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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은 무슨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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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바람  깜빡 졸았나 봐요종점이에요 너무 추워서아무 버스나 탔거든요 개 짖는 소리 멀리서 컴컴 들려오는좁은 골목 맨 끝 집작은 철문을 흔들어 봤어요 “우리 민우 왔나?”주인아주머니가 나와 보는 사이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지요 발그레한 작은 부엌,파란 냄비에노란 카레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어요 음, 냄새······ 다행이에요이 집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계시니까   읽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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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바람

 

 

깜빡 졸았나 봐요

종점이에요

 

너무 추워서

아무 버스나 탔거든요

 

개 짖는 소리 멀리서 컴컴 들려오는

좁은 골목 맨 끝 집

작은 철문을 흔들어 봤어요

 

“우리 민우 왔나?”

주인아주머니가 나와 보는 사이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지요

 

발그레한 작은 부엌,

파란 냄비에

노란 카레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어요

 

음, 냄새······

 

다행이에요

이 집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계시니까

 

 

 

읽고 나면 조금 우울해진다. 어머니가 안 계신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계시니까>라는 문장 때문이다. 그럼 2월 8일은 화자와 어머니와 관계되는 어떤 날일까.

 

이 짧은 시에서 “음, 냄새······” 큰따옴표 안에는 세 음절과 쉼표와 말줄임표뿐이다. 전체 8연 가운데 이렇게 짧게 한 행이 한 연을 이루고 있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묵직한 문장이다. 냄새, 기억, 허전한 행복감으로 연상되면서 마들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한 대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프루스트는 엄마가 내 주는 과자 마들렌 한 조각의 맛과 냄새로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어떤 충만한 환희에 소스라친다. 처음엔 훅 빠져던 "그 명백한 행복감과 실존감으로 다른 온갖 잡념을 소멸시켰던 그 미지의" 놀라움이 무엇에 연유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집요하게 다시 출현시키려고 다시 한 조각 먹고 다시 한 조각 먹고는 자아 밑바닥에 가라앉은 추억 쪽으로 몸을 기울이려 애쓴다. 그러나 그 첫 번째 경험 이후엔 감미로운 그 경험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경우 무의식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그 기억흔적을 복원하려 갈망한다. 그 첫 번째 느꼈던 그 잉여의 감미로운 경험. 그러다가 프루스트는 알게 된다. 어린 시절 레오니 고모와의 추억이 담긴 마들렌 과자의 추억이라는 것을....

 

이 시에서 발그레한 부엌, 파란 냄비, 보글보글 노란 카레가 끓고 있는 공간이 화자에게는 프루스트에게 특별한 공간인 레오니 고모의 방과 같은 공간이다. 그 카레의 따뜻한 냄새로 인해 화자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카레는 어떤 냄새로 화자로 하여금 "뜻밖에 잘되어 좋"은 행복감을 맛보게 했을까. 그리고 2월 8일은 무슨 날일까. "음, 냄새....." 마냥 다행이지만은 않고 쓸쓸하기도 하다. 아마도 화자가 느꼈던 어머니와의 어떤 충만한 기억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잃어버린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영원히 빠져나가버린 밑도 끝도 없는 결핍의 흔적일 수도 있다.

 

시 전체의 의미를 상징화하는 제목도 재미있다. 2월 8일의 바람. 여기서 <바람>은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산들산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으로도 또 하나는 소원과 관계되는 어떤 바라는 마음의 바람으로도 읽힌다. 이 <좁은 골목 맨 끝 집>에서 화자는 그렇게 어머니를 만난다. 그러면 어머니의 제삿날일까? 제삿날이라면 자신의 집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무슨 날일까. 이상하게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후에 우연히 시인과 마주친 자리에서 물었더니 자신의 생일날이라고 했다. 그랬구나. 생일날에 그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어떤 바람을 가져보는 구나.

 

추워서 아무 버스나 타고 닿은 골목 맨 끝 집은 화자로 하여금 안도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 집 부엌 또한 화자에게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충족감을 잠시 안겨준다. 생명을 살리는 부엌에서 빨파노의 색깔은 신호등을 연상하게 한다. 제한 속도를 훌쩍 넘어 정신없이 달리다가 신호등 앞에서 잠시 속도를 줄여보는 공간. 가슴 가득 안기는 뭐라고 꼭 집어 표현하기 힘든 노란 카레에서 퍼지는 냄새의 기억으로 다시 무릎 펴고 행복한 환희의 공간을 향해 우보천리하시길. 스스로 충만한 삶의 중심인 그곳을 향해!

YES마니아 : 골드 b*****9 2017.08.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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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94 브이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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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4《브이를 찾습니다》 김성민 글 안경미 그림 창비 2017.6.15.  함박비가 펑펑 쏟아지던 날, 등짐에 끌짐이면서 이 비를 고스란히 맞고 한참 걸었습니다. 가랑비이든 함박비이든 즐거이 맞으면서 다닙니다만, 비를 안 가리고 다니는 저를 걱정하는 분을 만날 때면 하늘을 보며 넌지시 속삭입니다. “하늘아, 비를 실컷 뿌렸으니, 이제 해를 내보내 주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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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4


《브이를 찾습니다》

 김성민 글

 안경미 그림

 창비

 2017.6.15.



  함박비가 펑펑 쏟아지던 날, 등짐에 끌짐이면서 이 비를 고스란히 맞고 한참 걸었습니다. 가랑비이든 함박비이든 즐거이 맞으면서 다닙니다만, 비를 안 가리고 다니는 저를 걱정하는 분을 만날 때면 하늘을 보며 넌지시 속삭입니다. “하늘아, 비를 실컷 뿌렸으니, 이제 해를 내보내 주렴.” 비를 누리는 마음으로 해를 바라면 어느새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웃음을 지어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비를 부를 수도 있고 구름이나 해를 부를 수도 있다고 느껴요. 아이들은 꽃도 벌나비도 잠자리도 부를 뿐 아니라, 뭇새를 고루 불러요. 우리는 어른이란 옷을 입어도 아이다운 마음으로 산다면 비동무 해동무 구름동무를 사귄다고 느낍니다. 《브이를 찾습니다》에 흐르는 아이다운 마음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립니다. 때로는 그리 아이답지 않은 마음도 흐르지만, 차분하면서 나즈막하게 흐르는 아이다운 마음을 이곳에서 보고 저곳에서 만납니다. 어른이 쓰는 동시라면, 어른으로서 아이다운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뜻보다는 아이다운 마음을 “즐겁게 키우”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어른이면서 아이다운 길을 즐긴다고 할까요. 어른이기에 더욱 아이스럽게 삶을 노래한다고 할까요. 어른으로서 새로운 아이 눈빛이며 웃음이며 몸짓을 가꾸는 길을 또박또박 걷는다고 할까요. ㅅㄴㄹ 



쪼그맣고 여린 새싹을 / 하늘 향해 밀어 올리면서 // 씨앗은 다짐한답니다 (씨앗!/32쪽)


아파트 앞마당까지 내려온 // 일곱 살 먹은 동그란 달이랑 // 마흔 살 먹은 둥그런 달이 // 아이랑 아빠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 가만히 듣고 있어요 (대보름/45쪽)




이달의 사락 h*******e 2019.07.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