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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사진, 글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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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강운구(69), 언제 봐도 깔끔하다. 20년 가까이 관찰해왔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 여름에도 면 재킷까지 갖춰 입는다. 넥타이 없는 셔츠의 목 단추는 항상 단정하게 여며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청바지. 잔주름 하나 없이 가운데 살짝 줄이 서있다. 여기에 중절모까지 걸치면 완벽주의자 강운구 이미지가 완성된다. 누가 봐도 견고하다. 장정 서넛이 달려들어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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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강운구(69), 언제 봐도 깔끔하다. 20년 가까이 관찰해왔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 여름에도 면 재킷까지 갖춰 입는다. 넥타이 없는 셔츠의 목 단추는 항상 단정하게 여며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청바지. 잔주름 하나 없이 가운데 살짝 줄이 서있다. 여기에 중절모까지 걸치면 완벽주의자 강운구 이미지가 완성된다. 누가 봐도 견고하다. 장정 서넛이 달려들어 민다 해도 꿈쩍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실은 다큐멘터리에 충실한 사진세계, 발군의 산문 솜씨 등 3박자가 그렇다. 그게 강운구다.

 최근 그는 모종의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해당 장르의 좌장 급이 풍기는 어떤 분위기다. 이를 테면 단장(短杖) 짚은 노신사 서세옥(81·서울대 명예교수)선생이 예전 화랑가를 나들이할 때 잠시 보여주던 권위 혹은 무게 말이다. 모든 게 휙휙 바뀌는 요즘인지라 그 자체로 귀한데, 강운구의 새 책 『강운구 사진론』(열화당)이 그렇다. 사람을 닮아 깐깐한 사진철학으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한국사진의 원점(原點)이자, 기준을 제시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훗날에도 사람들은 “2000년대 초입에 출현한 그 책”할 것이다.

 강운구는‘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카르티에 브레송, 묵직한 휴머니즘을 전하는 유진 스미스를 합친 무게다. “요즘 세상에 다큐멘터리라니”하며 심드렁할 수도 있다. 찍는(take) 사진보다 만드는(make)사진으로 유행이 바뀐 지 오래이지만, 그럴수록 강운구가 커 보인다. 역설이다. 10여 년 전엔 낡은 듯했지만, 시간의 먼지가 가라앉은 지금 『강운구 사진론』은 ‘견고한 중심’으로 늠름하다.

인용한 글은『강운구 사진론』가 출간된 직후 평론가 조우석씨가 쓴 글이다(출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621951&cloc=olink|article|default). 강운구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고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어떤 사람인지 이미지를 그릴 만한 글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

이 책은 사진작가 강운구가 <시사저널>에 2000년 가을일부터 2002년 봄까지 격주로 연재한 것을 엮은 책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묶어 글과 함께 실었다.

위의 글에서 조우석씨도 지적하고 있듯 강운구는 사진뿐 아니라 산문 솜씨도 유려하다. 해당 장르의 좌장 급이 풍기는 어떤 분위기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른'이 아쉬운 우리 세대에게 간결하면서도 클래식하고 멋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글은 '어른'의 아우라를 내뿜는다.
개인적으로 포토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인데(사진도 좋아하고 글도 좋아하니깐), 사진작가가 쓴 에세이라 더욱 정이 간다. 어머니의 품처럼, 봄날의 마당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러면서도 위엄이 있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산하들을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가본 곳은 가본 곳 대로, 가보지 못한 곳은 가보지 못한 곳대로 눈에 선하다. 명절 맞은 '시골집'처럼 정겹다가 겨울 바다처럼 스산하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에 김훈의 '발문'이 실렸는데, 이 글 역시 백미다. 이 글이 이 책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어떠한 부연 설명 없이도 참 좋은 책. 머리맡에 두고 틈날 때마다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어머니의 나라, 고국이 그리울 때마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1.10.29.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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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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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시골에 다녀오다가 길가에 솟아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그 나무들이 모인 작은 산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산은 내가 어릴 적에도 있었고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고 울 엄마가 어릴 적에도 있었고 울 엄마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겠지. 그러고 보면 자연이 제일 위대해. 저 산의 작은 나무가 인간보다 훨씬 위대해라고. 강운구의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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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시골에 다녀오다가 길가에 솟아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그 나무들이 모인 작은 산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산은 내가 어릴 적에도 있었고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고 울 엄마가 어릴 적에도 있었고 울 엄마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겠지.

