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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토마토가 유럽에 도입되고도 100년동안 악마의 음식이라며 아무도 먹지 않았던 시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토마토는 유럽 음식에서 떼기 힘든 음식으로, 광범위한 요리에 쓰인다. 토마토소스 스타게티, 토마토 케챱,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샐러드 등등. 토마토를 처음 맛보고 받아들이기까지 있었던 시련을 저자는 로맨스라는 양념을 쳐서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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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가 눈부시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드넓은 스캐일에 빠른 스토리 라인을 보여주어 읽는 맛을 만끽하게 해준다. 또 묘사가 치밀하고 구체적이어서 마치 현장에서 사물이나 현상을 직접 대하는 듯 생생하게 감을 살려주고 있다. 특히 레시피 요리법에 대한 꼼꼼한 설명은 전문 요리사가 TV 프로그램에서 친절하게 조리 방법을 알려주는 듯 말 그대로 레알이다. 굿 파드레가 생각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가지를 손가락 두께로 길게 썬다. 달걀을 풀어 썬 가지를 담갔다가 꺼낸 뒤 밤가루, 거칠게 부순 호두, 잣, 천일염, 굵은 고춧가루를 고루 묻힌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손가락 반 마디 정도 채우고, 기름에 가지를 튀겨 겉이 황금색이 나고 속이 부드러워지면 꺼낸다. 튀긴 가지 위에 발효가 많이 된 반경성 치즈를 얇게 저며 얹고, 마지막으로 프라이팬을 오븐에 넣어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굽는다. 가지에 뿌릴 드레싱으로는 새로운 페스토 소스를 생각해 냈다. 제노아식으로 바질, 올리브유, 소금, 후추, 잣, 레몬즙을 기본으로 하면서 거기에 바질과 동량의 신선한 민트를 추가하고 세이지 잎도 조금 넣는 것이다.(37쪽) 사람의 용모파기를 묘사한 부분도 구수하면서도 세밀하여 빙그레 웃음이 돋게 만든다. 특히 굿 파드레 신부에 대한 대목에서는 그의 얼굴 생김새와 표정은 물론 내면까지 빤히 읽힐 정도이다. 마치 그의 실물이 눈앞에 있는 듯하게 말이다. 굿 파드레의 몸통은 호두나무 고목 둥치 같았다. 팔은 그 나무에서 맨 처음 뻗어 나와 300년 전부터 열매를 맺은 큰 가지만큼이나 굵었다. 어쩌다가 신부의 무릎이나 어깨에 손이 스쳤다면 늦여름에 딴 머스크멜론처럼 커다란 타원형 공을 만지는 것 같았으리라. 손가락은 반쯤 자란 어린 호박과 크기나 모양이 비슷했다. 코는 피에몬테 지방에서 나는 작은 배와 크기나 모양이 같았고, 콧구멍은 큼직한 시칠리아산 올리브를 박으면 꼭 맞을 크기였다. 머리는 11월 하순 만토바에서 나는 호박만 했으며 호박처럼 매끄럽고 반들반들했다. 이빨은 11월에 흰참나무에서 떨어지는 큰 도토리만 했다. 굿 파드레는 웃음이 많았는데, 웃을 때마다 입이 루카 지방에서 나는 카로브 콩 꼬투리처럼 커다랗게 휘어졌다. 긴 눈에는 깊은 통찰력과 장난기가 공존했다. 그 눈빛은 잘 익은 움브리아산 무화과를 반으로 갈라 별처럼 반짝이는 무화과 속살을 응시해본 사람만이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38쪽) 이렇게 구수하고 질펀한 묘사 속에 이탈리아의 역사가 녹아 있고 토마토, 송로버섯 등 식재료와 그 조리법도 담겨 있으며 젊은이들 사이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얘기도 들어 있어 정말 소설다운 소설을 제대로 만난 듯하다. 한번 읽고 말 게 아니라 찬찬히 꼼꼼하게 음미하며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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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나도 한번쯤 이렇게 정리된 리뷰를 써보고 싶었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리뷰. 그래서 읽어봄직한 리뷰.
