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나는 옆으로 보이는 표지가 그리도 싫다. 참신한 시도라는 생각도 들지만 고개를 왠지 비틀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제목의 글씨체가 눈길을 끌기도 했고 마흔여섯이라는 다가오고 있는 숫자가 궁금증을 일게 했다. 풋풋하기만 했던 스물셋도 떠올려봤다. <이책은> 더나은내일 님께서 슬로우 리더 라이터 닉을 쓰실 때 선물해 주셨다. <저자는>
<책읽은 소감> 7년여 전에 팬시& 악세사리 가게를 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모녀 손님도 있었다. 모녀 손님은 대개는 친구같이 다정해 보였는데 어쩜 내게 딸이 없기에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보았는지도 싶다. 어릴때는 그저 엄마이고 딸이기만 한데 사춘기때가 되면 남남처럼 상처를 내기도 하는 것 같다. 조카를 보건대 마음상태가 시시때때로 변화하여 자신도 갈피를 잘 잡지 못하는 것으로 여동생이 이해하곤 하더라. 그러면서도 그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이모인 나를 봐도 데면데면하다. 그러던 아이가 아니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러려니 이해하고 만다. 윤희에겐 남동생 윤석이 있었으나 5살때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잃는다. 아이를 위해 복원수술까지 했으나 끝내 윤희 하나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 윤희 부모는 그다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채로 운이 좋아 사업체까지 가지고 있는 비교적 여유있는 집. 무남독녀인 윤희는 절박할 것도 없고 채근하는 부모도 아니고 그저 공부는 안할 수 없으니 하는 정도였다. 여기서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또 일찌감치 공부 머리는 아닌가봐란 체념 아닌 체념을 한 윤희 부모의 마음을 보며 한편 부럽기도 한편 그 경지가 안되는 내가 문제인가를 짚어보며 괜스레 고문을 했다. 어느날 아버지의 늦은 귀가를 연신 확인하던 고3 윤희. 엄마는 대학입시를 앞둔 예민함으로 치부하고 모른체로 일관했는데 한의원이라도 가보자는 말에 아이가 하얗게 질리고...엄마는 숨을 두 번 쉬고는 방문을 두드리고, 숨을 두 번 쉬고는 문을 열어보라 말하고, 다시 숨을 두 번 쉬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을 열어보라고 가만히 조용히 말한다. 정말이지 이런 엄마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이제는 한다. 다혈질이 아니고 매사 합리적으로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이 대개는 AB형이더라는. 한참 뒤에 윤희는 문을 열었으나 등을 보이고 앉는다. 엄마는 기막히고 코막히고 가슴은 두방망이질쳐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는 안간힘으로 속삭이듯 말한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엄마가 생각한 불길한 물증을 확인하는 시간은 얼마나 큰 고통인지. 말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라는 단서를 달으며 조근조근 대화를 이끄는 엄마 순영. 난 절대 이걸 못하는데... 독서실서 알게 된 오빠와 그 일이 났다는데...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하는 딸, 사랑하는 내 딸 윤희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 축복받아야 하는 생명을 이런식으로 잉태한 딸에 대한 분노보다는 내상을 입어서 사회생활(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게 엄마였다. 엄마는 어둔 침대에 누워 살포시 잠이 든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잠이 온다는게 또 기막히다. 딸이 들어와 이불을 살며시 끌어올려 덮어주고 나간다. 병원엘 윤희 낳을때랑 윤석이 낳았을때 , 또 윤석이가 교통사고로...뿐인데 내 딸 윤희는 아이를 지우기 위해 병원엘 가야 한다니...