그러고 보면 자연이 제일 위대해. 저 산의 작은 나무가 인간보다 훨씬 위대해라고.

강운구의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랐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개개인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역사가 흐르고 왕이 바뀔지언정 시골 어느 한 구석의 나지막한 산비탈은 그대로일 것이다.

지난여름 내가 본 한여름의 빨간 노을 역시 천 년 전 어느 아낙도, 오천년 전 어느 아낙도 바라봤을 테다. 자연의 시간 앞에서 인간의 시간은 75분의 1초만큼이나 짧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이가 들수록 짧게 느껴지는 인생이 더 짧게 느껴진다.

 

소설가 김훈은 강운구 작가의 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운구의 셔터는 빛과 시간을 고정시키지 않고, 강운구의 파인더는 세상을 사각형의 틀 안에 가두지 않는다. 그는 흘러가는 것들을 흘러가게 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 속에서는 덧없는 것들이 영원하다. 그의 사진집 중에서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경주 남산의 어떤 페이지들은 폐허에 내리는 빛들로 고요하다. 계림의 숲이나 신라 왕릉의 구부러진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내리는 빛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빛들은 고대의 빛이며 현재의 빛이다. 그의 그이 무너지고 으깨지는 세상을 슬퍼할 때도 사진 속의 빛은 그 슬픈 세상의 안쪽을 드러나게 한다. 그리고 그 빛은 언제나 생멸을 거듭하는 현재의 빛이다.”

작가란 이래야 하는가보다. 내가 느낀 생각을, 그러나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해서 말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생각을, 알기 쉽게 풀어서 눈으로 읽게 하는 사람.

강운구의 사진을 보고 감동한 마음을 타인의 글로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강운구는 한국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이며, 30여 년 동안 세상의 모든 진실과 사물의 속뜻을 해석하는 예리한 눈으로 현신을 정확하게 기록하면서도 따뜻하고 애틋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또한 다큐멘터리의 보편성을 주목하고 소재주의를 부정하며 대상의 내면을 찍어내는 세밀한 필치로 우리 고유의 풍경을 그려냄으로써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향내 나게 커피 잘 뽑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녹차 잘 우려내기는 더 어렵다. 주린 배 채울 땐 아무것도 가리지 않지만 부른 배 다스릴 땐 까탈 부리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차 향내나 그 밖의 다른 향내를 밝히면서도 사람 향내는 풍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찻잎이 그렇듯이 사람도 자라면서 점점 타고난 향내를 잃어버리고 떫은맛만 낸다. 향내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사람 냄새라도 풍기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잘 먹고 잘살게 된다는 것은 마침내 사람이 향내를 풍긴다는 것이 아닐까? 녹차의 향내처럼 은은한 사람의 향내가 배부르게 먹은 몸 냄새가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어찌 모를까마는. 예전에 차 좋아했던 초의 선사나 추사 선생은 아직껏 우리에게 향내를 풍긴다. ” p. 84

 

사진도 글도 깊고 그윽하고 아련하다. 마음이 참 편해진다.

 


YES마니아 : 로얄 h******6 2015.11.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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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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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지막 날한 해는 하루와 같다. 섣달의 막바지는 그날의 저물녘이다. 한 해의 끝날 저녁도 그날 하루의 저녁일 뿐이지만 상황은 다르다. 하루를 보낼 때는 그렇지 않지만 한 해를 마무리할 때는 늘 어수선한 속에서 긴장하며 아쉬워한다. 그 마지막 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다음의 새해 새날에 더 큰 의미를 두기 위한 전제조건이겠다.- 강운구의《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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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지막 날


한 해는 하루와 같다.
섣달의 막바지는 그날의 저물녘이다.
한 해의 끝날 저녁도 그날 하루의 저녁일 뿐이지만
상황은 다르다. 하루를 보낼 때는 그렇지 않지만
한 해를 마무리할 때는 늘 어수선한 속에서
긴장하며 아쉬워한다. 그 마지막 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다음의 새해 새날에
더 큰 의미를 두기 위한
전제조건이겠다.


