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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상처가 남아 한쪽 눈은 아래로 쳐져있고 일그러진 얼굴모양을 감추기 위해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깊숙이 눌러쓴 중절모와 때에 전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는 남자의 모습은 작품의 모두를 장식하는 주인공의 인상처럼 시대착오적이고 인습과는 동떨어진 그 어떤 인물을 상상케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기면증이라는 통제불능의 수면증까지 더해 왠지 찌질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는 일이라고는 탐정사무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심부름센터를 연상시키는 조잡한 허드렛일을 대행하는 것으로 나이 삼십에 접어든 젊은이의 향기를 도저히 맡을 수 없는 형상이다. 기면증으로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도, 목적지에 이동하다가도 수시로 자신도 모르게 수면에 빠져들다 보니 현실과 꿈, 상상과 실제의 경계가 그에게는 늘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 이런 자가 누군가에게서 사건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 무능해 보이는 탐정‘마크 제네비치’의 생각을 쫓다가는 정말 낭패를 보게 된다. 그의 생각, 기억이란 것은 꿈인지, 상상인지, 가공의 기억인지, 아님 진짜 일어났던 일인지 종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면증에서 깨어나 보니 이런 그의 책상에 여자의 사진이 든 노란 봉투가 놓여있고, 의미라고는 찾을 수 없는 자신의 산만한 메모가 끼적여 있을 뿐이다. 아메리칸 슈퍼스타 결승전에 진출한‘제니퍼 타임스’라는 인기스타의 은밀한 사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어린시절 친구였던 명망 있는 지방검사‘빌리 타임스’의 딸이 왜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했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대체 그녀가 자신을 왜 고용한 것인지? 허나 제니퍼의 사인회장에서 조우한 그녀는 마크를 처음 본 사람처럼 낯설어 하기만 한다. 결국 사건이 존재하긴 하는 건지조차 의심스럽기만 하다. 사실 소설의 초반은 이처럼 사건이다 할 만한 단서도, 확증도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이 있기나 한 것인지, 탐정이란 자가 사건해결 능력을 가지기나 한 것인지 회의가 치밀어 김빠진 맥주처럼 밍밍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아버지의 친구이자 제니퍼의 아빠인 빌리 타임스를 만나 사진을 보여주고 무언가의 실마리를 찾고자하면서부터‘사건’의 뿌연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사진을 자신에게 주며 사건을 의뢰한 것으로 보이는 남자로부터‘그것’을 찾았느냐는 의문의 전화를 받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대체 사건 의뢰자도 모르고, 의뢰 내용도 모르는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이거 정말 탐정 소설 맞아? 하는 의문을 불식하기에는 무언가 모자란 것 같다하면서도 어느새 이 무모함 속에서 사건의 점진적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단서와 복선이 깔리고 있음을 직감케 한다. 이 기묘한 전개가 바로 이 작품의 독특한 맛이 되는 것 같다. 또한“내 자신감과 자존심은 지하보다 낮은 곳에서 누가 더 낮은 지 싸우고 있는 중이다.”라고 좌절감에 헤어나지 못하고, 오리무중의 의뢰사건은 자신의 신체나 정신 상태에 비해 버겁기만 해서, 실제 자기 의도와 계획에 의한 어떤 시작도 하지 못한, 즉 “손을 댄 적도 없는 사건에서 손을 떼고 휴가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할 정도의 주인공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일 것만 같은 회의를 계속 뿌려댄다. 이런 회의 속에서도 마크의 꿈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정원과 창고를 정리하던 애틋한 추억과 그리움의 장면들이나 아버지의 사진관을 그대로 유지하며 운영하는 어머니의 보살핌 같은 우울한 한 폭의 수채화에 현혹되다보면 그 기발한 작가의 암시를 한창이나 뒤늦게 서야 이마를 치고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의 돌이킬 수 없는 일탈이 오랜 세월이 지난다고 잊혀지고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죄의식, 아니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눈동자들이 나를 쳐다보았"고, 누군가가 잃어버린 시간이 담겨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그 무언의 습속과 형질에는“오래전에 죽은 행복, 파멸, 어리석음이라는 메시지”까지도 전달되는 전율의 진실이 있다. 절름거리며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수면에 시달리는 기이한 탐정의 아슬아슬한 사건의 접근과 마침내 사건의 몸체와 만나 벌이는 승산 없어 보이는 패에 이르기까지 허허실실의 의외의 진전으로 독자의 직관을 기막히게 무너뜨린다. 결핍으로 무장한 탐정, 치밀하고 강인한 탐정의 전형적 이미지를 깨부순 작가의 상상력이 즐거운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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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트렘블레이의 [리틀 슬립]은 그 제목에서도 짐작을 할 수 있듯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 오마주를 바치는 작품으로, 주인공인 탐정 마크 제네비치는 중절모를 눌러쓰고 트렌치 코트를 입은 전형적인 미국식 사립탑정의 모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챈들러가 창조한 근사한 필립 말로와 비교를 하면 제네비치는 탐정으로서 굉장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의감에 있어서는 말로에게 절대로 밀리지 않습니다.
