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집 뒤란에는 앵두나무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하얀 꽃으로 둥그렇게 뒤란을 밝히다 하나 둘 열매가 익었습니다. 그럴 때면 고 빨간 앵두를 언제나 입에 넣을 수 있을까 날마다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때로 형이나 누나가 먼저 따먹을까 조바심을 치기도 했습니다. 앵두나무는 기껏 한 그루이고 형이나 누나는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과일나무에 비해 키 작은 앵두나무가, 더 크고 더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뒤란만이라도 가득 채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체리와 체리 씨』는 체리나무가 온 동네를 뒤덮기를 바라는 흑인 여자아이 이야기입니다. 비데미는 그림을 그릴 때 자기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데 늘 ‘이것은’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비데미의 그림에는 기차에 탄 할머니도 나오고, ‘현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뛰어다’니는 오빠도 나오는데, 그림에는 언제나 체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장수 아저씨 그림도 물론 트럭에 체리를 수북하게 쌓은 ‘체리’장수 아저씨 그림입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비데미는 체리를 먹고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자신의 그림 속에서일망정 체리 씨를 심기도 합니다. 거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뿌리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체리 씨는 싹이 트고, 땅 속으로는 뿌리가 내리고, 싹은 위로 줄기가 되고, 가지로 자라나고, 진분홍 꽃봉오리가 맺히고, 연분홍 꽃이 피어나고, 연초록 잎이 나오고, 마침내 세계 여러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친구들과 나눠먹을 만큼 체리가 열립니다. 열매는 먹고 씨는 뱉는데,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뱉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먹고 뱉습니다. 체리를 엄청 좋아하는 비데미의 꿈은 자기 집 뒤란 정도에만 머물지 않고 나이로비와 브룩클린, 토론토와 세인트폴의 친구들에게까지 연결돼 있어 얼마나 큰 꿈인지 보여줍니다. 그 큰 꿈의 크기는 체리 씨부터 열매 맺는 체리나무까지 세부 과정을 하나 하나 그림과 글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허황하지 않습니다. 비데미 말투처럼 경쾌하고, 모든 그림에 체리를 그리는 것처럼 간절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앵두나무를 심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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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78 《체리와 체리 씨》 베라 B.윌리엄스 최순희 옮김 느림보 2004.1.19. 저더러 “그대는 너무 앞서가네. 그렇게 앞서가지 말고, 반걸음만 나아가면 어떻겠나?” 하고 말씀하는 분이 있어, “같이 가자는 뜻은 좋습니다만, 저는 이슬떨이처럼 살아가는 터라, 언제나 길잡이로 쭉쭉 뻗을 뿐입니다. 제 마음에는 날개가 있으니 홀가분히 날아올라 저 앞길에 무엇이 있는가를 즐겁게 바라보려고 하늘빛을 먹을 뿐입니다.” 하고 대꾸하곤 합니다. 앞서가는 사람은 앞만 보고 가지 않아요. 앞서 씽씽 달려갔다가 어느새 이쪽으로 쌩쌩 달려오지요. 아이들을 보셔요. 아이들은 쉬잖고 뛰고 달립니다. 할매 할배는 아이들 발걸음을 못 맞춥니다. 아이들은 먼저 저 앞으로 신나게 달려가고는 “할머니, 저 앞에 얼른 가자. 재미난 것이 있어요!” 하고 노래합니다. 생각해 봐요. 아이들더러 ‘앞서 달리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한테는 ‘더 신나게 달히렴’ 하고 말해야겠지요. 《체리와 체리 씨》는 꿈으로 달리는 아이를 지켜보고 아끼는 어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꿈으로 달리고, 사랑으로 달리며, 노래로 달립니다. 아이는 하늘빛 바다빛 풀빛 물빛 바람빛으로 달려요. 이 아이 꿈그림을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VeraBWilliams #VeraWilliams #체리와체리씨 #베라윌리엄스 #숲노래아름책 #숲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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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와 체리 씨 by 베라 B. 윌리엄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생각이나 바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하지요. 우연히 바라본 스케치북 위에 그려진 비행기를 보며 아이가 날고 싶은가 하고 생각하게 되고, 맛있는 빵을 그린 것을 보고 지금 빵이 먹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무언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면 기억해두려고 하는지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답니다. 그런 여섯 살 아이가 있어서인지 <체리와 체리 씨>를 읽으며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데미라는 여자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그림에 맞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지요. 아이의 생각으로 그림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에 감탄하게 됩니다. 체리를 담고 있는 봉투를 들고 있는 아저씨, 체리를 가방에 담고 온 할머니, 체리를 손에 들고 있는 오빠, 수많은 이야기들이 비데미의 그림을 통해 생겨납니다. "이 안에 뭐가 들었게?"하고 외출하고 다녀 온 아빠가 묻는 이 질문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그 안에 뭐가 있든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비데미의 소박한 소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요. 다 먹은 체리는 꼭꼭 씨를 뱉고 땅에 묻어요. 그러면 가지가 땅에 닿을 만큼 많은 체리가 열립니다. 온 세상 모든 친구들이 다 먹어도 모라자지 않을 만큼 많은 체리가 열리는 나무지요. 누군가는 체리 씨를 뱉고 거기서 또 나무가 자라겠지요. 먹고 뱉고 먹고 뱉고, 상상만으로 하던 이야기가 어느새 현실이 돼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그림책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뭐든 상상하면 다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 생각과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봅니다. 체리와 체리 씨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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