- 강운구의《시간의 빛》중에서 -
y***o 2009.1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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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속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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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BLOCKQUOTE {margin-top:2px;margin-bottom:2px;} 책 등록하라고 내게 던져진 이 한권의 책. 저자가 원장님께 직접 사인해서 증정한 책을 원장님께서 먼저 자료실에 등록후 대출하신다고 한 것이다. 잠깐 책을 살펴 보았을 뿐인데 이내 책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원장님 반납후 내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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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등록하라고 내게 던져진 이 한권의 책.
저자가 원장님께 직접 사인해서 증정한 책을 원장님께서 먼저 자료실에 등록후 대출하신다고 한 것이다.
잠깐 책을 살펴 보았을 뿐인데 이내 책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원장님 반납후 내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다.
요즘 들어 부쩍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에도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간다.  그런데 이 책의 사진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산수유, 진달래, 메밀꽃 등의 사진도 아름답고, 막 딴 봄나물 같아 보이는 찻잎, 버려진 복숭아, 수박 사진까지도 아름답다.
안개가 끼고 장대비가 내리고 눈이 덮인 풍경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낀다.
 
강운구 선생님의 글을 읽어내려 가면서 우리나라의 산과 나무와 꽃에 얽힌 상식을 넓힐 수 있었고 조금은 냉소적이지만 날카로운 시선에서 삶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가까이 두고 마음이 복잡해질 때마다 꺼내보고 싶다.
k***y 2007.0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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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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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   이문재의 "저녁에" 에 있는 글은 "강운구 선생은 이천년부터 이년 가까이. 나와 김훈 국장이 근무하던 시사주간지에 격주로 글과 사진을 연재했다. 그것을 묶은 것이 "시간의 빛"(2004)이다. 나는 선생의 책이 나올 때마다, 가방속에 한 두권 넣고 다니며, 특히 글쓰는 후배들을 만날때마다 펼쳐들고 열변을 토했다.(책을 펼쳐 든 곳이 대부분 술집이어서 후배들은 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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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

 

이문재의 "저녁에" 에 있는 글은

"강운구 선생은 이천년부터 이년 가까이. 나와 김훈 국장이 근무하던 시사주간지에 격주로 글과 사진을 연재했다. 그것을 묶은 것이 "시간의 빛"(2004)이다.

나는 선생의 책이 나올 때마다, 가방속에 한 두권 넣고 다니며, 특히 글쓰는 후배들을 만날때마다 펼쳐들고 열변을 토했다.(책을 펼쳐 든 곳이 대부분 술집이어서 후배들은 잔소리로 들었겠지만) 열화당 사진문고 시리즈 강운구도 그랬다.

나는 글쓰는 후배에게 넌지시 책을 건네며 이렇게 주문했다.

사진은 나중에 보고 사진 설명부터 봐라. 후배들은 사진 설명을 읽다가 한숨을 포옥 내쉬거나 무릎을 치곤 했다." ---p119

 

 

시간의 빛의 서문에 있는 그의 글은

"그간 많이 돌아 다녔다. 찍는 것이 일인지 돌아다니는 것이 일인지 스스로도 구별하기가 어려운 만큼, 딴에는  온나라 구석 구석을 다 가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밟아 보지 못한 땅도 많다. 빈머리로 다니기만 하면 뭘하나?

...중략

이  땅에서는 풍경도 빠르게 사라진다.사람없어 한갓지고 빼어난 비경 같은 것은 이제 없다. 그런 곳은 이미 이 땅에서 다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그런 곳이 있다 하더라도 말 못한다. 지난 날 어리석어, 입 싸게 놀린 탓으로 별난 사람들 몰려들어서 망가진 몇 군데에 무거운 빚을, 갚을 길 없는 빚을 지고 있으므로.

이 세상에서, 인류사에서, 이 땅에서만큼 빠르게 온갖 것을 뒤죽 박죽으로 바꾼, 아니 버리고 새로 시작한 경우가 있었을까? 그러고도 걸핏하면 반만년 역사나 선조들의 지혜를 들먹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제의 길은 오늘의 길이 아니며, 어제의 풍경은 오늘 이미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말하자면, 온 나라가 고속도로와 고층아파트가 되려고 한다. 온 나라가 공사판이다.

그런 공사판 너머에 어디선가 아직도 남아있을 우리의 풍경을 찾아서 아직도 헤맨다."

 

40년지기 소설가 김원일은 강운구의 사진과 글은 느긋한 마음으로 소여물 씹듯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제맛이 살아난다고 했다.

