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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는 그랬다. 꼬깃꼬깃 접은 돈으로 레코드 판을 사서, 덜컹거리는 버스 뒷좌석에서 그 앨범을 가슴에 꼬옥 품었다. 비닐을 뜯고 새까맣고 깨끗한 원반 냄새를 맡으며 조심스레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1번 트랙에 바늘을 걸고 곡이 터져나오기 전까지 몇 초 동안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에 전율 비슷한 것을 느꼈다. 설거지 하시는 엄마한테는 이딴 걸 노래라고 듣고 자빠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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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는 그랬다. 꼬깃꼬깃 접은 돈으로 레코드 판을 사서, 덜컹거리는 버스 뒷좌석에서 그 앨범을 가슴에 꼬옥 품었다. 비닐을 뜯고 새까맣고 깨끗한 원반 냄새를 맡으며 조심스레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1번 트랙에 바늘을 걸고 곡이 터져나오기 전까지 몇 초 동안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에 전율 비슷한 것을 느꼈다. 설거지 하시는 엄마한테는 이딴 걸 노래라고 듣고 자빠졌냐!!!! 하는 (음반에서 나오는 것보다 더 지르는 샤우팅)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기타와 드럼과 보컬이 쏟아내는 하드록의 미학에 빠져서 긴긴 여름밤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하드록을 소중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듣던 그런 때였다.

일 년에 인디밴드 음반을 그나마 몇 장씩 사서 듣는 편인데, 대중음악상을 받았다던 이 밴드의 이름을 듣고 이리저리 미루다가 이제서야 음반을 사서 들어봤다. 결론? 위에서 말했던 심각하게 하드록 듣던 그 옛날을 단박에 떠올리게 해주는 끝내주는 음반이었다. 요즘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한 축은 홍대 인디밴드들이 잡고 있고, 그 인디밴드 음악은 주로 70년대 펑크록을 계승하거나, 한국식 포크를 섞은 얼터너티브 록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펑크기타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배킹 위주이고 보컬음색은 여성스럽거나 가늘다. 하지만 게이트 플라워즈의 음악은 그런 미니멀리즘적 연주와 가는 음색에 제대로 반기를 들고, 선굵은 헤비한 연주와 남성스러운 힘을 거하게 내세운 밴드다. 

짧은 EP앨범을 들으면서 블랙사바쓰, 지미 헨드릭스, 한대수, 펄잼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지만 이 과감한 신인 밴드는 그들을 용광로에 녹여서 게이트 플라워즈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냈다. 헤비록에 그런지가 들어있는 섞은맛이 묘하게 난다. 끝없이 분출하는 에너지, 비상업적인 순수함, 이런 인디음악 다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들의 연주는 상당히 수준급이고 곡만들기도 노련하다. 힘있는 박근홍의 보컬은 70년대 아메리칸 하드록과 90년대 그런지를 오가고 있다. 염승식의 기타는 지미 헨드릭스처럼 치다가도 훵키한 그루브를 놓치지 않는다. 2nd송에서 보여준 멋진 에드립은 간만에 듣는 순도 높은 블루스 록 애드립이다. 이런 높은 무공의 소유자들이 어디 숨어계시다가 신인밴드라는 딱지를 달고 이제야 나타났을까. 이미 홍대의 스타지만 나는 몰랐구나. 에고.

예비역은 헤비록과 그런지의 만남이면서 동시에 밴드가 대중들하고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곡이다. 후퇴, 2nd송, Ghost로 이어지는 앨범 후반부는 지미 헨드릭스, 블루스 록, 와와 페달이 많이 들려서 좋다. 거칠고 심각한 가사는 찌그러진 사회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있다. 보컬 박근홍은 이 모든 울분을 남김없이 쏟아내고 나는 그걸 뒤집어쓰기 바쁘다. 에너지와 순수함으로만 따지자면 아마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하드록/헤비메탈 밴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모든이에게 골고루 사랑받기는 힘든 음악이긴 하다. 오랜만에 옛날식으로 심각하게 하드록 한 판 때리시려는 분, 인디음악을 한번 들어보자니 너무 펑크적이거나 또 가벼워서 싫다고 하시는 분, 그리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걍 록에너지로 샤워를 해보시려는 분이라면...절판 되기 전에 꼭 사두면 문화생활 한번 지대루 맛보시는거다. (Gate Flowers = 문화)

s*****9 2011.06.17. 신고 공감 18 댓글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