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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 첫인상은요.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너와 난 천만번 생각해도 연인이 아닌게 분명해」라고 하잖아요.
이 말 속에 이런 마음이 들렸어요. “난 너 사랑해” 그런데도 입에서 나온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연인이 아닌게 분명해“ 라고 하니.
이 말을 한 사람은 분명히 비.겁.자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 사람 응큼한 사람인거 같아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재판을 벌려봅니다.
죄명 :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뭉스럽게 대한 죄.
그대가 의뭉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희망사항 」에 그렇게 쓰셨죠.
[증거 1]
“팔짱끼고 걸어도 다니고(더 진해도 되구)
(중간생략…)
집 근처에 살고(밤 늦게 만날 수 있도록)
날 보구 ‘넌 내꺼야‘ 할 “
팔짱끼고 걸어 다니는 것도 그런데 더 진해도 된다라니. 어디까지 바라는 건지
이것 약한 거에요.
[증거 2]
「엉큼한 놈」에서는 아예 대놓고 의뭉스러운 거 있죠.
“나 운전면허 시험 보는 날
너 찹쌀떡 대신
시험 잘 보라며
볼에 뽀뽀해 줬지
덕분에 나 필기는 다섯 번
실기는 여섯 번 만에 붙었지
어디 입사 시험이라도 볼까
또 누가 알아 이번엔
입술에다 뽀뽀해 줄지 ……. “
이것보세요. 너무 엉큼한 거 아니에요. 잘못하면 입사시험 일부러 떨어질지도 몰라요. 입술에 뽀뽀 받으려고.
암튼 이 증거 1 , 2를 재판부에 제출하오니 이시를 쓴 사람 엉큼한 사람으로 분류해 주십시오.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엉뚱한 재판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려고 했는데 하나의 증거가 새롭게 등장했네요.
「고마워」라는 시.
“널 만나는 날이면 난 3시간 전부터
시계를 들여다보곤 했었지.
약속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는
숨어 있다가 네가 나타나면
그제야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라고 했지“
이래도 의뭉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하실건가요.
더군다나 바람까지 피우시다니 바람 피운 증거 1도 같이 제출합니다.
「그게 말이나 돼냐?」라는 시에서.
모처럼 차려입고
이발도 하고
미팅에 나갔지
파트너와 인사하고
몇 마디 하는데
그만 그렇게 조심했건만
네 생각이 나 버린 거야
그 다음부턴 묻는 말에
네, 아니오만 연발했어
그 애가 그러더군
원래 말이 없으신가봐요
그게 말이나 돼냐
[이하 생략]
그래도 양심이 있나봅니다. “네 생각이 나 버린거야. ” 라고 실토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미팅에 나가다니. 그것도 몰래 말이죠.
그래도 순수한 면도 있네요.
「삼룡이와 아다다」
그렇게 하고 싶던 말인데
몇십 번씩 연습했던 말인데
그 앞에선 할 때마다
더듬더금…
입 모양만
벙긋벙긋
“사랑한다.” 는 말을 하려는데 잘 안 나온다는 말이겠죠.
의뭉스러운 것으로 몰고 가려고 했는데 순수한 면도 있는 것 같아서 용서해 주려는 데 설마 돈 빌려달라는 말이라면 정말 못 참습니다.
오늘 의뭉스러운 사람에 대한 재판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순수하신 사랑을 하시도록 응원의 말이나 보내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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