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열, 사랑, 자책, 용서, 폭력. 돼지고기와 부추가 그러하듯 이 소설의 재료들 또한 누구나 알만한 그런 것들이다. 게다가 인육 만두라니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엽기적인 코드로 보일 위험마저 있는 재료들이다. 그러나 이런 오랜 소재들이 고루 섞여 섬세한 손맛을 타고, 거기에 더해 '그 밖의 무엇'과 만났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읽다 보니 금새 빠져들어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지만 한순간도 유쾌함을 느껴진 못했다. 끝까지 주인공들에게 승리란 건 없다. 얻어터지고, 파괴당하고, 죽고, 도망칠 뿐이다. '혐오'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읽으면서 든 생각은 김기덕 감독이 이 책을 읽으면 뭐라고 할까. '사마리아'를 찍은 김기덕 감독이라면 허벅지살로 세상에 속죄하는 홍사장에 대해 뭐라고 할까. |
| '사랑이라니 여름씨는 미친게 아닐까?' 이후에 처음으로 읽은 한차현의 소설이다. '사랑이라니...'를 읽고 받았던 느낌은 다양한 색채를 가진 단편들로 구성된 현란한 크로마토그램이었다. '왼쪽 손목이 시릴 때'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 또한 크로마토그램이었다. 여러 계층으로 분리된 인물간의, 계층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와 그로 인한 '오해', 그리고 불가능 할 것 같은, 분리된 각 계층간의 '봉합'. 이 작품은, 유쾌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소설은 내겐 그닥 감흥이 없는 형식이며 그래서인지 읽는 '재미'가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인물과 사건 등의 작품을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그닥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집요함과 들추기는 내 읽는 방식이 아니다.) 한차현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고 작가로서 그의 지향점을 알 수는 없지만, 한차현은 이 쟝르 저쟝르를 넘나들며 불굴의(?) 실험정신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일구어 낸 제프 벡의 연주를 떠올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