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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작동법"이 따로 있다고 하면 다소 삭막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그 작동법이라는 게 정말 현실에 잘 들어맞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훌륭한 요령이라면,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나의 다른 감정 기제와 다소 충돌하는 바가 있건 무관하게, 인생을 제대로 동작시키기 위한(영어로는 set in motion이라고도 하죠. 소설 <벤 허>의 원작자 루 월러스 장군이 자신의 명언 속에서 쓴 숙어이기도 합니다) 취지에 맞다면 그 "작동법" 한번 시도 못 해 볼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프래그머티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어느 선생님은 "이 프래그머티즘이란 한마디로 개똥철학에 불과하다"며 아주 헐하게 후려치신 적이 있는데, 이때 그분이 염두에 둔 "철학"은 인간 존재 궁극의 의의를 규명하는 최상의 사고체계였겠습니다. 그런 높은 기준(전 지금도 그분의 박식과 우아한 균형감각을 존경합니다. 선생님 중에는 이렇게 학식이 풍부한 분이 있는가 하면, 어디서 천하에 몹쓸 놈팽이 같은 세금 도둑도 꼭 어느 구석엔가는 도사리고 있습니다)에는 "실용주의"라는, "주의"의 탈을 쓴 싸구려 담론이 눈에 찰 리가 없겠죠. "주의"를 무작정 폄하하는 자들은 그렇다고 실용주의를 숭상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게 싫고 짜증나고 열등감 느껴지기 때문에 훤히 속보이는 핑계를 마련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프래그머티즘"은 그 나름의 내적 논리를 분명 갖추고 있습니다. 그 멀고 먼 방계 후손 중 하나가, 지금 이 책에 드러나는 저자 프레드릭 M 허드슨의 제안과 사고의 틀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저자는 이 책 말고도 인생의 설계와 생애주기의 실용적 비전에 대해 많은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분이며,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저자이자 사실상 이 분야의 창시자라고 해도 되는 지성인입니다.
공자는 불혹의 나이를 40세로 잡았습니다. 전 지금도 간혹 당황스러워지는 게, 인구 표본 구별 기준에서 요즘 많은 조사기관들이 20세부터 40세(40대인 경우도 있더군요)까지를 적지 않은 경우들에 있어 한 구간으로 묶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관행이 정녕 타당하기라도 하다는 소리인지, 요즘은 40은커녕 나이 육십을 먹고도 체신 없이 나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런 자들이 제 꼬락서니의 한심함은 또 전혀 의식 못하고 엉뚱하게도 유체이탈의 지적질을 일삼는 걸 보면 참 목불인견이다 싶을 뿐이죠. 여튼 저자가 이 오랜 동아시아의 지혜를 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자신만의 통찰과 견해에 의해 "40대는 인생의 재고조사를 하는 시기, 30대는 출세와 성공을 위해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시기, 20대는 청춘의 유예기가 사라진 시기" 등으로 설정합니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을 건 요즘 모 채널의 교양강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만, 요즘은 정녕 환갑이 지나서도 정서적 혼란이 지속되는 인생, 지 손자뻘(이놈이 사리분별은 전혀 못하면서 요런 못된 패악질에는 귀신 같이 도가 튼 놈이죠. 이제 한번 경을 칠 듯)한테 푼돈 같은 용돈을 받아먹으면서 구질구질한 아첨을 일삼는 무식인 등 별의별 추태를 다 보는 게 보통입니다. 저자의 설명은 매우 명쾌합니다. "전 인생을 내다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서, 각각의 구간에 알맞은 작동법을 미리 배운 후 과감히 이를 적용시키는 게 혼란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바이지만, 이런 현대의 미국 저자가 오랜 연구를 거쳐 내놓은 해법이, 결국은 2500년 전 우리 동아시아의 성인이 내려 놓은 결론과 별반 차이도 없다는 데에 새삼 감탄했습니다.
이 책은 세대별 구간의 구획에서뿐 아니라, "인생은 기본적으로 순환형 구조"라는 대전제를 깔고 논의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직선형 발전상을 염두에 두곤 하는 서양의 세계관과 꽤나 차이를 보입니다. 돌고도는 유사한 패턴이 인생의 각 국면에서 발생한다는 건 역시 전통적인 동양식 사고 방식이죠. 웃기는 건, 전혀 발전없이 헛소리만 반복하며 촌구석에서 잡초를 뽑아 먹고 자란 건달이, 제놈이 쳇바퀴를 돌기에 인생이 그모양 그꼴인 건 생각 않고, 주정뱅이가 지면 바닥이 제 이마를 들이받는다고 주정을 하는 것처럼, 애먼 남더러 미친 지청구를 하는 꼴입니다. 무지렁이가 사람을 웃기는 건 참 한계가 없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저자는 아마 자신의 경험에서 바탕을 두고 꺼내는 말씀이겠지만, 30대는 아직도 제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시는군요. 중년으로는 갓 진입을 하는 단계이나, 아직 자신과 주변을 넉넉히 관조할 실력이 덜 갖춰졌기에, 심하게 덜컹거리며 시련은 시련대로 겪는 관문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도 사춘기나 마찬가지라, 이 시기를 제대로 겪어내지 못한 자는 "심리적 죽음"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무서운 지적을 챕터 말미에 덧붙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대목은 좀 신경 써서 읽어 봐야 할 독자가 많겠습니다.
책은 재미있게도 80대, 90대, 심지어 100세를 위한 충고까지 담겼습니다. 저자는 올해 83세이시니, 이 구간에 대한 논의까지도 충분히 전개할 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이긴 합니다. 단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초판이 출간되었으므로, 설령 그 중 개정판이 몇 번 나왔다 쳐도(정확히는 새 밀레니엄을 맞기 전에 최종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아직은 장년기에 가까운 시기에 저술한 내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습니다. 이미 그 이른 시기에 백 세 수명을 패러다임으로 삼은 저자의 안목과 품격 있는 문체에 다시 한 번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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