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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다 그리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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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본다.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나라를 식민지하에 두고 우리의 것을 얼마나 많이 말살하고 무시하고 짓밟았는지를.. 우리나라에는 한국 표범 뿐 아니라 스라소니, 표범, 늑대, 그리고 호랑이 까지 영험하다 하여 함부로 죽이지 않았던 동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 영험함을 해로운 짐승이라 칭하고 무차별 포획하고 사살하였다. 이 이야기는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한국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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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본다.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나라를 식민지하에 두고 우리의 것을 얼마나 많이 말살하고 무시하고 짓밟았는지를.. 우리나라에는 한국 표범 뿐 아니라 스라소니, 표범, 늑대, 그리고 호랑이 까지 영험하다 하여 함부로 죽이지 않았던 동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 영험함을 해로운 짐승이라 칭하고 무차별 포획하고 사살하였다. 이 이야기는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한국 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 조선범,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동북아시아 호랑이라고도 한다. 일부에서는 시베리아 호랑이와 백두산 호랑이를 별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동북아시아의 사냥꾼들 사이에서도 용맹하기로 이름난 호랑이가 한국호랑이 이다. 그런 한국호랑이 중에서 영험하기로 소문난 백호. 개마고원과 백두산 그리고 만주일대를 제 집 드나들 듯 이동하는 백호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아버지를 잃고 동생의 두 팔마저 백호에 의해 잘려나갔다. 머릿속엔 복수라는 단어를 심고 7년 동안 백호 흰머리를 찾아 나선다. 찾아 나선다고 해서 백호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스윽... 등골에 차가운 기운 만을 남긴 채 흔적만 느낀 것도 몇 번. 그래서 포수들 사이에선 백호를 죽이면 신의 저주가 내린다고 했단다. 그 저주를 알면서도 백호 흰머리를 향해 복수의 총과 칼을 내미는 산의 이야기는 긴박감이 흐르고 그러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해수격멸대 대장 히데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주홍, 그리고 산과 아버지 같은 쌍해. 그들은 개마고원과 백두산을 넘나든다. 누구는 백호를 죽이기 위해, 누구는 멸종하는 호랑이를 연구하기 위해, 누구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각자 다른 목표를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 흰머리를 만나는 것.

 

노서아 가비를 통해 김탁환이라는 작가를 만났다. 오로지 그의 작품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바로 구입한 책이다. 역시. 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탄탄한 이야기와 긴박감 그리고 호랑이의 움직임,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삼각관계의 사랑과 등장인물의 사연들.. 다소 생소할 것 같은 호랑이라는 주제를 이리도 재미있게 잘 펼쳐 내다니... 백호 흰머리와 몇 번의 마주침과 몇 번의 싸움.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화와 같다. 가끔 동물원의 동물들을 본다. 생기 없고 의미 없는 눈빛들.. 그들은 야생에 있을 때 빛이 난다. 야생의 들판에서, 산에서, 들에서 있을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두근거리며 책을 읽는다. 앞으로 2권에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과연 백호는 그들에게 잡히게 되었는지, 산의 복수는 이뤄지는지, 히데오는 다시 최전방으로 배치될지, 주홍의 바람대로 호랑이를 보호할 수 있을지...

 

간만에 거칠고 강하고 차가운 남성적인(?) 소설을 접했다. 하지만 거친 묘사 속에서 섬세함을 느낀다. 오늘... 2권이 나를 부른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12.02.29. 신고 공감 7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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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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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할 것이다. 원래부터 증오의 대상이 아니었고 사랑의 대상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주인공 '산이' 는 포수이다. 태생부터 포수였고 늘 자연 속에 살아왔다. 자연은 그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고, 가장 큰 어머니이다. 그 산 속에서 사는 온갖 식물과 동물들 또한 그의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스스로 깨닫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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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할 것이다. 원래부터 증오의 대상이 아니었고 사랑의 대상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주인공 '산이' 는 포수이다. 태생부터 포수였고 늘 자연 속에 살아왔다.

자연은 그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고, 가장 큰 어머니이다.

그 산 속에서 사는 온갖 식물과 동물들 또한 그의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스스로 깨닫기 전에 그는 산 사람이었고, 그래서 이름도 산이였다.

