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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은 결코 혼자서 나타나지 않는다.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내가(혹은 사물이 혹은 심적인 존재가) 끝없이 나타나 나에게 질문을 퍼붙는다. 한 가지 나의 행동에 수 십명의 또다른 무언가가 마찰을 일으킨 결과이다. 그 질문은 답이 없다. 설령 답을 내놓는다해도 그 답에 대한 또다른 질문을 낳는다. 나의 독백은 도무지 정리되지 않고 엉켜서 수천 페이지가 달아는 문장이 되어 날뛴다. 그에 비해 작가의 독백을 보라. 오직 단 둘이서 질문을 오고 받으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문장으로 곡예를 타는 그 모습을. 그 안에는 어떤 절망도, 분노도, 서두름도 없다. 마치 대화하듯 자연스레 질문을 이어받고, 때로는 침묵하면서도 ....... 이 안에 온갖 시도와 기다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내놓는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있는가 이미 질문 안에서 언어는 꿈틀거리며 잠재력있는 생명체로 살아있다. 질문은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과 불과 같은 원천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것을 해석하기보다는 키우는 소와 같이 방목한다. 자취를 남기며 이리저리 날뛰지만 괜찮다. 하얀 종이 위에 까맣게 남는 글자는 아주 절제되면서도 많은 사고가 담긴, 단 두명 밖에 없는 독백 뿐이니까. 그래서 그것은 자연적이면서 생동감이 넘친다.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나도 하나의 독백이 되어 무의식으로 빠진다.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수십 개의 선택지를 내고 서로 다투던 나의 독백들이 순간 창피해보인다. 아, 나는 언제쯤 나의 의견을 존중해줄 단 한명의 독백을 만들 수가 있을까. 내 복잡한 사고를 단 몇 장으로 줄일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할까. 문학이라는 자체를 살아있는 유기적 조직체로 만드려는 작가의 행위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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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용 독백』은 문학실험실에서 선보이는 [틂-창작문고]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책을 펴냄에 있어서 장르에 크게 제약을 가하지도 않고 또 그 형식에 있어서도 크게 제약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작품들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김효나 작가의 이 책에는 시 같은, 그리고 단편소설 같은 그 형식에서 비교적 정해진 틀에 구애를 받지 않는것 같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정해진 부분이 있다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화체 서술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확연하게 구분되기 보다는 문단나누기 정도로 구분되어 있어서 마치 희곡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읽는 독자가 이것은 어떤 이의 독백같은 이야기인가를 상상할수 있게 하는 재미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사를 하기 위해 무려 한 달동안 짐을 꾸린다는 한 인물의 독백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묘하게 집중하게 만든다. 소곤소곤, 때로는 중얼중얼 말하는것 같기도 한 분위기인데 이런 느낌은 글속에서 사용된 표현에서도 다소 당혹감 내지 신선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기억을 주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산책을 하다, 길에서.'라는 대답이 오가고 떨어진지 오래되었다고 그 떨어져 있던 모습을 형상화하는 표현을 보면서 과연 누가, 지금까지 어느 작품에서 이런 표현이 있었나 싶은 생각마저 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렸을 때 말장난으로 해봤던 '아버지가방에들어갔다'라는 제목의 글도 나오는데 띄어쓰기를 어디에서 하는지에 따라 너무나 다른 말이 되어버리는 글, 이는 곧 말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갑자기 정확한 띄어쓰기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후 편지쓰기로 내용은 이어지고 과학적으로, 도덕적으로라는 표현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마치 4차원의 대화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장난 같기도 하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해서 너무 엉뚱하기도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을 확장시킬 수도 있구나 싶어지면서 한편으로는 작가란 사람은 평범함을 넘어서는 얼마나 독특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인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가장 특이했던 이야기는 「Cher vous」이다. 단 두 장, 글자 수를 계산하면 단지 50자 내외이다. 형식 파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마치 비밀 편지나 암호 풀이 같기도 하고 이상의 그 의미를 알기 힘든 글 같기도 했다.
연보랏빛의 표지만 보면 언뜻 예쁜시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속을 들여다보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들이여서 신선한 재미를 느낄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