그의 산문집 "기억의 풍경들"에서

사진의 대중화와 흔해진 필름으로 마구 찍어내는 영상물이나, 사전을 뒤져가며 온갖 풀이름을 다 동원하여 식물성 애잔함과 생명력을 그려내는 시나, 오지를 찾아다니며 그 속에 숨어사는 신선이 다 된 인간문화재급을 발굴해서 '자연과 혼연일체가 된 신선의 삶'을 취재해서 발표하는 글을 너무 흔하게 접한 세상이 되었다. 현재의 팍팍한 삶을 팽개치고 그런 별천지 세계로 결코 뛰어들 수 없는 도시인들에게 청량 산소 한 보따리를 선물로 풀어 놓겟다는 교묘한 상업적 저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술은 대체로 성공한다. 도시인은 대리만족으로나마 이제는 돌아가기에는 늦은 추억의 그 시간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강운구의 예술작업의 고민은 거기서 출발한다. 변별성, 곧 나만의 도 다른 세계를 가져야 만 내 예술과 작업의 존재 이유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강운구는 그 일차적인 방법으로 느리게 관찰하며 아끼는 마음으로 대상을 들여다보기를 집중한다.'그림이 되는' 아름다움과 쇼킹너머에 있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주목하여 그 내면의 진실을 담아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주체적 선입관이 아니, 대상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소중히 사유하기를 선택한 듯 하다. 사진과 글이 함께 어울어진 이번 책을 읽을 때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p117'


김 훈은 책의 말미에 발문을 썼다.  

...그리고 또 어느 해 가을, 경주 근처의 폐허를 어슬렁거리는 그를 따라 간 적도 있었다. 토함산 꼭대기에서, 그는 무너진 왕도의 들판 너머로 기우는 일몰을 바라보았다. 포개진 능선이 어둠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는 산위에서 서 있었다. 그는 세상을 깊이, 구석구석, 오래 들여다 보았고, 나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그를 몰래, 잠깐씩 들여다 보았다.

그토록 셔터 누르기를 아끼는 사진가를 나는 처음 보았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에 그는 세상의 언저리를 오랫동안 어슬렁거리면서 그 세상을 받아내야 하는 자신의 위치와 각도를 탐색했다. 세상의 모습과 질감과 내용은 보는 자와 보이는 것 사이의 관계의 설정에 따라서 바뀌는 모양이었다. 그러므로, 세상의 의미는 결국 설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닐 터이고, 사진은 다만 그 관계의 표현인 모양이었다. 세상을 살피는 그의 옆 모습을 흘깃거리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잘 알 수 없었고, 늘 말을 아끼는 그에게 물어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빛의 밀도가 사위고 시간의 눈금이 성글어지는 어느 하오 무렵을 가려, 그는 주머니 속을 부스럭거리며 카메라를 꺼내 이리저리 빛을 헤집어가면서 두어 번의 셔터를 겨우 눌렀다. 60분의 1초가 열리고 그의 셔터는 다시 닫혔다. 내가 본 그의 카메라는 늘 작고 간단했다. 그는 늘 두어 통의 필름만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의 외양은 사진가로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그는 늘 세상을 바라보는 자로 보였다....---p252

 

그렇게 그가 찍은 사진은 쉬운 듯하며 보기 편안하다. 그러나 그렇게 흉내 내 찍어도 그런 사진이 되지는 않는다. 어슬렁거리면서 탐색하고, 시간의 빛이 만들어 내는 어느 무렵에 빛을 헤집어가며 찍는다 하더라도 우리 풍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그만큼 가지지 못한 사람이 찍기 때문이다.

그가 포착한 풍경은 무엇을 찍었는지? 왜 찍었는지 보다 그것을 찍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여 그 자리에서 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간의 빛은, 사진으로 그 안에 담은 자연을, 글로 사진에 담기지 않은 인문을 함께 보여 준다. 김훈은 발문에서 "본다"와 "보인다"라고 제목을 붙였다. 말의 수사이기도 하지만 그 "보인다"의 의미는 공감된다.

 

그는 "자연기행"에서 꼴난 사진을 하는데 온갖 잡학이 다 소용된다고 썼다.

"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사는 사회적인 풍경을 찾는다고 쏘다녔다. 그러나 온종일 긴장한 채 두리번 거리며 헤매다가 느닷없이 다가오는 자연풍경도 마다않고 즐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쏘다니는 일이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다.

풍경, 한국 풍경, 이 땅만의 풍경은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마침내 조심스럽게 말 할 수 있다. 풍경에 나오는 소재들보다는 그것들이 발산하는 정서적인 울림에 이 땅의 아우라가 깃들어 있다."

