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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야기, 혹은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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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젠 너무 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상식에서 조금 떨어진 사랑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혹은 인생의 매 순간마다 웃고 우는 우리들의 이야기. 26살의 청년 재은은 사진에 재능이 있지만, 딱히 의욕도 계획도 없이 형의 신혼집에 얹혀 사는 반 백수. 그는 어느날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잡지사의 인터뷰에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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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젠 너무 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상식에서 조금 떨어진 사랑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혹은 인생의 매 순간마다 웃고 우는 우리들의 이야기. 26살의 청년 재은은 사진에 재능이 있지만, 딱히 의욕도 계획도 없이 형의 신혼집에 얹혀 사는 반 백수. 그는 어느날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잡지사의 인터뷰에서 소설가 성배를 만나 강하게 이끌린다. 성배는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후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듯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 한편 부모의 성화로 나간 맞선에서 재은은 미모의 학원강사 도영과 친구가 된다. 아름답지만 남자운이 없는 도영은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태석 형제와 친해지고, 어머니가 없는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다가 태석의 아버지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이런 그녀에게 직장동료 진경은 현실적인 충고를 해주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비전없는 옛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차를 빌려달라며 형과 툭탁대거나 피곤에 지쳐 화장도 지우지 않고 잠이 드는 장면들은 마치 우리의 일상에서 그대로 잘라낸 듯 공감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그들이지만 사랑은 별로 순탄하지 않다. 두근거리고 하릴없이 웃음이 나는 사랑의 증상들 가운데에도 생겨나는 것은, 마음이 가 닿았는가 싶으면 다시 엇갈리는 안타까움, 손에 잡히지 않는 초조함,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압박이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감정의 행방은 불투명해서, 그야말로 안개 속을 헤매는 격이다. 그래도...... 그들은 이미 사랑을 시작했고, '어제같던 오늘'은 끝났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가?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 그럼 사랑하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상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결국 사랑하여 남는 것은 무엇인가? <미스티>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 녹록치는 않은 이 주제는 그러나 경쾌한 대사와 에피소드에 실려 무겁지 않게 전개되며, 그 저변에 깔리는 재즈넘버는 단순한 BGM을 넘어서 인물들의 속내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인물 각자의 사연을 씨실과 날실 삼아 차분한 무늬가 아로새겨진 이야기를 짜낸 작가는 변미연이다. 그는 첫 작품인 이 <미스티>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과 안정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순정만화는 무조건 그림이 예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당신은 기억에 남을 만한 만화 한 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9 2004.04.0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무 것도 없다고 하지마
"아무 것도 없다고 하지마" 내용보기
만화라는 걸 단순히 시간 때우기 심심풀이로 여기는 독자라면 몰라도, 고단한 하루 일상에 기대어 잠들 포근한 베개처럼 말로 못할 고백을 대신해줄 친구처럼 여기는 독자에게라면 추천하고픈 목록은 따로 있다. 'MISTY'가 그 목록 중 하나이고, 같은 공감대로 이 작품을 아끼는 독자가 많아서 무척 기쁘다. 잡지연재를 통하지 않은 전작 단행본 작가의 신인 만화가의 작품이 주목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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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걸 단순히 시간 때우기 심심풀이로 여기는 독자라면 몰라도, 고단한 하루 일상에 기대어 잠들 포근한 베개처럼 말로 못할 고백을 대신해줄 친구처럼 여기는 독자에게라면 추천하고픈 목록은 따로 있다. 'MISTY'가 그 목록 중 하나이고, 같은 공감대로 이 작품을 아끼는 독자가 많아서 무척 기쁘다. 잡지연재를 통하지 않은 전작 단행본 작가의 신인 만화가의 작품이 주목받기 힘든 것이 대여 위주의 현 국내만화계이다. 그런데도 'MISTY'는 만화를 진지하게 아끼는 독자나 평론가들에게 입소문으로 찾아간다. 처음 1권이 나온 뒤 12달을 채워 이제 4권이 나왔다. 기다리면서 커가는 기대는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충실히 채워졌다는 것 때문일 거다. 1권 도입부는 주인공 재은의 옛여자친구 결혼식, 대사 한줄이 독자 마음에 스며들도록 작가는 착실히 컷을 짜서 화면에 시간의 마력을 넣는다. 스콧 맥클루드의 '만화의 이해'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시간의 마력'이 무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변미연은 컷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타고난 듯 아는 작가, 그래서 'MISTY'는 독자를 잡아쥐는 힘이 있다. 4권에 와서는 그간의 원고 경험이 힘을 얻어 더욱 노련하면서도 꾸준한 이야기를 보이고 있다. 20대 후반을 지나 다가올 30대를 예감하며 일상에 침몰되어가는 모습들- 재은과 성배, 도영의 일상 속 독백과 배경은 그래서 낯설지 않다. 언젠가 내가 느껴보았던, 친구가 느꼈을 외로움과 아릿한 사랑의 감각이기 대문이다. 아직 어색한 그림때문에 간혹 웃음마저 나올 부분이 있지만 그런 것이 큰 흠으로 닿질 않는다. 가벼운 농담처럼 여겨질 때조차 있다. 그보다는 '아무것도 없잖아'라는 담담한 한 마디에 조용한 탄식처럼 한숨을 쉬는 것이 더 크다. 일상에 묻혀서 잊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기억들을 일깨워줘서 읽다가 입가에 흐린 미소짓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곧 있으면 2회 독자만화대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2004. 2. 4 현재). 신인부문에서 변미연님이 수상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남긴다. 그리고 이 리뷰가 'MISTY'를 모르던 다른 독자에게 알 기회를 준다면 기쁘겠다. 아직 한국순정만화가 죽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소중한 작품 중 하나인 'MISTY'- 부디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길...
c******6 2004.0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