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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추억에 매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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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시간 그리고 나이’라는 부제가 없었더라면, 이 공장에서는 무엇을 만드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향수(香水)가 아니라 향수(鄕愁)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향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단어라고 설명합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일단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셈이니 향수는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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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시간 그리고 나이라는 부제가 없었더라면, 이 공장에서는 무엇을 만드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향수(香水)가 아니라 향수(鄕愁)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향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단어라고 설명합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일단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셈이니 향수는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다우어 드라이스마 (Douwe Draaisma) 교수가 쓴 책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자전적 기억을 주제로 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를 펴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시간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듯이 기억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에서는 기억의 불확실함, 망각에 대한 불안,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향수, 그리고 망각의 역현상 효과처럼 노년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젊은 시절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망각의 역현상 효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였습니다.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망각의 역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수수께끼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오래된 기억일수록 희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오래된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나게 된다는 것이 기억의 역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제가 일종의 자서전 성격의 옛날이야기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망각의 역현상 효과가 나타나는 나이에 들어선 모양입니다. 이제라도 옛 기억을 되살려 정리해두지 않으면 영원히 저만의 기억 속에 묻혀버릴 것 같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일입니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력 감퇴가 중요한 증상인 치매에 관심이 많다보니 언젠가는 기억을 주제로 책을 써보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생리적 건망증과 치매환자가 보이는 기억력감퇴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각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저자가 인용하는 전망적 기억이라는 개념이 생리적 건망증과 치매환자의 기억력감퇴를 설명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심리학 분야에서 이룬 기억에 관한 다양한 연구성과는 물론 기억에 관한 내용을 담은 문학작품들도 다양하게 인용하고 있어, 기억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생명과학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저자가 인용한 영화 망각에 맞서에 등장하는 데 로더 부인은 92살이 될 때까지 수백번의 여행을 했고, 모든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였고, 탑승권과 입장권, 식단과 도시지도, 그림엽서, 사진 등, 여행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보관해왔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이사를 가야할 형편이 되었지만, 그 자료들을 가져갈 수 없어, 결국 이사를 가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살아오면서 쌓인 삶의 기록이 이사를 다닐 때마다 줄어서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10년전까지는 초등학교 6한년 때 치렀던 시험문제지, 중고들학교 시절 친구들로부터 받았던 편지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아있는 자료들을 지금이라도 스캔을 떠서 파일로 만들어 보관하도록 해야하겠습니다. 진즉 시도했어야 했던 일입니다. 추억이 가장 왕성하게 되돌아오는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해서 옛기억을 정리하는 작업도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y*****2 2021.06.18. 신고 공감 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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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우리 뇌와 기억력의 진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늙어가는 우리 뇌와 기억력의 진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내용보기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기억력이란 것에 대해 다른 의미와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억력은 급격하게 퇴화한다고 쉽게 말하고는 했는데, 기억력 연구의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그 말이 모두 맞는 거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의 기억에 관련된 몇몇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제대로 작용하지 못했던 다른 기능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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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기억력이란 것에 대해 다른 의미와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억력은 급격하게 퇴화한다고 쉽게 말하고는 했는데, 기억력 연구의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그 말이 모두 맞는 거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의 기억에 관련된 몇몇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제대로 작용하지 못했던 다른 기능들은 그때(노인이 되어)서야 작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노인들의 기억력이 정말 나빠지는 것인지 다를 뿐인 것인지를 사례를 통해 들려주면서 우리가 가진 기억의 존재와 의미, 흐르는 시간, 나이에 관하여 들려주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기억에 대한 능력은 점점 사라지기에 이르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는 기억이 있다. 이는 노인의 기억력이 모두 퇴화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심리학에서 ‘망각의 역현상’이라 부르는 이 증상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오래된 일이 더 잘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현상은 기억력이 감퇴하는 나이(노인이라 부를 수 있는)에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간과 나이, 기억에 관한 이론이나 정의를 만날 때마다 가졌던 원칙 같은 이론 보다는 저자의 연구와 다른 전문가들의 이론들을 통해 들려주었던 내용들에 더 신뢰가 가게 한다.

 

<인생의 계단>이란(24페이지) 그림을 참고하면서는 그 시대(1660년)의 사람들이 노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가파른 산 하나를 넘는 듯한 인생의 계단은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분위기를 사뭇 다른 느낌으로 그려주어 우리의 사고를 끌어내고 있는 듯했다. 우리의 인생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앞부분은 빛나고 힘찬 걸음을 걷는 느낌을 준다면,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듯 보이는 뒷부분은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로, 우울하거나 끝을 향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우리의 삶을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지켜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안에서 우리가 봐야할 것은 노인이라 부르는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인생의 계단 안에서 우리가 지금 정상을 향해 살아가는 시간을 걷고 있다면, 곧 내려가는 시간도 만난다는 것일 테다. 그 시간 속에서 겪어가는 시간과 기억에 관한 생각, 나이와 향수를 갖고 살아가는 순간들을 만나게 하는 책이다.

