편지처럼 쓰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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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삶과 여행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점이 있어요. 그중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삶도 여행도 우리의 여정을 이끄는 내면이라는 점이에요. 특히 내면 저 아래, 밑바닥에 있는 '믿음'이 아주 큰 역할을 해요. (42페이지)
그리스의 풍경 때문일까. 저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오딧세이아』의 책을 자주 언급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어떤 사람까지도 호메로스 때문에 그리스 여행을 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호메로스의 책이 그리스의 신화를 알리는 효과를 주었다. 책 속에서 상상했던 풍경들을 직접 바라보며 그 사람들 틈에서 나를 찾는 시간. 일요일의 편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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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운명이지요. 그때는 사랑하는 그 사람ㅇ르 오직 꿈과 상상 속에서만 만나야 하는 운명이에요. 그러나 우리가 깊게 사랑했던 것들은 우리가 풀죽어 지내길 원치 않아요. 약해지고 쓰러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삶을 무가치하게 낭비하지 않기를 원해요. 삶을 소중하게 여기길 원해요. 사랑한 것만 세상을 '깊게' 경험하길 권해요. 두 배로, 세 배로, 열 배로, 함께 경험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도 경험하길 권해요. (87페이지)
뿐만 아니라 헤시오도스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언급한다. 책은 이처럼 우리 삶의 자양분이 된다. 어떤 책을 읽고 그 도시를, 그 나라를 가보게 된다.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 책 속에서 나타났던 공간을 직접 그려보는 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낯선 그리스의 풍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그 장소가 전하는 소리를 듣는다.
주말에 다녀왔던 서해안의 바다를 떠올려 본다. 한적한 바닷가라 좋아하는 장소였는데, 조개를 캐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TV매체의 힘과 그에 따른 관광객들의 유입을 바랐던 행정단체의 조치였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에는 없었던 조개가 많은 걸 보며 어린 조개를 뿌렸을거라 짐작했다. 호젓한 장소는 우리만 알게 소문내지 않고 싶다고 말한다. 한적할 때가 좋았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도 지나고 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란 걸 안다. 그래서 지금이 좋다는 것도. 지난 주말이 나에게는 인생의 일요일들 중의 며칠이었다. 이 책은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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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해지고 마음껏 게으름 피우기 딱 좋은 시간인데, 한없는 사색에 잠기기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일요일. 이른 아침의 약속이 없다면 뒹굴뒹굴하다가 늦은 아침을 먹어도 좋겠고, 토요일 밤늦도록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늦게 잠들었다면 오후의 기상도 괜찮겠다. 하루쯤 세수를 안 하고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고, 월요일 시작을 위한 충전이라면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나태해져도 즐거울 것 같다. 그런 시간에 저자는 편지를 썼다. 너무나도 평온한 시간에 풀어 나오는 말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되기도 한다. 이 편지를 대부분 일요일에 썼기 때문에 '일요일의 편지'가 되기도 했지만, 좋았던 그 시간을 떠올리며 일요일 같은 느낌에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기도 했다는 저자의 말. 피곤함이 사라지고 우울함마저 저 멀리 밀어 둘 수 있는 그 시간에 붙여진 이름을 이렇게 펼쳐본다.
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건 뭐지? 아, 이건 일요일의 냄새잖아! (18~19페이지)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뽀송뽀송, 뽀드득뽀드득. 세수하고 나서 바싹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때 드는 기분. 개운하고 기분 좋고, (원래는 그렇게 바싹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안 된대. 피부가 상한다나?) 그런 기분에 뭘 해도 좋을 것만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막 생기기도 하고. 아마도 저자가 들려주는 일요일의 편지는 그런 기분일 듯하다. 39통의 편지는 수신인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누구나 그녀의 편지를 받을 수 있다. 저자가 2015년 여행했던 그리스의 기억을 꺼냈다. 그 기억은 저자 자신에게도 그녀의 편지를 읽는 독자에게도 비슷하게 전해질 것만 같다. 낯선 곳을 걷고, 낯선 사람들과 주고받은 얘기에서 전해져오는 삶의 모습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세상 가장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러니까, 어제 너무 중요해서 걱정했던 일들이 오늘은 가볍게 흘려보내도 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니었네?' 하는 마음으로 치유의 순간을 만든다.
