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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쉽고 간결하게 쓴 신화학 입문서로 비교문학, 비교종교에 관심이 있거나 세계의 신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나는 신화라는 것은 사람이 세상을 보는 하나의 시각으로 종교 역시 신화로 보는 쪽인데 공감하는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신화를 알게 되고, 신화의 종류와 개념들을 머릿속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은 모두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장마다 신화학에서 유용한 특정 개념들인 창조, 신, 영웅을 주제로 삼고 서술한다. 그 개념들은 신화의 보편적인 세 가지 유형과 관련이 있다. 우선 들어가며 부분에선 신화의 유형과 함께 신화에 접근하는 엘리아데, 융, 캠벨과 같은 보편론자 또는 비교학자들의 관점을 설명한다. 비교 접근 방식에선 신화의 보편성을 사실적인 은유로 받아들이는데 신화 대부분은 집단적 상상력에 의해, 만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은유적인 투사다. 신화는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든 우리가 이해하는 방법으로 설명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것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신화 역시 변한다. 또한, 저자는 현재 종교들이 겪는 위기는 종교들이 원론적인 과거의 지식에만 매달려 새로운 예언을 부인하면서 종교가 무의미해져서 생긴 것으로 보고 현재에 걸맞은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장 창조 부분에선 창조신화에 대해 설명한다. 창조신화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으로 세상의 창조에 대한 신화 그룹은 무로부터의 우주 생성론, 대지 중심적 우주 생성론, 방사에 의한 창조, 보편주의자들로 나누어진다. 무로부터의 우주 생성론은 특정한 하나의 창조주에 의해 세상이 탄생했다고 믿는 그룹으로 창조주가 만든 세상은 계층적이며 그 그룹에 속한 이들은 종종 자신들과 창조주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주장하곤 하며 신화를 상징이 아닌 글자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 대지 중심론자 그룹은 앞 그룹보다 오래된 신화들이 대부분 들어가는데 창발론자, 물활론자들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들은 어머니 대지를 믿는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고 있다. 방사에 의한 창조는 수피교도, 불교도들이 포함된 그룹이다. 보편주의자 그룹은 모든 창조 신화가 나름대로 상징과 은유를 이용해 부분적인 진실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예술은 현재 만들어지는 새로운 창조 신화로, 예술가는 세계에 대한 재창조자다. 여기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창작자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경외심을 떠올리면서 현대 예술이 창조 신화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었다. 3장 신 부분에선 신에 대한 신화의 변화 과정에서 어떻게 어머니 여신이 아버지 신으로 대체되고 억압당했는지 말하고 여신의 힘을 부활시킨 소설의 예도 든다. 그리고 현재 새롭게 나타난 신 신화는 신을 인격체도 아니고 여성도 남성도 아닌, 인간뿐만이 아니라 만물을 포함한 신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에서 요구하는 신 신화다. 영웅 신화는 원질신화, 가부장적 영웅 신화, 여장부 신화가 있다. 가부장적 영웅 신화는 하늘 신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신화 밑에서 정신과 물질을 분리시키는 이원론적 사고 방식으로 인해, 격리된 상태에서 영웅의 모험이 이루어지고 그 영웅들은 대개 국가적이거나, 가족적, 윤리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여장부 신화는 공동체적 자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또한 신화는 일종의 순례 여행기로 인생의 은유다. 도입, 전개, 결말이라는 영웅 신화의 플롯은 인생의 과정을 은유하고 있다. 과학과 모더니즘에선 창조를 영웅이 겪는 과정으로 보고, 기존 상황을 바꾸려하면서 투쟁하는 영웅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영웅 신화는 예전의 가부장적 신화처럼 정복하는 영웅이 아니라 가이아 세계에서 초인적인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영웅들은 개인과 지역을 넘어서 생태학적이고 범세계적인 세상에서 나타나는 인류 공동의 영웅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신화들에 대한 이상에 공감했고 현재 세계-특히 우리나라에서 퍼지는 일종의 세속적 신화들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스트셀러로 주로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지에 중점을 둔 책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지금 이대로의 가치관으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새로운 영웅은 등장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부장적, 국가적 영웅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그보다 더 심각한 `싸장님` 신화가 오래전부터 등장해 가라앉질 않으니 진정으로 새롭고 인류 전체를 생각하는 영웅 신화는 영영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인공적으로, 팔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가 아닌 진정 새로운 신화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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