 

그러한 기억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에 대한 향수 역시 불러오기도 한다. 향수병은 누구에게나 다 다가올 수 있는 병이지만, 특정 상황의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병이라고 한다. 입대한 병사나 이민자 가족 같은, 집(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상황에 또 한 번 만나게 되는 것이 과거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다. 그게 향수병을 깊게도 하고 치유하기도 하겠지만, 향수병이란 것은 금방 치유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언제든 다시 이들(우리들)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향수병이란 이름 앞에서는 완치라는 게 없다는 의미가 아닐 런지.

 

갈수록 노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노인에 대한 연구도 같이 늘어가고 있음이다. 저자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을 치매로 속단하지 말라고, 기억력 훈련은 기억 능력이 아닌 기억의 전략을 이용하는 능력의 향상일 뿐이라고 조언한다. 즉, 기억에 관한 많은 것들이 항상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 여러 가지, 또는 순간적인 연상으로도 즉시 떠오를 수도 있다.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갑자기 귀로 흘러들어온 이십년 전의 음악을 통해서도, 스스로가 기억해내고 기록할 수도 있는 자서전적인 수단을 통해서도 우리의 기억력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이 지속되는 한 우리 모두 노년을 만난다. 아직은 노년이라 부를 수 없는 나도 그 시간과 조우하는 운명이란 것이다. 피해갈 수도 없을뿐더러 그저 즐겁게만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아닐 것이다. 저자가 그 노년의 시간을 만날(혹은 이미 만난) 우리들에게 다양한 사례와 함께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은 나이와 시간, 그리고 기억이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의 육체와 함께 흘러간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도미노처럼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들이나 심리학적 증상들을 같이 듣게 하여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하게 한다. 그리고 그동안 알고 있었던 나이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깨뜨리면서, 우리의 늙어가는 뇌의 진실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이 준다. 저자의 전작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와 같이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n******i 2013.06.11. 신고 공감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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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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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희망보다는 추억속에서 산다. 여생은 얼마 남지 않았고 지나버린 인생은 매우 길기 때문이다. 희망은 미래를, 추억은 과거를 향한다. 이것이 그들이 수다스러운 이유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113쪽.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인용한 부분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처럼 노인의 인구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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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희망보다는 추억속에서 산다. 여생은 얼마 남지 않았고 지나버린 인생은 매우 길기 때문이다. 희망은 미래를, 추억은 과거를 향한다. 이것이 그들이 수다스러운 이유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113쪽.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인용한 부분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처럼 노인의 인구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 현대의 노인들은 근력이 약해지고 인지능력도 쇠퇴해서 사회에 부양의 부담을 주는 존재들처럼 느껴지지만 과거에는 질병, 전쟁, 기근을 이겨내고 노인이 될때까지 생존한 사람들은 공동체의 기억을 담지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해줄 수 있는 현자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 이십대는 육십대를 알지 못하지만 육십대는 이십대에 대한 기억이 있다. 물론 이런 기억은 선택적이라 어린 시절의 최초의 기억이라기 보다는 '추억에 대한 추억'이고 재평가의 성격이 있다. 치매의 초기에 최근의 기억과 미래의 계획은 없어져도 스무살을 전후한 청소년기의 기억은 마지막까지 유지된다고 한다. '망각의 역현상'으로 젊은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진화적 이점도 있는데 사랑스럽게도 아이들은 부모의 어린 시절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정답이 맴돌기는 하지만 말이 되어 입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곤란한 경험도 자주 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력의 감소를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으로 받아들여야지 스스로의 기억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우울증과 신경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기억력이 없어지면 그 자리에서 메모를 하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 공자도  "희미한 먹자국일지라도 가장 선명한 기억보다 낫다."고 했다. 사회적 활동을 지속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다채롭게 사는 것만으로도 빠른 퇴보를 막을 수 있다. 훈련이나 약물로 기억력을 좋게 할 수는 있다는 광고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그들은 다만 기억의 전략을 증진시킬 뿐이다. 