딸에게 다짐하듯 안심을 시켰다. 네가 달라는 옷산다는 20만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이 넣어서 네 책상에 올려놓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면 너는 무허가 시술소를 아마도 찾게 되리라. 불결한 환경이 너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어서 집하고는 아주 먼 곳에 큰 병원으로 갈건데 괜찮겠어. 엄마랑 같이 가는거. 이런 엄마가 세상엔 분명 있을거다. 윤희 엄마 순영말고도. 고3 딸이 회복실에 누워 있는 곁에있는 엄마의 착잡함을 어데다 비할까. 부끄러운지 딸은 모자 벗기를 거부한다. 그런 딸에게 이런 일이 상처로 남아 원활하지 않은 삶이 될까봐 엄마는 또 초조하고 안절부절인데 그것조차 내색하지 못한다. 엄마는 이런적 없지. 세상에 없는 안스럽고 불쌍한 표정앞에 엄마는 자신의 비밀을 난생 처음 끌러놓는다. 엄마도 있어. 이 상황에 그런걸 묻고 싶을까 철딱서니없다고 여기면서도 그 애다운 모습에 일순 안심도 하면서 엄마는 얘기를 한다. 딸의 상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각인시키기 위해서. 엄마가 좋아했던 승호 오빠는 동네 기와집의 누나 셋 그 아래 남동생으로 엄마를 일찍 여의고 새엄마와 이복동생 둘에게 사랑을 빼앗겼다. 엄마네는 너무나 가난한 집으로 점방을 했는데 다른 일용품은 대개는 읍내서 더 싼값에 구매, 석유만은 큰 병에 담아서 팔았다. 아버지가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들어 미리 넣어 놓았고 어린 순영이 그걸 팔기도 했다. 오빠들은 학교를 보내고 언니가 공장을 가면서 악다구니를 했다. 자기만 못가면 되지 순영이마저 중학교를 안보내면...언니 덕에 중학교는 무사히 마쳤으나 공장에 취직해 서울로 간다. 거기서 야간학교를 마친다. 명절날 짐(선물보따리)을 바리바리 든 상태서 '석유병!' 하고 부르는 이름을 뒤늦게 들으니 그건 승호 오빠. 같이 기차를 타고 내려오고 같이 올라갔다. 그렇게 데이트도 하고... 통금시간에 쫓겨 들어간 허름한 여관. 쥐오줌이 번진듯한 벽지며 꼬질꼬질한 이불이며 베개, 희미한 전구불은 껐다고 해도 청춘남녀 아닌가. 입맞춤도 하고 끌어안고 그렇게 시간은 한 시간여를 넘기고 청바지를 끌어내리는 오빠와 끌어올리는 순영의 실랑이가 얼마나 길었는지 통금은 끝났다. 순결이 중요하다는 생각보다는 꼬질꼬질한 이불처럼 낡고 늘어진 자신의 팬티를 차마 보여줄 수 없는 자존심때문이었음을...단 두 개의 팬티로 견디던 그녀였으니...돌아와 들여다본 팬티도 오십보백보인 것을. 순영은 그게 늘 묵직하니 남아서 남편과의 그 일을 여관에서 처음 치를때 팬티만 이뻤다면 새것이었다면 오빠에게 이미 순결을 줬다해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승호 오빠는 점방을 보고 있던 순영에게 석유병 한 개랑 과자를 샀고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석유병을 들어서 주려는 순간 그게 툭 깨지며 석유를 뒤집어썼고 과자는 석유가 스며들었고 돈도 석유로 철갑을 했고...그런 순간에도 승호 오빠는 순영이 괜찮은지 먼저 물었고, 자신 오빠의 옷을 빌려주는데 허름한 것만 있어서 속상하고, 파는 세수비누도 없고 빨래비누뿐이라 마음이 안좋고, 수건이 꼬질꼬질한 단 한 개로 매달아놓은걸 끌러서 줘야하는 맘이 창피하고. 다시 석유병을 한 개 사며 병값이라며 돈도 다시 내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둘러대라 일른다. 그 일 이후 단 둘이 있을땐 '석유병'이라 불러주던 승호 오빠였다. 그게 늘 그렇게 고마웠는데도 세월 지나 명절 고향가는 기차에서 인사를 했다니. 중략 징글징글하게도 가난했던 시절과 공장에서의 힘겨운 노동 그러나 보람. 원래부터 될 성 없는 사이라 여겼기에 언감생심 승호 오빠를 마음에서 내보냈고 남편과 만났고 윤희를 갖고 결혼식을 올렸다. 돈이 없기도 했지만 몰라서 병원을 못가고...그렇게 사업운이 기막히게 일어나더니 ...차마 야간부설학교를 나왔다는 말을 못한 세상의 시각과 남편도 모르는 첫사랑 얘기는 딸의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바라는 모정이었으니...그런 엄마가 믿었던 언니의 아들과 딸이 근친상간을 했고 그 사실을 조카의 처가 전할때...엄마는 해결사여야만 했다. 그런 엄마가 만기 가까운 적금까지 해약해 1억을 인출했다. 딸이 올케언니때문인 줄 긴장하자 그건 아니다 라고 믿으라 한다. 