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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그 섬이 있었네
"내 안에 그 섬이 있었네" 내용보기
1.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1999년 7월말,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 공항에서부터 빌린 렌터카를 몰고 해안도로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달리면서 우리는 제주도를 샅샅이 훑었다. 협재굴과 만장굴,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지삿개 주상절리,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함덕해수욕장과 천지연폭포, 제주민속촌과 성읍민속마을, 산굼부리와 1100고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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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1999년 7월말,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 공항에서부터 빌린 렌터카를 몰고 해안도로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달리면서 우리는 제주도를 샅샅이 훑었다. 협재굴과 만장굴,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지삿개 주상절리,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함덕해수욕장과 천지연폭포, 제주민속촌과 성읍민속마을, 산굼부리와 1100고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러한 명소뿐만 아니라 우리는 마라도와 우도까지 다녀왔는데, 그것은 단지 6박 7일이라는 여유로운 일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기왕 시간을 내어 왔으니 가능하면 더 많이 보고 가자는 눈의 욕심이 우리를 이리저리 잡아끌었다고 말해야 솔직하리라. 서귀포에서는 바다 속까지 들여다보려고 제법 많은 돈을 내고 노란 잠수함까지 탔으니, 두말해서 무엇하랴. 그러나 그렇게 분주하게 다녀온 곳들의 기억은 판에 박은 듯한 사진 몇 장으로만 남아있고, 몇 토막의 희미한 추억들도 아직 현상이 덜 된 필름처럼 아득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제주도 ‘여행’이 아니라 제주도 ‘관광’을 다녀온 것이로구나! 지난 며칠 동안 내가 김영갑의 아름다운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2.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은 사진작가 김영갑을 두고 ‘작고 보잘것없는 곳에 신께서 숨겨놓으신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희망의 희자는 바랄 희(希)자이지만 희귀할 희(稀)자이기도 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의 이러한 평가는, 사진작가 김영갑이 십만 명에 단지 한두 명만이 걸리는 희귀한 불치병인 루게릭 병에 걸려 5년이 넘게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진 갤러리 ‘두모악’을 일구어냈다는 입지전적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김영갑의 아름다운 사진 산문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황대권의 의미심장한 지적처럼, 바랄 희자와 희귀할 희자가 겹쳐 보이는 희망의 풍경이다. 나는 그의 희망(希望) 앞에서는 기뻐서 탄성을 질렀고, 그의 희망(稀望) 앞에서는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루게릭 병 때문에 근육이 녹아내려 이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힘조차 없는 그의 손가락과 안면 근육의 고통 때문에 미소를 짓는 것조차 힘든 그의 얼굴 앞에서 나는 울었다. 그런데도 그는 루게릭 병을 신이 자신에게 준 선물로 여기며, 그의 눈으로 수없이 사진을 찍고 그의 마음으로 따스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그의 눈과 마음이 없었다면 나의 눈물은 결코 위로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었다. 파랑새를 품안에 끌어안고도 나는 파랑새를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등에 업은 아기를 삼 년이나 찾아다녔다는 노파의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낙원이요, 내가 숨쉬고 있는 현재가 이어도이다. 아직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도 날숨과 들숨이 자유로운 지금이 행복이다. (27쪽, ‘시작을 위한 이야기’) 20년 가까이 제주도에 살면서 자신의 영혼과 열정을 다 바쳐 제주도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어 온 그에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힘조차 남겨 놓지 않은 루게릭 병은 분명 사형선고보다 더한 고통이었을 텐데도, 그는 이렇게 이곳이 ‘낙원’이고 지금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처럼 희망(稀望) 속에서도 사그라지지 않는 희망(希望)을 꿈꾸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그가 20여 년 동안 사진에만 몰입하면서, 제주 사람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 ‘이어도’를 온몸으로 느꼈고 또한 그것을 필름에 담아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스스로도 ‘이어도’를 만나곤 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수록되어 있는 그가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의 고백이 결코 거짓이 아니며 과장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가 사진으로 담아낸 제주의 풍경은 우리가 흔히 관광안내서에서 보게 되는 그런 흔해빠진 풍경들이 아니다. 제주도임을 알려주는 특별한 표지가 들어가 있지도 않다. 그저 노을 지는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넓은 들판에 넘실거리는 억새의 물결, 또는 드문드문 드러난 나무들만이 단조로운 풍경에 변화를 주고 있는 눈 내린 벌판의 풍경 같은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심상하게 보이는 그런 풍경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무에게 전하고 있는 노을의 그리움과 억새에게 속삭이고 있는 바람의 숨결과 그 아래 누런 땅을 감싸고 있는 눈 내린 벌판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사진작가 김영갑이 평생 동안 찍고자 한 피사체들의 진정한 이름일 것이다. 상상력이 빈약한 사진가는 세계적인 명승지를 찾아 나선다 해도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굳이 사진으로 작업할 이유가 없다. 그곳에 가서 풍경을 직접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시간과 돈이 없어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작품이라고 과대 포장을 할 필요가 없다. 정보를 위한 사진이라면 오히려 동영상이 효과적이다. 바다 사진을 찍더라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본다는 행위에도 육감이 동원되어야 한다. 만져보고 느껴보고 들어보고 맡아보고 쳐다보고 난 후 종합적인 감동이어야 한다. 일출과 일몰 사진을 통해 내가 감상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은 둥근 해가 떠오르고 넘어가는 과정의 풍경뿐만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그 감동까지 함께 나누고 싶다. (135쪽, ‘믿을 수 없는 일기예보’에서) 그래서 그는 그렇게 찍은 ‘한 장의 사진에는 사진가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사진에 사진가의 영혼이 담기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의 셔터 한 번 누르기 위해 며칠, 몇 달 아니 몇 년을 기다릴 줄 알아야 비로소 사진가의 영혼이 사진에 담기는 법이다. 