1.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
마리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가 생전에 일구어 놓은 땅과 올리브 농장을 몽땅 빼앗은 걸로도 모자라 아픈 엄마까지 강제로 자신의 아내로 만든 의붓 아버지 주세페가 동네 사람들이 던진 토마토, 양파, 달걀 등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질 때 떠올린 말이다. 심지어 그는 마리를 착취해 돈벌이를 하는 중이었고 젊은 시절 나귀경주대회에서 마리의 아빠에게 져서 엄마를 뺏긴 복수를 마리를 통해 하고 싶어했다. 철저히 자신을 이용해 써먹고 나중에는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늙은이에게 마리를 시집보내려고까지 한다. 10살즈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쓰러진 후 근 10년간 담아온 주세페를 향한 분노는 어떤 순간에라도 폭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토마토 청년 다비도를 만나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에 눈뜬 똑똑하고 당찬 아가씨에게 분노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사랑은 위대하다. 사랑은 이 세상 모든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 줄 안다.
2.
그렇다. <토마토 랩소디>는 궁극적으로 사랑과 욕망 그리고 금지된 열매 토마토에 관한 이야기이다. 배경은 16세기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이고, 러브 스토리가 사랑하는 주인공 남녀간의 희비로 만들어지는 거라면 로맨스는 사랑하는 본인들을 제외한 주변배경(인물, 상황, 시대, 종교 등등)의 엇갈림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들만한 예를 생각해봤는데 언뜻 떠오른 <시크릿 가든>의 두 커플. 맞춤한 본보기다. 한 커플은 러브 스토리, 한 커플은 로맨스를 하고 있는 거더라. 그러니까 이 소설속 남녀 주인공인 토마토 소년 다비도와 올리브 소녀 마리는 로맨스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놀랍게도 종교 즉 신분이다. 다비도는 유대인이고 마리는 가톨릭교도. 인즉, 소설을 관통하는 두 열매, 토마토와 올리브는 다비도와 올리브, 유대인과 가톨릭교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미모나 청춘의 역망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정신적인 교감이 그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리와 다비도는 상대방의 시선이 온몸을 관통하면서 뭔가 뜨겁고도 숭고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녹아 사라졌다. 마치 각자의 영혼이 전부터 알았고 다시 만나기를 열망해온 것을 이제 막 눈으로 확인한 것 같았다. 그것은 둘의 운명이 하나라는 느낌,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불 같은 열망이었다. 이러한 열망은 다비도와 마리의 귀에만 들리는 으르렁거림과 함께 다가왔다. 바로 멘초냐가 '일 투오모 델 아모레' 즉 사랑의 천둥소리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pp.143~144)
3.
다비도의 할아버지 논노는 이런저런 비극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하나 남은 손자 다비도와 함께 이 마을로 흘러들었다. 이 지방에는 존재하지 않는 열매 토마토와 함께.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유대인임을 숨기지만 비밀유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여기서 토마토는 먹으면 죽는 금지된 열매에 속했고, 유대인과의 접촉은 질병과 타락을 가져오는 흉악한 행위였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유대인과 토마토,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화합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는 악질이던 전직 신부대신 온 신부 굿 파드레였다. 그는 신비스런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는 어떤 사람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믿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마을에 다툼이 있을 때 그의 말은 진리로 통했다. 특히 마리에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4.