 

하지만 야생호랑이 백호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후 그들은 싸워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존재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고나할까..그들은 서로 적이 되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낸다. 야생 호랑이가 충분히 자랄 때 까지 그의 뒤를 쫓는 포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백두산 정상에서 마주친 두 사람에게 대결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본 병사들 때문에 그들은 포박당한 채 잡히고 만다. 밀림에서만 평생 살아온 포수와 백호이건만, 그들은 이제 장성할 때를 기다려 주지도 않는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또한 복수의 기회를 가슴에 담은 채 말이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탁월한 고증이 인상적이었다. 가 본 적 없는 백두산인데, 개마고원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눈발이 휘날리는 개마고원을 상상하면서 몸이 움츠러 들기도 했고, 발이 시리기도 했다. 귀와 코가 동상을 입은 듯 뜨겁게 달아오르기도했다. 야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 이 책의 화두인 것 같다. 포수와 호랑이 그 둘의 싸움을 그리고 있지만, 시대는 일제 강점기이다. 그리고 장소는 경성. 큰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야생은 한없이 낯선 것이다. 야생에 살았던 사람에게 큰 도시 사람들의 물욕이 한없이 낯선 그 무엇이었던 것 처럼.. 그들은 원수지간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 그것이 남성적인 소설, 로망이 있는 소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겐, 지금도 그렇지만, 원수도 아니면서 서로간의 의리가 없었다. 소설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증오와 사랑은 외세와 도시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일궈진 것이다. 공동의 적이 생겼을 때, 원수 끼리도 끈끈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을 통해 확연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h****4 2010.11.1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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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密林無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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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님의 <밀림무정>입니다..   <나, 황진이>, <불멸의 이순신>, <노서아 가비>, <99>, <눈먼 시계공>등으로 유명한 작가님이시죠..   초기엔 역사인물에 관한 책이 써오셨는데 점차 장르를 뛰어넘어 <99>, <눈먼 시계공>등으로   점차 작가분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계신 작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림무정>은 일제강점기 시절 개마고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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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님의 <밀림무정>입니다..

 

<나, 황진이>, <불멸의 이순신>, <노서아 가비>, <99>, <눈먼 시계공>등으로 유명한 작가님이시죠..

 

초기엔 역사인물에 관한 책이 써오셨는데 점차 장르를 뛰어넘어 <99>, <눈먼 시계공>등으로

 

점차 작가분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계신 작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림무정>은 일제강점기 시절 개마고원의 지배자였던 백호 흰머리와

 

흰머리를 쫓는 조선 최고의 포수 산의 7년에 걸친 추격을 그린 작품입니다..

 

호랑이와 조선의 혼이라 할 수 있는 맹수를 잡기에 혈안이 된 부대와 호랑이에게 아버지와 동생의 팔을 잃은 포수를 그린

 

쉽게 접하기 힘든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호랑이와의 싸움을 다루고 있는 만큼 <밀림무정>은 호랑이에 대한 습성이나 사람에게 있어 호랑이란 존재에 대한 공포감..

 

산에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면서 벌이는 머리싸움등 접하기 힘든 것들에 대해서 정말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치 주인공과 함께 개마고원을 같이 누비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그만큼 <밀림무정>을 집필하기 위해 작가분이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네요..

 

오직 흰머리를 쫓기 위해서 7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으며 흰머리와의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고자 하는 포수 산의 마음도

 

책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을 꼽아보자면 다소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이야기상, 편집상 이야기가 시작하면 한 장으로 쭈~욱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통 한 문단이나 화자의 시점에 따라

 

짧게 짧게 이야기가 계속 다르게 진행되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록 툭툭 끊기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1, 2권 통합 800 페이지가 넘는 상당히 많은 분량인 점을 고려해보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한 시간보다 짧은 시간안에 독파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재미있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쉽게 접하기 힘든 이야기이고 작가분의 아주 절묘한 묘사 덕에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f******n 2010.11.30.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밀림무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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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님의 신작 <밀림무정> 작가가 15년간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이야기를 풀었다는 소식에 그저 놀라움과 함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함께 일었다. 그리고 만난 <밀림무정> 두 권이나 될만큼 두께감이 있는 책이지만 하룻밤에 다 읽을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물론 김탁환님의 다른 책들을 읽을때도 두 세번에 나누어 읽는 경우는 없었지만 <밀림무정>은 정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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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님의 신작 <밀림무정>

작가가 15년간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이야기를 풀었다는 소식에 그저 놀라움과 함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함께 일었다.

그리고 만난 <밀림무정> 두 권이나 될만큼 두께감이 있는 책이지만 하룻밤에 다 읽을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물론 김탁환님의 다른 책들을 읽을때도 두 세번에 나누어 읽는 경우는 없었지만 <밀림무정>은 정말 대단했다.

주말 <밀림무정>을 읽고 꿈에서 만난 백호는 뭐라 설명해야 할지...

 

 

 

이 책 <밀림무정>은 조선의 마지막 야생 호랑이와 개마고원 포수의 7년에 걸쳐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호랑이와 개마고원, 경성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실제 그 곳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저자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밀림무정'은 산, 주홍, 수, 쌍해, 히데오 4명의 등장인물 위주로 내용이 흘러가는 소설이다.

산과 수는 형제이며, 쌍해는 산과 수를 돌봐주던 삼촌과도 같은 존재이다. 주홍은 산의 첫사랑이며, 히데오는 산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호랑이 추격에 자신의 전 생애를 건 포수, 산.