그가 돈도, 명예도, 가족도, 결혼도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육체까지도 제주도에 다 내어주게 된 것은 바로 그러한 사진에 대한 뜨거운 예술혼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김영갑은 루게릭 병이라는 희귀한 병에 자신의 육신을 내어주기 이전에 이미 자신의 영혼을 제주도에 내준 희귀한 사진 작가였다. 그리고 그가 제주도에 은거하면서 오직 사진에만 매달린 지난 20여 년의 세월은, 제주도의 초원과 바다에 의탁하여 자신의 영혼을 찍어내기 위한 부단한 희망의 줄다리기였음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그러한 희망을 완성한다. 카메라의 렌즈를 들여다보지 않고도 이제 그는 제주의 자연 속에 깃든 자신의 영혼을 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대신에 눈을 깜박여서 그 풍경을 찍는다. 따라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라는 이 책의 제목은 바뀌어져야 마땅하다. <내 안에 그 섬이 있었네> 라고. 여기서 그 섬은 물론 제주도가 아니다. 그것은 이어도이다. 제주도 토박이들조차도 김영갑이 찍은 사진을 보고는 “이거 제주도 맞아?” 라고 묻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3.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발견하는 자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삶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것은 오직 누리는 자의 몫일뿐이다. 김영갑은 제주도에 마음을 내준 이후로 그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루게릭 병에 육신을 내 준 이후로는 그 삶을 발견했다. 그래서 황대권은 김영갑이 찍은 사진의 아름다움과 그의 글에 담긴 겸허한 삶을 가리키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걸려 있는 희망은 선망에 가깝다. 선망은 너무도 쉽게 욕망으로 변질하고 만다.” 그렇구나. 희망(希望)은 정녕 희망(稀望)이로구나. 5년 전 제주도를 샅샅이 훑는답시고 차를 타고 돌아다녔지만, 나는 욕망으로 변질된 선망의 눈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곳만 보고 돌아온 것이었구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다 읽고난 지금, 나는 이곳 오클랜드에서 제주도를 발견할 수는 없는지, 주위를 다시 둘러본다. 어디에 살든 풍경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내 마음속에 깃든 영원한 섬 ‘이어도’는 그 모습을 드러내리라. 그 섬에 내가 있으며 동시에 내 안에 그 섬이 있음을 믿는다.
c*****t 2004.08.05. 신고 공감 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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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울고, 사람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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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영갑은 사진 작가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조물주'라는 명명을 했다. 감히 카메라 렌즈로 투영되었다고 하기에 그의 사진은 너무나 경이롭다. 하늘, 땅, 바람, 물, 나무... 너무나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자연의 풍광들을 그의 품안에서 재창조시켰다. 파노라마 속에 담긴 그의 피조물은 살아 움직여 사진틀을 넘쳐난다. 각각의 사진들은 다양한 표정을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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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영갑은 사진 작가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조물주'라는 명명을 했다. 감히 카메라 렌즈로 투영되었다고 하기에 그의 사진은 너무나 경이롭다. 하늘, 땅, 바람, 물, 나무... 너무나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자연의 풍광들을 그의 품안에서 재창조시켰다. 파노라마 속에 담긴 그의 피조물은 살아 움직여 사진틀을 넘쳐난다. 각각의 사진들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사진은 입가에 미소가 고이고, 또 어떤 사진은 가슴이 뭉클해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는 곧 죽을지도 모른다. 근육이 퇴화해 양치질도 힘들 지경이다.누군가 일으켜세워주지 않으면 한쪽 기둥이 바스라진 조형물처럼 쓰러지고야 만다. 공항 화장실에서 파리채에 짓눌린 곤충처럼 퍼드득거렸을 그를 상상하며 가슴이 옥죄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죽을힘을 다해 탄생시킨 그의 갤러리 두모악, 그리고 그의 사진들은 어떻게 하나? 누가 돌보나? 김영갑은 연인도 가족도 버리고 제주도와 결합했다. 그래서 바람과 돌과 하늘을 빚어냈다. 이제는 필름과 식량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될만큼 살만해졌는데 그더러 제주를 떠나라 한다. 모든 근육이 퇴화되는 루게릭 환자에게 나타나지 않는 징후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시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구멍으로 죽도 넘기기 힘든 그가 마지막까지 그의 자식들을 볼 수 있다는건 하늘이 주는 마지막 행운일것이다. 그리고 그 후, 어미 잃은 고아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몸은 점점 굳어가도 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는 하루는 절망적이지 않다. 설레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면 하루가 편안하게 흘러간다.
YES마니아 : 로얄 g***u 2004.03.25.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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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영원한 아들 사진작가 김영갑님의 두모악갤러리....
"제주도의 영원한 아들 사진작가 김영갑님의 두모악갤러리...." 내용보기
충남 부여의 청년이 카메라 둘러메고 제주도에 갔다가 그만 한라산 그 진한 전설 속의 할망에게 사로잡혀버렸습니다. 몇 생의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애절할 수 있겠습니까. 필름의 유효기간만 챙기며 2만여장의 사진을 찍어 개인전을 갖고 중산간 삼달리에 두모악갤러리도 만들었으나 오래 고생한 육신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 되간답니다. 나이 47살의 병든 총각은 습기 찬 셋방에
"제주도의 영원한 아들 사진작가 김영갑님의 두모악갤러리...." 내용보기
충남 부여의 청년이 카메라 둘러메고 제주도에 갔다가 그만 한라산 그 진한 전설 속의 할망에게 사로잡혀버렸습니다. 몇 생의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애절할 수 있겠습니까. 필름의 유효기간만 챙기며 2만여장의 사진을 찍어 개인전을 갖고 중산간 삼달리에 두모악갤러리도 만들었으나 오래 고생한 육신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 되간답니다. 나이 47살의 병든 총각은 습기 찬 셋방에서 처자의 손길 없이 투병의 밤들을 지새고 있습니다. 병이나 간단한가요? 족보도 어엿한 루 게릭병으로 약도 없답니다. 국토의 막내인 마라도에도 정 한 끝을 풀었던 사진작가는 이 책에서 제주도의 섬세한 사진들과 낯 선 사투리의 소박한 이웃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만한 기술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 한 남자,라면조차 굶어도 필름은 사고야 말았던 사람,절정의 순간이 닿지 않고는 단 한 커트도 찍을 수 없었던 고집의 병자가 이 필자의 닉네임입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다른 이름이랍니다. 수족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이 갤러리가 제주도의 문화 명물이 되고 있다니 숙연한 일이지요.