그밖에 이탈리아 귀족 메두치 가의 대공으로 태어났으나 끊임없이 평범한 농부가 되고싶어 마지않던 코시모가 신분을 위장하고 마을에 숨어들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농부행세를 하고, 주세페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베니토가 온갖 악질짓을 도맡으면서 마리를 몰래 짝사랑하는 등 이 좁고 작은 마을에는 각자 삶에 충실한 특별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토마토를 들여온 유대인과 가톨릭교도인 토착주민들의 알콩달콩한 세력싸움이기도 하면서(물론, 유대인은 떳떳히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그야말로 순수한 열정으로 나누는 신분이 다른(종교면에서) 다비도와 마리의 로맨스이기도 하다. 다비도와 마리가 토마토가 담긴 가마솥에서 격정적 섹스를 나누는 장면은 시각적 효과 없이도 단연 압권이다. 모 CF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토마토를 밟고 터뜨리고 온몸에 바르고 좋아서 뛰어다니는 바로 그 스페인 토마토 축제가 연상되기도 하고 말이다. 은근히 오묘하고 색다른 분위기.
5.
신기한 일이 또 하나 있다. 이 시골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된 셈인지 언제나 함께 울고 함께 웃는다. 혹시 알까? 이 간단한 문장이 얼마나 어렵고 또 난감한 일인지. 왜냐면 세상엔 의외로 엇박자의 사람들이 많고 또 그 엇박 때문에 삶에는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앞서 말한 메두치 경과 같은 이름의 논노네 가족 나귀가 죽는 장면은 슬펐지만 거의 결말 단계에서 평온한 듯 또 고요하게 그러나 갑작스럽게 또한 미소 지으며 눈감은 논노 할아버지 장면에선 나도 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죽음은 이토록 당연하고 정당할 수 있는 거였음을. 억울하고 억지스럽고 안타깝고 아쉬운 게 아니라 카타르시스적이고 위대하고 되려 안정이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었음을 알았기에 기뻤다.
6.
16세기 이탈리아 시골마을로 독자를 데리고 가서 작가가 펼쳐보이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초록색에서 노란색 그리고 먹음직한 빨간색으로 변해가는 토마토를 지켜보는 일은 단지 채소 토마토의 발육을 지켜보는 것 이상이었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올리브는 또 어떻고. 배경이 오래된 시대이고 주제가 진부한 로맨스인 만큼 뻔하고 식상한 결말이 될까봐 노심초사했지만 초지일관 유쾌하고 찡한 마을 스캔들이자 가족 이야기인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토마토 소스 향까지 느낄 수 있으니 성공 중에도 대박이다. 토마토를 밟아 터뜨리며 노는 일이 로맨틱하게만 느껴지는 건 다비도와 마리의 예쁘고 아름다운 애정 때문인가 보다.
손 안에 열매가 꽉 찬 느낌이 입맛을 자극하자, 마음속에서 토마토 청년의 매력적인 모습이 눈앞의 토마토만큼이나 선명하게 살아났다. 살결은 벌꿀색, 눈은 마리가 너무도 좋아하는 체리뇰라 올리브 같은 사랑스러운 녹색, 머리카락은 버터와 포르치니 버섯에 버무린 파파르델레(리본처럼 넓적한 면) 파스타만큼 매혹적이고 자유분방한 갈색 곱슬머리, 그리고 입술, 아름다운 입술. 낮에 마리와 마주보았을 때 그 입술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마리는 이미 그 사람이 상냥하고 지혜롭고 유머가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의 다른 애송이들과는 딴판이라는 것을.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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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랩소디』는 제목만으로도-아니,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표지의 그림까지 더해져서- 상당히 맛있게 보이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맛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과 그들의 문화라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거기에 즐거움까지 더해진 맛있는 소설이 『토마토 랩소디』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책을 통해서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그냥 그런 맛의 느낌이 아니라, 직접 어떤 음식을 눈으로 보고, 코로 그 향기를 맡고, 입으로 맛보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어떤 요리가 좋으면 그 느낌을 그저‘맛있다’는 말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지만, 이 책은 다르다. 그 표현 하나하나까지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맛있을 것이다. 그 맛의 세계로 한 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토마토 랩소디』는 16세기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 ‘다비도’와 여자 주인공 ‘마리’의 사랑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맛있게 버무려 낸다. 토마토를 재배하며 살아가는 다비도는 유대인의 모든 경제 활동이 자유롭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토마토를 팔기위해 마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의 여인, 마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다비도는 유대인이고 마리는 가톨릭교도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토마토가, 가톨릭교도로 이루어진 마을 사람들에게는 금지된-단순한 금지가 아닌, 만지기만 해도 물집이 잡히고 종기가 나고 눈이 멀고 피가 나고 구역질이 나면서 무시무시한 죽음을 맞게 되는- 열매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다비도와 마리의 사랑은 절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순탄치만은 않은 사랑에 조미료 역할을 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사건들이 더해져 이야기는 점점 맛있어져만 간다.