살아 움직이는 밀림이었던 백호랑이, 흰머리.

그들은 7년 동안의 악연을 끊기 위해 개마고원 설산에서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1940년대 초,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던 시절 동물적인 감각과 야성으로 조선 산천을 누볐던 그들은 또다른 누군가의 적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며 생을 걸고서라도 무너뜨려야 했던 적과 이제 서로 같은 운명이 된 그들이 맞서야 하는 최후의 적은 과연 누구일까??

 


 

가 본적 없는 그곳 개마고원이 한 눈에 펼쳐진 그림처럼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것은 작가의 많은 노력이 작품 곳곳에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밀림무정'의 뜻은 거칠고 단순하고 치열한 본능만이 존재하는 밀림에는 사사로운 정 따위는 없으며, 숨가쁘게 펼쳐지는 뜨거운 본능의 이야기가

계속 된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의 모습에서 작가의 묘사 하나하나가 얼마나 세밀하고 치밀한지를 느낄 수 있다.

 

 

 

흰머리에게 아비 웅을 잃었고 아우 수의 한 팔마저 잃고 어찌 산이 가만히 있을수 있겠는가.

필생의 원수 희머리와의 7년간의 전쟁을 그렇게 시작된다. 찾았나 싶으면 사라지고 사라졌나 하면 어느새 나타나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산은 흰머리를 흰머리는 산을 서로 인정한 진정한 고수의 모습이다.

 

 

 

산과 주홍과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밀림무정'을 읽으면서 작가의 노력과 땀에 큰 박수를 보낸다.

개고원이라는 가 보지 않은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현장에 직접 있는 듯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고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백호이 사냥법이라든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다가오는 것이 김탁환님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선 굵은 땀냄새 물씬나는 소설 한 편 읽고 역시 김탁환이구나 싶었다.

 

a*******4 2010.11.19.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손에 땀이 절로 나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와 흥분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소설
"손에 땀이 절로 나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와 흥분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소설" 내용보기
오래전 모 스포츠신문에 연재했던 수렵이야기를 꽤나 즐겨 읽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시베리아,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원시림(原始林)과 밀림(密林)에서 벌어지는 사냥꾼과 맹수들의 쫓고 쫓기는 스릴 넘치는 대결을 그린 이 연재소설은 왠만한 무협소설이나 액션 영화를 능가하는 짜릿한 긴장감과 액션을 선보이고 있어 신문을 계속 읽게 만드는 그런 재미가 있었던 기억
"손에 땀이 절로 나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와 흥분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소설" 내용보기
오래전 모 스포츠신문에 연재했던 수렵이야기를 꽤나 즐겨 읽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시베리아,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원시림(原始林)과 밀림(密林)에서 벌어지는 사냥꾼과 맹수들의 쫓고 쫓기는 스릴 넘치는 대결을 그린 이 연재소설은 왠만한 무협소설이나 액션 영화를 능가하는 짜릿한 긴장감과 액션을 선보이고 있어 신문을 계속 읽게 만드는 그런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수렵소설이라 부를만한 별다른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드디어 본격 수렵 소설이라 부를만한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소설가 김탁환의 신작 <밀림무정(密林無情/2010년 11월/다산책방>은 이처럼 1940년대 초 조선 최고의 포수와 백두산과 개마고원 일대를 호령했던 백호(白虎)와의 긴박감 넘치는 일생일대의 승부를 다루고 있는데, 개마고원과 백두산을 가로 지르는 장쾌한 스토리와 두 권 합쳐 8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단숨에 읽게 만드는 재미와 몰입도로 “역시 김탁환!”이라는 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런 소설이었다.

 