[인상깊은구절]
이어도를 훔쳐본 작가. 언젠가 그가 이어도로 자취를 감추는 날,그의 예술도 대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게될 것이다.
p****o 2004.02.02.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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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애와 오롯이 맞바꾼 사진을 통해 오늘 여기 우리들이 치유받습니다
"당신의 생애와 오롯이 맞바꾼 사진을 통해 오늘 여기 우리들이 치유받습니다" 내용보기
당신을 구원한 제주의 자연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망설임 없이 가시더군요. 주위의 만류에도, 세속적인 셈법에도 아랑곳 않고 고독하게 자유인의 길을 고수하시더군요. 그리고선 당신만의 유토피아를 발견합니다. 바로 제주의 자연과 삽시간의 황홀로 다가오곤 하던 사진이었지요. 그런데 그건 당신만의 유토피아가 아니랍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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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구원한 제주의 자연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망설임 없이 가시더군요. 주위의 만류에도, 세속적인 셈법에도 아랑곳 않고 고독하게 자유인의 길을 고수하시더군요. 그리고선 당신만의 유토피아를 발견합니다. 바로 제주의 자연과 삽시간의 황홀로 다가오곤 하던 사진이었지요. 그런데 그건 당신만의 유토피아가 아니랍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사악한 기운이 정화되듯 일순 고요해지곤 하니까요. 힐링이 이루어지는 셈이죠. 특히나 들판의 야생화를 파노라마로 잡은 컷에서는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답니다. 어느 순간 무념무상 상태가 되면서 잡스런 마음, 들끓던 분노가 모두 햇살 아래 안개처럼 걷혀버린 것 같았으니까요.