『토마토 랩소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 사랑에는 상처만 받고 오직 욕망에만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 가슴속에 남겨진 아픔으로 그저 현실에서 벗어나기만을 원하는 사람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등. 그리고 다양한 먹을거리가 등장한다. 축제 때 자연적으로 등장하는 포도주를 비롯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토마토와 올리브, 그리고 주인공 다비도와 마리의 사랑을 통해서 나오게 되는 토마토소스와 피자 등. 이 모든 사람들과 다양한 먹을거리가 결국에는 마을의 광장에서 모두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의 재료들이 정확한 시간으로 정확하게 조리되어 하나의 멋진 요리로 탄생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요리에 웃음과 울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더해서 우리에게 위로와 어떤 깨달음까지 안겨준다. 또한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는 모든 것들과 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저마다의 피부로 스며들어 나타나는 생각과 가치관들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에게서 한 발 벗어난 순간들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까. 낯설지만 친절하게, 친절하지만 지겹지는 않은 모습으로, 그냥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아니 맛있게 담아내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간절한 사랑에 따뜻함과 아픔을 함께 느끼면서,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탐욕적인 새아버지에게는 나름의 증오를 퍼부으면서, 그리고 때로는 신비하면서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인 굿 파드레의 등장에는 감출 수 없는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내 마음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감정의 다양한 곡선을 그려나갔다. 해피엔딩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오랜만에 무슨 동화를 읽는 듯 한 느낌으로 읽어나간 책이었다. 유쾌하면서도 참으로 군침 돌게 만드는 소설, 『토마토 랩소디』. 한 동안 그 향과 맛에 빠져 살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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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과 레몬색으로 그라데이션이 되어있는 배경을 바탕으로, 아래로는 마을이 그려져있고, 위로는 토마토가 허공에 덩그러니 떠있는 표지가 내 품에 와락 안기게 된 것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란 것은 아무리 제목에서도 무언가를 소재로 하였다고 한들, 이렇게 주워먹기식의 표지를,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계기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손에 집고 읽기는커녕, 한번 훑어보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신 것을 끔찍이도 먹지 못하여 - 달달한 과일 중 간혹 신 것이 있는 것일 테지만 - 토마토조차 좋아하지 않는 나는 - 아니, 신 과일이나 채소 자체를 아예 선호하지 않지만 - 표지를 보고서 기어코 토마토의 시큼한 맛을 생각해내고는 금세 신 과일을 먹은 듯한 표정을 안면 가득 지어내보이며 조건반사에 의해 입술을 앙 다문 그 속으로 침이 고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옆에 끼고 읽는 내내 탐스러운 토마토를 베어문 입 안 가득 달콤한 향을 머금은 기분이었다고, 책을 다 읽은 지금,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른 입술을 혀로 촉촉히 적시며 입맛을 다시게 만들 만큼 현혹시키는 맛있는 소설이었다고, 그리 말해도 과하지 않은 책이었음을.
