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의는 그 자체에 가치를 품고 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항의인가? 그리고 무슨 가치인가? 간단하게 설명을 해야겠다. 저자들의 주 활동영역은, 프란스 신부의 경우는 멕시코 남단의 인디오 마을 (커피 생산지)이고 니코의 경우는 네덜란드의 참여연대(오해의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번역은 그렇게 되어 있다. Solidaridad 이라고... )라고 한다. 그리고 막스 하벌라르라는 말은, 네덜란드의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란다. 하여간, 이 용어(상표... 브랜드라고 고집하긴 하는데)는 열악한 커피생산 농가들의 경제조건을 개선하고자하는 생산자의 자발적, 그리고 소비국의 NGO들이 공동으로 노력을 하여 '공정 거래 (Fair Trade)'운동을 벌이는 이들이 만들어낸 커피 브랜드다. 즉, 중간 유통업자의 폭리를 배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접 거래를 추진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상표이자 회사라고 해야 할까? 멕시코에선 UCIRI라는 생산자 협동조합을 만든거고, 거기서 생산, 수집된 커피를 가공해서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공정거래 커피 브랜드를 다른 회사들의 협력하에 유통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운동/경제활동이다. 당연히 짐직/생각할 수 있듯이 그 과정이 매우 어려웠고, 그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처음 발안이 된때는 86년인가? 하여간, 당연히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거대 커피 브랜드 업자와 유통업자들에 의한 시장 진입규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 과정을 하나하나 극복했던 과정을 보면서, 참 경제정의 운동이란거, 그냥 서류만 가지고 하는게 아니라 상품을 가지고 직접 움직이는거가 예상 이상의 어려움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막스 하벌라르' 이외에도 오케 바나나라는 상표로, 유럽의 바나나 유통에 역시 공정거래 과정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들의 두번째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돌이나 치키타같은 우리도 들어봤음직한 거대 농산물 업체들의 진입규제는 역시 심각했고, EU 자체가 가진 독특한 수입면허제도로 인한 어려움도 컸지만, 현재는(2001년) 커피보다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쿠이치 청바지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시작된 단계라고 한다. 이것 역시 목화생산업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 생산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류 브랜드의 성공여부는 아직 이 책에선 자세히 설명되어 있질 않다. 책을 읽고 나서 막스 하벌라르의 홈페이지 주소를 찾아봤었고, http://www.maxhavelaar.ch/web/havelaar/mainR2.nsf/WEnFrame 이곳에서 영문 설명을 볼 수 있다. 과일쪽은 꽤 많은 상품들을 유통시키고 있는 듯핟. 단, 유럽 일부 국가 중심이고, 시장점유율은 상품에 따라서 3~15% 정도라고 한다. 신자유주의... 이 용어는 이 공정거래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주요 굴레임과 동시에 키워드이다. "Trade not Aid"가 이들의 슬로건이다. 제3세계 민중의 삶을 고민해주는 척하면서 지원되는 각종의 보조금이나 원조금들, 그것들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간단히 말해서, OECD국가들이 제3세계에 100원을 보조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들이 다양한 채무상환과 이자지급으로 제3세계로부터 빨아들이는 금액은 200원을 넘는게 현실이다. 경제섹터와 구호섹터가 구분될 수 있다고도 말할 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관계의 지속 위에서는 제3세계 주민들의 삶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권력들에 의해서 제3세계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은 헐값에 팔리고 있고, 그 혜택을 1세계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받고 있는거다. 공정거래 운동을 하는 이들은, 우리에게 보조/원조는 필요없다. 다만, 우리 물건을 제값을 받고 사주기만 하면 우리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이 '제값'이라는 용어에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까지 포함시켜서 말이다. 매우 합리적이고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수%의 시장점유율, 그것도 정말 엄청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달성한 미미한 점유유만으론 시장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있겠다. 당사자들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시장과 세계화를 거절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고전적이고 완고한 좌파들에게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이라 하겠다. 저자들은 말한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는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운동 진영 일부에게 이데올로기 붕괴라는 새로운 국면을 의미하였다. 특히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을 제국주의의 막강한 파워로 설명하는 피상적인 분석에서 동유럽 공산주의의 붕괴를 국제적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가한 마지막 타격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공산주의 붕괴의 결정적인 원인인 내적 요인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공산주의 붕괴의 내적 요인은 국민의 부를 생성하는 경제 모델을 발전시키지 못한 공산주의의 무능력과, 사회를 건설하는 데 민주주의와 인권의 존중을 출발점으로 삼지 못했던 공산주의의 또다른 무능 때문이었다. ...