   지금 인생의 절정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이들수록 빨라지는 잔인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생각하면 멀지 않아 노인의 범주에 들게 될 것이다. 머글러와 골드스타인의 말처럼 "나이드는 것은 사멸이나 퇴보가 아니라 독자적인 특성을 지닌 특별한 발달단계"라고 받아들인다면 조금 위안이 될까? 60세가 될때까지 자신이 자서전을 쓰게 될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유년시절의 추억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재평가하는 'Life review'를 하게 된다는 말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y***d 2012.09.22. 신고 공감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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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이란 내면의 기록, 삶의 숭고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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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그리고 나이를 들어가고 인생의 많은 시기가 노년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이즈음에 중년이란 그럴듯한 시기를 지나 초로의 삶을 그려보기 시작해서 때문일 터이다. 심리적, 신경생리학적 배경이 이 저술의 근간(根幹)이고, 그래서 정신의학적인 조언과 나이듦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겐 기억과 시간의 문학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시간과 기억이란 내면의 기록, 삶의 숭고한 성찰" 내용보기

산다는 것, 그리고 나이를 들어가고 인생의 많은 시기가 노년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이즈음에 중년이란 그럴듯한 시기를 지나 초로의 삶을 그려보기 시작해서 때문일 터이다. 심리적, 신경생리학적 배경이 이 저술의 근간(根幹)이고, 그래서 정신의학적인 조언과 나이듦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겐 기억과 시간의 문학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저자의 담론에 더욱 매료되었다고 하여야겠다. 아마 삶이란, 아니 내 존재에 대한 의미가 시간의 인식과 함께하고 있다는 이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며, 그 가운데 불현듯 과거로 연결되는 추억들에 대한 감상적 기운 탓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어떤 것을 추억한다는 것은 “추억 속에서 오늘 바라본 예전의 자아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추억하는 순간의 감정과 생각의 일부”일 것이다. 이처럼 모든 추억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두 극 사이의 접촉을 의미한다. 나이 들어 남은 미래가 짧아지고, 그래서 시선을 과거로 향하게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불안한 연결, 즉 현존재에서 기인한 불편한 측면에서 잠시 벗어나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메커니즘이라는 설명에 수긍하게 된다.

부쩍 과거의 이야기로 수다스러워진 부모님을 대하면서, 또한 자식들이 마지막으로 찾아 온 시간을 훌쩍 먼 시간으로 이해하는 모습처럼 시간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인식을 작동시키는 그 분들의 세상보기를 내 아이들이 20대를 훌쩍 넘기고서야 이해하는 것은 어느새 인생의 계단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자각에서 인지도 모르겠다.


‘늙은 몸’이 섭생, 위생, 보살핌을 통해 어느 때보다 잘 보존되고, 노인들이 오늘 만큼 건강한 시대도 없을 것이며, 노년기가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 길어졌다. 그럼에도 우린 노인, 노년을 말하기를 주저한다. 왠지 방어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그 시기, 그 만큼“노년을 원래의 의미에 맞게 평가하는 것에 우린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엔 우리의 나이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잠자고 있기 때문인데, 대체로 늙음을 자신의 이야기로 말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로 하는 모습이나, 세간의 노인을 위한 광고나 잡지, 책들에서 나이에 대한 암시를 피하는 현상에서 목격할 수 있다. 마치 노년은 현명함과 성숙한 인식을 품고 있는 인생의 단계처럼 수식하지만 쇠퇴와 질병, 우둔함과 탐욕스런 노인들이란 실체를 숨길수도 없다. 노년은 그러한 것이다. 자연스러움에 저항할수록 시선은 왜곡될 뿐이다. 이 저술은 이러한 노년의 그러함 중에서도 기억과 시간, 즉 망각에 대한 삶의 철학을 얘기한다.