 일제의 대륙 침공과 수탈이 더욱 심해지던 1940년대 초, 7년 전 개마고원과 백두산 일대를 지배하는 백호(白虎) "흰머리"에게 포수였던 아버지 "웅"을 잃고 동생인 "수"의 팔마저 잃은 "산"은 복수를 위해 흰머리를 끈질기게 추적하지만 그 또한 턱이 부서지는 중상을 입고 경성(京城)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를 마친 "산"은 동생 수에게서 흰머리가 나타났다는 전보를 받고는 열차를 타고 함흥으로 향하게 되고, 열차에서 호랑이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인 여인 "주홍"을 만나게 된다. 함흥에서 동생을 만난 산은 흰머리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조선총독부 산하 "해수격멸대(害獸擊滅隊)"의 호랑이 사냥에 참여시키기 위한 거짓 전보임을 알게 되고, 군대와 별도로 흰머리 사냥에 나선다. 산은 함흥과 개마고원 일대의 일본군 분초소를 공격한 식인 호랑이가 흰머리의 암컷임을 알게 되고는, 부상 입은 암컷을 미끼로 흰머리를 유인해내지만 주홍의 방해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게 되고, 동생 수 또한 남은 한 팔 마저 잃게 된다. 산은 격멸대 대장 "히데오"와 주홍,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이자 역시 개마고원 포수인 "쌍해"와 함께 흰머리를 추적하게 된다, 쫓고 쫓기는 긴 여정 중에 산과 주홍은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고, 산과 주홍의 사랑을 눈치 챈 히데오는 자신 또한 그런 주홍에게 연모의 정을 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들의 추적은 그들을 유인하는 듯한 흰머리의 뒤를 쫓아 감당할 수 없는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뚫고 개마고원을 가로질러 백두산에까지 이르고, 산과 흰머리는 백두산 천지(天地)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아버지의 유품인 엽총 "모신니강"을 놓쳐버린 산은 흰머리의 어깨에 역시 유품인 장도(粧刀)를 꼽게 되지만, 흰머리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마침내 흰머리는 산을 죽일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는데, 그 순간 눈사태가 흰머리와 산을 덮치게 되고 흰머리는 생포되고야 만다.  생포된 흰머리를 경성으로 후송하여 치료 후 다시 개마고원에 풀어주겠다는 총독의 전언에 히데오는 흰머리를 열차로 수송하게 되고,  흰머리와의 7년간 쫓고 쫓기는 싸움에 종지부를 찍지 못한 산은 열차와 함께 이동하다가 경성에 다다르기 전 열차에서 탈출하고 몰래 경성에 잠입한다.  흰머리는 지금의 창경궁(昌慶宮) 자리에 있던 동물원(창경원)에서 장도 제거 수술을 마치고 일반인들에게 잠시 공개되는데, 이 자리에 모인 조선 백성들은 산신(山神)인 백호(白虎)가 우리에 갖힌 모습을 보고 일제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폭동을 우려한 일본군에 의해 강제 진압되게 된다. 그런데 흰머리를 치료하고 다시 개마고원에 풀어주겠다는 총독의 약속은 흰머리를 일본으로 후송한다는 계획으로 바뀌게 되고, 이 계획마저 사실은 부산에서 흰머리를 사살해서  가죽을 벗기려는 속임수임을 알게 된 산은 주홍의 도움으로 흰머리를 구출해내기로 결심하고, 이송 경로에 폭탄을 설치하고 잠복하지만 노름에 빠진 동생 수의 밀고로 그만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경성 한복판에서 히데오의 일본군들과 일대 활극을 벌인 끝에 흰머리는 탈출하게 되고, 수는 그만 일본군의 총에 의해 사살되고 만다. 탈출한 흰머리는 경성을 벗어나지 않고 여기저기 출몰하다가 조선총독부 돔 옥상에까지 올라가 크게 포효하고, 산은 그런 흰머리가 끝내지 못한 승부를 벌이자고 자신을 불러내기 위한 행동임을 알고 흰머리를 다시 추적한다. 흰머리를 사살하려는 히데오와 일본군이 인왕산을 포위하고 포위망을 옭죄어 오는 가운데, 마침내 인왕산(仁王山) 깊은 골짜기에서 산과 흰머리는 맞닥뜨리게 된다(최종 결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읽는 내내 고막을 찢을 듯한 호랑이의 포효(咆哮)와 사냥꾼의 거친 숨소리가 귀청을 쩌렁쩌렁 울리는 듯 하고, 눈을 감으면 개마고원과 백두산의 장대한 설경(雪景)이 바로 펼쳐지는 것 같은 착시(錯視)가 느껴지며, 또한 살이 터져나갈 것 같은 혹독한 겨울 추위와 눈보라에 내 살갗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생생함이 단연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목숨과 동생의 팔마저 빼앗아간 백호 흰머리를 7년에 걸쳐 목숨을 걸고 추적하는 주인공 산의 광기 어린 집념은 과연 승부가 어떻게 결말지을지 궁금해서 개마고원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1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게 만들고, 2권 초반부 조금은 어이없는 승부 끝에 흰머리가 생포되어 장소가 경성으로 바뀌게 되었을 때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가 설마 이렇게 결말이 나진 않겠지 하고 책을 계속 붙잡게 되고, 역시나 기대대로 2권 중반을 넘어 흰머리가 산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못 다한 승부를 결말짓자는 흰머리의 신호에 산이 다시 추적하는 장면부터는 다시 호흡이 가빠졌다가 마침내 흰머리와 산이 인왕산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는 흥분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독자의 호흡을 자유자재로 쥐었다 폈다 하며 읽는 내내 재미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김탁환 작가의 내공은 “15년 동안 소설을 쓰며 쌓은 공력을 모두 쏟아 부었다”는 홍보글처럼 가히 절정을 이루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감탄이 나온다. 