여행지가 그리스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고전 속 문장이 울리는 감각 때문일까. 아마 둘 다였을 거다. 그리스가 배경이 된 고전을 언급하기도 하고, 고전 속 문장으로 긴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때 주인공이 한 모험으로 그 뒤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던 건지 떠올리기도 하면서, 비슷한 순간이 닥칠 때의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오늘을 잘 겪어내게 하는 법이라도 알려줄 것처럼, 저자가 걷던 그 길에서 떠올린 생각까지 차분하게 들려준다.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것에서 의외의 답을 찾을 때도 있는 게 우리 인생이니까. 낯선 이에게 듣는 우리의 아픔은 또 어떤가. 피부색, 나라, 장소가 달라도 같은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 때문에 위로가 된다. 지친 일상 속에서 찾아간 그리스의 분위기가 저자에게 어떤 느낌을 더 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간을 겪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올 것 같다. 시간에 쫓겨 빠르게 하는 말이 아니라, 천천히 글로 적는 느낌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알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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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공간과 고전문학, 철학과 신화까지 넘나들며 생각을 이어가는 시간이 편안함과 다른 시작을 동시에 불러오기도 한다. 가끔은 변화의 시도가 현재의 우울을 낫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인생의 일요일이란 그런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라도 한 듯이, 느긋하게 관망하면서도 순간의 영감을 불러오고, 더 나아가 불안한 오늘을 지나치고 두 손을 꼭 쥐는 내일을 만나게 해주는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어려서 뭐할 때 기뻤어요?" "기억이 잘. 기쁜 적이 한 번도 없었나 봐요." "그럼 오늘 기뻤어요?" "네, 그럼요." "뭐가요?" "너무 아름다워서요. 하늘도, 제비도." "그럼 됐어요." "네?"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세요." (130페이지)
한때는 무관심하고 보이지도 않던 것이, 늘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기만 했던 자연이 갑자기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곳에서 평화와 감사를 느낀다면, 그럼 이제 우리가 자연을 닮아가야 할 때예요. 자연을 닮은 것을 만들어야 할 때예요. 마음속이든 지상 어디든 만들어서 그 안에 깃들어 살게요. (23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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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은 책의 앞장을 찍지만 이 책은 책의 뒷장을 찍고 싶었다. 그 시간은 어느날 문득 우리를 찾아온다. (... 중략) 잘 마른 빨래와 낯익은 침대 냄새 속에 그 시간이 있다.(....중략) 관대한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슬픔과 근심을 잊고 회복되는 것 하나뿐이다. 그 시간 속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달라진 모습으로 세상을 다시 마주할 힘을 얻는다. 일요일이 저물때마다, 세상의 번잡스러움과 고집스러움, 도통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으로 다시 내뱉어지는 것이 두려워진다. 또, 월요일에 내가 만날 사람들은 얼마나 날 괴롭힐(?)까? 언제까지 날 가만 놔두질 않을까.. 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괴로워지기도 한다. (적어도 요즘의 나는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고 나서인 지금도 그렇다..ㅠ 인생.. 쉽지 않아.....) 나를 괴롭히기로(?)되어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이런 일요일을 지나고 온 사람들일텐데... 그럼 나도 그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괴롭힐(?) 사람이겠군... 이럴때, 마냥 청량해 보이진 않는 에메랄드빛을 쪼개고 회색 빛이 비춰들어오는 듯한 책을 만났다. <인생의 일요일들> 부제는 여름의 기억/빛의 편지 이다. CBS라디오 PD이자 에세이스트 정혜윤씨가 낸 책이다. 팔자좋은(?) 자유스러운 것 같은 방송국 사람이 쓴 여행에세이겠거니 했는데 작가 소개가 참 남다르다.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침대와 책>을 시작으로 독서에세이, 여행에세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가 담긴 에세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내적인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에세이 등등을 써냈고, 세월호 유족들,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성 짙은 국내외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다수의 작품상도 받은 사람이다. 