 

당신은 열악한 환경, 가난하고 외로운 제주 생활에서도 힐링을 느끼곤 했지요. 샤워 시설도 없는 코딱지 만한 집에서 습기 뚝뚝 묻어나는 힘겨운 삶을 영위하면서도 신선한 공기, 황홀한 여명, 새들의 지저귐, 풀 냄새, 실바람, 꽃향기에 겨워 늘 달뜬 상태였죠. 오르가슴을 느끼곤 했다던 오름은 또 어떻고요. 선이 부드럽고 볼륨이 풍만한 오름의 유혹에 빠져 달 밝은 밤에도, 폭설이 내려도 끊임없이 오름으로 내달렸지요. 그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당신을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또 북돋워 주었기에 실은 외롭지 않으셨죠. 이런 대자연의 신비와 경외감을 통해 영감은 또 얼마나 많이 받았고요. 그런 신령스런 기운이 당신의 사진에 오롯이 담겨있답니다. 짧은 제 눈에조차 당신의 작품에선 생명으로 가득합니다. 부드럽게 일깨우는 힘이 읽힙니다.

 

당신의 심경이 배어 있는 그림 같은 사진

 

영감으로 빛나는 당신의 사진은, 사진이라기 보단 오히려 그림이라 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때론 수채화인 듯, 더러는 추상화 같기도 한 것이 눈길을 붙박습니다. 아니 마음결 울렁거리게 만들지요. 오름의 흰 설원을 배경으로 소나무 군락을 찍은 사진은 수묵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해거름에 언덕 위에서 부감의 시선으로 찍은 오름 사진은 빛을 화폭에 도입한 인상파의 그림이었고요 자운영인 듯 보이는 야생화가 유채꽃과 어우러진 들판 사진은 르누아르풍의 유화나 질감이 풍부하면서도 차분한 수채화를 연상시켰습니다. 이내가 설핏 낀 들판의 사진은 파스텔톤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요. 당신이 찾던 유토피아가 바로 그런 모습이었겠죠.