역사소설에서 보여주었던 치밀한 고증 또한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하는 데, 이제는 그저 문헌이나 영상으로나 접해볼 수 있는 북녘 땅 개마고원과 백두산 일대의 자연 풍광과 그 당시의 수렵 방식, 지역 풍속에 대한 묘사는 머리 속에 저절로 확연한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고 세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수년간 수많은 역사서와 자료를 수집하고 탐문과 현장답사를 통해 실제 호랑이의 습성과 그 시절 개마고원에 서식했던 표범, 삵, 불곰 같은 맹수들의 생태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체득했다는 소개 글을 보면 얼마만큼 이 작품에 작가가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 책의 결말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드는데 어떤 식으로는 산과 흰머리의 질긴 악연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끝내지 않고 의외의 결말을 보여준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기회가 된다면 작가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있어 출판사 홍보글처럼 “생을 송두리째 걸 만한 목표에 대한 열망, 내 안의 강함을 확인시켜주는 최고의 맞수에 대한 갈망, 의리와 뜨거운 땀으로 뒤범벅된 세계에 한번쯤 몸담고 싶은 로망”이라는 뜨거운 열정이 과연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비록 책과는 시대적·공간적 배경 뿐만 아니라 그 표현 방식과 정도가 전혀 다르겠지만 도심 속 회색 콘크리트 밀림(密林)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하루하루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전쟁과 같지 않을까? 그 목적이 자신의 야망과 성공을 위해서든, 아니면 자신과 가족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든, 아니면 조금은 비현실적인 사회 정의와 도덕을 위해서든 저마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좌절과 도전을 반복하는 그들 가슴 속에는 바로 호랑이의 영혼을 가진 “산”의 집념을 각자의 형상(形狀)대로 하나씩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품고 있는 열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는 좀 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오랫만에 손에 땀이 절로 나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와 흥분을 만끽하게 하는 멋진 소설을 만났다. 역사 소설가라는 장르적 한계를 벗어나 독특하고 색다른 장르적 실험을 보여줬던 <99;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에 이어, 아직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SF 소설 장르에서 멋진 성취를 보여준 <눈먼 시계공>으로 놀라게 하더니, 이제 그 유래를 찾기가 어려웠던 “수렵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완성 - 물론 앞서 소개한 신문 연재 작품이 수렵 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장르의 완성은 이 작품에 이뤄냈다고 평하고 싶다 - 을 멋지게 이뤄낸, 매 작품마다 놀라운 진화(進化)를 거듭하는 작가의 성취가 과연 어디까지 이르게 될지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a*****7 2010.11.2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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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정 따위는 없다. 밀림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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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密林無情). 거칠고 단순하고 치열한 본능만이 존재하는 밀림에는 사사로운 정 따위는 없다. 순간의 흐뜨러짐은 곧 죽음을 불러일으킨다. 벼랑 끝에 선 생존의 치열한 게임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산의 아버지는 조선 최고의 포수였지만, 그 또한 한순간에 패배자가 되었다. 산은 그렇기에 사사로운 정을 내보일 수 없었다. 아버지와 수의 원한을 풀기 전에는 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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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密林無情). 거칠고 단순하고 치열한 본능만이 존재하는 밀림에는 사사로운 정 따위는 없다. 순간의 흐뜨러짐은 곧 죽음을 불러일으킨다. 벼랑 끝에 선 생존의 치열한 게임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산의 아버지는 조선 최고의 포수였지만, 그 또한 한순간에 패배자가 되었다. 산은 그렇기에 사사로운 정을 내보일 수 없었다. 아버지와 수의 원한을 풀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그 앞에선 무의미했다. 