 

꼴난 사진 하는데 온갖 잡학이 다 소용된다는데 꼴난 리뷰 하나 쓰는 데에도 당연히 온갖 잡학이 다 소용될 것이다. 온갖 잡학이 빈한하여 꼴난 리뷰를 쓰지 않고, 다른 문사들의 글과 그의 글과 사진으로 리뷰에 갈음한다.

책의 어디를 펼쳐도 서정시는 있으며, 소여물 씹 듯 천천히 음미할 만 하다.

 

2009.3.9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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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산수유를 두고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곷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자신을 지우는 것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라고 했다.이 빼어난 글을 읽고 산수유에 대해서 다시 쓰는 이는 바보다. 바보가 된 김에 꼭 한마디만 꼬리를 달자면, 산수유 꽃무리는 이 땅이 이른 봄에 꾸는 꿈이다.---p19

 

바람은 흔히 자유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하고 완고한 법칙만 따를 뿐이다. 바람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정해진 때에 정해진 길을 따라 불어온다. 해마다 어김없이 여름의 끝무렵에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이나 폭풍, 그리고 봄에 북서쪽에서 황사를 싣고 오는 모래바람 같은 공식을 보면 바람에게도 그다지 자유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p33

 

거의 같은 기간에 활짝 피었던 꽃들은 봄비가 마른 땅을 적시고 지나가면 그 젖은 땅위에서 허허롭게 거의 동시에 눕는다. 그러면 이 땅의 짦은 봄이, 아우성이 지나간 것이다.---p61

 

여름은 서서히 저문다. 사람들이 철새떼처럼 잠시 몰려왔다가 우르르 떠난 섬은 그런 기억도 없다는 듯이 여전한 풍경으로 시치미를 뗀다. 저물녘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겨우 하루 해가 지는 것일 뿐인데도,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숙연해진다. 철이 안 든 사람은 그런 걸 바라보기를 좋아하며, 철든 사람은 그런 것에서 감각으로서는 아름다움을 느낄지라도, 어쨌든 '지는 것'이므로 논리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생각이 보편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선택할 수 있다면, 끝까지 철 안 드는 쪽을 택하고 싶다.---p.67

 

안개에는 흐지브지 폼만 잡다가 마는 것도 있고 온종일 질척거리는 비로 변하는 것도 있다. 초 여름, 안개 짙은 숲속에선 나무들 자라는 소리가 쑥쑥 들린다. 흐릿한 장막을 저희들끼리 머리 맞대고 툭툭 물방울 주고 받으며 무성하게 큰다. 이윽고 장마 구름이 산을 덮으면 짙고 무성한 숲의 나무들은 팔을 축 늘어뜨리고 비에 몸을 맡긴다. 언제 그리도 축축하고 지루했냐는 듯이 장마 지나가고 나면 작열하는 한 여름이다. 그러면 이따금 소나기가 묵묵한 숲울 진저리치게 흔들고 지나간다. 이런 것이 보통해의 보통 여름이다. ---p90

 

고창뿐만 아니라 정선이나 진안, 그 밖의 여러 지역의 높고 아름다운 곳에는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무턱대고 눈에 안띄는 곳에 묻는다고 일이 끝나는 것일까? 그런 곳들의 침출수는 흘러 흘러 어디로 갈까?

몇 만년뒤의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 남는다면) 고고학자들이 '금수강산'의 은밀한 곳에서 이 수상한 흔적들을 발굴한다면 '우리 조상들은 문명을 가진 특이한 야만인이었다!'고 감동받을 것임에 분명하다.---p117

 

산은 그렇지 않은데, 바다는 한나절만 바라보아도 질린다. 그러므로 바다는 멀리서 잠깐 볼 때가 가장 좋다. 멀리 수평선까지 확 트인 풍경은 확 하는 순간이 지나가면 단조롭다. 그러나 대기와 물이 어우러져서 점점 다른 빛깔로 표정을 바꾸는 저물녘은 다르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르며 만드는 풍경, 그 장엄한 시간은 길지 않다. 그래서 좋다.---p123

 

쓰러져 잠든 나무의 뿌리를 아직은 살아있는 뿌리들이 잡고 있으므로 절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저 살아있는 것과 잠든 것 사이에는 시간 차이밖에 없다. 영원한 것은 그러므로 영원히 잠든 것밖에 없을 것이다.