심지어 이 책의 시작도, 이름은 알지만 일면식은 없었던 사람과의 업무차 메일에서 시작된 것이다. 업무 메일로 접한 사람이 숲에 자주 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일 이야기보다 숲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 청하는 사람. 그리고 그만큼 좋은 글로 답해주고 싶은 생각에,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자기 안의 좋은 이야기를 뽑아서 썼던 것을 모은 책. 왠지, 눈물이 났다. 사실 별처럼 흩어져 제각각 반짝이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겐 각자의 이야기와 좋아하는 것, 슬펐던 것, 행복했던 것, 그저 편안했던 순간들이 있었을텐데 난 그 사람들의 그 이야기를 궁금해하지도 않았구나. 그저, 나의 반짝이는 것들의 빛을 잃게 만드는 일상의 지루함 혹은 빡빡함이라고만 생각했구나... 39개의 일요일의 편지엔 작가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다른 시간의 이야기들, 신화와 그 속의 신 또는 그들과 엮인 운명들, 풍경과 햇살들, 이들과의 조우로 발견한 자신 속에 있었던 감수성들이 차곡차곡 곱게 접혀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세상 끝'은 위도와 경도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세상 끝은 경계라고 했어요. 동물과 인간의 경계, 금지와 허용의 경계, 분리와 연결의 경계, 저도 몇가지 경계를 덧붙이고 싶어요. 인간적 온기 속에 있고 싶은 마음과 고독하고 싶은 마음의 경계, 나이고 싶은 마음과 나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뛰어넘고 싶은 마음의 경계,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의 경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조용히 숨고 싶은 마음의 경계, 안정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의 경계, ... 저는 이 모순들과 잘 지내보고 싶어요. p.186 세상의 모습에 놀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잊을 줄 아는 거란다. 자신에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p.188 그리스의 현재 "폐허"에서 "불멸"을 만나고 그들의 특별한 순간들을 상상하고 꿈꿔보고 자신의 일상을 반추해보는 작가는, 자신이 만나는 현재의 사람들의 일상들에도 노을같은 마음을 보여준다. 때론 격렬하게 타오르는 듯한 붉음이, 아련한 보라빛이, 시새워하는 주황색이, 해피해피한 핑크가, 희망을 아직 품고 있는 노란색이 다 저물고 나서 별처럼 떠오르는 <인생의 일요일들>의 편지들 '제목'들 중 몇가지는 이미 내 마음속에 별자리처럼 박혀있다 ^^
가장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이는 것이 최고의 테라피임을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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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건 뭐지? 아, 이건 일요일의 냄새잖아! _18~19쪽
책 소개로 나와 있는 내용의 일부를 보고 읽어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그리스 여행을 기반으로 한 힐링 에세이라고 하여 더더욱 읽고 싶었는데, 저에겐 마냥 쉽게 읽히는 에세이는 아니었답니다. 최소한으로 그리스 신화에 대한 내용을 알고 읽어야 그나마 편히 읽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읽는 내내 그리스 신화나 인용되어 있는 철학자나 작가들을 검색하기 위해 잠깐씩 멈춰가며 책을 읽어나갔답니다. 다 읽고 나서 검색해 봐도 상관은 없었겠지만.... 단지, 저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내내 저는 행복했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상상하게 만들거든요.
겨울 오후의 햇살은 마치 제가 봄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따사로웠어요. _ 60쪽
같은 내용이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나온답니다. 그야말로 오감을 활짝 열어두고 읽는다면 눈 앞에 작가가 말한 풍광이 펼쳐져요.
39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끔식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가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사실 저는 작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20대의 지식과 경험이 많은 아가씨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찾아보니 그건 아니었어요.
아무튼, 작가는 '언제였더라! 그때 참 좋았었는데'하고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들을 인생의 일요일라고 이름 붙였어요.
작가는 그리스 여행에 대한 기억과 매일의 일상생활을 교차시켜 가면서 써내려간 편지를 통해 무기력과 우울의 수렁에 빠진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왜냐하면 작가 또한 여행 당시 그러했기때문인데요~ 그냥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힐링이 된다고나 할까요?