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역시 반드시 독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체적인 발전 전략을 만드는 데 별로 공헌하지 못했던 이데올로기에만 사로잡히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직거래란 얘기는 이미 우리에게도 낯설지많은 않은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무수한 생협이 있는게 사실이고, 한겨레 같은 거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어쩌면 막스 하벌라르의 실험은 이런 생협운동의 국제화/세계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공정거래되고 유기농으로 재배된 커피와 바나나(안타깝게도 난 이 둘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를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도 있겠지만... 아마도, 국내의 농산물에 대한 직거래와 친환경적 생산체제의 구축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내의 운동가들이 너무 정부의존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책에서 인용된 여러 위기 극복의 사례들을 보면, 참... 경제학적으로 치밀한 접근을 했고, 준비를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에 반해서, 국내에서는 정부와 국회에게 법/제도 적인 대책만을 세우라고 하니... 아무리 국내 농업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라틴아메리카의 인디오들의 협동조합보다는 유리한 입장일 것 같은데 말이다. 한겨레 초록마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많은 이들을 알고 있지만, ... 어쩌면 그러한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가지 첨언을 하자면... 저자들은 이 글을 쓸 때까지도 쿠바의 상황을 그다지 좋게보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짧은 언급이 그랬는데... 그 사이에 시각이 변했을 것이라 믿고 싶고 (물론 나도 쿠바를 잘 알진 못하지만), 그들 사이에 협력체제가 구축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보편적 건강에 좋을 리 없는 쿠바산 시가의 공정거래 상표 사업을 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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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과 선진국의 경제적 위치가 불변하지 않는 것은 그 관계에 있어서의 비윤리적인 착취 관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에서 다국적기업의 주도하에 세계의 자본과 생산품은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생산에 있어서 반드시 노동력이 필요한 작물의 경우에는 생산자의 노동만큼의 댓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 중간 단계에서는 너무나도 수월하게 많은 이익을 거둬들인다. 이런 비윤리적인 무역으로 우리는 지금껏 베일에 가려진 무역 과정의 결과물로 커피를 비롯한 바나나, 코코아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에 한창 공정무역의 붐이 일어서 큰 기업들의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할 정도가 되어 버렸는데, 이 책에서 꽤 오래전에 네덜란드에서 프란스 판 데어 호프와 니코 로전이라는 공정 무역에 대한 의식을 실천으로 과감히 옮겼던 선각자(?)들이 그들의 경험담을 풀어서 썼다. 멕시코의 인디언들이 재배하고 유통했던 커피를 공정무역으로 탈바꿈하여 그들과 함께 네덜란드에서 막스 하벌라르라는 브랜드로 내걸고 판매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다룬 책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공정무역을 하지 않은 커피의 소비가 생산자들에게 얼마나 적은 이익이 되는지를 깨닫고는 소위 '코요테'라고 칭하는 중간단계의 착취자들에 대해 분노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깨달을 정도의 지적인 능력이 되지 못한 인디언들은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 조차 살아가지 못한 채, 그들의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막스 하벌라르가 지금 네덜란드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스타벅스'나 '더 바디샵'과 같은 대중에게 친밀한 브랜드가 공정무역을 내세우고 있고, 많은 기업들 또한 공정무역을 기치로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현상은 매우 건설적인 결과라고 본다. 그러나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공정무역 또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가에서는 활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에서는 과연 그 만큼의 성공이 가능할지가 미지수이다. 이 책에서 또한 유럽을 기점으로 다루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한국에서의 공정무역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공정무역 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해야겠다.
공정무역은 말 그대로 공정하게 무역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3세계 국민들에게 선의로 베푸는 무역이 절대 아님을 간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당연히 그들에게 주어야 할 몫을 제대로 주고 생산품을 소비한다는 의식을 확장하고 실천해서 많은 제품을 공정무역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계적인 빈부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그들에게 노동의 참댓가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