 

당신의 사진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작품이 유독 많았습니다. 그것도 같은 구도, 프레임으로 말입니다. 물론 계절이 바뀌며 날씨가 달라지고 빛과 구름의 양도 다 바뀌었으니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오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네 심경처럼 말입니다. 당신의 사진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신의 마음을 오롯이 담았다는 게 그제야 읽혀졌습니다.

 

사진을 위해 지불한 당신의 전 생애

 

그런데 당신의 삶은 누추하고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작품을 얻기 위해 당신의 삶 전부를 대가로 지불했으니까요. 유미적 작가주의의 전범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당신의 온 생애를 바쳐 건져 올린 사진을 보고 오늘 여기 우리가 치유 받고 있으니 당신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진 듯합니다.

 

운명은 또 왜 그리 당신을 벼랑으로 내몰던지요. 당신은 그예 불치병까지 얻고 말았죠. 루게릭병으로 손끝 하나 까딱 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셔터를 누를 힘조차 없어지자 당신은 새로운 일을 착수하게 됩니다. 바로 갤러리 두모악을 세우는 작업이었죠. 두 팔이 마비될 정도로 망가진 몸에 자금도 부족한 상태라 모두들 미친 짓이라며 만류했지만 당신은 기어이 해내고야 말더군요. 그런데 그것은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지요. 그 모진 어려움 속에 갤러리를 짓는 일은 오히려 당신에게 지상의 평화를 가져다주었지요.

 

절망의 끝에 한 발로 서 있는 나를 유혹하는 것은 오직 마음의 평화이다. 평화만이 나를 설레게 한다.(199쪽)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당신은 끝내 루게릭병도 선물이라 여기게 됩니다. 그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하며 들판으로 산으로 헤매 다녔는데 이제 갤러리에서 한가로운 일상 가운데 적막을 즐기게 된 것도 바로 루게릭병 때문이라 여겼으니까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누리게 되니 행복할 밖에요. 그리곤 당신은 심경을, 생을 정리하는 데 까지 이릅니다.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니, 구원이 멀리 있지 않으니, 두려움 없이 기꺼이 떠날 수 있으리라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불안도 없었다. 내겐 친숙한 단어였으며, 웃으면서 맞을 수 있는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목숨이 붙어 있는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웃으면서 맞이하자. 웃으면서 떠나가자. 그때를 위해 아낌없이, 신명나게 살아 있음을 즐기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생각하고 느끼면 세상의 삶을 아름답게 채색하며,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자.(239쪽)

 

이 대목에서 소로우(H. D. Thoreau)와 노무현 전대통령의 모습이 언뜻 겹쳐지는 듯 했답니다. 그렇게 한 마리 새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난 당신은 분명 이어도로 갔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황홀한 눈 보시, 마음 보시를 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몸과 영혼을 오롯이 소진시켜 여기 남긴 사진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되는 우리는 당신에게 빚진 자입니다. 이제는 우리 삶을 불살라 다른 이들에게 보시해야할 차례겠지요. 아픔 없고 슬픔도 사라진 곳에서 이젠 편히 쉬시길...

a*****7 2013.02.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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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완성한 한 사람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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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완성한 한 사람의 흔적 오직 한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 볼 때 무모하다 이야기만치 그 한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삶의 지표가 보인다. 잘 아는 사람이 볼 때도 알 수 없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야 오즉할까? 하지만 그들로 인해 보통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일이 가능한 것이며 그런 사람들의 삶이 모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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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완성한 한 사람의 흔적