 

경인년에 흰머리를 알게된 건 우연이 아닌지도 모른다.  백두산 호랑이는 영물이지만, 흰머리는 영물 중에서도 영물이었다. 지금 그 영물을 쉽게 볼 수 없는 건 뼈아픈 과거의 한자락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인년에 흰머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밀림무정>(다산책방, 2010)을 쓴 김탁환 작가의 의도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밀림무정>은 크게 두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한 인간의 끈질긴 내면이고, 다른 하나는 아픈 과거사이다. 이 책에서 후자는 비중있게 부각되지는 않으나 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해수격멸대의 존재와 동물마저 말살해버리는 일본군의 잔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백두산 호랑이는 영물이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온 산에 철심을 박아 정기를 끊은 것처럼 영이 깃든 존재, 상징성을 지닌 호랑이도 그들에게는 박멸해야 할 존재일 뿐이었다. 산을 속여 흰머리를 연구하고 보호한다는 것은 말뿐인 눈속임이었다. 조선의 영물은 황제를 위한 가죽으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정해진 현실이었다.

 

한 인간의 끈질긴 내면은 산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산은 백두산에서 자랐고, 백두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그에게 흰머리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복수를 해야만 하는 존재일 뿐이었을까. 백두산 영물인 흰머리를 건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 그는 그렇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가! 산은 바로 흰머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산은 흰머니였고, 흰머리는 산이었다. 거울에 투영된 자아처럼 서로를 보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권모술수와 협박, 거짓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그들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원칙과 정도였다. 그 끈질긴 인내심으로 그들은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김탁환 작가의 그간 스타일로 보았을 때 <밀림무정>의 소재는 약간 의외였다. 그러나 기막힌 고증과 그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다시 태어난 이 책은 독자들을 다시 한 번 흐뭇하게 만들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by 꽃다지, 2010.12.13 

 

l*******g 2010.12.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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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빨리 쓴다는 점만은 인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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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남의 책에서 슬쩍한 <눈 먼 시계공>이 나온 게 지난 5월인데, 그 새 또 한 편의 대작(?)을 뚝딱 와ㅡㄴ성했다. 구상이나 자료 수집이야 그 전부터 했겠지만, 운동과 비슷하게 책을 쓰는 일도 한 편을 완성했으면 재충전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하튼 <로서아 가비> 이후로 이 작가의 소설은 그만 읽기로 했으니, 사 보고 싶지는 않다. 간단한 해설을 보니 무슨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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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남의 책에서 슬쩍한 <눈 먼 시계공>이 나온 게 지난 5월인데, 그 새 또 한 편의 대작(?)을 뚝딱 와ㅡㄴ성했다. 구상이나 자료 수집이야 그 전부터 했겠지만, 운동과 비슷하게 책을 쓰는 일도 한 편을 완성했으면 재충전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하튼 <로서아 가비> 이후로 이 작가의 소설은 그만 읽기로 했으니, 사 보고 싶지는 않다. 간단한 해설을 보니 무슨 내용인지는 잘 알겠다.

출판사도 그간 꾸준히 내온 곳에서 옮긴 것을 보니 그 출판사도 이젠 지쳤나 보다.

y*****n 2010.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무정해야 했지만 서로를 인정했던..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김탁환 '밀림무정'
"무정해야 했지만 서로를 인정했던..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김탁환 '밀림무정'" 내용보기
"남자의 일생을 걸고 무너뜨리고 싶은 적敵이 있는가!""남자의 일생을 걸고 사랑하고 싶은 적敵이 있는가!" 두권의 책에 각각 적혀 있던 문구였다. 딱 한 단어만이 다를 뿐인 이 두개의 문구는 그러나 완전히 다른 문구였다. 무너뜨리고 싶은 적과 사랑하고 싶은 적. 조선 마지막 호랑이와 개마고원 포수의 7년에 걸친 추격전을 그리고 있는 김탁환의 '밀림무정'은 치열한 본능만이
"무정해야 했지만 서로를 인정했던..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김탁환 '밀림무정'" 내용보기


"남자의 일생을 걸고 무너뜨리고 싶은 적敵이 있는가!""남자의 일생을 걸고 사랑하고 싶은 적敵이 있는가!"

두권의 책에 각각 적혀 있던 문구였다. 딱 한 단어만이 다를 뿐인 이 두개의 문구는 그러나 완전히 다른 문구였다. 무너뜨리고 싶은 적과 사랑하고 싶은 적.

조선 마지막 호랑이와 개마고원 포수의 7년에 걸친 추격전을 그리고 있는 김탁환의 '밀림무정'은 치열한 본능만이 존재하는 밀림, 그곳에서 펼쳐지는 '두 야성'의 운명적 승부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개마고원에서 경성까지.. 서로만을 노려보며 끝까지 나아갔던 자들의 거칠 것 없는 승부의 기록을.

서로를 단 하나의 적수로 인정했던 포수와 백호. 서로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후 '너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상황에 빠진 그들은 7년 동안 개마고원을 헤매며 서로의 흔적을 추격한다. 그리고 마침내 눈 덮인 백두산 정상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수년동안 이어져 왔던 악연을 끊기도 전에, 일본해수격멸대가 밀림으로 들이닥치고, 규율보다 야성에 따라 움직이는 개마고원 포수와 신출귀몰한 야생호랑이는 병사들이 처리해야 할 공동의 목표물이 된다. 결국 포박당한 채 경성으로 끌려가는 그들. 포수와 호랑이에게 경성이란 대도시는 밀림보다 낯설고 폭설보다 두려운 무엇이었다. '적이 가장 강성할 때를 기다린다'는 승부 원칙 따위 없는 비열한 도시에서, 그들은 미치도록 무너뜨리고 싶었던 존재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결국 7년 동안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 동화되어 왔음을, 세상 밖에서 서로만 노려보며 나아갔던 그 시절이 생을 통틀어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던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결국 그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데..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던 시절이긴 하지만, 산에게 그런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그의 생을 걸고 있던건 바로 밀림이란 야생에서의 정당한 승부였을 뿐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중의 하나라고 했던가. 헌데 산에게는 적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사회라는건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에게는 포수였던 아비와 그 동생이란 세상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세상은 단 하나뿐인 적이 된 그에 의해 송두리째 뒤틀렸다. 복수. 7년간 그의 마음에 품은 감정은 오로지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해지는게 있었다. 바로 책 두권 뒷표지에 소개된 상반된 문구였다. 일생을 걸고 무너뜨리고 싶은 적.일생을 걸고 사랑하고 싶은 적.그런 승부의 대상을 과연 적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적'이란 단어에 대한 정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었다.

