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간혹 삶은 이토록 간결하고 명확한대 소설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의 조합이 목을 조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상황들이, 이를테면 나는 물을 먹기 위해 냉장고문을 열었다 따위의 간단한 행위들이 소설가들의 눈과 언어를 빌리면 대여섯줄이 넘는 유창하고 미혹적인 행위로 변하거나 대단한 심리적 타당성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나는 소설이 행위에 괜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언어의 폭력처럼도 느껴졌었다. 하지만 김도언의 소설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사실 책의 제목이 된 ‘철제계단~’에서는 위의 느낌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 단편부터 단숨에 빨려들면서 나는 이 소설가에게 어떤 기특한 매력을 느끼는 중이다. 삐딱해, 날카로워, 시선은 낯설지만 애정이 넘쳐, 대단해... 그런 생각들이 동시에 스치고 지나가면서 단숨에 책을 다 읽었다. 특히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소설은 가히 충격적이면서도 내겐 하나의 마술처럼 느껴졌다. 헝클어진 머리속이 명징해지는 느낌.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은 있으나 그것이 이내 현실의 나를 보는 듯한, 내게도 저런 본능은 언제건 숨어 있어 맘만 먹으면 툭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는 것에 대한 통쾌감도 어렴풋 느껴졌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 이 소설가를 주목해서 볼 것이고, 그가 경험한 세상들이 날카로운 언어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궁금해하면서 살 것 같다. 그의 소설에는 내가 있고 거리가 있고 사회가 있다. 때가 꽤죄죄 묻은 오래된 거울을 보는 듯하면서도 그 안에서 나를 향해 냉소와 웃음을 날리는 어떤 인간들의 형상을 보는 듯하다. 그 존재가 바로 나일 수도 있다. 소설이, 이래서 의미가 있구나 라는 생각은 참 오랜만에 해본다. 소설이 재미난 삶의 일부였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에 더욱 신뢰가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