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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한때 인디언은 '점잖고 선량한 백인'의 머릿가죽이나 마구 벗겨대는 미개하고 잔인한 종족에 지나지 않았고, 이제는 알고 보니 무한한 가치를 가졌던 지혜로운 종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히 우리에게 보여지는 무수한 영화와 책들에 의해서. 정말 그게 전부일까.
이제껏 우리가 야만인으로, 지혜의 선인으로 알고 있는 인디언의 또 다른 이름은 아마도, 개척자의 허울 좋은 이름으로 위장한 정복자에 의해 다른 어떤 민족보다 철저히 자존심을 꺾여가며 태아기부터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는 종족, 자비로운(?) 백인의 학교에서 백인의 품격 있는(?) 생활방식을 배우고 있지만 정규교육을 모두 마치고도 영어로 된 성경책 한 줄 읽을 줄 모르고, 그렇게 좋아하는 맥도널드에서 점심메뉴 하나 주문할 수 없는 종족일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과거로부터 지속적으로 철저히 버려진 삶을 살고 있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 반쪽이 나바호족 나스디지의 삶을 통해 그토록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선대로부터 핏속 깊이 물려받은 용기와 지혜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이어가려 노력하는 현대 인디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태아알코올증후군에 걸려 6년이라는 짦은 시간밖에 갖지 못하는 자신의 입양 아들에게 병원에서의 지루하고 두려운 시간 대신 광활한 자연 속 살아 숨쉬는 강에서의 낚시 여행을 선사하고, 그의 조상들이 걸었던 피와 눈물, 죽음의 길을 따라 걸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힌 인디언 소년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 보내려 지난하지만 가슴 저린 시간을 보내는 나스디지의 인생은 단순히 현대 인디언의 현실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로 이어진다.
'내 찌그러진 픽업트럭의 뒷자리는 완전히 쓰레기장이다. 내 인생과 다를 바 없다.'
강렬하게 시작한 첫 문장만큼이나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인상깊은구절] 황야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은 엄청난, 숨이 막히는 모순에 가득 찬 일이다. 거기엔 낭만 따위는 단 한 조각도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방망이에 공 맞는 소리. 박수 소리. 헐벗고 황량한 하늘에서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꽂힌다. 하늘은 온통 뜨거운 먼지 냄새로 가득 찬 사막이다. 우리는 모두 도망친 말들이다. 우리는 모두 등짝에 처절하게 매달려 있는 말들을 하나씩 짊어지고 있다. 환희, 순례, 끝없이 되풀이되는 살육. 마법의 문은 이제 닫혔다. 사로잡힌 말들은 돌고 또 돌며 춤을 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