‘16세기 어느 해 8월 하순, 이탈리아 토스카나 공국의 작은 시골 마을, 피렌체에서 이주한 유대인 가족이 막 토마토를 들여왔다.’ ㅡ 이 문구를 보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란 단연코 종교 문제밖에 없으리란 것을, 역시나 - 적어도 - 처음에 작가의 의도 또한 그렇게 다가왔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카톨릭교도들만 사는 피렌체, 그곳에 유대인 노인인 논노와 그의 손자 다비도가 육감적인 색깔과 모양,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효능 때문에 사랑의 사과라고도 불리는 토마토를 가지고 그들과 어우러져 살기 위해 들어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들을 보고는 마치 나병환자라도 가까이 오는 것처럼 반응했고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뿐, 그들의 가게에 절대 다가가지 않고 그 흔한 안부인사조차 그들에겐 베풀지 않는다. 그렇게 작가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토마토를 집으면 손에 독이 오르고 먹으면 죽을 수도 있을 거라는 등의 행동으로 종교 문제를 살짝 보여준다.
하지만 그에 따른 더 큰 사건이라 함은, 마리와 다비도는 상대방의 시선이 온몸을 관통하면서 뭔가 뜨겁고도 숭고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녹아 사라졌다. 마치 각자의 영혼이 전부터 알았고 다시 만나기를 열망해온 것을 이제 막 눈으로 확인한 것 같았다. 그것은 둘의 운명이 하나라는 느낌,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불 같은 열망이었다. 이러한 열망은 다비도와 마리의 귀에만 들리는 으르렁거림과 함께 다가왔다. 바로 맨초냐가 ‘일 투오모 델 아모레’ 즉 사랑의 천둥소리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p143-144) 그들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때부터 이야기의 축은 유대인과 카톨릭교도에서 약간 벗어나 다비도와 마리를 중심으로 이어지더라, 그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만남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던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갈 수 있느냔 말이다. 작가의 기교가 대단하다 느낀 것이 그것이다. 인물 또한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뿐만이 아니라, 그의 마을 사람들까지 - 그 누구 하나 버릴 사람 없이 모두가 주연이 되는 식의 이야기라는 것,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다비도와 마리, 그들은 이미 시끌벅적한 장터에서 둘만의 만남의 의식을 치루고 있고, 처음 만난 후 엿새만에 자신을 훔쳐보는 이가 베니토로 착각하여 돼지 오물 한 양동이를 씌운 상태로 다비도와 재회하지만 서로의 호흡을 찾아 상대방의 품에 뛰어들게 되며, 후에 토마토가 가득 찬 가마솥 안에서 사랑을 나누더라는 등 - 어느새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한발 더 앞으로 나가있는 셈이다. 이야기는 전혀 미적지근하지 않고 오히려 뜨끈뜨끈하다. 그들이 가마솥에서 처음 사랑을 나눌 때, 그때 그들의 뜨거웠을 몸처럼.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과 같다, 생각했다. 분명 난 손으로 짚어가며 활자들을 읽어내리고 있는데 그것들이 영상이 되어 어느새 머릿 속에서 살아움직이더라, 그것이다.