오직 한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 볼 때 무모하다 이야기만치 그 한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삶의 지표가 보인다. 잘 아는 사람이 볼 때도 알 수 없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야 오즉할까? 하지만 그들로 인해 보통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일이 가능한 것이며 그런 사람들의 삶이 모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자신의 내면의 울림을 주목하는 것에 의해 험난한 길을 개척해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매번 부러움과 경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안타까움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오는 측은함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한길을 간사람 중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이 빛을 발하는 사람은 만나는 설렘은 생각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내게 있어 사진작가 김영갑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김영갑의 삶과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김영갑은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온힘을 다해 갤러리를 만들고 그 갤러리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그를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가 생의 마지막을 살았던 곳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와 그의 작품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제주도가 한자리에 모인 공간 ‘김영갑 갤러리 모두악’이 그곳이다.

 

미련하리만치 한길을 걸어간 그의 삶은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가난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외부의 눈에 보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그가 사랑한 그곳을 지키고 만들고 가꿔간 제주도는 그에게 특별한 장소다. 사진작가 김영갑을 있게 한 곳, 제주도는 그의 삶과 작품세계의 전부였다고 본다. 가슴 절절하게 써내려간 그의 고백은 독자들로 하여금 안쓰러움과 부러움, 때론 연민의 마음을 불러 오지만 그 길을 걸었던 김영갑의 내면도 그랬을까?

 

해가 뜨면 카메라를 챙겨들고 바다로 들판으로 산으로 오름으로 길을 떠났고 해가지면 자신의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와 또 밤을 세워가며 필름을 인화하는 시간이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지났다. 필름값을 마련하기 위해 밥을 굶고, 버스비를 아껴 사둔 필름이 습기에 곰팡이로 버려야할 때는 배고픔보다 더 힘들었다는 고백에선 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말린 제주도의 힘든 생활이지만 김영갑에게는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그를 제주도에 붙잡아 두었을까? 어떤 사람은 그가 이어도를 훔쳐봤기에 신의 노여움을 타 벌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도는 제주 사람들에게 미래였기에 자신의 온 생을 바쳤던 김영갑에게도 제주사람과 같은 미래였을 것이다. 그 이어도로 표현되는 제주도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김영갑의 삶에 투영되어 제주도의 자연을 그 답게 담아낸 것이라 본다.

 

온 생을 다해왔던 일에서 타의에 의해 밀려 났을 때 오는 절망감을 겪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삶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김영갑도 병마에 걸려 그토록 열망했던 사진찍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병을 고치기 무수한 노력을 했지만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또 온힘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있는 갤러리 모두악에 담겨있다. 그가 남긴 사진 20만장과 그 사진과 사람들은 만나게 하는 공간이 남아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만든다. 하여, 그토록 사랑했던 사진은 생생하게 그의 마음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있다.

 

이 책은 두 번 읽게 만든다. 사진집이라는 특성이 사진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이지만 그의 고백을 읽어가다 보면 글이 주는 감동에 빠져 사진을 뒤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그의 마음과 공감하는 사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씩 사진을 보며 글에서 얻는 김영갑의 마음으로 사진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 사진은 분명, 다른 느낌으로 남아 오랫동안 제주도와 김영갑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비참한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고 그 길에서 자신이 소망하는 바를 이룬 사람이다. 하여, 그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오늘도 그가 남긴 사진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음이 바로 확고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m*****8 2011.08.22.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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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삶을 사는 법
"내가 사랑하는 삶을 사는 법" 내용보기
저는... 사진 속에서 바람을... 그리고 나무와 대화하는 구름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늘 자신에게 진실하려 했다."는 작가님의 말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모두가 따르는 관계가 아닌... 사진과 연
"내가 사랑하는 삶을 사는 법" 내용보기
저는... 사진 속에서 바람을... 그리고 나무와 대화하는 구름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늘 자신에게 진실하려 했다."는 작가님의 말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모두가 따르는 관계가 아닌... 사진과 연애하고 사진과 대화하고 사진과 싸우는 우리들의 다양한 관계들을 단 하나 사진과 맺은 김영갑 작가의 삶을 엿보았습니다. 길어야 열흘 남짓을 피고 지는 꽃, 젊음도 순간인 것을 알기에 누구보다 용기내어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간 행복한 사나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작가는 루게릭 병으로... 두모악을 짓고... 작년에 세상을...