탐정 면허를 받은 8년 전에 주인공 마크 제네비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운의 사고로 인해서 소중한 친구를 잃고 다리와 얼굴을 다치게 됩니다. 게다가 사고의 후유증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때나 잠이 들어버리는 수면장애인 기면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기 때문에 언제나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 제네비치는 명색이 탐정이지만 그저 동네의 소소한 일거리만 맡아서 처리합니다.
평소처럼 잠들어 있던 제네비치에게 어느 날, 정말로 오랜만에 진짜처럼 보이는 탐정 의뢰가 들어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에서 깨어나서 책상에 놓여있는 노란 봉투를 보고서 누군가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봉투 안에는 인기 스타인 제니퍼 타임스의 비밀스러운 사진이 들어 있었고, 단서를 찾아 사건에 접근하는 제네비치에게 '그것'에 관한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마크 제네비치는 사립탐정 면허를 취득한 지 8년이 지났어도 변변한 사건 하나 제대로 맡지 못하고, 더군다나 기면증까지 앓고 있어서 서른 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어머니의 신세를 지고 있는 어떻게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탐정입니다.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는 그 놈의 원수같은 기면증 때문에 의뢰인이 찾아왔을때 잠들어 있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때문에 가끔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폴 트렘블레이는 [리틀 슬립]에서 겉으로는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을 따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전형적인 탐정의 이미지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자신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탐정 마크 제네비치의 활약을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 보다는 제네비치의 눈과 특유의 냉소적인 말투를 통해서 묘사되는 사건과 주변 상황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필립 말로처럼 출중한 외모에 감탄을 자아내는 뛰어난 추리력을 자랑하는 탐정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정의롭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 잠을 쫓아가며 고군분투하는 마크 제네비치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안겨줍니다. 참고로 지난 2월에 미국에서 두 번째 슬립 시리즈인 [No Sleep Till Wonderland]가 출간이 되었는데, 과연 앞으로 마크 제네비치가 어떤 사건들과 조우해서 유쾌한 활약상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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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음. 참으로 애매한 분위기의 소설입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대가로 알려진 레이먼드 첸들러의 [빅 슬립]에 바치는 오마주라 하여, 정말 엄청난 사건과 굉장한 추리력을 보여줄 거라 믿었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회고록, 일종의 성장소설이라 보여지는 작품입니다. 어쩌면 레이먼드 첸들러의 작품이라곤 한 권도 읽지 않은 저의 탓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아리송한 이야기인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주인공의 한쪽 얼굴이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어 처음엔 그림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를 보라색으로 칠할 리 없잖아요? 그래서 다음엔 화상자국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화상자국도 아니더이다. 주인공인 마크 제네비치는 탐정입니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조금 절고 얼굴에 상처가 남은 불운한 사나이죠. 불운이 외모에서 그쳤다면 좋았으련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어요. 바로 기.면.증. 요즘 들어 제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그 증상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들어버리는 증상인데요, 요즘 자꾸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가 없어서 '혹시 이게 기면증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생각하던 참이었답니다. 하지만 마크의 증상을 보니 저는 기면증은 아닌 것 같아 일단 안심은 됩니다. 잠을 자면서도 돌아다니고 말을 하고 글을 적을 수 있는 마크에게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잠들어 있는 그에게.
깨어난 마크는 자신에게 일을 의뢰한 손님이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하고 있는 제니퍼 타임스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환각을 본 거죠. 그녀가 놓고 갔다고 생각되는 사진들 속에서 마크는 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누군가 사진으로 제니퍼를 협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제니퍼와 그의 아버지 빌리 타임스는 사진 속의 여자가 제니퍼가 아니라고 부인하죠. 그런데 제니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빌리는 사진을 찾기 위해 마크를 협박하고, 사무실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마크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그것'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것'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진짜 주인공은 아버지의 친구였던 설리반이지만 마크와 만나기로 하기 전날 의문의 죽음을 맞습니다. 상처투성이 몸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이제 마크는 기면증과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타인들과 한데 엉켜 지지고볶고 해야 해요.
이 소설은 추리같기도 하고 스릴러같기도 하지만 사건중심이 아닙니다. 사건이 약 30% 정도, 그리고 마크가 중얼중얼 웅얼웅얼 시니컬하게 읊조리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여전히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부분이 70% 정도라고 할까요. 분명 험악한 상황이 맞는데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마크의 시니컬한 빈정거림,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잃지 않는 유머 때문일 겁니다. 그것이 전혀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해도요. 어쩐지 여유로운 그의 언행에서 사건은 어떻게든 해결되겠구나, 싶어집니다. 그러니 이 작품은 아마 마크의 성장소설이 맞을 거에요. 다 큰 어른이지만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새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마크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 지 알게 된 그 순간, 두 번째 탄생이 이루어진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이 시리즈가 될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옮긴이의 말대로, 다음 번 의뢰인은 부디 맑은 정신에서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맑은 정신으로만 의뢰인을 만났어도 이 사건도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을테니까요. 그나저나. 질이 너무 좋아서 잉크가 손에 묻어나올 뻔한 종이였어요. 개미도 미끄러지겠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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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슬립. 하드보일드 팬이라면 바로 레이먼트 챈들러의 <빅 슬립>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으나 난 사실 아직 "여기까지" 섭렵하진 못해 그냥 리틀 슬립이 뭐? 했다. 알고보니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를 쓴 '사립탐정'의 대명사 필립 말로를 창조해낸 것이 레이먼트 챈들러이고, 필립 말로의 전설적인 시작이 바로 이 <빅 슬립>에서부터라고. 셜록 홈즈와 에르퀼 포아로만 알았기 때문일까, 미국의 차도남 필립 말로의 존재는 조금 낯설다. 뭐 어쨌든 나는 아직 그를 모르니 앞으로 차근차근 알아가기로 하고..