토마토를 들여와 그것을 파는 유대인 노인 논노와 그의 손자 다비도, 올리브를 맛깔나게 절이는 비법을 가진 마리와 의붓아버지라는 명목 아래 마리를 이용하는 탐욕스러움의 일인자 주세페와 그의 하인 베니토, 본명이 있음에도 어릴 때 거위에게 오줌을 갈겨 한쪽 고환이 없어 시뇨레 콜리오네라 불리는 아드라이노 델그레코와 마리의 이름을 따 노래를 부른 치즈 장수, 늙은 노파 무카, 돼지고기 장수 빈첸초, 바보라 불리는 보보와 그가 가지고 다니는 보볼리토라는 인형과 죽은 전임신부의 조카 아우구스토 포, 카톨릭교도들과 유대인의 사이에서 어느 쪽 하나 치우침이 없이 중립적인 태도로 그들의 화합을 주도했던 굿 파드레와 복사 베르톨리, 단 하루라도 포도밭에서 일하며 농부들의활기찬 말투와 각운을 빌릴 수 있다면, 대공의 지위를 잃고 평생 말을 못하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코시모와 자신을 마르가리타 공주라 일컫는 잔 왕자, 그의 요리사 루이지 - 까지 그 누구 하나 버릴 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고 앞서 얘기했었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주변 인물이고. 명확하게 구분지어진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작가는 인물 하나 하나에 애정을 쏟은 만큼 보는 독자에게도 그것이 전달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쩌면, 어쩌면! 하는 사이에 그들의 손과 손이 마주 쥐어쥘 듯 하면서도 그것을 끊어놓은 것은 - 술 취한 성인의 축제에서 다비도가 베니토를 이겼을 때, 토마토 소스를 마을 사람들이 먹기 시작했을 때 - 책 속의 어느 특정한 인물도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함께 사는 삶을 몰랐던게다. 하지만 인생이란 울 일을, 죽음과 슬픔과 상실을 끊임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에 울었다. (…) 인생이란 웃어 넘겨야 할 죽음과 슬픔과 상실을 끊임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에 웃었다. 라는 것을 굿 파드레에게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느끼게 되며 함께 울고 웃으며 결국 눈물과 웃음으로 얼룩진 그들의 손과 손은 마주잡아진다.
책 자체는 다비도와 마리의 로맨스로 한껏 버무려있어서 뜬금없이 인생? 이라고 되물어질 수도 있다. - 러브 스토리가 아닌 로맨스라 이야기하는 것은 작가가 14세기 극작가 포초 멘초냐의 말을 인용하여 “러브 스토리와 로맨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러브 스토리에서는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장애가 본질적으로 주인공의 내부에 존재하여 문제를 연인들이 자초한 것에 반해, 로맨스의 경우는 주인공들의 사랑에는 문제가 없으나 가족과 사회가 연인들에게 지운 가혹한 굴레에서 비롯된다 이야기하는 까닭이리라. - 다비도와 마리의 로맨스에 우리의 인생을 투영하여 결국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권선징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희극에 짠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며 인생의 양면성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오늘도 싱그러운 햇빛이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고, 겨울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찬 겨울바람이 스치듯 지나가며 안부를 전하고, 나는 몸을 더 움츠리며 그에 맞는 안부를 건넨다. 발걸음은 경쾌하고, 입가에선 미소가 흐르지만, 짜증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터. 이 인생, 내가 품어주지 않으면 그 누가 내 인생까지 옳다구나, 거리며 품어주리. 아, 아름다워라. 난 마리가 재배한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유에 튀긴 감자에 다비도가 재배한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소스에 찍어 한 입 앙, 베어물고 입가에 묻은 토마토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내고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며 초대받은 그들의 술취한 성인의 축제에서 한껏 즐기고 이제 나의 삶으로 돌아오는 중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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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감각적이면서 직설적이다. 눈에 확 띈다. 대학에선 영화를 전공하면서 시나리오 작가와 CF감독으로 일했고, 과테말라에선 커피를 따고, 포르투갈에선 청어의 진정한 맛을 전수받고, 불가리아에선 파프리카 향내 구별법을 깨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프랑스 요리학교를 다닌후 주방장으로 일하다 지금은 로스엔젤레스에서 요가를 가르치며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니... 