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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의 여왕』에서 이유는 고물상을 배경으로 버려지고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한 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읽어도 무방한 그 소설에서는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중첩된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에서 상상력을 끌어와 서사를 끌고 가는 구조를 이유는 소설집 『커트』에서 무한대로 펼쳐 놓는다. 꿈은 막막한 현실을 대체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이 소설집에서 사용된다. 꿈과 환상이 현실을 지배하면서 서사는 길을 잃는 듯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우리가 목적지도 모른 채 인생에게 끌려가면서 당도하는 먼 미래의 불안을 소설집 『커트』는 보여준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허무맹랑하지만 한 번쯤 소망해 봤을 상상을 담은 소설 「꿈꾸지 않겠습니다」의 세계는 아득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취업과 생활비를 걱정하면서 잠드는 청춘들의 현실은 환상적이지도 놀랍지도 않다. 필과 여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연인이 바라는 것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서 넓고 쾌적한 공간 하나를 갖는 것이다. 여진은 열람실에서 꾼 꿈을 필에게 이야기한다. 꿈이었지만 현실로 이루어진 취업 성공의 이야기. 여진은 대체 인력으로 근무하면서 사수의 온갖 트집들을 견뎌야 한다. 꿈에서 어떤 이는 수의사가 되고 비싼 집을 갖게 되었다. 깨어보니 꿈이 현실로 나타난다.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현실의 이야기라니. 소설은 희망과 낙관을 메시지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꿈조차 원하는 대로 꿀 수 없는 비상식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매일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면 낯선 사람이 나를 반겨준다. 나는 낯선 얼굴의 여자를 아내라고 불러야 한다. 다음날 다시 낯선 여자를 만난다. 기억을 기억해야 한다. 『커트』 의 첫 단편 「낯선 아내」의 주인공의 직업은 형사다. 사람의 얼굴만을 보고 피해자인지 범인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형사는 안면인식장애에 걸렸다. 급하게 찾아간 의사는 별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 못하면 그대로 살 수도 있다는 조언도 비아냥도 아닌 말을 할 뿐이다.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는 범인의 몽타주를 반복해서 들여다본다. 아내의 얼굴조차 익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이야기는 묘한 지점에 다다른다. 『커트』 안에는 너무 추워서 그대로 얼어붙는 도시가 나와 똑같은 이를 복제해서 일을 맡기는 인물이 실제로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친구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소설이, 이상해서 낯설지만 읽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는 설정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 타인의 가방을 열어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뻔선생이 등장하는 「가방의 목적」은 이 세계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탈출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가방이 다음날 되돌아오는 우연은 결코 일어나지 않으며 많은 우연들은 필연의 조각들로 만들어진 것임을 암시한다. 표제작 「커트」에서 비좁은 상상력은 더 넓은 세계로 문을 열고 나아간다. 머리를 자르면 사람의 기억도 함께 읽을 수 있는 미용사는 가위만 들면 어떤 것도 무섭지 않은 존재다. 그녀는 <머리치장>이라는 미용실에서 딸아이와 함께 산다. 개발바람 때문에 주변의 건물들이 전부 헐리고 쓸어도 계속 들어오는 먼지들도. 어느 날 그녀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찾아와 커트를 부탁한다. 머리를 자르면서 그 사람의 불온한 기억과 생각까지도 감지한 그녀는 머리통을 자를 생각을 한다. 머리를 자른다는 말은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뜻과 말 그대로 머리통을 잘라버린다는 뜻도 같이 포함된다. 대부분 전자의 뜻으로서 해석하고 사용하지만 소설 「커트」는 후자의 행위도 함께 이루어진다. 잘린 머리통을 바라보는 것, 그 안에 든 기억과 생각을 타자로서 바라보는 훌륭한 감각을 이 소설은 느끼게한다. 불온한 기억을 가진 머리통을 잘라냄으로써 고통은 현실에서 커트된다. 지금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기억을 기억해야 하는 불편하고 성가신 현실을 그린 『커트』는 제어할 수 없는 꿈으로 도망치는 자들에 관한 서사를 늘어놓는다. 오랫동안 우체국에서 근무를 하고 연금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도 열지 않는 우편물이 쌓인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버지가 가진 비밀의 공간을 아는 순간 현실은 문을 닫고 그 안으로 들어가 도착하지 못한 편지가 되기로 한다. 꿈이 현실이 되지 못하고 현실이 꿈이 되는 이유가 그리는 세계에서 비상구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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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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