마지막 편지를 살펴보면,
변화하는 데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이 따른다는 말 아닐까요. 이전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어요. _ 332~333쪽
라는 내용입니다. 이 두 문장이 작가가 내린 치유의 결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사람이 정말 번아웃(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상태) 상태가 되면 제일 먼저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번아웃 상태가 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 택했던게 여행이었답니다. 거창하게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직장이 속해 있는 그 지역만 벗어나도 뭔가 기분 전환이 되는 듯 했어요. 저는 정말 극에 달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무렵 혼자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과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 지친 심신을 달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되었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다시 으쌰!으쌰! 힘내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거든요.
아무튼, 저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그리스 아테네와 산토리가 떠올라서 정혜윤 작가의 '인생의 일요일들'을 읽는 내내 행복했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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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엄마는 구름 사이로 개인 파란 하늘을 창밖에 걸어두고 일요일 같은 기분으로 너희에게 편지를 써. 너희가 어렸을 때는 쪽지도 가끔 주고받았는데 십 대 청소년이 된 후로는 왜 편지 쓸 생각을 전혀 못 했는지 모르겠네. 한 주간 엄마는 <인생의 일요일들>이라는 책을 읽었어. 이 책은 라디오 PD 이자 에세이스트인 정혜윤 작가님이 쓰셨어. 본받을 점이 아주 많은 분이야. 글을 잘 쓰는 건 물론 마음도 정말 잘 쓰시더라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라디오를 진행하고 쌍용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셨어. 작가님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을 품고서도 뭔가를 위해 큰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 경탄하고, 연민이 아닌 깨끗한 존경을 할 줄 아는 사람이야. 함께 가자고 방향을 알려주고, 연대하는 변화의 편에 섬으로써 내면의 평화를 느끼는 사람이셔. 어떻게 그 아픔의 한가운데 들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내는지 엄마는 작가님의 그 시간들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어.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작가님도 그들을 닮아간 걸까? 책 제목도 참 근사하지? 인생의 일요일들. 너희들에게 일요일은 어떤 날이야? 작가님의 일요일은 참 좋은 시간이래. 계속되면 좋겠어서 그대로 조금 더 있고 싶은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에워싸인 시간. 긴장을 풀고 짐을 내려놓고 크게 숨 쉬는 시간. 회복하고 건강해지는 시간. 영혼이 밝아지고 마음에 충실한 시간. 정말 아름다운 시간들이지? 이 책은 그렇게 행복하고 예쁜 생각들로 가득해.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쓰셨을까? 자신을 위로하며 힘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작가님이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대. 그리스가 떠올랐고 그곳을 여행하며 받은 좋은 에너지를 표현하면서 굉장히 행복하셨다네. 자신이 쓴 글을 닮아가고 싶어서 항상 최선을 다해 글을 쓰신대. 그래서인지 엄마도 책을 펼치면 따끈한 빛이 책에 내리쬐는 것 같았어.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써낸 글은 이렇게나 보들보들하면서도 단단하구나 알 수 있었어. 이번엔 작가님의 글을 소개해 줄게. 작가님은 존 버거라는 영국의 비평가이자 소설가이자 화가인 할아버지를 무척 존경해서 상상 속의 대화를 나눠. 우리 집 책장에도 존 버거의 책이 한 권 있어. 물론 읽지는 않았어. 엄마한테는 직접 골라서 산 책은 안 읽고 그냥 두는 고약한 습관이 있잖니. 언젠간 읽을 거라며 몇 년 전에 모셔둔 존 할아버지의 이름이 이 책에 나오지 뭐야. 정말 반가웠어. 행운의 징조인가 싶었거든. 집에서 멀리 있는 도서관의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고, 선생님을 만나고, 선생님이 선정하신 <인생의 일요일들> 책에서 존 버거를 마주한 이 모든 우연이 운명처럼 느껴져서 엄마가 잘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 같았어.^^ 다시 돌아와서, 얼마나 좋아해야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대답까지 가늠하며 가상 대화를 할 수 있는 건지 작가님의 그 능력이 정말 신기해. (너희는 세종대왕님과의 대화를 상상할 수 있니? ^^;;) 작가님과 존 할아버지가 경계를 주제로 대화하는 부분을 읽어줄게. "인간적 온기 속에 있고 싶은 마음과 고독하고 싶은 마음의 경계, 나이고 싶은 마음과 나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뛰어넘고 싶은 마음의 경계, 과거를 훌훌 털고 싶은 마음과 과거에서 배우려는 마음의 경계, 삶은 소중하다는 마음과 덧없다는 마음의 경계,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의 경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조용히 숨고 싶은 마음의 경계, 안정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의 경계, 은둔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뭔가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의 경계. 저는 이 모순들과 잘 지내보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세상 끝은 경계이면서 건너감, 건너가려는 상태라고도 하셨어요. 