굳게 믿은 발치에 난데없는 절벽이 생긴다 하더라도, 사람은 그러나 붙박이인 나무와 달라서 다행이다. 늦가을의 설핏하게 저무는 햇살이 잠들었거나 아직은 살아있는 나무와 비탈진 절벽에 검붉은 빛이 드리웠을 때 그 아래로 아무것도 모른 채 굽이 틀며 지나가는 길은 이미 푸른 그늘에 잠겼다.  ---p149

 

불장안은 언제나 재미있다. 자칫 잘못하면 큰일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진짜 불장난을 할 빈터가 없다. 그래서 대신'불장난'을 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p206

 

새 희망과 새 감회가 교차되는 엄숙한 시간은 언제나 짧다.해가 수평선에 잠기고 나서 잠시 머뭇거리듯 컴컴해지다가, 못내 그냥 꺼져 버리기에는 섭섭하다는 듯이 그날의 부록처럼, 마지막 악장의 코다처럼 하늘을 장엄하게 밝히는 놀이 피어오르는 날이 있다. 섣달 그믐날 그러기를 바란다.---p246

 


 


 


 


 


 

 

 

j****s 2009.03.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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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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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에 잠긴 가을 한때의 들판 같은 여백, 나에게도 그런때가 있다면,  긴 막간 같은 여백이 있다면 좋겠다.' p168 본문에서   여유로운 책이다.   책속의 사진이 맘에 드는 데, 달력사진과 처럼 잘찍은 절경을 보여주거나, 탄성이 나올만큼 기가막힌 구도가 아니라. 어디선가 한번쯤 봤을 법한 평범함과 누구나 담을 수 없는 비범함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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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에 잠긴 가을 한때의 들판 같은 여백, 나에게도 그런때가 있다면,

 긴 막간 같은 여백이 있다면 좋겠다.' p168 본문에서

 

여유로운 책이다.

 

책속의 사진이 맘에 드는 데,

달력사진과 처럼 잘찍은 절경을 보여주거나, 탄성이 나올만큼 기가막힌 구도가 아니라. 어디선가 한번쯤 봤을 법한 평범함과 누구나 담을 수 없는 비범함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였다.

그러한 셔터 내공은 짧은 시간에 얻어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김훈의 말처럼 '본 것' 보다는 '보인 것'을 담았기 때문이리라.

 

여유로움은 그냥 그렇게 얻어지지 않는다.

부럽다.

 

책을 덮으면서 서글픈 것은.

내가 그러한 여백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느낀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행을 떠날 때 베낭에 넣어가고 싶다.

 

p.s : 제 7의 인간, 침묵의 뿌리

k****a 2008.04.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진작가는 사진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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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러권을 한꺼번에 구매하면서 정작 가격은 지금 읽으면서 확인을 했는데 이책이 18000원이나 한다니... 차라리 사진집을 하나 구매해서 보는 것이 나을 듯 싶다. 사진도 양쪽 페이지로 나뉘어지고, 통일되게 편집한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한페이지에 세장도 싣고 꼭 이걸 실었어야 하는가 하는 사진도 싣고,,,편집자 마음대로??? 잘 된 사진을 보면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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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러권을 한꺼번에 구매하면서 정작 가격은 지금 읽으면서

확인을 했는데 이책이 18000원이나 한다니...

차라리 사진집을 하나 구매해서 보는 것이 나을 듯 싶다.

사진도 양쪽 페이지로 나뉘어지고, 통일되게 편집한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한페이지에 세장도 싣고

꼭 이걸 실었어야 하는가 하는 사진도 싣고,,,편집자 마음대로???

잘 된 사진을 보면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어도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을거 같은데 오히려 글을 읽고 사진도 보다보면 사진을 위해 글을 쓰신건지,

아니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맞춰 찍으신건지 모르겠다.

계절에 따라서 나눠놓았는데 뭐 윗분 리뷰처럼 계절마다 이책을 꺼내봐야 하는건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 다 읽었는데 이 책처럼 인터넷으로 사서 후회한 건 처음이다.

서점에서 그냥 함 훑어보면 좋았을것을...

가격도 너무 비싸고...

사진 설명(?)과 세상에 대한 관점은 너무 진부하고...

제발 사진찍으시는 분은 잘 찍으셔서 사진전을 여시고

정~~ 글을 싣고 싶으시다면 다른 작가와 공동저자를 하시는건 어떠실런지...

 

g*****e 2007.06.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