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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분의 시인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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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지은이 신경림, 펴낸 곳 우리교육, 356쪽]을 읽고 적어본다.시인을 찾아서 1권에 참 귀하게 올라온, 정지용에서 조지훈, 신석정, 김종삼,신동엽, 박용래, 박봉우, 임화, 권태응, 이육사, 오장환, 김영랑, 이한직, 윤동주,박인환, 한용운, 백석, 신동문, 유치환, 박목월, 김수영, 천상병 시인까지 스물두 분의 시인을 일일이.그렇게라도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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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지은이 신경림, 펴낸 곳 우리교육, 356쪽]을 읽고


적어본다.

시인을 찾아서 1권에 참 귀하게 올라온, 정지용에서 조지훈, 신석정, 김종삼,

신동엽, 박용래, 박봉우, 임화, 권태응, 이육사, 오장환, 김영랑, 이한직, 윤동주,

박인환, 한용운, 백석, 신동문, 유치환, 박목월, 김수영, 천상병 시인까지 스물

두 분의 시인을 일일이.

그렇게라도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다.

이 책은 지난 5월 작고하신 신경림 시인이, 시인들의 행적을 찾아 쓴 글이라,

시인들의 대표 시는 물론 삶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시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데는 부분적으로 시인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그래도 참된 것을 찾는 뜻이 없어지지 않는 한 시는 존재를 이어갈 것이고,

세상의 중심에 서 있기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인 나도 몇 분의 작품을, 행적을 느낀 대로 적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정지용 시인.

삼동내 ___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종달새」 전문

‘지리 지리 지리리......’라며 종달새 저리 우는지 들어본 기억이 없음에도 이

시를 읽으니 어쩌면 그리 울었을 것 같고, 어머니 없이 자랐으니 오죽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종달새 우는 모습을 고향 들녘에서라도 꼭 만날 것도 같다.

지용이 태어난 곳은 충북 옥천이다. 해금되기까지 이 불온 시인의 이름을 감히

아무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빨갱이로 한번 찍히면 죽는 세상이 있었으니

말이다. 16년 동안 휘문고보에서 교사로 재직했고, 한때는 오장환을 가르치기도

하고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이한직 등을 ‘문장’을 통해 문단에 배출시키기도

하던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기도 했으리라.

동족상잔의 진흙밭에서 뒹굴기엔 지용은 너무 고고하고 도도하였고.

란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

란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

란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작은 짐승」 에서

시에 나오는 란이는 신석정 시인의 둘째 딸이란다.

나는 석정 선생님이 전주상고에 재직 중이실 때, 당신의 외손주를 따라 전주

남노송동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다. 훌쩍 키가 크시고, 코도 크셨지 싶다.

집안 곳곳에 나무와 화초가 가득해서 마치 숲속 같은 느낌을 받았고.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서해를 등지고 서 있는 해창공원의

시비에는 '갈대에 숨어드는 소슬한 바람 9월도 깊었다'로 시작되는 '파도'가

새겨져 있다. 전주 덕진공원에 있는 시비는 자주 본다.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에서

시를 자주 읽지 않았던 중학생 때 처음 읽었으니, 신동엽 시인의 이 시가 간직

하고 있던 숨은 의미를 어찌 알 수 있으랴.

검열자 눈으로 보면 당시 금기시하던 분단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전의 정서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겠지만, ‘껍데기는 가라’는 화두 자체가 불온하였을 거다.

하지만 행 가름과 쉼표, 마침표를 이용한 호흡의 완급, 리듬의 강약 방법에

대해 실로 절묘하다고 신경림 시인이 찬탄한다. ‘중립의 초례정 앞에 서서’는

통일의 방법에 대한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해 주니 단숨에

이해가 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데도

마당에 피워놓은

모닥불은 훨훨 탄다.

삼십 년 전 신혼살림을 차렸던

깨끗하게 도배된 윗방

벽에는 산 위에서 찍은

시인의 사진

시인의 아내는 옛날로 돌아가

집 앞 둠벙에서

붉은 연꽃을 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옛 백제의 서러운 땅에

그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모닥불 옆에서 훨훨 타오르고 있는

몇 개의 굵고 붉은 낱말들이여

-「시인의 집」 전문

신경림 시인이 신동엽 시인의 집을 방문하고 쓴 시다. 시인의 집은 곧 시인이 태어난 집이요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다. 시의 정서와 감격과 사랑이 있는.

“오___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___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___매 단풍 들것네”

- 「오___매 단풍 들것네」 전문

영랑의 누이는 이슬이 손발에 찬 초가을 아침, 왜 장을 뜨러 나왔을까?

*장광은 (나는 ‘장꽝’이라고 발음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장독 따위를

놓아두려고 뜰 안에 좀 높직하게 만들어 놓은 장독대를 말한다.

하도 오랜만에 접하는 단어여서 부연 설명을 하게 된다.

장을 뜨려 장독을 여는 누이의 손에 문득 골붉은(빛깔이 매우 붉은) 감잎이

하나 날아 떨어진다. ‘오___매 단풍 들것네’ 놀라는 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시인의 감정도 울컥 와 닿는다.


[뒷이야기]

61쪽에 사는 김종삼 시인은 북만 치는 건 아닌가 싶다.

시인은 여간해 없는 일로 소학교에 다니는 딸의 소풍에

동행한 일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났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한참 찾던 끝에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어놓고

잠이 든 아버지를 발견했다.

딸은 놀라서

“아버지, 왜 그래?”하고 물었다.

“응,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그래.”

이것이 시인의 대답이었단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j*****5 2024.06.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