나는 삶의 나이가 아직 노년에 이르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선명한 추억도 그려내지 못한다. 그러나‘귄터 그라스’나 ‘올리버 색스’가 그들의 자서전에서 술회하고 있듯이 60세가 넘은 어느 시기에 문득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어린시기의 장면들이 뚜렷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래된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 이 저술의 주요 논제라 할 수 있다.  이것을‘망각의 역현상 효과’라 한다. 노년의 시기에 최근의 사건이나 기억은 흐릿한 반면 오히려 과거의 어린 시절이 선명하게 기억되는 현상이다. “노인에게 미래는 확정적인 불가능한 것들의 합”이며, 내적 시선은 그 어느 시기보다 훨씬 예리해진다. 또한 회고는 노인들이 현재의 요구들에서 벗어나게 만들며, 바로 지금 급박하게 필요한 인지활동의 중단을 촉구한다. 그래서 현재와 불편한 충돌을 회피하게 한다. 그 거북한 죽음의 연결이라는 긴장을 피하고 과거의 행복으로 돌아가게 하는 이 자연의 메커니즘에 숭엄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 왜 과거의 행복하고 선명한 기억들이 청소년이나 청년기의 추억에 집중되는 것일까? 기억과 집중력 같은 인지능력은 청년기와 성년기에 최상의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즉, 이 시기에 체험한 것은 이후 삶에서 일어날 일보다 저장하기에 더 좋은 기회를 갖게 되며, 더 나은 조건에서 저장될 수 있어 나중에 추억으로 더 자주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결정적인 책’역시 우리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시기와 관련되는 20대를 전후하고 있으며, 이 시기는 바로‘처음으로’라는 삶에서의 충격적인 기억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망각의 역현상이 다른 기억력이 감퇴하는 시기에 부상하여,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추억들이 돌아온다는 점은 얄궂은 당혹감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봉인되었던 시간이 진정 필요한 삶의 시기에 열린다는 이 자연의 경외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내게 있어서 이 저술은 기억과 시간에 대한 깨달음으로서 중요한 영감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보다 풍부한 지적영역들이 있다. 노령화사회에 도달한 오늘의 세계에서 약삭빠른 시장의 기만과 허위도 주시하고 있으며, 기억에 대한 사회학적, 문학적 성찰들은 물론 나이의 심리학적, 인구통계학적 담론들을 통한 예리한 인문학적 메타포들로 삶에 대한 투시력을 제고시켜주기도 한다. 한편‘제발트’의 『이민자』들을 상기시키는 시간과 기억이 만들어내는‘향수(Nostalgia)’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의 이야기는 한편의 서사시이자 지구화로 인한 인류의 유목민적 통증에 대한 연민과 문제의식을 자극하기도 한다.

“희망은 미래를, 추억은 과거를 향한다.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길고 과거는 짧다. 그들은 희망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노인은 희망보다는 추억 속에 산다.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망각의 자연스러움, 삶의 시간과 추억에 대한 그 어느 저술보다 안온한 느낌을 갖게 하여주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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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새로워지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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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처럼, 나이와 시간과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한다면, 나이가 먹어감에 따른 기억의 변화가 가장 주된 주제다. 그런데 그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감퇴되어가는 기억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 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른바 ‘망각의 역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망각의 역현상은 나이가 60이 넘고, 80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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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처럼, 나이와 시간과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만 자세히 말한다면, 나이가 먹어감에 따른 기억의 변화가 가장 주된 주제다. 그런데 그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감퇴되어가는 기억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는 것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른바 망각의 역현상이라는 것이다.

 

망각의 역현상은 나이가 60 넘고, 80 넘은 노인이 되었을 인생에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이 20 전후의 것이고 이후의 일들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기억에 관련해서 미스테리한 현상이다. 기억이란 대체로 지금의 시점에서 가까울수록 많은 것이 남아 있고, 또렷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상식과 가까운데, 나이가 들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지 가설이 제시되어 왔지만, 어느 것도 분명하게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같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의문스러우면서 흥미롭다.

생각해보면, 아직 나의 나이가 그런 축에 들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20 때의 일들은 아주 풍성하게 기억이 되는 반해 이후의 일들은 드문드문 떠오른다. 30 이후에 내게 중요한 일들이 없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다. 대학생 때의 일들은 하나하나를 인용하면서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추억하게 되는데 이후의 일들은 그런 중요한 일이 단편적으로 떨어져서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드라이스마의 책대로라면 나이가 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기억력이 감퇴되는 시기에 떠오르는 새로운 기억이라는 묘한 현상에 대해서 드라이스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공감되는 언급을 하고 있다.

망각의 역현상은 한때 온전했던 능력이 사멸하는 상태의 표현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며 망각의 의미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현상을 나타낸다.” (109~110)

 

청춘에 대한 기억은 생애 동안 내내 기억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어딘가 숨어 있다 다시 등장하는 새로운기억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드라이스마는 나이가 들면서 추억에 젖는 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이 퇴행적인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드라이스마는 나이가 들면서 감퇴되는 기억력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기 보다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기억이라고 한다. , ‘전망적 기억 조금씩 쇠퇴해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잊어버리는 것은, 건망증은 나이에 별로 관련이 없는 것이고, 나이가 들더라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해야지 하고 계획하는 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솔직하게 지금까지 별로 생각해오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쇠퇴해가는 기억력에 대해서 그리 상심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러운 것이면서,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기억이 나타난다는 것이 드라이스마의 관찰이다. 비록 생애 마지막 기간의 기억들은 많이 남아 있지만, 밝았고, 활기찼던 생애 최고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늙어간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2015.10.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