당최 이 저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저자가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시절, 동료의 친척이 이탈리아에서 포도밭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무료로 거기서 일하겠다고 제안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그 길로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대학교에 들어가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받고 4년동안의 노력 끝에 이탈리아 역사 뿐 아니라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서와 음식문화가 한껏 녹아든 이 책 <토마토 랩소디>를 완성했다고 한다. 빼앗는 자와 빼앗긴 자,.... 잔잔하지만 빼어났다. 정착을 한 토착농민이자 카톨릭 신자인 올리브를 재배하는 처녀. 증인이 되어 주었다. 이 사랑이 종교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되어진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바로 금단의 열매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일까? 이들에겐 자신들과 다른 이교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 이교도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혼미케하는 사단의 유혹의 대상이 되었던줄로 알았던 금단의 열매까지 재배한다고 하니 서사적·영웅적·민족적 성격을 갖는 환상적인 기악곡이라고 한다. ’관능적’이란 표현에 눈길이 한참동안 머물렀다. 감히 유대인이 넘어서지 못할 곳까지 영역을 침범한... 너무 발칙한..... 없는 일이라면 멀리서 불난 집 구경하듯 그렇게 구경꾼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얄팍하면서 이기적인 인간들의 면면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대화기법. 이기적인 인간군상들을 여기서도 만날수 있는것 보면 언뜻 얼마전에 읽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과 많이 닮은 듯 하다. 아닐까!!!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에 너와 다른 상대가 들어오면 엉겅퀴 가시처럼 찌르거나 밀어내기에 바쁜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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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어느 해 8월 하순, 이탈리아 토스카나 공국의 작은 시골 마을 피렌체에서 이주한 유대인 가족이 막 토마토를 들여온다. 유대인 할아버지 논노와 그의 손자 다비도는 피렌체 마을 사람들과 왕래 없이 자신들만의 밭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유대인에게만 판다. 마을에 신부로 있는 굿 파드레와 복사 베르톨리는 어느날 이들을 방문해서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그들에게 토마토를 팔것을 권해본다. 축제날에 마을로 간 다비노의 토마토 앞에는 사람들이 오지를 않는다. 그런 그에게 눈길을 주는 여자 마리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의 어머니와 결혼한 의붓아버지 베니토에게 이용당하지만 몸이 아픈 어머니를 생각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첫눈에 반한 다비노와 마리는 베니토의 계략에 의해 위험에 처하지만... 이 마을을 다스리던 대공이라는 자신의 지위가 거치장스럽게 여기며 거지처럼 지내던 코시모와 그의 이런 행동을 알고도 눈감아 주웠던 대공의 요리사 루이지는 대공의 아들이 죽음을 맞게 되자 할수 없이 대공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다비노와 마리가 사람들에게 팔 토마토의 제조공정에 의문을 제기했던 베니토는 논노와 다비노가 재배하는 토마토 밭을 뺏을 생각을 한다. 이들에게 닥친 위험한 순간에 굿 파드레의 현명한 판단과 코시모 대공의 등장으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멀리하던 피란체 사람들도 그들을 받아 들인다.