이해력의 경계, 경험의 경계, 분리의 경계를 건너가려는 상태라고요.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경계를 넘어가는 것이라고요. 정말 그래요. 사랑의 힘으로 저의 인간적 한계를 넘으면서, 저 자신의 모순을 잘 끌어안고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가 오래 고민하던 문제라서 무척 공감하며 읽었어. 엄마도 평소에 너희들에게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하잖아. 엄마는 삶의 중요한 영역들을 고루 돌보지 못해서 인생이 시소처럼 한 쪽으로 치우칠까 봐, 잘못된 선택으로 삶이라는 집이 기우뚱하다가 무너질까 늘 두려웠어. 어느 쪽이 맞는지도 도통 모르겠는데 알고 보니 인생엔 정답이라는 게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 어느 쪽을 택해도 장점과 단점이 공존해서 어디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가 없었어. 틀려서 둘러 간다고 좌절했는데 오히려 더 좋은 길이 나타날 때도 있었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경우도 있었어. 진짜 어렵지? ^^;; 엄마는 삶의 경계를 높고 두꺼운 벽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아. 전쟁을 치르듯 부수고 뚫고 나가야 한 단계 전진하는 거라고 여겼어.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어. 삶의 경계란 단단한 벽이 아니라 식당 입구에 걸린 구슬 문발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고 말이야. 손을 뻗어 문발을 해치고 몇 걸음만 옮기면 저쪽으로 갈 수 있어. 그러다가 이쪽으로 오고 싶으면 다시 돌아와도 괜찮은 거 아닌가? 인생에 선은 필요하지만 모든 선이 벽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나를 가두는 한계가 하늘거리는 문발이라면 좀 더 쉽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 그동안 엄마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관점에 얽매어 살았어. 수많은 시험을 치르면서 틀린 걸 버리고 정답을 골라야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교육이 됐나 봐. 그런데 인생은 시험문제가 아닌 걸! 특히나 마음의 영역에서는 정답이란 없음을, 누구도 감히 타인에게 네 답은 이것이다 전할 수 없음을 이제 알았어. 그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냐고? 사랑이지. 어쩌면 자신만의 기준을 다들 가지고 있으니 옳고 그름은 비교적 쉽게 가를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친절을 건넸는가는 훨씬 어려워.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고. 존 할아버지가 "사랑한다는 건 함께 경계를 넘어가는 거라고" 말씀하셨잖아. 친한 친구를 대하듯 나에게 친절을 베풀고, 이웃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손을 내미는 사랑. 그렇게 함께 경계를 넘어간다면 틀린 선택이었다 해도 엄마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정혜윤 작가님은 꼭 그렇게 사는 것 같아.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인생의 경계를 넘어가셔. 그리고 그 순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 삶이 글과 함께 가고 있는 작가님의 앞으로를 계속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어. 그런데 엄마가 왜 너희들에게 이 편지를 쓴 것 같아? 엄마 인생의 일요일은 뭘까 생각해 보니 수많은 장면에 너희들이 있었어. 너희들의 웃는 얼굴과 우스꽝스러운 몸짓. 웃음소리와 노랫소리. 손을 잡고 안아줄 때의 냄새와 부드러움. 그 속에서 엄마는 전에 없던 기쁨과 벅찬 행복을 누렸어. 결코 멈추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었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너희에게 커다란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 끝없이 솟는 순간들이었어. 그러니 이 편지의 주인은 엄마의 일요일들인 너희들이지. 한 주간의 일요일은 하루뿐이지만, 하루 동안에도 일요일 같은 시간을 자주 만들면 삶이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 같아. 우리 같이 일요일들을 찾아볼까? 인생 구석구석에 숨은 일요일을 잘 찾아서 그것들을 중심축에 두고 균형을 잡으며 살자. 그러면 시련이 와도 힘을 덜 들이고 훌쩍 넘어가는 근육을 기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우리 삶의 경계를 서로 사랑하며 함께 넘어가기를 엄마는 기도해. 언제나 너희들의 일요일이고 싶은 엄마가 (*** 정혜윤 작가님의 인터뷰 자료들을 인용해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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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사회, 지치고 상처 받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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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의 저자인 정혜윤은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저자의 에세이는 책마다 여행 이야기와 책 이야기가 빠지지를 않는다. ![]()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으로 인하여 정혜윤의 책을 한 권씩 읽게 됐다. 책 속에 담긴 글들 중에 책 이야기는 그 책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다 준다. 이번에 읽은 <인생의 일요일들>에는 39통의 편지글이 담겨 있다. 이런 편지글을 쓰게 된 동기는 우연히 이야기가 담긴 메일을 받게 되면서 그에 대한 답장으로 쓴 글들이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홀연히 혼자 떠나는 여행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 놓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리스 여행에서의 기억들을 편지 속에 담았다.