그렇다한들 <빅 슬립>(우리나라에서는 <깊은 잠>으로 출간됨)에 대한 오마주라는 말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아놔, 이거 <빅 슬립> 먼저 읽고 읽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나름대로 <빅 슬립>의 문장을 따온 것도 있을 것이고, 그와 흡사한 장면들도 있을텐데, 이걸 어쩌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냥 <리틀 슬립>을 펼쳤다.
확실히, 깊은 잠에 딱 대응되는 단어 '얕은 잠'이 눈길을 끌긴 한다. 어째서, 왜, 얕은 잠일까.
항상 최악의 순간은 정신이 들고 난 바로 다음이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따위의 질문을 비웃고는 싶은데, 나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모른다. -p.15
주인공 마크 제네비치는 기구하게도 젊은 시절 사고를 당해 양 눈은 짝짝이라 언제나 윙크를 하고 있는 표정으로 앞으로 윙크를 해도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얼굴의 상처는 덥수룩한 수염으로 가리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면증'에 걸려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지고 잠에 빠진 동안에도 제멋대로 몸이 움직여 결고 남에게 말할 수 없을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나이는 갈수록 먹어가는데, 어머니에게 항상 의지해야하는ㅡ마음이 너무 아프다!ㅡ어찌보면 '찌질한' 남자다.
사립탐정 면허를 딴지도 8년이 지나가건만 제대로 변변한 사건 하나 맡지 못했던 마크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아메리칸 스타' 본선에 진출한 서디 출신의 소녀, 제니퍼 타임스가 찾아와 자신의 손가락을 도둑맞았다고 찾아달라는, 말도 안되는 의뢰를 한다. 어느샌가 눈을 떠보니 메모지에는 '사우스 쇼어 플라자'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적혀 있고 웬 봉투가 책상에 놓여 있다. 봉투 속 사진은 제니퍼 타임스로 추정되는 인물의 누드사진과 평범한 사진 한 장 씩. 하지만 단서가 너무 없다.
내가 이 사건을 놓치고 있다는 직감이 든다. 만약 이대로 놓쳐버린다면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망치게 될 것 같다. 이 사건은 내게 큰 기회다. 나는 지금까지 어머니가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돌보고 있는 아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는 사건이나 맡는 아들, 컴퓨터 앞에서 잠을 자며 시간을 허비하는 아들이었다. 이 사건은 내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다. -p.45
그래서 마크는 제니퍼의 아버지 빌리 타임스를 찾아간다. 하지만 검사는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었느냐고 묻더니 사진 속 여자는 제니퍼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아,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마크의 사건. 하지만 이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사건 의뢰인인 브렌던 설리반이 찾아왔을 땐 잠이 들어 입면환각의 상태로 의뢰를 듣지도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설리번은 자살해버린다. 그리고 자꾸 마크를 쫓아다니는 타임스 검사의 똘마니 둘. 기면증 덕분에 상당히 행동이 제한되어있는 마크 제네비치의 분투가, 꿈과 현실, 현실과 '얕은 잠'의 경계에서 시작된다ㅡ.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럴 때가 있다. 읽는 내내 내용의 별 진전도 없는 것 같은데 책장은 쉴새 없이 넘어가고, 별다른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샌가 책의 끄트머리에 다다라버리는 일. 나도 모르게 책의 내용에 빨려들어갔다 나온 듯한 기분. 최근에 읽은 책에서는 기리노 나쓰오 여사의 <얼굴에 흩날리는 비>가 그랬고, 그리고 바로 이 <리틀 슬립>이 그랬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도 두 작품 모두 하드보일드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상당히 냉정한 문체에서 사건의 묘사만을 따라가는 특징을 가진 하드보일드의 매력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사실 사진 속 여자가 누구인지, 의뢰인이었던 설리번이 찾으라고 한 '그것'은 무엇이었는지, 마크가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그것'을 추적하고 마크의 일을 결사적으로 막으려 하는 타임스 검사와 그 똘마니들의 진절머리나는 추격까지 마크에겐 너무 힘든 시련이 닥쳐왔다. 사실 이들마저 현실인지 꿈인지도 모른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볼 꼴 못볼 꼴 온갖 꼴을 다 당하는 마크의 시선으로 그와 함께 사건을 따라가고 있으면 참 마음이 아픈 장면들이 많이 등장함에도, 그럼에도 웃음은 피식피식 새어나온다. 마크의 말 곳곳에 위트와 농담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농담이라니! 게다가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꼭 사건을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까지. 마크 제네비치, 찌질함에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정이 가는 남자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 미스터리에서는 정교한 구성과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준비해 책을 끝까지 안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영미 스릴러에는 또 그들만의 스케일 있는 온갖 추격전 혹은 심리전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에게 장르소설은 그만큼 매력이 있는 소설들이다. 그 와중에 엄청난 반전으로 독자에게 임팩트를 안기는 것보다, 이런 문장과 시선만으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는 것, 그것 역시 또다른 엄청난 매력이 아닐까 싶다. <리틀 슬립>은 그런 소설이다. 이미 많은 자극적인 소재와 허를 찌르다 못해 아주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반전을 준비한 장르 소설들의 홍수 속에서, 문장력과 위트로 마음을 사로잡는. 물론 다른 소설이 재미없고 싫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문장에서 흘러넘치는 위트와 농담, 그리고 마크 제네비치의 시선을 기가막히게 잡아낸, 밝혀진 진실에는 그럼에도 결코 숨길 수 없는 씁쓸함까지 그려낸, 그래서 상당히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멋지다! 난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서, <리틀 슬립>의 그림자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마크에게 사건 의뢰는 절대 안 할 거다. 아마 마크는 내가 죽고 나서야 내가 의뢰를 하러 찾아갔다는 사실을 눈치챌 지도 모르니까....