아빠의 집요한 채근에도 출처를 대지 못하던 엄마가 가출을 했다. 난 딸이 없어서 말을 못하겠다. 순영과 같은 입장이 된다면 순영처럼 할 수 있을까. 모든걸 감싸주고 또 막아주고 이해하고. 딱 두 배인 스물셋 딸과 마흔여섯 엄마에게 둘은 친구같은 감정이 생기는데 4년전의 큰일을 겪고나서 돈독해진 관계다. 비밀을 공유한 같은 여자로서의 공범자 심리. 엄마의 1억의 비밀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엄마의 사랑은 참으로 지고지순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시대는 그렇게 은근하면서도 멋이 있었다는...마음으로 오가는...그에 비하면 딸은 끝내 사촌오빠의 아이였음을 엄마에게 차마 끝까지 토해내지 못한다. 딸을 지키기 위해 조카며느리에게 굽신거리고 회유하고 결국 입막음으로 오천만원을 건네어 평정시키나, 조카네 뱃속의 아이는 분만달에 가까우나 친언니에게 물은 대답에 자주 오지 않고 아들마저 그런다고 섭한 기색 역력하니 순영은 그게 또 가슴아프다. 혼자된 언니에게 딱 남매인데 여동생은 오빠가 죽을 죄를 지었나보다고 할 정도라니...이름만 대면 아는 병원서 분만했다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순영은 조카며느리가 제일 좋은 병원에서 분만하고 조리까지 하는 비용을 댄다며 꼭 조카며느리에게 말을 전하라 언니에게 다짐을 받음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빚을 탕감하려 한다. 그러나 근친상간을 한 남편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며 아이를 양육할지 내 상식으론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았다. 그저 역겨울 따름이었는데 남녀칠세부동석은 괜히 있는 얘기가 아니라는... '19세'로 이미 만나본 저자인지라 익히 글맛을 알기에 부담없이 읽었다. 반가웠다. 여전히 따스한 시선하며 정겨운 느낌하며 모나지 않고 순박한 사람내음이 풍겼다. 미사여구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이웃 가정을 본 듯한 느낌이다. 허나 곳곳에서 자꾸만 앞의 이야기를 간추려서 하는 부분이 적어도 대여섯 번은 되더라. 그게 자꾸만 거슬리더라. 물론 중요부분 강조일때 두번 씩을 쓰기도 하지만 앞의 내용을 요약하여 다시 한번 되짚는건 좀...시골의 엄마와 나를 떠올려본다. 우리도 퍽 살갑고 다정한 모녀는 아니다. 엄마가 무뚝뚝하시진 않아도 애교스럽진 않으신데 나도 그렇다. 엄마도 연로하시고 나도 늙어가고 있다. 이젠 엄마이기도 하지만 한 여자로 많이 보여진다. |
|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스물셋의 딸이 겪어온 일이나 마흔 여섯의 어머니가 겪는 것 모두 그렇다. 스물셋의 딸이 겪은 것은 사촌오빠와의 근친상간이며, 낙태라는 것이며, 마흔 여섯의 어머니가 겪는 것은 딸로 인한 것 외에 암과 첫사랑 남자와의 관계다. 그러나 여기의 사건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아마도 이 비밀이 이 소설을 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 하나 있는데, 폴 투르니에의 비밀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비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치 비밀이라는 책을 읽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그리는 것은 오늘 우리의 감추어진, 그러나 없지 않은 현실이다. 저자는 이 현실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이 통속적이지 않고 따뜻한 이유는 그것이다. 그리고 딸과 어머니의 화자의 변화와 저자의 적절한 생략은 그 묘미를 더하고 있다. 정말 읽으면서 재미있었고, 따뜻했고, 많은 생각을 했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문학평론가 박진씨가 기록한 작품해설이다. 그의 가치관이 많이 거슬리며 이순원님이 그리고자 한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 보인다. 없으니만 못한 해설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