책 제목을 <인생의 일요일들>이라고 정한 것도 편지글들은 대부분 일요일에 쓰여졌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마음 편하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도 좋은 날이니 그만큼 편지 속에는 감각적인 생각들이 담겨진다. 그리스 여행의 기억들 그리고 그와 관련이 있는 책 이야기, 일상생활에서 느낀 점들을 교차적으로 편지에 담아 놓았다. 살아가면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치유해 나가는 것임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편지 속에 담겨 졌던 책 이야기는 10권의 책에서 비롯된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 애덤 니컬슨 > < 고맙습니다 / 올리버 색스> <세상 끝의 풍경 / 존 버거, 장 모르> <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 존 버거> < 그리스 기행 : 마루시의 거상 / 헨리 밀러> < 우물에서 하늘보기 / 황현산> < 그리스의 끝, 마니 / 패트릭 리 퍼머 > < 비잔티움 연대기 / 존 줄리어스 노리치> < 역사 / 헤로도토스> 관심이 가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이렇게 정혜윤의 에세이는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생각해 보게 해주고, 새로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 준다.
그 시간은 어느 날 문득 우리를 찾아온다. 어느 오후 나뭇잎을 따라 흘러내리는 햇살 속에. 버려졌지만 다시 피어난 꽃다발 속에. 잘 마른 빨래와 낯익은 침대 냄새 속에 그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낯선 곳으로 멀리 떠나 있을 때도 우리를 찾아온다. 에게 해의 부드러운 저녁 하늘을 나는 제비의 몸짓 곳에. 송진 향기가 나는 레치나 포도주 속에.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은 파르나소스 산 속에 그 시간이 있다.
관대한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슬픔과 근심을 잊고 회복되는 것 하나뿐이다. 그 시간 속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달라진 모습으로 세상을 다시 마주할 힘을 얻는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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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뭘 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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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이란 책은 일요일이 가지고 있는 느낌에서부터 출발한다. 평일-일상과 다른 휴일의 느낌이기도 하고, 아직 평온한 일요일이라는 느낌 이기도 하다. 일요일이 지나면 또다시 힘든 일상이 기다리는 평일이 오기에 일요일을 즐거운 날, 그리고 인생에서 그러한 일요일들이라는 의미로 에세이집을 만든것 같다.
본 책에서는 인생의 일요일들이라는 소재로 그리스 여행을 간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요일들이 여행과 관련지어 여행지에서 느낀 것들이 함축적으로 쓰여졌다. 여행지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화속 인물들과 상상속에서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하고,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대학자들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내 몸은 현대에 있지만 그들이 걸었을 길을 걸으며 그들과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든다는 점에 난해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다. |
![]() 한창 바쁘게 살 때나 조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살 때나 일요일은 한결같은 날이었습니다.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었거든요. 휴대폰을 끄고 일요일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보내는 일요일 오전은 일주일 동안 누적됐던 피로와 나쁜 기분을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나른하고 느긋했던 일요일을 맞지 못한지 한참 되다보니 그 시간들이 정말로 좋았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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