그 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난, 멋진 문장들 중 인상깊었던 구절들.
거짓에 대해 털어놓지 않고서는 진실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 -p.125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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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을 꼽으라면 아마 '경찰과 탐정'이 아닐까싶다. 탐정을 돋보이게 하려고 어수룩한 경찰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경찰이 사건 전반을 풀어가기도 한다. 물론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더라도 '명탐정 홈즈걸'처럼 일반인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즐겨 만나는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 혹은 다른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탐정과 경찰들... 가가형사도 그렇고 갈릴레오도 그렇다. 미스 마플도 긴다이치 고스케도, 고마지 형사반장도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술술 풀어나간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만나는 재미중 하나는 이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인 탐정 혹은 경찰 캐릭터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탐정 필립 말로! 183센티미터의 큰키, 85킬로그램의 건장한 체격, 준수한 외모에 냉철한 성격,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담배를 물고 있는 멋들어진 모습. 탐정이 갖추어야 할 매력을 모두 갖춘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탐정중 하나로 꼽히는 필립 말로! 그에 비견되는 또 다른 탐정이 여기 있다. 필립 말로처럼 중절모를 눌러쓰고,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싸고 담배를 물고 있는... 하지만 조금 다른건 사고로 얼굴을 다쳐 항상 윙크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과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이유가 보기 흉한 얼굴을 가리려는 용도라는 것이다. 서른 살이 넘었어도 어머니의 신세를 지고 있기도 한...
'8년전 나는 면허를 취득했다. 매사추세츠 주 법에 따라 주에서 요구하는 서류와 수수료 50달러를 내고 사립 탐정, 마크 제네비치가 되었다.' - P. 32 -
그리고... 사립 탐정이란 직업에 가장 치명적인 결점이랄까? 그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기면증은 잠이 들 때(입면)나 깰 때(각성) 나타나는 환각, 수면 마비, 수면 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신경정신과 질환이라고 한다. 조금은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안쓰럽기도 한 사립 탐정, 그의 이름은 바로 마크 제네비치!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필립 말로에 뒤지지 않을 정의감과 열정이 있기에 독자들은 온전히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탐정 마크 제네비치의 <리틀 스립>이 그 막을 올린다.
'누가 내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줘요'라며 5만달러는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한 소녀가 마크 제네비치를 찾아온다. 이 일에 시도만해도 1만달러는 내놓게다며 그녀는 장갑을 벗어 붕대에 쌓인 손가락을 보여준다. 그녀가 남겨놓은 서류봉투에는 흑백사진 두 장과 네거티브 필름이 담겨져 있다. 사진속 그녀는 상의를 벗고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제니퍼 타임즈, '아메리칸 스타'의 결선 진출자이자, 서퍽 카운티 지방 검사의 딸인 그녀가 바로 이 사건의 의뢰인이다. 눈 깜짝할 사이 제니퍼 타임스는 사라졌고, 마크 제네비치는 깨어나보니 현실이었는지 망상이었는지 알 수 없을 암흑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사건을 맡게 된 마크 제네비치는 제니퍼 타임즈의 사인회를 찾아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갖지만 그녀는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과거 자신의 아버지와 제니퍼 타임즈의 아버지인 지방검사가 단짝이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검사를 찾아가고 그의 딸이 남겨둔 사진을 보여 주지만 검사는 그 사진속 주인공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마크 제네비치를 찾아온 여인은 누구였고, 또 사진속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기면증 때문에 일어나는 환각을 본것인지, 현실과 환상속을 걷는 그에게 이건 또 하나의 꿈이란 말인가? 진실을 향한 사립 탐정 마크 제네비치의 치열하지만 유머러스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항상 최악의 순간은 정신이 들고 난 바로 다음이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따위의 질문을 비웃고는 싶은데, 나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인 꿈인지 모른다.' - P. 15 -
<리틀 슬립>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고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빅 슬립]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그의 작품속 주인공의 포스는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통해 익히 들어오기도 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선, 전혀 탐정이라는 직업과 어울릴 수 없을 것같은 '기면증'이란 단어가 역설적으로 기존의 미스터리가 가진 정형화되고 딱딱한 느낌에서 조금은 가볍게 다가가는 재미를 전해주는 듯하다.
