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7.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eBook 구매
커트-이유
"커트-이유" 내용보기
『소각의 여왕』에서 이유는 고물상을 배경으로 버려지고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한 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읽어도 무방한 그 소설에서는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중첩된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에서 상상력을 끌어와 서사를 끌고 가는 구조를 이유는 소설집 『커트』에서 무한대로 펼쳐 놓는다. 꿈은 막막한 현실을 대체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이 소설집
"커트-이유" 내용보기


 『소각의 여왕』에서 이유는 고물상을 배경으로 버려지고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한 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읽어도 무방한 그 소설에서는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중첩된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에서 상상력을 끌어와 서사를 끌고 가는 구조를 이유는 소설집 『커트』에서 무한대로 펼쳐 놓는다. 꿈은 막막한 현실을 대체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이 소설집에서 사용된다. 꿈과 환상이 현실을 지배하면서 서사는 길을 잃는 듯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우리가 목적지도 모른 채 인생에게 끌려가면서 당도하는 먼 미래의 불안을 소설집 『커트』는 보여준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허무맹랑하지만 한 번쯤 소망해 봤을 상상을 담은 소설 「꿈꾸지 않겠습니다」의 세계는 아득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취업과 생활비를 걱정하면서 잠드는 청춘들의 현실은 환상적이지도 놀랍지도 않다. 필과 여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연인이 바라는 것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서 넓고 쾌적한 공간 하나를 갖는 것이다. 여진은 열람실에서 꾼 꿈을 필에게 이야기한다. 꿈이었지만 현실로 이루어진 취업 성공의 이야기. 여진은 대체 인력으로 근무하면서 사수의 온갖 트집들을 견뎌야 한다. 꿈에서 어떤 이는 수의사가 되고 비싼 집을 갖게 되었다. 깨어보니 꿈이 현실로 나타난다.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현실의 이야기라니. 소설은 희망과 낙관을 메시지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꿈조차 원하는 대로 꿀 수 없는 비상식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매일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면 낯선 사람이 나를 반겨준다. 나는 낯선 얼굴의 여자를 아내라고 불러야 한다. 다음날 다시 낯선 여자를 만난다. 기억을 기억해야 한다. 『커트』 의 첫 단편 「낯선 아내」의 주인공의 직업은 형사다. 사람의 얼굴만을 보고 피해자인지 범인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형사는 안면인식장애에 걸렸다. 급하게 찾아간 의사는 별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 못하면 그대로 살 수도 있다는 조언도 비아냥도 아닌 말을 할 뿐이다.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는 범인의 몽타주를 반복해서 들여다본다. 아내의 얼굴조차 익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이야기는 묘한 지점에 다다른다. 

  『커트』 안에는 너무 추워서 그대로 얼어붙는 도시가 나와 똑같은 이를 복제해서 일을 맡기는 인물이 실제로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친구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소설이, 이상해서 낯설지만 읽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는 설정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 타인의 가방을 열어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뻔선생이 등장하는 「가방의 목적」은 이 세계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탈출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가방이 다음날 되돌아오는 우연은 결코 일어나지 않으며 많은 우연들은 필연의 조각들로 만들어진 것임을 암시한다. 

  표제작 「커트」에서 비좁은 상상력은 더 넓은 세계로 문을 열고 나아간다. 머리를 자르면 사람의 기억도 함께 읽을 수 있는 미용사는 가위만 들면 어떤 것도 무섭지 않은 존재다. 그녀는 <머리치장>이라는 미용실에서 딸아이와 함께 산다. 개발바람 때문에 주변의 건물들이 전부 헐리고 쓸어도 계속 들어오는 먼지들도. 어느 날 그녀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찾아와 커트를 부탁한다. 머리를 자르면서 그 사람의 불온한 기억과 생각까지도 감지한 그녀는 머리통을 자를 생각을 한다. 머리를 자른다는 말은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뜻과 말 그대로 머리통을 잘라버린다는 뜻도 같이 포함된다. 대부분 전자의 뜻으로서 해석하고 사용하지만 소설 「커트」는 후자의 행위도 함께 이루어진다. 잘린 머리통을 바라보는 것, 그 안에 든 기억과 생각을 타자로서 바라보는 훌륭한 감각을 이 소설은 느끼게한다. 불온한 기억을 가진 머리통을 잘라냄으로써 고통은 현실에서 커트된다. 