책은 다비도와 마리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여기에 무겁지 않게 유대인과 구교도 사이의 종교적 문제로 내보이며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피란체 사람들이 갖고 있던 토마토에 대한 편견과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 사랑으로 모든걸 이겨내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따뜻한 책이다. 사랑, 욕망, 그리고 금지된 열매 (토마토)에 관한 우화를 재밌게 써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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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나귀의 느린 걸음에 실려 지나치기만 해도 취기가 올라올 것 같은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린 토스카나 지방의 건강한 태양빛 아래, 과실과 채소가 영글고, 로맨스와 음모 또한 무르익어간다. 중세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배경으로 삼아 로맨스에 양념을 더해줄 역경은 종교와 민족적인 대치 속에는, 유대교 청년과 가톨릭 처녀의 고난을 잠식시켜줄 맛깔난 레시피들이 즐비한 탓인지, 동정을 보내기 이전에 군침이 도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포도밭, 올리브 나무 사이로 보이는 금기의 열매였던 '사랑의 사과' 토마토의 농익은 매력은 어쩌면 금기의 사랑만큼이나 특별한 입지를 자랑하는 탓에 이 책의 주인공은 선남선녀이자 비옥한 토스카나 지방의 농작물이기도 하니, 읽다보면 허기가 지는 단점만 제한다면 입맛을 돋우는 참신한 이야기가 되어줄 것을 확신하다. 『토마토 랩소디』안의 복작복작한 토스카나 주민들의 삶의 레시피 속으로 들어가기로 하자 단, 당신이 공복상태가 아니라면. 올리브 농장의 건실한 주인이었던 아버지의 의문사 이후, 재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뜨내기 부랑자와 결혼한 어머니는 반신불수이며, 새 아버지란 작자는 의붓딸의 노동력을 착취해 배를 불리며 지참금마저 아까워하는 위인이었으니, 우리의 처녀 마리에게는 포도주와 올리브 절임을 빚는 시간만이 위안이 되어줄 뿐이다. 시장에서 마주친 그 청년을 만나기 전까지. 크리스토포로 콜롬보의 '신대륙' 발견을 함께하기도 했으며 이사벨라 여왕의 재정담당관이었던 논노는, 종교재판의 광풍을 피해 은닉한 재산으로 토스카나에 정착해 손자 다비도와 토스카나에 유대 공동체를 정착시키고자 애쓴다. 유대인과 토마토는 둘 다 터부의 존재이기도 하니, 다비도가 재배하는 풍만한 토마토가 암시하는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기도 한다. 함께 농장을 꾸려갈 매력적인 발목을 가진 생기 넘치는 배우자를 꿈꾸는 다비도가 그 처녀, 마리를 발견한 것은 벼락같은 로맨스의 시작이기도 하며, 토마토 소스로 버물린 파스타와 피자의 기원이 되어주기도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야밤의 공복 상태의 당신이라면 허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메디치 가문을 고스란히 카피한 '메두치 가'를 등장시켜 희비극의 요소를 충만히 하고, 탐욕과 아집에 물든 토스카나 주민들 사이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주술사에 의해 보랏빛 '가지' 피부를 갖게 된 선량한 신부 굿 파드레와 마리의 혐오스러운 의붓아버지 주세페, 주세페의 하수인이자 비루먹은 베니토 등의 인물군상은 끊임없는 방해공작과 의외의 도움을 엮어나가며 다비도와 마리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기도 하고, 작가가 컨트롤할 수 없는 정력적인 생명력 탓인지 이야기를 장황하게 만드는 비대해진 곁가지 노릇을 하기도 한다. 자로 잰 듯 정확하고, 촌각을 다투는 타이밍에, 거두절미하게 털어놓는 이탈리아 극이 있을 수 없듯, 토스카나의 광활한 옥토 속에서 펼쳐지는 촌극의 이면에는 돌발적인 변수가 너무도 많아 의외의 레시피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다비도의 토마토는 마리의 포도주 비법과 만나 가마솥 안에서 나누는 육체적 사랑과 더불어 전설적인 토마토 소스의 신기원이 되고, 먹다 남은 빵에 발라 소스를 발라 적당히 구워내면 피자로 승화된다. 금기란 무섭고 병적인 요소가 아닌, 기존 질서 유지자들의 질시와 모함의 이면이 강한 것처럼 다비도와 마리의 결합은 토스카나 촌락을 울고, 웃게 만들며 더욱 건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애정과 애증과 탐욕과 관용이 한데 어우러지며 한층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인생의 법칙으로 수렴되는 모습은 마치, 남아있는 재료를 이것저것 집어넣고 뚝딱 만들어낸 별미와도 같다. 로맨스와 음모가 양립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인생이 곧 밋밋해지고 마는 것처럼. 황토이랑 사이사이의 탐스럽게 익어가는 토마토의 붉은빛, 두 번 짜낸 올리브유의 황금빛, 이성을 마비시키는 독버섯으로 증류된 비밀스러운 포도주 빛, 굿 파드레의 불가해한 퍼짓듯한 가짓빛 피부 등등. 토스카나의 어지러운 태양 아래 발효되고 농축되어가는 삶을 힘겹게도, 향기롭게도 만드는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 진탕 먹고, 놀고, 울고, 웃는 이야기의 향연이 초래한 군침과 공복의 사투 속에서 더욱 더 인상 깊은 이야기가 무르익어 감을 허기와 함께 내려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