'소파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 녀석은 담배를 죽어도 못 끊는다. 보건복지부의 경고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금연 패치를 붙여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마크 제네비치의 말을 보더라도 그의 일상 하나하나에서 그가 얼마나 현실과 꿈 속을 오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의뢰된 사건, 아니 의뢰 되었던 것인지 조차 의문스런 이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을까? 기존의 정형화된 탐정과는 조금은 차별화된 캐릭터, 마크 제네비치의 말과 행동들을 따가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쏟아져나오는 웃음과 유쾌하고 색다른 탐정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폴 트렘블레이가 창조해낸 새로운 탐정 캐릭터, 마크 제네비치! 조금은 모자란듯, 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기면증이라는 특이한 병을 가진 그이지만, 그만이 뿜어낼 수 있는 특유의 농담속에서 세상에 대한 또 다른 시선과 방식을 배워간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모르겠다는 마크 제네비치의 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시대을 살아가는 당신들은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있는가?'그런 질문을 우리앞에 내어 놓고 있는듯하다. 범죄보다는 사람과 그 이야기들을 담아낸 색다른 미스터리, <리틀 슬립>과의 만남이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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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리틀슬립 (The Little Sleep)]과 주인공 사립탐정과 사건은 레이몬드 챈들러의 [빅슬립 (The big sleep)]의 오마쥬이다. 그냥 그렇게 슬쩍 대작에 기대었다면 실망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자기나름의 개성을 신선하게 살렸다. 문장은 재기발랄 재치만점인데다가, 사고로 기면증에 걸려 꿈과 현실을 구분못하고, 소파는 가끔 화장실로 사용하고 (우웨엑!), 엄마의 보호를 받다가 바지내리고 야동보다가 난감하게 걸려도 재빠르게 끄지못하고 쇼크로 쓰러지고 마는 안티히어로 (anti-hero)이다, 하하. 하지만, 그에겐 필립 말로 못지않은, 권총이 앞에서 왔다갔다 하더라도 영향받지않는 정의감이 있다.
...항상 최악의 순간은 정신이 들고 난 바로 다음이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따위의 질문을 비웃고 싶은데, 나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모른다...p.15
그 유명한 - 아, 도대체 몇번이나 인용하는거냐. 지난번엔 하라료의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였다. 사와자키도 꽤나 멋있는 탐정이었다 - 챈들러의 첫문장 '10월중순 오전 열한시경이었다. 햇빛은 비치지않았고 선명하게 드러난 산기슭에는 거센 비의 기순이 감돌고 있었다....'의 새버전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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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을이 아닌 봄, 4백만달러 고객을 만나러가는 단정한 담청색 정장이 아닌 20년묵은 모직양복과 닥터마틴, 그리고 오전이 아닌 밥먹고 졸린 오후 2시의 설정에서 이 작품의 분위기가 보여진다. 교통사고로 안면과 뇌에 손상을 입은 마크 제네비치는 사무실을 방문한 아리따운 여성의 사건의뢰를 받는다. 요긴 약간 대쉴 해밋의 샘 스페이드스러웠다. 다만, 문제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는 것.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아메리칸 스타'에 진출한, 지역유지인 타임즈 검사의 딸 제니퍼가 잘라져나간 손가락을 보여준 사건 의뢰가 아리까리 한 가운데, 그녀를 닮은 여인네가 헐벗고 찍은 사진 2장이 데스크위에 남겨져있었다. 그리고 당최 뭔얘기인지 모를 메모와 함께. 그리하여, 그는 사인회의 제니퍼를 찾아가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죄다 정상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걸려온 전화, 그리고 두명의 양아치와 빨간차. 마크는 사건의 협박과 함께, 사건과 어째 연결되는 듯, 어머니가 얘기해주는데 인색했던 아버지와의 추억 내지는 꿈이 번갈아 그를 찾아오고, 위협의 절정에서 사무실과 아파트가 초토화되버린다.