  지금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기억을 기억해야 하는 불편하고 성가신 현실을 그린 『커트』는 제어할 수 없는 꿈으로 도망치는 자들에 관한 서사를 늘어놓는다. 오랫동안 우체국에서 근무를 하고 연금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도 열지 않는 우편물이 쌓인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버지가 가진 비밀의 공간을 아는 순간 현실은 문을 닫고 그 안으로 들어가 도착하지 못한 편지가 되기로 한다. 꿈이 현실이 되지 못하고 현실이 꿈이 되는 이유가 그리는 세계에서 비상구는 없다. 



s*****m 2018.02.18.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끝내 일어나고야 마는 불가지의 일들... 이유, 커트
"끝내 일어나고야 마는 불가지의 일들... 이유, 커트" 내용보기
「낯선 아내」  18페이지에 이런 대화 부분이 있다. “당신은 나를 몰라.” 아마 내가 말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걱정 마, 당신도 나를 모르니까.” 아마 결혼 전의 아내인 그녀가 답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여기서 만약 아내인 그녀가 “걱정 마, 당신도 나를 모르니까.“ 라고 말하는 대신 ”걱정 마, 나도 당신을 모르니까.”라고 답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아마 그랬다
"끝내 일어나고야 마는 불가지의 일들... 이유, 커트" 내용보기

  「낯선 아내」
  18페이지에 이런 대화 부분이 있다. “당신은 나를 몰라.” 아마 내가 말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걱정 마, 당신도 나를 모르니까.” 아마 결혼 전의 아내인 그녀가 답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여기서 만약 아내인 그녀가 “걱정 마, 당신도 나를 모르니까.“ 라고 말하는 대신 ”걱정 마, 나도 당신을 모르니까.”라고 답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아마 그랬다면 소설 속의 그녀 혹은 아내는 전혀 다른 성격이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당신은 나를 몰라.” 라는 말에 “당신도 나를 몰라.” 라고 대답하는 것과 “나도 당신을 몰라.” 라고 대답하는 것 사이를 한차 생각했다. 여튼 소설은 흥미롭다. 인식 장애를 일으킨 형사인 나에게 아내는 어떻게 인식될 것이가, 하는 어려운 문제를 담아내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도시」
  이유의 소설들은 심리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에 위치해 있다. 현실이라고도 비현실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 인물들이 존재한다. 등장인물의 심리가 그러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은 등장인물이 실제로 위치하는 공간의 모호함에서 때때로 기인하기도 한다. 이번 소설에서의 야츠, 가 그런 곳이다.


  「깃털」
  “류가 쓰러진 골목은 시간이 지나며 잊혀갔다. 스프레이 흔적도 사라졌다. 대기가 바뀌고 햇볕이 들어오는 각도가 달라졌다. 골목 감자탕집 들통에는 돼지뼈 국물이 끓어올랐다. 감자탕집 앞에는 전봇대가 있고 뒤쪽에 미용실과 부동산이 있었다. 세입자들이 부지런히 영업을 하고 돈을 버는 안마당에서 외발 비둘기는 사람들의 토사물을 쪼아 먹다 도둑고양이에게 머리가 깨끗하게 잘렸다. 희고 눈부신 깃털이 뿜어졌다...” (pp.85~86) 소설에서 ‘걔’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걔’는 인칭대명사는 사용되지 않거나 사용되더라도 대화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소설의 ‘걔’는 그렇지 않다. 낯선 시도이다.


  「빨간 눈」
  나는 나를 주문한다. 너는 나에게 와서 내가 된다. 나는 처음에는 너였던 나를 알지만, 너도 나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저 불안정한 현대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꿈꾸지 않겠습니다」
  꿈을 꾸면 곧바로 현실이 되는 세상이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 하고, 그것도 제게 이익이 되는 꿈을 꾸어야 한다. 작은 이익이 생기는 꿈도 있고, 큰 이익이 생기는 꿈도 있다. 말이 되는 꿈도 있고, 말이 되지 않는 꿈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만 한다.


  「가방의 목적」
  ‘모든 가방에는 목적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뻔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가방을 뒤지는 버릇이 있다. 그냥 살짝 뒤지고 마는 것도 아니다. 그는 가방에 들어 있는 모든 물품을 바닥에 촤르륵 풀어 놓고는 그것들을 살핀다. 그런 행위에는 어떤 결과가 따름이다. 뻔선생은 그 결과에 나름의 책임을 진다. 그러한 버릇의 연원도 등장한다, 불명확하지만...


  「밤은 후드를 입는다」
  우체국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우편물을 아예 보내지 않는 것으로 감당했다. 아버지는 이제 우체국에서의 일을 그만두었고 집에 있다. 그런 집에 자꾸 후드를 입은 누군가가 찾아든다. 나는 후드를 쫓지만 번번이 놓치고 만다.

 
  「커트」
  “... 미용실에 풀어놓으면 아이는 커트 가위를 들고 설쳐댄다. 가운이나 수건을 조각조각 잘라놓는다. 언젠가는 코드선을 싹둑싹둑 잘랐다. 제 손가락을 한 마디씩 잘라 바닥에 핏물 오선을 그려놓은 적도 있다. 원래 통각이 없는 건지 어쩌다 상실된 건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미용실을 다 뒤져 네 마디를 찾아냈지만 새끼소가락 한 마디는 끝내 찾지 못했다. 방을 나오지 못하게 한 뒤로는 시시때때로 쪽문을 흔들어댔다.” (p.207) 나는 나중에 그 새끼손가락 한 마디를 찾아내는데, 바로 ‘내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머리치장>이라는 이름의 미장실에서 벌어진 그리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유 / 커트 / 문학과지성사 / 251쪽 / 2017 (2017)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8.08.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