 

물론 그런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다. 임진왜란 당시 한산도 대첩의 견내량, 안골포 싸움에서 이순신 장군과 마주쳤던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2천의 군사로 조선군 5만을 물리친 일본의 명장이었던 그는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흠숭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 역시 이순신이며 가장 차를 함께 하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승부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적을 인정하는, 존경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승부를 겨루기도 전인 적에게 일생을 걸고 무너뜨리고 싶다는 마음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함께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겨우 책 뒤의 두 문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두 감정을 조금이나마 알았다고 느낀건.. 산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주홍을 통해서였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산이 적에게 느낀 두가지의 상반된 감정은 그에게서만 느껴지던 무엇이 아니었으니까. 그 감정은 주홍의 마음에서도 그대로 풍겨나고 있었다.
주홍은 그 상반된 두가지의 감정을 적이 아닌 산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흰머리를 죽이고자 한 그의 의지를 무너뜨려야했고, 더욱 그를 사랑해야 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다. 산 역시.. 흰머리와의 승부를 설렘이라는.. 사랑을 시작할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작가의 소개글에 함께 담겨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조선의 마지막 야생호랑이와 그 뒤를 쫓는 포수의 7년에 걸친 복수극이 아니다. 생을 걸고 무너뜨려야 할 적이었던 그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적이 되면서 얽혀드는 이야기, 야성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 속에서도 서로만을 노려보며 끝까지 나아갔던 자들의 거칠 것 없는 승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야성은, 거침없이 내달리기만 하는 무엇이 아닌 사랑을 돌아볼 줄 아는 정직하고 순수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이제 그의 새로운 얼굴은 호랑이다. 조선의 젊은 포수다. '백호와 한 사내의 대결'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방대한 자료 조사, 제주도와 러시아를 아우르는 현장 답사, 불면의 밤을 수놓은 퇴고과정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벼르고 별렀던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모두 쏟아 부었다. 무더운 여름 낮밤, 그는 개마고원의 냉혹한 설산을 헤매는 포수가 되었다가 밀림보다 무자비한 경성시가를 내달리는 백호가 되었다가 단 한 번 맺어졌던 정인의 뜨거운 품속으로 숨어드는 숫눈 같은 남자가 되었다. 책의 앞에 담긴 김탁환 작가님의 소개글은 이랬다.

'정확한 고증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결합된 매혹적인 서사'를 보여준다는 문구와 함께 적혀있던 글.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엔 매혹적인 서사라는 문구에만 공감이 갔다. 정확한 고증이란 면에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소설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김탁환 작가님과의 간담회를 통해 소설가의 상상력을 발휘한 정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나서야 조금 다른 기분으로 작품을 읽어볼 수 있었던 것. 물론.. 그런걸 떠나서 서로만을 노려보며 끝까지 나아갔던 산과 흰머리의 이야기는 완전 매력적이었지만!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적. 그 적을 무너뜨리고 사랑하고 싶은건.. 바로 그들 서로의 마음에 순수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직함과 순수함.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통해 전달되는.. 차분하고 따뜻한 무엇. 그게 이 책이 담고있는 이야기였다. 삶의 이야기. 승부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