...전화벨이 울렸다. 마치 우주 저편의 다른 우주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저 멀리서 벨소리가 들렸다.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힘을 발휘해 책상에서 머리를 들고 얼굴을 닦았다. 내가 베개 대신 쓴 플라스틱 그릇위로, 수염에 붙어있던 먹다 남은 볶음밥이 떨어졌다....p.86
의뢰인이나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탐정 면허증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초연하고, 궁금해서 당장 물어보고 싶지만 타이밍을 맞춰 거물을 찾아가 질문을 던지고, 돈을 주려는 상대방에게 돈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는 필립 말로와 달리, 마크는 보여주지 말란거 경솔하게 (뭐, 몰랐으니까) 보여주어 사건을 키우고, 기면증인 자신이 충분히 위협적인 사람이 아니라며 전화메세지로 가슴 절절한 사연을 늘어놓는 등 안쓰럽지만, (뭐, 상가와 두개의 개인사업체를 가진 엄마의 독립적인 재력이 있어서 그런건지 ^^) 금전적인거나 개인적인 위협에도 상관없이 뭔가 억울했을 아빠의 어릴적 친구의 죽음과 사진속 그녀를 찾아낸다. 비정한 거리는 없어도 후끈 달아오를 불덩어리가 가져오는 '빅슬립 (죽음)'의 위협에서도 굳건한 이 남주는 결국 기면증과 약간의 마마보이적 모습에도 불구하고, 안티히어로는 표면일뿐 히어로가 되는건 가슴속의 용기와 정의라는 것을 보여준다.
p.s: 1) 추천사중에 빌 크라이더의 말은 찬성할 수가 없을거 같은데. 로스 맥도날드가 썼다면 훨씬 더 비정했을거 같은데...
2) 시리즈란 말이던가!!!!! (나온 시리즈도 다 못읽었는뎅!)
![]() ![]() 두번째는 레이몬드 챈들러의 두번째[Farewell, My love]가 아닌, [Long good bye]에 대한 오마쥬 작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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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트렘블레이 님의 <리틀 슬립>입니다..
제목에서 어렴풋이 눈치채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리틀 슬립>은 미국의 대표적인 탐정,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레이먼드 챈들러 님의 <빅 슬립>을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작가였고 필립 말로라는 캐릭터가 워낙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가와 작품이니만큼..
오마주한 작품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것 같습니다..
<리틀 슬립>이 <빅 슬립>을 오마주한 작품이지만 굳이 <빅 슬립>이라는 작품을 안 보셔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거 같습니다..
주인공이 필립 말로처럼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닮은 점이나 비슷한 상황들도 있긴하지만 큰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빅 슬립>을 읽으신 분들은 또 하나의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원제 The Nacroleptic Detective에서 보듯이..
<리틀 슬립>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탐정 마크 제네비치는 기면증이라는 병을 갖고 있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인해 얼굴 반쪽은 흉해지고 후유증으로 갖게 된 기면증...
기면증으로 인해 자신도 모른채 잠에 빠져버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마비되는 등..
탐정이라는 직업을 생각한다면 정말 최악의 조건을 가진 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면증을 겪는 중간에 사건을 의뢰받게 되고 사건 의뢰를 받은 것조차 사실인지 혼란스럽게 시작되는 마크 제네비치의 이야기입니다..
뭐..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결말이지만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리틀 슬립>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력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탐정의 이야기.. 추천하는 바입니다~!! ^O^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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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수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텼다고 하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고전 레이먼드 챈들러의 <<박 슬립>>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하는 이 작품, <<리틀 슬립>>은 시작부터 뭔가 다르다. 짧게 툭툭 내던지듯 서술하는 문구,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대화전개. 마치 5~60년대 고전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미국식 사립탐정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빅 슬립>>의 고독한 탐정 '필립 말로'를 흉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리틀 슬립>>의 탐정 마크 제네비티도 중절모에 트렌치코트의 깃을 올려세우고 담배를 물긴 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뭔가 날카롭게 사건의 현장을 꿰뚫어보는 그런 느낌의 탐정은 아니다. 사고 때문에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려 텁수룩하게 수염을 길렀으며 한쪽눈은 항상 윙크를 하는 것처럼 찡그리고 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끝없이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신세를 지며 살고 있다. 게다가 그에게는 탐정으로서는 최악의 조건이 있었으니 바로 '기면증'이라고 하는 희귀병에 걸려 있는 것이었다. 항상 최악의 순간은 정신이 들고 난 바로 다음이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따위의 질문을 비웃고는 싶은데, 나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도 모른다. 제니퍼 타임스는 사라졌고, 내 머릿속은 암흑으로 가득 차 있다. -p.15 지방 검사의 딸이 자신의 손가락이 없어졌다며 자신의 손가락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면 5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고 사라졌다. 마크는 제니퍼의 사건을 수사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다시 만난 제니퍼의 손에는 거짓말처럼 손가락이 모두 붙어 있다. 이제 마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이 과연 꿈이었던 건지,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건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보통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같은 조건을 두고 추리를 하는 탐정과 독자가 함께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탐정은 항상 답을 찾아내지만 독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탐정의 사건수사를 좇아가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탐정은 자신이 겪은 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사건대로 꼬여있고, 자신의 상황도 제대로 꼬여 있다. 어느 순간 실컷 두들겨 맞고 택시에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누구한테 맞은 건지, 혹은 넘어져서 다친 건지도 구분하지 못한다. 심지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못하고 누워 있는 발작을 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커피를 들이 붓거나, 바닥에 머리를 짓찧어가면서까지 사건에 몰입하는 그는 수도없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서도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굽히지 않는다.