[인상깊은구절]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늘 자신에게 진실하려 했다."
4******n 2006.04.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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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많이 썼던 책, 다시 보는 제주도
"선물로 많이 썼던 책, 다시 보는 제주도" 내용보기
요즘 다시 서재의 책꽃이에서 뽑아서 사무실 책상의 책꽃이에 꽃아 놓고 다시 읽고 있는 책이다 2년전인가 처음에는 한 권 구입해서 읽어보고 나서 선물로 쓰고 싶어서 서점에서 여러권(6권) 구입해서 선물로 썼던 책...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다른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데 이 책은 안성 마춤이었다. .... 아직 그의 갤러리를 가보진 못했지만 올겨울 제주
"선물로 많이 썼던 책, 다시 보는 제주도" 내용보기
요즘 다시 서재의 책꽃이에서 뽑아서 사무실 책상의 책꽃이에 꽃아 놓고 다시 읽고 있는 책이다 2년전인가 처음에는 한 권 구입해서 읽어보고 나서 선물로 쓰고 싶어서 서점에서 여러권(6권) 구입해서 선물로 썼던 책...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다른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데 이 책은 안성 마춤이었다. .... 아직 그의 갤러리를 가보진 못했지만 올겨울 제주도에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들리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그가 사진으로 말하려는 제주도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어서.. 내 가슴에 자리집은 아름다운 책 한 권....