l******i 2011.06.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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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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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누구나 전래동화 몇 편씩은 보았을텐데 전래동화에서 여러 소재가 등장하지만 동물 중에서 호랑이가 참 많이 등장하였다. 무섭게도 나오고, 우스꽝스럽게도 나오고, 근엄하게도 나오고 호랑이는 참 여러가지 모습으로 한마디로 각양각색으로 등장하였다. 이 작품에서 호랑이는 어떤 역할로 등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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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누구나 전래동화 몇 편씩은 보았을텐데 전래동화에서 여러 소재가 등장하지만 동물 중에서 호랑이가 참 많이 등장하였다. 무섭게도 나오고, 우스꽝스럽게도 나오고, 근엄하게도 나오고 호랑이는 참 여러가지 모습으로 한마디로 각양각색으로 등장하였다. 이 작품에서 호랑이는 어떤 역할로 등장할까. 이 작품에서 주된 등장인물은 '산', 호랑이이다. '산' 은 호랑이에게서 가족을 잃은 존재로 나온다. 호랑이가 아버지를 헤쳤고 동생은 팔을 잃게 되었다. '산' 은 복수의 마음을 가지고 7년 동안 호랑이를 죽이기 위해 뛰고 있다.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말이다. 보통 사람은 사육사아니고서야 호랑이를 직접 바로 앞에서 볼 일이 없는데 '산' 은 호랑이를 직접 만나 죽이기위한 순간을 노리고 있다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산' 이 가족의 원수인 호랑이를 죽이기 위해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바쳤다는 점이다. '산' 의 끈질긴 복수가 성공할 것인가. 정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야생의 세계로 여러분도 얼른 책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a*****8 2010.12.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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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동안 쫒은 흰머리의 운명과 멋진 사내 산. 그리고 주홍..
"7년동안 쫒은 흰머리의 운명과 멋진 사내 산. 그리고 주홍.." 내용보기
전2권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표지가 상당히 멋진 책이었다.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 밀림무정. 단숨에 읽어내려 간 책이었다. 호랑이를 잡는 한 남자의 이야기. 유치할 것 같았지만, 나의 기대를 깨버리고 그 유치함이 글에 몰두하는 집중력으로 바뀌었다.   산. 7년동안  개마고원의 대왕 흰머리 호랑이를 쫒은 한 남자. 그는 개마고원의 포수로 키워진 아이였다. 아버지 웅에
"7년동안 쫒은 흰머리의 운명과 멋진 사내 산. 그리고 주홍.." 내용보기
 

전2권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표지가 상당히 멋진 책이었다.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 밀림무정. 단숨에 읽어내려 간 책이었다. 호랑이를 잡는 한 남자의 이야기. 유치할 것 같았지만, 나의 기대를 깨버리고 그 유치함이 글에 몰두하는 집중력으로 바뀌었다.

 

산. 7년동안  개마고원의 대왕 흰머리 호랑이를 쫒은 한 남자. 그는 개마고원의 포수로 키워진 아이였다. 아버지 웅에게 두아들 산과 수는 단연코 최고인 아버지 포수 밑에서 호랑이를 잡는 포수로 키워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웅은 흰머리 호랑이에게 목숨을 빼앗겼고, 동생 수는 흰머리에게 한팔을 먹잇감으로 빼앗겨 버렸다. 그 이후부터 산은 7년동안 흰머리를 쫒게 된다.

 

그리고 첫번째 흰머리와의 만남에서 산은 흰머리의 앞발에 턱을 가격하게 되는데, 주의에서 그만두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흰머리를 추격한다. 온전치 못한 턱의 고통을 가지고. 조선을 점령한 일본은 호랑이를 죽이라는 해수격멸대를 일으키고, 그 중심에 히데오 대장이 있다. 그리고 호랑이를 연구하는 한 여자 주홍. 이렇게 그들은 다시 흰머리를 잡으려 개마고원을 오른다.

 

오직 흰머리 밖에 모르는 강인한 남자 산. 군인의 철저한 신념에 몰두해 있는 히데오. 호랑이를 죽이지 말고 살려야 하는 주홍. 그리고 이 주홍과 산의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 눈발이 날리는 개마고원에서 이들은 흰머리를 추격하고 또 추격한다. 그런데 이들이 흰머리를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흰머리가 이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산의 동생 수는 한팔을 흰머리에게 또 뜯기고, 병원으로 호송되고, 히데오마저 갈비뼈가 부러지게 된다. 그리고 주홍과 산의 사랑. 산은 마침내 흰머리와 결전을 하지만, 산사태로 인해 그 웅대했던 흰머리는 기절하고, 어깨에 산의 장도를 맞게 되면서, 흐름은 끊기게 된다.

 

산이 7년동안 흰머리를 쫒은 것은 그에 대한 복수임과 동시에 그에 대한 벅찬 사랑이었던 것 같다. 경성으로 옮겨지는 흰머리와 산과 주홍의 운명. 2권에서는 어떻게 이어질지 완전 흥미진진~~ 강인하면서도 무뚝뚝하지만 부드러운 남자. 어제 본 워리워스 웨이의 장동건 역과 같은.. 좋다~~ ㅋ

 

 

 

보들레르라고 아나? 프랑스의 위대한 시인일세. 그가 이런 말을 남겼다더군. 배운다는 것은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것이다. 10년을 한결같이 같은 말을 하며 보냈다면, 자넨 아직 배움이 부족한 거야. (p.80)

 

호랑이를 사냥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견딤이다.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고 시간을 견딘다. 오랫동안 견디며 단 한 순간만을 생각한다. 기다리던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어떤 자세로 어디를 향해 어떤 감각으로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나머지는 모조리 잡념이다. 사냥의 성패는 잡념을 얼마나 씻어내는가에 있다. 텅 빈 몸, 텅 빈 마음, 허허로워야 호랑이의 기미를 알아차릴 수 있다. 세상의 티끌과 먼지가 많이 묻으면 호랑이가 곁에 있어도 호랑이인 줄 모른다. (p.158)


t****6 2010.12.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