독자조차도 금방 마크에게 일어났던 일이 마크의 꿈이었던가, 현실이었던가 착각할만큼 현실과 꿈 사이를 교묘히 오고가며 사건의 본질을 향해 달려간다. 마크 제네비치라는 탐정이 '기면증'이라는 병에 걸려 간혹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아마도 우리네 인간들이 마크처럼 희귀병을 앓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 특히나 범죄에 관련되었거나 양심에 가책을 느낄만한 일들은 애써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버리고 사는게 아닐까 하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항상 피곤하고 수시로 졸음을 참지 못해 어디선가 잠들어 버리는 몽롱한 상태의 마크 제네비치의 사건해결은 의욕넘치고 스펙터클한 분위기는 아니다. 읽는 사람까지도 몽롱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들은 쉽게 술술 읽힌다. 하나의 사건만을 풀어내는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탐정 자신의 꿈과 현실을 구분해 내야만하는 이중 자물쇠는 푸는 그런 느낌의 추리소설, 아주 기발하고 독창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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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장르 소설을 읽고 나서 리뷰 쓰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스포일을 하지 않고 리뷰를 쓰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아! 그렇구나. 가능한 한 스포일러를 적게 언급하면서 리뷰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오늘 새벽에 다 읽은 폴 트렘블레이라는 낯선 작가의 <리틀 슬립>도 마찬가지다. 탐정물을 읽는 독자라면 바로 제목에서 그 유명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1939)을 떠올렸을 것이다. 시사잡지 <타임>지에서 선정한 영어로 쓰인 100대 소설의 하나로 당당하게 꼽힌 적도 있는 <빅 슬립>을 아직 읽어 보지 못한 까닭에 <리틀 슬립>을 읽으면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어제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판 <빅 슬립>(1946)을 어제 봤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리틀 슬립>을 마저 읽을 수가 있었다. <빅 슬립>에 말끔하고 멋쟁이로 유명한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있었다면, 폴 트렘블레이의 <리틀 슬립>에는 지저분하고 사고로 얼굴마저 비호감인 마크 제네비치가 있다. 제네비치는 결정적으로 사고 때문에 생긴 기면증까지 있다. 지난 8년간 사립탐정 생활을 해왔지만, 기면증 때문에 광대 바지를 입고 사진관을 경영하는 홀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버지는 5살 때, 돌아가셨다. 뭐 이 정도가 우리의 주인공 마크 제네비치에 대한 프로필이다. 서디(Southie)라고 불리는 사우스보스턴 출신의 제네비치에게 한창 인기를 끄는 텔레비전 쇼인 <아메리칸 스타>에 출연 중인 제니퍼 타임스가 1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겠다며 사건을 의뢰하면서 이 삼류탐정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기면증 발작은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특히 운전은 금물이다. 예전에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이 친구의 직업은 드러머인데 드럼을 치다 말고 바로 잠이 드는 것을 보기도 했다. 세상에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쏟아지는 잠을 막을 수가 없었단다. 그 친구 역시 운전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 폼나지 않는다, 비밀리에 움직여야 하는 탐정이 운전할 수가 없어서 택시나 아니면 어머니 차로 움직여야 한다니 말이다. 더 문제인 것은 기면증 발작 중에도 제네비치는 ‘자동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자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의 말에 대꾸도 하는 등 상대방이 자신이 기면증 환자라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단다. 물론, 그렇지 않을 적에는 한창 조사 중에 졸다가 상대방에게 뺨을 맞기도 한다. 어설프다 어설퍼. 문제가 더 고약한 것은 제니퍼 타임스가 서퍽 카운티 지방검사 출신이자, 자신의 죽은 아버지 팀의 친구 윌리엄 타임스라는 사실이다. 한창 기면증으로 인한 ‘얕은 잠’(리틀 슬립)에서 깨어나 보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 봉투 속의 사진의 주인공이 제니퍼 타임스라고 확신하고, 예의 사진을 바로 타임스 검사에게 가져가면서 사건의 회전축이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크 제네비치는 총포류의 천국 미국에서 “맥가이버”의 전통을 따라서인지 어쨌는지 그 흔한 총 한 자루 없이 위험천만한 임무에 나선다. 최소한의 신변 보호를 위한 무장 하나 없이, 자기 아파트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위협을 가하는 악당들에게 변변치 않은 입담으로 매를 번다. 그래도 우리의 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중견 삼류탐정은 진실과 정의의 추구라는 고전에나 나올 법한 가치를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어려서 잃은 아버지와의 가상의 대화 그리고 그 아버지보다도 더 알 수 없는 어머니와의 화해라는 가족사도 등장한다. 