[인상깊은구절]
글도 글이지만 한 장 한 장의 사진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혼이 깃든 풍경.
9****a 2006.04.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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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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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도로 갔다.책에는 글이 따른다. 글을 잘쓰는 글쟁이들은 자신의 느낌을 멋진 글로 표현한다. 하지만 글을 잘 못쓰는 사람이라면 그 글이 어눌할지라도 솔직하게 쓰지 않으면 안된다.이 책은 솔직한 책이다. 저자는 아무런 눈치도 보지않고 그냥 솔직하게 지난 시간들을 사람들 앞에 꺼내어 놓는다. 외로웠으면 외로웠다고 말하고 배고팠으면 배고팠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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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도로 갔다.책에는 글이 따른다. 글을 잘쓰는 글쟁이들은 자신의 느낌을 멋진 글로 표현한다. 하지만 글을 잘 못쓰는 사람이라면 그 글이 어눌할지라도 솔직하게 쓰지 않으면 안된다.이 책은 솔직한 책이다. 저자는 아무런 눈치도 보지않고 그냥 솔직하게 지난 시간들을 사람들 앞에 꺼내어 놓는다. 외로웠으면 외로웠다고 말하고 배고팠으면 배고팠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의미없는 미사여구로 꾸미기 보다는 그냥 내 자신이 선택하고 그 선택을 믿으며 평생을 한가지에 몸바쳤던 자부심을 검게 그을린 바닷가 어린아이들처럼 단순하고도 강렬하게 표현할 뿐이다.읽는이도 지은이처럼 그냥 순수하게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사진을 말없이 함께 보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9 2006.01.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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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인이 되어 사진으로 순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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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영혼의 구원을 꿈꾸었다. 자연의 품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으며 영혼의 자유를 꿈꾸었다. (238쪽)     자연을 통해 영혼의 자유와 구원을 꿈꾸었다는 말처럼 당신의 사진을 보면 자유로운 영혼이 깃들여 있음을 느낍니다. 어느 장면을 보더라도 셔터가 눌려진 짧은 순간만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포착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몇 시간이고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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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영혼의 구원을 꿈꾸었다. 자연의 품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으며 영혼의 자유를 꿈꾸었다. (238쪽)     자연을 통해 영혼의 자유와 구원을 꿈꾸었다는 말처럼 당신의 사진을 보면 자유로운 영혼이 깃들여 있음을 느낍니다. 어느 장면을 보더라도 셔터가 눌려진 짧은 순간만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포착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몇 시간이고 몇 날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마침내 포착한 기나긴 여정과 흥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진을 펼쳐도 과연 지상의 풍광을 찍은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은 물론 어떤 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사진은, 풍경과 당신 자신이 혼연일체가 되어 내뿜는 어떤 동적인 흐름이고 에너지이며 생명입니다.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과 친구들을 훌쩍 떠나 오직 혼자 몸으로 20년을 한결같이 제주에서 뒹굴며 사진하고만 살았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온몸과 마음을 던져 제주 사진에 투신한 당신은 진정 자연의 운행 법칙을 깨달은 구도자임이 분명합니다. 온몸이 마비되는 병조차도 당신의 용맹정진을 막을 수는 없었음은 다음 글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종일 마을을 산책해도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150호가 넘는 큰 마을이지만 구멍가게 하나 없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중산간 마을 삼달리의 옛 초등학교 터. 그 안에 온종일 갇혀 지내지만 건강할 때 느껴보지 못한 평온한 날들의 연속이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집착도 내겐 허용되지 않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이기에 아주 작은 욕심도 내겐 허용되지 않는다. 집착과 욕심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바람을 안고 자유롭게 떠돌던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한다.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평화와 고요가 내 사진 안에 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나는 그 사진들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는다.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운 삶을 여한 없이 보고 느꼈다. 이제 그 아름다움이 내 영혼을 평화롭게 해줄 거라고 믿는다. 아름다움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지금,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28쪽 발췌)  
YES마니아 : 골드 g*******g 2005.12.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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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진을 하는 수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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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의 글을 읽을 땐.... '고집이 징허게 센 사람이구나.' 했다. 그러나 넘긴 책장이 늘어가면서... 그의 사진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의 사진 속에 흐르고 있는 바람과 시간이 느껴졌다. 한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는 그의 무심한 기다림이 느껴졌다. 투병하는 그의 솔직한 마음, 있는 그대로의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는 사진 작가라기 보다는, 사진을 통해
"그는 사진을 하는 수행자이다." 내용보기
처음 그의 글을 읽을 땐.... '고집이 징허게 센 사람이구나.' 했다. 그러나 넘긴 책장이 늘어가면서... 그의 사진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의 사진 속에 흐르고 있는 바람과 시간이 느껴졌다. 한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는 그의 무심한 기다림이 느껴졌다. 투병하는 그의 솔직한 마음, 있는 그대로의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는 사진 작가라기 보다는, 사진을 통해 수행을 하는 수행자였다. 부처님 제자 중에 마당을 쓸다가 깨달은 제자도 있고, 뭔가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깨달은 제자도 있다고 했는데... 마지막 책장에서 나는 멈추었다. ★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흙으로 돌아갈 줄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이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 194p.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절망 속에서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쓰러지는 그날까지 하루를 희망으로 채워가자. 내일이 불안하다고 오늘마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긴장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를 희망과 설렘으로 살아가자. 또다시 오늘이 시작되면 새로운 하루에 몰입하는 것이다. ★ 199p. 나에게 내일이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다. 허락된 것은 오늘 하루, 그 하루를 평화롭게 보낼 수 있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아픔도 잊혀진다. 하나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통증을 의식하지 못한다. 통증을 잊으려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또 다른 하루가 허락되면 또 다른 일을 찾는다.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끝이 없어서 찾으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나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오늘도 어제처럼 편안하다. 하루가 편안하도록 오늘도 하나에 몰입한다. 정망의 끝에 한 발로 서 있는 나를 유혹하는 것은 오직 마음의 평화이다. 평화만이 나를 설레게 한다.
m****i 2005.01.0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