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의 사람들이 애초에는 가족이나 친족 단위로 생활하면서, 주변의 식물을 채집하거나 동물을 사냥하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동체의 규모가 확대되고, 부족의 생존을 위해서 구성원들이 각각 담당하는 일이 분화되었다. 자연스럽게 남녀의 역할이 나눠지고, 상대적으로 힘이 세고 활동성이 강한 남성들이 사냥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겠다. 그러한 과정에서 부족의 생존에 꼭 필요한 동물들을 사냥할 때, 많이 잡게 해달라는 의식도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족들이 주로 사냥하던 동물들은 생존에 꼭 필요한 존재였기에 신성시되었고, 해당 부족은 그 동물을 절대적으로 숭배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조상과 동일시하는 ‘토템(Totem)’으로 섬기게 되었던 것이다. 사냥한 고기를 잡아서 먹는 행위도 그 동물과 자신들을 일체화시키는 행위라 여겼고, 사냥감이 늘어나면서 사냥 대상이라기보다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관념이 우세하게 되면서 토테미즘의 종교적 성격이 강화되었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책에는 사슴을 형제로 여기는 ‘시베리아 숲에서 태어난 사냥꾼’이 등장하여. 사슴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를 토로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옷과 신발의 재료는 모두 사슴의 가죽으로부터 얻어졌고, 사슴고기를 피와 살처럼 생각하기에 사냥꾼은 ‘그러므로 나는 사슴이다.’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사냥꾼의 부족은 자신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사슴을 토템으로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 사슴 사냥을 위해 작은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사냥꾼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냥꾼이 이런 시절 숲에서 잠들었을 때, 잠든 자신에게 다가와 귀를 핥아 주었던 사슴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배를 타고 거스러오르는 강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사슴 무리들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그러한 자연과 사슴이 사냥꾼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거듭 강조하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
사냥꾼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이곳에서 사슴을 잡았’던 사실을 소개하며, 그로 인해 조상들로부터 지금까지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었음을 밝히기도 한다. 가죽은 옷과 신발 등의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필요하며, 고기는 가족들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적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피와 살처럼 여기는 사슴을 가족들을 위해 사냥할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고, 자신이 사냥꾼임을 자부하는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강가에 모습을 보인 사슴을 총을 쏘아 잡고, 자신처럼 ‘이 숲에서 나고 자란 훌륭한 사슴’을 ‘조각배에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냥꾼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냥꾼에게 사슴은 ‘내 친구, 내 형제’로 여겨지기에, 사냥을 한 후 ‘뼈를 단 한 개도 부러뜨리지 않고 살을 발라’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사슴의 ‘영혼은 숲의 신령에게 돌아가 그 곁에서 편히 쉬다 다시 이 숲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사냥꾼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집에서는 사냥꾼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기가 있으며, 배를 타고 가면서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가 네가 준 고기를 먹으러 불을 피’울 생각을 떠올린다. 집에서 사슴고기와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로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들을 위해 사냥한 사슴을 배에 싣고 돌아가는 사냥꾼의 모습이 제시되면서 내용은 마무리되고 있다. 아마도 시베리아 지역에서 전승되는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는데, 내용으로 보아 사슴을 토템으로 삼은 부족에게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특정 동물을 신성시하는 토테미즘의 기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가장 쉽게 잡을 수 있어 생존에 꼭 필요한 동물이었기에 신성한 동물로 여겼으며, 사냥을 그친 이후에도 그러한 관념이 후손들에게 이어지면서 사슴이 신성한 동물로 정립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