사건 자체보다도, 사건의 경과에 따른 서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리틀 슬립>은 여러 가지 다양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결국은 미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인 가족으로의 귀환이라는 이슈를 충실하게 수행한다. 오마주를 표방하는 작품을 읽으면서 확실히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을 언제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살았던 곳이라 그런 진 몰라도 소설에 등장하는 익숙한 지명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다운타운에서 레드라인 전철을 타고 가던 길에 보이던 서디의 낯익은 풍경이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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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재미가 있다...말 그대로 챈들러할배의 빅 슬립의 오마쥬(일종의 존경의 표시라고 하더라.)적인 측면의 패러디적 냄새를 풍기는 제목인데 리틀 슬립이잖는가?..깊은잠의 반대적 패러디라고 볼 수 있겠는데...이 "리틀 슬립"의 의미가 이 작품의 핵심 뽀인트가 되시는거쥐....말 그대로 얕은 잠.. 뭐 이런 뜻으로 해석해보면 될텐데....이 작품속의 주인공인 마크 제네비치라는 탐정은 기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그러니까 기면증이라는게 수시때때로 뭔가를 하다가 갑자기 픽~쓰러져서 잠들어 버리는 뭐 그런 일종의 질환인데.....영화 아이다호라는 작품을 보면 그 뭐시냐 리버피닉스가 이런 병을 앓고 있더만.. 그냥 잠들어버리는거쥐....예전에 오락실에서 테니스 라켓줄을 돈통에 쑤셔대며 공짜오락을 즐기던 시절 어떤 아저씨가 갤러거를 열심히 하다가 뒤로 갑자기 꽈당 넘어가셔서 주무시는 광경을 경험해본 적도 있다...그러니까 그런 질환이라는거쥐....내가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떻게 왜 쓰러져 자고 있는지 인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뭐 그런 생활적 질환으로 보면 되겠는데...아따 기면증 설명하기 힘들다....하여튼 이런 증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살기도 어려운데 탐정노릇을 할려니 참 사람이 찌질해질 수 밖에 없다...게다가 기면증이 생긴 이유도 8년증 탐정자격증을 취득한 당시 교통사고로 다친 후유증이니까 더 힘들어지는거쥐...부수적으로 얼굴에 심한 흉터들도 생겨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자조가 가득한 소심한 남자인 마크 제네비치...그가 탐정이다!!!..어떻게 시작하는지는 알려드려야되는데...내용이 길었다..그러니까 제네비치가 기면증으로 잠든 사이 누군가가 사건을 의뢰하는데 잠든 넘이 깬척하고 사건 의뢰를 받으니 뭔 내용인지 알 수가 있나?..일종의 몽유병적 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그런데 그 걸 꿈으로 본 제네비치는 기면증상황의 입면환각을 현실로 받아들여 꿈속에 나타났던 제니퍼 타임즈를 찾아가고 그녀의 아버지인 윌리엄 타임즈 검사를 찾아가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지는거쥐...음..일단 재미는 있다.ㅋ
줄거리 정리하기가 이렇게 힘들었어야...휴우~ 참 다르다..그리고 비슷하다...대체적으로 작가인 폴 트렘블레이씨는 챈들러할배의 멋진 문장력과 구성적 묘사를 많이 차용한 듯 보인다...읽는 재미가 있고 그 묘사력에 있어 키득거릴 수 있는 농담조의 문장들도 상당히 매력이 있다.. 그리고 곧 죽을지도 모를판에 속으로는 어떻든간에 겉으로는 담대한척 냉소적인 농담으로 수다를 떨어대는 제네비치의 모습에서 언뜻 말로아저씨도 보이니까 말이다..물론 필립 말로를 몰라도 좋고 알면 더 좋다..그냥 읽는 재미는 상당하니까 말이다...그리고 이 작품은 보스톤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이다...또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한 측면의 비정함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감성이 많이 차지하는 작품이라는거쥐...그 배경으로 찌질이 인생에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나이에 아직까지 엄마랑 같이 살고(미국에서는 이런걸 완전찌질이라고 하던데?..) 몸은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동정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이라서 그런 챈들러식의 비정함은 상당부분 희석되어버린거쥐... 하라 료의 작품속에 비춰지던 챈들러식의 냄새는 이 작품 리틀 슬립에서는 그냥 패러디의 의도 외에는 큰 부분이 아닌거라는 생각을 했다.. 빌려오되 따라하진 않는다...비슷하되 나만의 취향을 덧붙인다..뭐 이런 의도가 짙다...그런데 딱 거기까지의 느낌만 가질 뿐 이 작품을 또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거...재미있고 독창적이고 패러디적 감성이 넘치는 작품이지만 이어지는 시리즈를 필사코(?) 사서 봐야쥐..불끈! 하게되는 작품은 아니라는거쥐...나에게 있어서는...
하지만 이 작품 자체로만 두고 보았을때는 기면증환자에다가 삶에 우여곡절이 많아 사회에서 소외된 자격지심이 많은 한 불우한(?)탐정의 인생에게서 일어나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 불쌍하고 찌질한 사람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하고 궁금하게 살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시리즈가 될 공산도 크다.. 마크 제네비치의 앞날에 대박이 펼쳐지길 빈다..읽어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제네비치에 대한 동정이 안들 수가 없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