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미국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던 우리나라에서 미국이라는 환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입으로는 반미를 외치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있다. 단지 미래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경쟁력은 과연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해서만 키울 수 있는 것일까? 갖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내면서 그 모델로 미국의 것을 꼽는다. 그런데 과연 미국의 것만이 최우선이고 최고의 선택인 걸까? 이 책은 우리가 미국에 대해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정말 사소한 미국지상주의부터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미국환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볼 수 있기를, 무조건적인 찬양 대신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이성으로 미국을 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식주에 대한 비판부터 부로 형성된 계층, 엘리트 지상주의, 인종차별주의와 반테러리즘의 허구들에 대해 신랄하게 해부하고 있다. 그리고 단호하게 정의한다. 미국은 선진국의 탈을 쓴 후진국이라고. 이런 비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직접 겪은 구체적인 예시들이 저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라는 필터를 통해 정제되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미국은 이래서 나빠-라고 주장하는 대신, 어떤 점에서 어떤 이유로 좋다고 말할 수 없는지를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기존의 추상적인 예시나 이제는 미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허울 좋은 결의, 미국에 대해 가해지는 극단적인 이분법 대신 경험과 논리,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외면했던(혹은 볼 수 없었던) 모습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재미있다. 나는 친미도 아니고 반미도 아니지만, 어느새 일상적으로 침투해 있는 미국환상을 확인하는 그 기분은 굉장히 오묘하다. 단지 프렌즈나 섹스 앤 시티에서처럼 황홀한 쇼윈도가 빛나는 대도시가 아닌, 빚에 찌들고 극심한 부의 계급에 시달리는 미국인들. 우리는 사회에 의해 얼마나 미국환상을 주입받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가 프랑스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은 만큼, 상대적으로 유럽의 모순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저자는 책의 일부에서 유럽의 선진성을 미국과 비교하고 있다), 저자의 해석을 둘째하고라도,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고 바라본 미국이 과연 선진국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상깊은구절] 미국은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사회, 경제 제도와 관습 역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투영의 함정은 최소한의 검토와 사색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한국에 도입된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미국의 제도와 관습은 부유한 자와 배운 자의 이익과 상합한다. 정부의 간섭 없이 노동자들을 마구 자를 수 있는 권리가 국가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는 논리만큼 자본가들이 목마르게 고대하던 이론이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