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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정말 이꼬라지다 - 『종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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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등학교 동아리 모임에 간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에도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졸업 후에 봤을 때도 반갑긴 했지만 서먹했다. 게다가 대학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아직 학생인 사람,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와 막 동아리에 가입한 사람 등 다양한 연령이 섞여 있어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였다. 자연스레 통성명을 하며 자신의 나이와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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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등학교 동아리 모임에 간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에도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졸업 후에 봤을 때도 반갑긴 했지만 서먹했다. 게다가 대학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아직 학생인 사람,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와 막 동아리에 가입한 사람 등 다양한 연령이 섞여 있어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였다. 자연스레 통성명을 하며 자신의 나이와 하고 있는 일을 말했다.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한 선배는 중학교 교사라고 말했다. 다른 한 선배는 학원 강사라고 말했다. 사회적 지위나 직업의 안정성 면에서야 교사가 낫지만 월급봉투는 학원 강사가 더 두툼했다. 영세한 학원의 월급이야 적지만 그 선배는 꽤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던 모양이다. 나는 꽤 짖궂은 편이다. 이런 상황을 즐기며 중학교 교사인 선배에게 물었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을 압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비판을 예견하며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되돌아 온 답변은 달랐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같이 가야지."

뭘, 어떻게 같이 간다는 건가. 사교육이 공교육에 대한 보완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답변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이런 말을 하다니. 하긴,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다. 학원 안 다니면 왕따 된다는 사회에서 어떻게 사교육을 안 시킬 수 있을까.

공교육 역시 국민국가가 국민을 호명하고 훈육한다는 부정적인 점이 있다. 하지만 자본이 모든 걸 결정하는 사교육보다는 낫다고 여전히 믿는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사교육의 공교육에 대한 절대우위다.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고, 선생을 믿지 않으며, 학원에서 점수 잘 받는 기술을 습득한다. 이것이 현재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종을 훔치다』는 전직 교사가 쓴 소설이다. 자신의 교직 경력과 함께 주변 동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사립학교의 부정한 운영 형태, 전교조, 대학진학이 지상 최고의 과제가 된 교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다. 사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부금 명목으로 몇 천, 예체능은 억을 내야 하고. 그 돈은 학교를 소유한 이사장 일가가 먹으며. 부족한 돈은 국가에서 지원받는 사립학교들. 물론 재정상태가 투명한 일부 사립학교도 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승일종합고등학교는 이사장 일가가 'A to Z',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미션스쿨이다. 서사의 갈등은 크게 2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학교 운영권을 둘러싼 싸움. 둘째 아들과 첫째 아들의 학교 경영권을 두고 교장과 평교사간 권력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이곳이 정치판인지 학교인지 모를 정도로 개판이다. 둘째, 정미의 자살로 귀결된 부대찌개 연극부 이야기. 이 갈등은 전자와 달리 학생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다.
 
작품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박교사. 학생의 입장에서 시시한 어른이 되지 말라고 가르치는 그는 끝내 사표를 쓴다. 박교사와 동기인 변교사. 적당히 학생 편에서, 적당히 학교 편에서, 적당히 평교사 편에서 유들유들하게 처신한다. 그리고 교육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이사장 쪽 인물.

나 역시 시시한 어른이 된 탓인지, 전적으로 박교사 편만을 들 수 없었다. 박교사의 생각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학교를 기업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후임 교장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는 복잡하고, 이게 아닌 걸 알지만 한 개인의 역량으로 쉽게 고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게 있다면 현재 한국 교육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행복하겠는가 학생이 즐겁겠는가. 점수라는 협박 수단으로 학생을 인질로 잡은 사교육 종사자라고 기쁘겠는가.

글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유용한 도구다. 이 소설의 리뷰를 적는 시점에서는 아닌 듯하다. 쓰다 보니 더 혼란스러워졌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잊어버린 주제다.  『종을 훔치다』는 내게 잊고 있었던 중요한 걸 깨우쳐 준 소설이다. 소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교육은 여전히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점을 각인시켜줬다. 아니,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1.05.15. 신고 공감 1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