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관료 인사평가의 내용과 그 변천과정을 다룬 중국 사회제도사 부문의 전문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전문서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고 오히려 대중을 지향한 일반서적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데, 그 이유는 엄밀한 주석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본문 내용은 어디까지나 알기쉬운 평이한 문체로 어느 정도 '수준있는 독서가'라면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가 전문적이고 그것을 다루는 기준이 엄밀하다고 해서 그냥 전문서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을 마치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명대의 지방관 인사평가 제도와 현실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저자는 더 나아가 청대에서의 변천과 현제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동일한 맥락의 사회운동에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 관료평가 제도로서 연공서열 중심의 고만, 그리고 업적중심의 고찰, 또 고찰이 좀더 체계화된 결과인 고성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으며, 이들 제도의 내용과 시대흐름에 따른 제도 변천 및 배경을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엄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백성을 양떼를 양육하듯이 기르는 관리라는 의미의 '목민관(牧民官)'의 대표적 사례로서 명대의 이진옥이라는 관리를 소개함으로써, 인사평가의 압박(고찰제도) 속에서 목민관적인 도덕적 규범을 모범적으로 다하고자 애쓰는 당시의 지방관의 모습을 통해 관료가 처한 사회적 갈등요소를 첨예하게 그러내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이와같은 옛날 중국 관료의 모습에서 일종의 도덕적 이상(理想)사회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고있는 오늘날, 인사평가의 문제는 조직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인사평가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조직을 연공서열 위주로 인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실적업적을 중심으로 인사평가를 할 것인가, 언제나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실적업적 위주의 인사평가를 강화하는 추세였다고 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적으로는 이와같은 고만과 고찰을 최대한 교묘히 절충해서 조직안정과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현실에서는 이 두가지 제도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반면 인사평가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실적을 올리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연공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이나 조직의 대의(大義)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다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한국에서의 공무원 인사평가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같은 이중적인 갈등관계는 오늘날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도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400년전의 중국이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고 또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논지에서 보자면, 최근 이루어지는 조직 인사평가에서 주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적업적 중심의 인사평가(고찰)는 그 합목적성과 당위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달성하지는 못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90년대 들면서 이루어진 인사제도의 변화는 이제와서는 거의 극한까지 실적업적 중심의 인사평가(고찰) 쪽으로 내달은 듯이 보인다. 물론 두 번에 걸친 금융위기를 탈출하고 개별 조직의 성과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자면 사회 전체 또는 조직 내부에서 여기에 따른 문제점들도 많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 몇가지를 꼽자면, 계약직의 문제를 포함해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된 것, 조직의 전체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것(실적 위주로 인력을 채용한데서 나타난 부작용), 조직내 인건비의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된 것,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직업윤리가 희박해진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문제점들은 결국 길게 보아서 실적업적 중심의 인사평가(고찰)가 목표로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실적업적을 떨어뜨리게 되는, 다시 말해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회를 개선하려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노력들이 실제로 당초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과거의 역사에서 우리는 이러한 점을 배우고 또 사회를 바라보는 성숙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나간 역사를 통해서 오늘날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비교하고 무엇인가 의미를 찾고자하는 한국의 '수준있는 독서가'에게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