| 스물셋 딸과 마흔여섯 어머니의 비밀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연민 가득한 소통의 이야기이다. 남자 작가가 뭐 이런 글을 쓴담, 이라고 여겨질만큼 철저하게 여성들 사이의 비밀스런 소통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책은 꽤 속도감 있게 읽힌다. 하지만 귓구멍이 간질간질하고 혀끝으로 침이 몰리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도입부는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권장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도대체 뭣 때문에 이 모녀는 이러는 거야, 라고 짜증섞인 속엣말 하면서 확 뒷부분을 보아 버릴까 싶은 정도이다. 여하튼 이제 모든 진상을 알고 난 중반부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감정의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팔뚝에 소름도 간혹 돋아가면서 읽을 수 있다. 전경린이 썼다면 훨씬 끈적거리게 풀어놓았을 법한 소재다, 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떠올랐다. 동시에 이 남자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모녀간이라는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체험할 가능성조차 없는 소재를 택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동시에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모녀간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모자간보다 훨씬 원초적일 것이라는 짐작은 된다. 그것은 생식에서 생식으로 이어지는 사적 역사진행의 연대의식에 기초하는 것이라는 짐작도 된다. 현존하는 인류의 생존방식 내지는 철학적 룰에 따라 억압받는 젠더라는 공동체 의식도 한 몫 할 것이라는 의혹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소설 속의 모녀가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혹은 그 비밀의 은폐를 통해 공범의식을 가지고, 그보다 더욱 진하게 홀로 자신의 비밀을 다독여 묻는... 그 지난한 과정에 제3자의 입장일 지언정 무난하게 동참하게 된다. “엄마.” “왜 또…….” “엄마가 나를 참 많이 지켰다는 생각이 들어.” “제 새끼 안 지키는 엄마 없어.” “그래도 엄마는 더…….” “다 잊어. 나쁜 일들은.” “그런데도 나는 지금 엄마를 못 지켜주잖아.” “왜 못 지켜. 이렇게 옆에 있는데. 이렇게 있으면 돼. 엄마가 힘들 때 옆에 있으면.” 게다가 비록 모자간이지만 나 또한 엄마를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덤이라면 덤일까... 사실 주인공의 나이인 스물셋 무렵 나 또한 엄마와 무던히도 많은 비밀을 공유했다. 아버지로부터 날 지켜주기 위해 엄마는 무시로 거짓말을 해야 했다. 월요일날 용돈을 받아서 나가면 토요일이나 되어야 기어들어오는 아들이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집에 들어온다는 공갈을 쳐야했고, 부산으로 광주로 훌쩍 떠돌아다니는 아들이 저번주는 과엠티, 이번주는 동아리엠티, 다음주는 연합서클엠티를 다녀온 것이라는 거짓부렁을 뱉으셔야 했다. 불암산 아래 불암사에 기거하던 선배의 방에서 며칠을 묶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엄마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뺨을 맞으셨다고 했다. 결혼한 이후 처음이었고, 그 이후로도 전혀 없는 그 부부간의 폭력의 불씨가 바로 나였으니 우리 모자간에도 할 말이 꽤 많기는 할 터... 에휴... 그건 그렇고 이순원의 소설, 문학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생각없고, 그저 작가의 무모한 도전과 대중소설다운 일필휘지 아니 일독휘지 가능하게 하는 품은 인정... 엄마한테 전화나 해야겠다... 봄 저물기 전에 일간 한 번 찾아뵈옵겠다고, 그때 같이 꽃놀이나 가시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